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The Murder Mystery (3)
나는 무전기를 고쳐 쥐었다.
“시체라고……?”
방금 전에 목격한 폴란드인의 죽음.
여기에 또 하나 시체가 늘었다는 소식은 분명 우리에게 있어 달가운 전개는 아니었다.
「포, 폴란드인이 죽엇슴다……」
더욱이.
죽은 것이 우리 쪽 사람이라 한다면.
“뭐……?”
「아, 아까 갈림길에서 도망치는 사람 그림자 같은 걸 발견해서, 둘씩 나뉘어갖고 그놈을 쫓아갓슴니다. 오마르는 그, 오크 형님이랑 같이 갓는데, 도망친 놈은 금방 업서져서 못 잡앗슴니다. 근데, 다시 여기 돌아와 보니까, 갑자기 시체가…….」
무전기 너머의 상대는 우물쭈물 말을 더듬어 가면서 간신히 자기네 쪽의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2팀의 폴란드인 듀오는 양쪽 다 이미 죽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 절벽에서 다른 폴란드인이 살해당했어.”
「예, 예에……?!」
“누군가 캠프 외부에 숨어 있었어. 조심해. 그쪽 팀에 생존자는 이제 너랑 잭 린든뿐이야.”
오마르의 숨소리가 한껏 거칠어졌다. 무전기를 든 손이 벌벌 떨리는 게 여기까지 느껴졌다.
“잭 린든은? 옆에 있나?”
「아, 아뇨. 업슴니다…….」
듣자 하니 우리 오크 친구는 수수께끼의 괴한을 보고 혈안이 돼서는 홀로 추격을 계속했다고 한다.
아마 도망친 놈이 님로드 스톤을 훔친 범인이라 생각해서였겠지. 정황상 그건 뭐 정답일 테고.
어쨌거나―
상황은 좋지 못했다.
리더를 포함하여 벌써 팀원 3명이 사망.
누군지도 모를 살인마가 1명 이상. 더구나 이곳은 안 그래도 위험천만한 시온 한복판이지 않은가.
더 이상 사상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최우선은 안전 확보. 일단 뭉쳐야 할 터.
“위치 좌표 불러줘. 바로 합류할게.”
「아, 알겟슴다…….」
2팀 위치까지 이동하려면 최소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짧지 않은 시간인 만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조금이라도 더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하여튼 그런 시급한 와중에,
“어이. 가면잽이.”
대뜸 도그아이드 킴이 말을 걸었다.
“이거 혹시 나만 그런가?”
“……?”
“뭔가 느낌이 좀 쎄―헌디 말여.”
그는 의아해하는 나를 보며 비웃는 것처럼 킥킥거렸다.
“눈치 못 챘냐? 그 오바마인가 하는 놈. 대사를 무슨 며칠은 연습한 것처럼 술술 읊어 대더만.”
“…….”
“폴란드인이 뒤졌다는 말에도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었어. 놈은 그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게야.”
잠자코 듣던 내가 입을 열었다.
“오마르가 살인범과 한패일지도 모른단 얘긴가?”
심증뿐인 가정에 불과했지만, 설득력이 있었다.
파티에 내통자가 있다고 한다면,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의 전말을 이해하기가 훨씬 용이해진다.
아무도 모르게 팀원을 한 명씩 살해한 것도, 님로드 스톤을 훔친 것도, 우리 파티의 내부 사정과 동선 계획을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까다로운 일.
소거법을 적용시켜 보자.
폴란드인 듀오는 살해당했고. 잭 린든과 나는 원래부터 동료. 도그아이드 킴은 이런 데서 괜히 누구 따까리 노릇을 할 만한 위인이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벅스와 오마르.
“니도 내랑 같은 생각을 하는 갑네.”
도그아이드 킴은 특유의 이랬다저랬다 하는 짬뽕 사투리 말투를 선보이면서 피식 웃었다.
나는 가만히 벅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김씨 또한 새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노려봤다.
“뭐, 뭐야? 왜 그러는데?”
“벅스. 너랑 오마르는 원래부터 캠프에 상주하고 있었던 상근 인원이지.”
“그, 근데?”
