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A Day In the Life
“팀장님?”
내가 포크를 든 채 멍하니 있자, 테이블 반대편에 앉은 스몰필드 씨가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보았다.
“안 드시고 뭐 하세요?”
“아, 잠깐 생각 좀 하느라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스몰필드 씨.”
이름을 부르자 한사코 접시에 박혀 있던 시선을 건져 이쪽으로 눈을 치켜뜨는 스몰필드 씨.
“오늘은 스몰필드 씨한테 드릴 게 있어요.”
“네?”
“선물이라고 해야 하나. 뭐 일단 그런 건데요.”
그즈음 웨이터가 맡겨 둔 내 가방을 들고 왔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걸 건네받아, 가방 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정성껏 포장지로 감싸진 선물 상자다.
“에, 팀장님, 그거……?”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내일이 그녀의 생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아주 힘을 바짝 줘서 꾸미고 나왔다는 것을.
누구누구 씨라는 딱딱한 호칭보다도, 이제는 슬슬 이름으로 불러주는 편을 더 기뻐할 거라는 것을.
내가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꺼낼 때마다, 그녀가 언제나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을.
나는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른척해 왔다. 왜냐하면 나라는 인간은 그녀에게 다가설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때에도 그랬다. 그냥 주면 될 것을. 정규직 전환 어쩌고 하면서 핑계를 댔다. 평소처럼. 얼간이처럼.
후회하고 있지 않냐 하면 거짓말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과거의 자신이란 당연한 거처럼 빌어먹게 골치 아픈 녀석이지 않나.
만약 이랬더라면 어땠을까.
지금에 와서야 상상해 본다.
“스몰필드 씨. 아니.”
이를테면 무진장 딱딱한 호칭 대신에,
제대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이다.
“리타.”
이를테면 선물 상자에 들어 있던 물건이,
손목시계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반지인 것이다.
“줄곧 하고 싶었던 말이 하나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로맨틱한 순간에.
뜸을 들이거나 망설이거나 하는 일 없이.
실수로라도 그 기대를 저버리는 일 없이.
심장에까지 닿을 수 있도록, 말하는 것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에게.
나의 가장 진실된 한마디를.
진작 이랬더라면 좋았을 텐데.
대체 왜 이제야 알아차린 걸까.
“미안해요. 말하는 게 늦어서.”
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니, 사실은 엄청 늦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곁에 있어 주실래요?”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참고로 그녀는 참지 못했다.
“네.”
나는 욕심쟁이라서.
원하는 게 좀 많다.
그러니까―
“정말로. 기뻐요.”
이 사람과 같이.
걸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어때? 신이 된 기분은?”
꿈결 같은 공간에, 그녀가 나타났다.
검은 머리에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 그녀는 무의식 속의 악마이자, 죽은 이가인의 영혼이었다.
“과거를 입맛대로 주물러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힘이라니, 정말이지 분수에 안 맞는 권능 아니야?”
“그러게. 무슨 게임에 있는 치트 모드 같네.”
“축하해. 유클리드 진이 존재째로 세상에서 배제되었으니, 그 싸움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은 모두 되살아나겠지. 뭐어, 엄밀히 말하자면 ‘살아났다’라는 표현 자체가 틀렸지만 말이야. 그야 원래부터 살아 있었던 이들이 계속해서 살아 있게 됐을 뿐이잖아.”
나는 그녀에게 물음표를 던졌다.
“메리도 살아날까?”
“저기, 내 말을 뭘로 들은 거야? ‘살아났다’란 표현은 틀린 거라니까 그러네.”
“대답해. 메리는 죽지 않게 되는 거 맞지?”
“글쎄. 네가 또 무슨 실수를 하지만 않는다면.”
“가능하다면 몇 명 더 살리고 싶은데.”
“흐음,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살린 다음에 네 편으로 두면 좋은 전력이 될 테니까. 누굴 살릴 건데? 토마? 자그말렉 피터스? 도그아이드 킴?”
“그래. 그리고…….”
나는 말했다.
“너도.”
문득.
여유롭던 그녀의 표정이 잠시 흐트러졌다.
“욕심쟁이구나. 너는.”
물론 나도 안다. 그래서 핑계는 대지 않으련다.
이내 그녀는 나를 못 말리겠다는 양 싱긋 웃었다.
“리타 스몰필드가 너를 위해 희생하는 미래는 사라졌어. 말인즉슨 그녀가 심장을 바침으로써 네가 힘을 얻는 미래가 사라졌단 얘기지.”
