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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85화 (85/650)

85화 목표는 많은 돈

만족해하는 한진영과 달리 최석영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그런 최석영의 등을 두드려 똑바로 사람들 앞에 서게 했다.

그리고 최석영을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과장님은 앞으로 우리 TF팀의 얼굴이 되실 겁니다.”

“내가 뭘? 뭘 한다고?”

한진영의 대답에 최석영은 놀랐다.

단순히 친분으로 이곳으로 부른 줄 알았던 최석영에게 한진영의 대답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런 최석영을 향해 한진영은 다시 한번 등을 두드려 허리를 펴게 만들며 말했다.

“얼굴이요. 앞으로 외부에 나갈 일이 있으면 과장님을 내세울 겁니다. 이미 방송을 통해 인지도도 쌓아놓으셨기 때문에 외부에 나가기에 딱 알맞으니까요.”

“내가…… TF팀의 얼굴이 된다고?”

“방송뿐만이 아니죠. 강연회를 비롯한 여러 활동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거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테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내가…….”

걱정이 가득한 눈빛의 최석영이었다.

그렇게 많이 방송에 나가고 사람들 앞에 섰음에도 카메라가 꺼진 상태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여전한 듯한 모습이었다.

한진영은 그런 최석영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 저희 팀이 받은 성과급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조금 전까지 한참 걱정하던 최석영의 눈이 반짝였다.

한진영은 최석영 앞에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고 말했다.

“한 장입니다.”

“한 장? 한 장이면…… 천?”

“아니요.”

“아니야? 그럼…… 백만 원은 아닐 테고…… 설마…… 억?”

최석영은 자기가 소리치고도 놀랐는지 입을 급히 막았다.

한진영은 손가락을 내리고 최석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팀원들은 모두 1억씩 받았죠. 뭐 앞으로도 성과급은 이 정도쯤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최 과장님이 정~ 하기 싫으시다면 뭐 저도…….”

“아니야. 할게. 해야지. 무슨 소리야? 그까짓 거 지금까지 내가 해오던 거 아니야? 나 이래 봬도 잘해. 그건 진영이 네가 더 잘 알잖아. 나 열심히 할 테니까 나가라고 하지 마.”

단번에 태도를 바꾸는 최석영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이곳에서 할 일을 신경 쓰기에는 돈의 단위가 달랐다.

이 정도라면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최석영이었다.

한진영은 당장에라도 TF팀의 얼굴로 전면에 나서고 싶어 하는 최석영 뒤에 서 있는 이성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성우도 최석영의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이성우에게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성우는 한진영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나는? 나는 왜 온 거냐?”

처음 한진영에게 같이 일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고민 없이 그러겠다고 대답했던 이성우였다.

그러나 막상 오고 나니 공중에 붕 뜬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기와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 최석영에게 이유가 생긴 만큼 자기도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든 이성우였다.

한진영은 이성우에게 가까이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이성우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는 너의 인맥을 사용하고, 너는 나를 타고 기풍철강의 꼭대기에 올라앉고…… 이게 우리의 관계 아니냐? 그러려면 나하고 같이 다녀야지. 안 그래?”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에 헛웃음을 흘리고 한진영을 흘겨봤다.

“말이라도 내가 필요하다고 해줄 수는 없냐?”

“해줬잖아. 네 인맥이 필요하다고…… 기풍철강의 장남. 난 그게 필요해.”

“너는…….”

이성우는 얄밉게 느껴진 한진영을 노려볼 듯이 쳐다봤다.

그러나 차라리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편이 속 시원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기에게도 확실한 이유를 줬던 만큼 한진영이 마냥 얄밉게만 보이지 않았다.

“꼭 위에 앉혀줘야 한다.”

“걱정하지 마. 나도 네가 위에 앉아야 일이 편해지니까.”

한진영은 가볍게 이성우의 어깨를 두드리고 조수아에게 두 사람의 자리를 안내하게 했다.

그리고 한진영은 곧바로 김정대 부문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

한진영은 김정대에게 인사하고, 응접용 소파에 앉아 한진영을 기다리고 있는 김정대 곁에 가 앉았다.

한진영이 올 것을 알고 있었는지 탁자 위에는 찻잔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김정대는 한진영 앞에 놓인 찻잔을 가리키고 말했다.