“우리가 받은 공식 작전 지침서에는 베이스캠프에 상근 인원이 다섯 명 있을 거라고 했지만, 막상 여기 와 보니까 기존 멤버는 세 명밖에 없더군.”
“그, 그게 뭐 어쨌다고 그래? 두 명은 작전 중에 사망했을 뿐이야. 시온에선 흔히 있는 일이라고.”
나는 눈총을 쏘았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뭐……?”
“우리가 왔을 때 Z3구역 일대는 이미 정화 작업이 거의 대부분 끝난 상태였어. 봐봐, 여긴 지옥못 코앞인데도 괴수라곤 코빼기도 안 보이잖아.”
베이스캠프 주변 10km 이내는 모두 안전지대.
어제 공략한 메인 플랜트 역시나 악명 높은 시온 퀘스트답지 않게 매우 쉬운 난이도를 자랑했다.
“너희가 기관 쪽에다 상근 인원 5명의 생존 사실을 보고한 건 우리가 오기 바로 직전이야. 이런 시시껄렁한 놀이터에서 고작 하룻밤 만에 베테랑 용병이 둘씩이나 죽었을 것 같진 않은데 말이지.”
“…….”
“그 둘은, 정말로 죽은 게 맞나?”
거기에 곧장 한마디를 덧붙였다.
“멀쩡히 잘 살아 있는 거 아니야?”
***
그 순간.
벅스는 말문이 막혔다.
‘젠장!’
도그아이드 킴과 유진의 시선이 나란히 날카롭게 피부에 박혔다. 하필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은 파티에서 가장 강한 실력자들이었다.
‘젠장, 젠장, 젠장!’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대체 뭐가 잘못된 거냐고!’
분명 계획대로 잘 되어 가고 있었거늘.
느닷없이 핀치에 몰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후, 침착하자. 내가 공범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어. 저 녀석들은 그냥 의심만 하고 있을 뿐이야.’
벅스는 숨을 고르고 속으로 생각을 이어갔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모면해야만 했다. 우선 의구심의 대상을 다른 쪽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작작 해. 니들 논리대로라면 리더도 내통자라는 건데, 펩은 살해당했잖아. 그건 어떻게 설명하려고?”
“…….”
“애초에 지금 살인은 저쪽에서 났는데 날 의심하고 앉아 있는 게 존나 병신 같은 거 알아? 내가 아니라 오마르만 의심하든가, 아니면 그 오크를 의심하든가 하는 게 맞지. 알리바이 없는 놈들이 범인에 제일 가까운 거 아니냐고. 어? 내 말이 틀려?”
그녀는 어렵사리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너무 큰소리를 뻥뻥 친다면 도리어 역효과가 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정답이었다.
실제로 그 뻔뻔함이 꽤나 먹히고 있었다.
벅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
유진은 묵묵히 생각했다.
수상한 정황과 태도는 둘째치고서라도 그녀가 하는 말 자체는 어느 정도 논리정연하다.
팀원들을 살해한 범인은 캠프 외부의 제삼자.
상근 인원의 생존을 숨기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기에, 벅스나 오마르가 내통자라면 리더인 펩 또한 내통자일 가능성이 높다.
기관 직속 베이스캠프 관리자인 펩이 사망했으니, 기관 측에서는 조사단을 파견할 것이다.
당연히 님로드 스톤을 빼돌리는 일은 불가능해질 거고, 사망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이번 연쇄 살인 사건의 진상이 전부 들통나 버릴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펩을 죽일 이유는 없다.
“그래. 이제 대충 알겠군.”
유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내가 얘기한 대로 상근 멤버들이 전원 한패라고 하면 이치에는 맞겠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에 있어 커다란 모순이 생겨. 범인들의 목적이 뭐든지 간에 리더를 죽일 이유는 전혀 없으니까.”
그들이 리더를 죽일 필요는 없다.
아니, 오히려 리더가 없으면 곤란해진다.
범인들의 목적은 아마도 님로드 스톤.
향후 그 물건의 환전과 분배를 합리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리더인 펩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펩은 죽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도,
의문이 떠오른다.
“정말로 죽은 게 맞나?”
***
최근에 유행하는 부업이 있다.