“현재로 돌아가면, 내 힘은 없어져 버리겠군.”
“맞아. 과거를 바꿀 기회는 이제 없어. 한 번 바꾸고 나면 이제 두 번 다시는 수정하지 못해.”
그녀가 말했다.
“그래도 할 거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굳이 대답을 들려줄 필요조차 없었다. 그녀 또한 그 사실을 알았기에, 구태여 되묻지 않았다.
“너의 소중한 사람들을 네가 영원히 지켜줄 수는 없을 거야. 인연이라는 저주를 스스로 건 셈이지.”
“알아.”
“너희가 살아가는 세계는 지옥이나 다름없어. 이런 식으로 위협을 한차례 건너뛰어도, 반드시 또 다른 위협이 찾아올 거야. 그땐 어떻게 하려고?”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
“네가 과거를 자기 멋대로 바꾼 탓에, 가뜩이나 엉망인 미래가 더욱더 엉망이 되어 버릴지도 몰라.”
“괜찮아. 버그가 있으면 고치면 돼. 자고로 게임이란 원래 난이도가 높아야 재밌는 법이고 말이지.”
“이건 게임이 아니야.”
“그렇지. 그러니까…….”
나는 말했다.
“현실에서 보자고. 동생.”
나를 지켜봐도 좋다.
나도 너를 지켜볼 테니.
두근―.
심장이 속삭인다.
이제 끝낼 시간이다.
….
….
아니.
다시, 시작할 시간이다.
스윽―.
나는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상상했다.
앞으로의 시간을.
이제부터의 세상을.
한참 뒤 눈을 떴을 때.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월요일 아침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창문 너머로 햇살이 들어오는 아침. 부스스 눈이 떠지는 평범한 아침.
그리고―
“아들.”
콧속을 간질이는 라벤더 향기와,
그녀의 목소리가 전해지는― 아침.
“잘 잤어?”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참고로 이번엔 참지 못했다.
“네.”
아아, 바로 이런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던가.
“좋은 아침. 메리.”
***
이스트포레스트 2구역.
<세계수 신전> 조화의 방.
“정기총회에 앞서, 알림 사항이 있습니다.”
<나인서클>의 수장. 제3원 귄터 사지타리우스가 근엄한 목소리로 엄중한 회의의 출발을 끊었다.
크리스털 원탁을 둘러싼 이들, <나인서클>은 정부가 공인한 당대 최강의 대마법사 그룹. ‘최강’이란 칭호는 허투루 주어지지 않아, 큰 힘에서 비롯된 큰 책임을 지녀 마땅한 시에라시티의 수호자들이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3개월 전의 불행한 이슈로 인해 제4원 콘스탄틴과 제7원 바르베이라 테르마옌이 사망. 그들은 불법적인 쿠데타를 일으킨 혐의로, 마정선언문에서도 공식적으로 제명 처리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한동안 공석이 되었던 제4원과 제7원의 자리에, 오늘 새롭게 부임한 두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 한 명씩 소개하도록 하지요.”
귄터 사지타리우스는 시선을 돌렸다. 그가 시선을 돌린 곳에 다른 이들의 시선 또한 함께 따라갔다.
“제4원. 프레야 앤더슨.”
“별칭 비너스. 혹은 ‘조화의 마도사’. 계통을 불문한 혼효 마법의 대가, 마스터 트릭스터. 3개월 전 도시 침공 사태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주범 중 한 명인 ‘기계해골’ 콘스탄틴을 제압한 바 있으며, 이러한 공적과 더불어 제2원 미르각시와 제6원 제퍼슨 브리즈의 추천, 정부 위원회 측의 적합도 심사와 신임 투표 과정을 거쳐 제4원의 자리에 임명되었습니다.”
전원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잔뜩 허세 짙은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도 도대체 자기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쭈글쭈글한 기색의 비너스가 있었다.
“다음은…….”
이후.
귄터 사지타리우스가 다시 시선을 움직였다.
“제7원. 카이트.”
“별호는 ‘암귀’. 자색 마력을 쓰는 흑마법사. 프레야 앤더슨과 함께 3개월 전의 사태를 진압하여 위기에 빠진 시민들을 구조함으로써 과거 무차별 연쇄살인을 일으켰던 범죄자란 오명을 씻어냈습니다. 마찬가지로 미르각시와 제퍼슨 브리즈의 강력한 추천을 받았으며, 또한 제5원 알리시아 벨카폴리아에게서도 추천이 있었습니다. 그는 <나인서클> 일원 3인 이상의 정식 추천을 받았기에, 규정에 의거 심사 절차를 생략. 제7원의 자리에자동 임명되었습니다.”