“아직 식지 않았을 거야. 자네가 올 거 같아서 미리 준비했으니까 먹어봐.”

“감사합니다.”

한진영이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자 김정대가 새로 온 최석영과 이성우에 관해 물었다.

“두 사람은 왔나?”

“네. 자리 안내까지 하고 오는 길입니다.”

“흐음…… 꼭 필요한 친구들이지?”

“그럼요. 우리 팀에 아주 요긴하게 쓰이게 될 친구들입니다.”

“그중 한 친구는 기풍철강의 아들이라고 하던데…….”

“맞습니다.”

“기풍철강과 우리의 관계를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 알고 있다니 다른 말을 하지 않겠네. 뭐 자네가 더 잘할 테니까.”

김정대는 더는 이성우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

이성우가 기풍철강의 아들이라는 것보다 한진영에 대한 믿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한동안 말없이 차를 마시던 두 사람 중 김정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물어보시려는 것이 500억을 가지고 뭘 하려고 하는지 궁금하셔서 그러신 것이죠?”

“맞아. 정확하게 그거야.”

지난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시장은 바뀌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벌써 자기자본을 이용한 투자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이 준비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분별한 투자로 인해 큰 홍역을 앓았기에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였다.

우리나라도 이런 미국의 길을 뒤쫓으려 했다.

법제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리부터 자기자본을 이용한 투자는 꺼리자는 것이 불문율화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주변 상황에서 500억을 TF팀에 내린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불문율을 깨겠다는 노골적인 행동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얘기함세. 난 걱정이 돼서 그래. 시대가 바뀌었어. 직접투자는…… 위험을 부른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기 때문에 거기에 조금은 따라줄 필요가 있어.”

“이해합니다. 저도 부문장님 입장이었으면 걱정이 되었을 겁니다.”

“이해해준다니 조금 더 편하게 이해하겠네.”

김정대는 자세를 고쳐 앉아 한진영에게 바짝 다가갔다.

“입사한 지 2년 차에 과장이야. 거기다 팀장 자리까지 앉았어. 이런 식의 승진 절차는 신성증권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더라도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야. 파격적이다 못해 충격적이라고 말해도 부족할 정도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500억까지 사용하게 해. 주변에서 이런 상황을 그냥 보고 지나칠 리가 없어. 잘못되면 꼬투리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자네를 지켜볼 게 뻔해. 사람은 높이 올라간 상대를 떨어뜨리려고 하는 존재니까.”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긴장감에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는 김정대였지만 정작 당사자인 한진영은 담담하기만 했다.

이런 한진영의 모습이 김정대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자네는 긴장도 되지 않나?”

“긴장이요? 뭐가 말입니까?”

“500억이 잘못됐을 때. 그걸 감당할 수 있겠어?”

김정대의 모습에 한진영이 웃음을 터트렸다.

“별걸 다 걱정하십니다. 그럼 쓰라고 주는 돈을 쓰지 않겠다고 돌려드릴까요? 다 생각이 있어서 내려보낸 것 같은데 요긴하게 잘 써먹어야죠.”

“생각이 있어서 보냈다고?”

“잘 써보라고 본사에서 특별히 승인해준 것 아닙니까? 이걸 어떤 얼빠진 놈이 지금 업계는 자기자본을 쓰지 않는 쪽으로 흘러간다면서 거부하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바보가 아닙니다. 주변에서 이상한 눈으로 보라고 하지요. 뭐 어떻습니까? 그걸 위에서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이상이 생기면 알아서 위에서 커버쳐 주시겠지요.”

“뭐?”

김정대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몸을 사리는 일을 한진영은 잘됐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몰라서 이러는 것 같지가 않았다.

하는 말은 내막을 다 알고 있는 투였다.

김정대는 어처구니가 없는 한진영의 대답에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허허.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고민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제대로 해먹을 테니 두고 보십시오.”

“제대로 해 먹겠다고? 뭘 어쩔 작정인가?”

“지금 부문장님의 걱정은 다른 곳들이 승냥이처럼 이번 일을 가지고 물어뜯을까 봐 걱정이셔서 그런 것 아닙니까?”

“그래. 그렇게 되면 자네뿐만 아니라 회사까지도 피해가 갈 테니까.”