귄터 사지타리우스는 확신하고 있었다. 언젠가 <메이슨 타워>에서 발현된 탈脫지구 규모의 마력 반응, 행성을 박살 냈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그 무시무시한 마법을 쓴 장본인이 바로 이 남자라는 사실을.
‘이것 참. 또 엄청난 괴물이 나타났군.’
강력한 존재는 언제나 태풍을 몰고 온다.
땅이 거세게 흔들렸다 잠잠해진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마어마한 지진이 찾아올 것을 암시했다.
‘뭘 저지를지 모르니, 은퇴는 미뤄야겠구먼.’
뭐, 어쩔 수도 없는 일이다.
이 또한 자연의 섭리이니까.
‘지켜보겠네. 젊은 친구.’
귄터 사지타리우스는 인자하게 웃어 보였다.
괴물의 등장. 300년이 넘도록 이 자리를 지켜 오면서, 언제나 바로 이때가 가장 설레는 순간이었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
“이사 간다니까 괜히 섭섭하네요.”
아침.
이삿짐을 챙겨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트럭을 바라보며, 모텔 관리인 아가씨 페니 베인스가 말했다.
“이사 간다 해봤자 바로 옆 골목인걸요.”
“그 육교 건너 쓰레기장 앞에 있는 파란 맨션 맞죠? 거기 엄청 오래된 건물인데 괜찮겠어요?”
“뭐, 어디든 간에 여기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우리 모텔 욕하는 거예요, 지금?”
“떠날 사람인데 뭔 소린들 못 하겠습니까. 할머니한테 이를 테면 일러 보십쇼. 어차피 이젠 남입니다.”
“허, 이 아저씨 좀 보게. 이제야 본성을 드러내는군요? 역시 내 첫인상은 틀리지 않았다니까…….”
페니와 나는 키득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이런 일상도 나쁘지 않았다. 뭐랄까, 동생이 한 명 더 생긴 느낌이라 그런 부분이 좋았던 것 같다.
“슬슬 회사에 가야겠네요.”
“엑. 이삿날인데 출근을 해요?”
“연차를 다 썼거든요. 회사원의 비애죠.”
“주말에 이사했으면 될 것을 사서 고생하시네. 뭐어, 아저씨는 원래부터 고생하는 스타일이지만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며칠 전에 비너스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나인서클>에 들어가서 정부 지원금을 억 단위로 받을 수 있게 됐는데, 왜 자기는 아직도 중소기업 말단 인턴으로 지내야 하냐고 말이다.
“니가 없으면 사무실이 심심하거든.”
“그게 뭔 말 같지도 않은 이유임?!”
“월급 올려줄게. 몇 년만 좀 참아. 엘프한테 10년 이하는 긴 시간도 아니잖아. 그쵸, 비너스 할머니?”
“아니, 이제 돈은 필요 없거든요! 됐으니까 근무 시간이나 좀 줄여 줘요! 노동청에 신고 넣기 전에!”
“이봐. 누구 덕에 <나인서클> 들어가서 떵떵거리며 살게 됐는지 잊었냐?”
“윽…….”
“신고할 거면 해봐. 경력 위조 및 쿠데타 혐의로 <나인서클> 전원이랑 맞짱 뜰 자신 있으면 말이지.”
“으으, 설마 처, 처음부터 이럴 속셈이었던 거냐고, 이, 이이, 개쓰레기 같은 인간이…….”
“어허, 엘프 친구. 인간이 쓰레기 같다니. 너 그렇게 종족차별적인 발언을 하면 어떡하니.”
우리는 미래를 부럽게 바라본다.
과거의 시선에서 본 미래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꿈을 꾸면 보이는 완벽한 세상이 바로 그곳이기에. 누구나 저 너머의 멋진 곳으로 가고 싶어 한다.
허나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항상 과거를 보고 있기도 하다. 수천 년 전의 역사부터 방금 전의 찰나까지. 지나간 시간의 풍경은 무한하게 존재한다. 그러니 우리는 이미 무한한 미래에 있는 셈이지 않을까.
말하자면 우리의 지금 이 순간은,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인 것이다.
아련한 후회와 추억에 가득 찬 세계도.