“그러니까요. 하지만 물어 뜯어먹으려 한 고기가 아무리 입을 크게 벌려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예를 들어 승냥이가 코끼리 앞다리를 먹겠다고 덤빈다든지…… 그렇게 된다면요? 뜯어먹는 건 고사하고 가까이 가지도 못한 채 넋을 잃고 쳐다보지 않겠습니까?”

“자네…….”

“그렇게 만들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진영의 자신 있는 말투에 김정대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

TF팀의 신규 팀원을 고르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미 어떤 사람을 데리고 올지 정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들을 데리고 올 때 반발심을 잠재우기 위해 최석영과 이성우를 먼저 데리고 오며 그들의 마음을 야들야들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한진영이 지목했을 때 그들은 고민하는 것도 없이 바로 한진영이 내민 손을 잡았다.

한진영이 각 팀에서 두 명씩 차출하여 총 팀원 숫자를 15명으로 맞추었다.

한진영이 지난 시절 이미 경험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한 팀장님. 준비가 다 됐습니다.”

새롭게 합류한 인원과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할 자리가 마련되었다.

한진영은 조수아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향했다.

한진영은 회의실로 향하며 FICC 사업부를 살폈다.

‘이제는 좁아 보여.’

처음 왔을 때와 다른 느낌의 FICC 사업부였다.

시흥지점에 비해 넓은 분위기와 많은 사람으로 인해 크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제는 이조차도 작게만 느껴졌다.

한진영은 자기를 향하는 여러 사람의 시선을 느끼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한진영이 회의실의 가장 상석에 자리하자 TF팀의 모든 팀원이 한진영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그들 대부분은 한진영보다 나이가 많았으며 회사 입사 시기도 한진영보다 빨랐다.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자기보다 어린 후배가 상석에 앉는 것을 시샘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TF팀은 달랐다.

한진영이 자리에 앉자 그들이 보이는 반응은 욕망에 가까웠다.

돈을 벌고 싶은 사람, 조금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싶은 사람, 직급이 오르고 싶은 사람 등등 그들은 모두 한가지씩의 욕망을 가슴에 품은 채 한진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한진영이 이루고 있었기에 한진영을 따른다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서로를 처음 보는 사람도 있을 테고 함께 하기는 했지만 어색했던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진영이 먼저 입을 열자 자리에 있던 이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하지만 여기 함께 모여있는 이상 목표는 모두 같을 겁니다. 성공. 돈에 관한 성공이든 업무에 관한 성공이든 어떤 식으로든 성공을 하기 위해 모인 겁니다.”

한진영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들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한진영이 그대로 하고 있었다.

한진영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하는 팀원들을 둘러본 후 말했다.

“저와 함께하면 그 성공을 여러분의 품에 안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믿고 따라오십시오. 그 길은 결코 어렵거나 험하지 않을 겁니다. 저부터 그런 길을 가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까요. 우리 모두 쭉 뻗은 비단길을 달려가도록 합시다. 울퉁불퉁 포장도 되지 않은 길은 다른 사람들보고 달리라고 하고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팀원들 모두 즐거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짧지만 강렬하게 직접 보여준 한진영의 모습 속에서 사람들은 한진영의 말에 믿음을 얻고 있었다.

“자 그럼 우선 우리 TF팀의 목표부터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성공을 위해 가는 길 위에 놓여 있는 TF팀의 목표를 한진영이 이야기하려 했다.

조금 전까지 웃는 얼굴로 즐거워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게 변해갔다.

“우리 TF팀은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FICC 사업부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눈은 의아함으로 물들어갔다.

FICC 사업부 산하의 팀이 어째서 FICC 사업부의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인지 사람들은 알 수가 없었다.

한진영은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인지 얇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FICC 틀 안에서는 제약이 생깁니다. 저는 이 틀을 깨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팀원으로 모은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끝나지 않고 각 분야에 두각을 보이는 사람들을 계속 더 모을 겁니다. 리서치와 리스크관리, 자금과 인사 등등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분야의 사람들을 모두 TF팀에 포함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하는 일 또한 Front, Middle, Back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땅을 사는 일까지도 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TF팀의 목표는 많은 돈. 그 어디보다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목표가 될 겁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진영의 말에 동그랗게 눈만 끔뻑일 분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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