돌이킬 틈 없이 바삐 살아가는 세계도.
언젠가 찾아올 꿈결 속 환상의 세계도.
아무것도 안 한다면 멈춰 있을 뿐이다.
무언가를 해내야만 비로소 세상은 움직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출근을 한다.
지하철을 타고. 거리를 지나. 회사로 간다.
“좋은 아침입니다.”
이런 일상이 좋으니까.
이렇게 일상을 이어간다.
“자, 오늘은 신입 사원이 한 명 있습니다.”
“오예! 노예 한 마리 추가! 할 일 줄었다아!”
“아니. 네가 가르쳐야 하니까 일이 늘은 거지.”
“저, 저도, 드디어 막내 탈출, 이네요…….”
“뭐, 체스터도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저어, 혹시 신입은 계약직으로 뽑으셨어요?”
“예, 일단은요. 하는 거 봐서 나중에 리타처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든가 해야죠.”
「또 낙하산으로 뽑으신 거 아닙니까.」
“미안, 타이퍼. 내가 사장님 닮아서 그래.”
“이봐, 유진 군. 자네의 인사 방식이 부정한 것에 괜히 날 엮지 말게나. 바지사장으로서 불쾌하다네.”
“죄송합니다. 근데 바지인 건 인정하시는 거군요.”
나는 처음에 하던 말을 계속 이었다.
“아무튼, 새로 온 저희 ‘가족’을 소개할게요.”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중의적인 의미가 다분했다.
“들어와. 가인아.”
이윽고 문이 스르륵 열리며,
그녀가 사무실 안에 들어왔다.
단정하게 빗은 검은 머리와,
보라색 눈동자를 지닌, 소녀가.
“이가인입니다.”
꾸벅―.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
오후 10시 21분.
노스네스트 1구역.
“그쪽 상황은?”
「여단급 규모로 둘. 아시아인들이 바닷물처럼 몰려왔어.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신제천>뿐만 아니라 <유성회>까지 끼어든 것 같아. 보스 쪽은 어때?」
“신세력이 1구역 시가지를 완전히 장악했어. <밤비스 뉴타입>이었나. 처음 듣는 놈들인데 말이지.”
「으. 밤비타운 출신 애들은 생리적으로 싫은데. 하는 짓거리들이 추잡해서 상종하기 싫은 부류야.」
“어쩌겠어. 일이니까 해야지.”
건물 옥상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며 무전을 나눴다. 잊을 만하면 여름밤답지 않은 찬 바람이 불어왔다.
「여기는 토마. 들리시나요, 유진 씨?」
“무슨 일?”
「죄송해요. 아리엘이 먼저 뛰쳐나갔어요. 기다리기 심심하다면서, 레오노프랑 피터스까지 데리고요.」
“괜찮아. 그 녀석이 그럴 것까지 감안해서 타임테이블 짠 거니까. 너도 같이 나가서 싸워도 돼.”
「알겠습니다. 죽지 마세요.」
“누가 할 소릴. 꼬맹이 주제에.”
어쨌거나 뜸들임은 대충 여기까지.
슬슬 들어갈 타이밍이 온 것 같다.
“비너스. 준비해.”
“후후후후후. 감히 <나인서클>이 두 명이나 재적해 있는 우리 <헬터 스켈터>에게 덤벼들다니, 겁도 없는 허접탱들이로군요. 맡겨만 주세요. 지금부터 이 위대하신 국. 가. 공. 인. 최강 대마도사, ‘조화의 마도사’ 비너스 님께서, 전부 다 모조리 짜글짜글 짜글이로 만들어 버릴 테니잇!”
“깝치지 말고 뒤로 물러나 있어. 쟤들 AAA급만 100명이라 니 혼자 가면 바로 썰리니까.”
“넹…….”
“타이퍼가 신호를 줄 거야. 전멸시킬 것도 없이 미르각시가 도착할 때까지만 버티면 우리 승리다.”
이젠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전쟁.
까딱했다간 도시가 멸망해 버릴지도 모른다.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했지만, 내일 출근할 것까지 생각하면, 되도록 빨리 끝내는 편이 이로울 터.
지금 당장이 미치게 위험한 마당에, 내일 생각까지 해 버린다면 그야 피곤해지는 게 당연지사다.
“자아.”
뭐, 야근이란 건 원래.
항상 피곤한 법이니까.
“후딱 끝내자고.”
-<흑마법사는 야근을 한다>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