시온 퀘스트의 보수는 기본적으로 작업이 모두 끝난 후에 지급된다. 그리고 퀘스트에 참가한 이가 돈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바로 ‘생존’이다.
기관은 작업 중 사망한 용병에게는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 계약서에도 명시된 사항으로, 보험사기와 같은 명목의 고의 자살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시온에서 죽은 이들의 노잣돈은 그 대신에 동료들의 쌈짓돈으로 나눠진다. 이는 용병들의 작업 의욕을 돋우기 위한 일종의 노동 장려 옵션이었다.
도시 정화 프로젝트 초창기에는 이런 독특한 보수 분배 시스템이 제법 효율적으로 돌아갔다.
툭하면 사람이 죽어 나가는 곳이었기에, 처음엔 단지 위험에 따른 생명 수당 정도로만 간주됐다.
허나 시간이 흐르고, 시온을 들락날락거리는 이들이 슬슬 지옥불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을 무렵.
어느 누군가가,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 시온에서 동료가 죽으면.’
‘죽은 동료 몫의 보수를 받는다.’
‘다시 말해.’
‘동료를 죽인다면.’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다―.’
동료 살해.
그것은 최근 들어 시온 퀘스트 베테랑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유행하고 있는 질 나쁜 부업이었다.
작업 도중에 은근슬쩍 동료를 죽인 다음,
다 같이 입을 꾹 닫고 있으면 돈을 받는다.
시온 퀘스트의 보수는 명당 최소 10만 달러.
이를 다섯이서 나눈다면 각자 2만 달러씩을 공으로 얻게 되는 셈이다. 상당히 쏠쏠하지 않나.
이 부업은 주로 기관 직속의 캠프 관리자가 중심이 되어 진행됐다. 그래야지만 살해 공작 후에 거짓 보고를 올려 진상을 덮고 무마시키기 편했다.
Z3구역 캠프에서도 부업이 행해지고 있었다.
작전 리더 펩을 중심으로 상근 용병 인원 네 사람을 함께 묶어 다섯이서 한 팀이었다.
신규 인원이 들어올 때마다,
한두 명씩을 몰래몰래 죽였다.
괴수들과 싸울 동안 뒤통수를 저격하거나,
수통에 약을 타서 컨디션을 악화시킨다거나,
작업 경로에 미리 파둔 함정에 빠뜨린다거나,
매번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죽여 왔다.
그러면서도 정화 작업을 게을리하지는 않았기에, 지원 보낸 용병들이 빈번히 죽는다고 해서 딱히 제재가 들어오진 않았다. 기관은 성과만능주의였다.
부업에 있어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다.
모든 공작은 신중하고 냉철했으며, 저마다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들은 훌륭한 팀이었다.
캠프의 상근 멤버는 3개월을 주기로 교체된다.
이제 곧 Z3구역의 팀은 해산될 터였다. 그들은 아쉬운 맘을 달래며 마지막 부업을 계획했다.
신규 지원이 오기 전, 리더는 상근 인원 중 2명이 사망했다고 기관 측에 거짓으로 보고를 올렸다.
그 결과, 평소에 많아야 3명 정도였던 지원의 숫자가 이번에 5명으로 확 늘어나게 되었다.
금번의 계획은 메인 플랜트 공략을 완료한 뒤에 신규 지원 멤버들을 전원 죽여 버리는 것이었다.
성과급까지 포함하면 명당 최대 50만 달러. 한 사람당 10만 달러씩 떨어지는 보너스 파티였다.
“가면 쓴 분부터. 이름이 뭐죠?”
“유클리드.”
과연,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의 신참이었다.
요즘 들어 시온 퀘스트가 쉬워졌다는 소문에 이곳을 물로 보고 찾아오는 애송이들이 많아졌다.
“혼자 따로 움직여도 될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미친놈이구나 싶었다.
뭐, 그들로서는 참 고마운 일이었다. 어차피 죽일 심산이었는데 저가 그리 알아서 죽어준다면야.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것은,
정화 작업에 들어간 이후였다.
「여기는 유클리드.」
「플랜트를 파괴했다.」
시발 뭐야.
이 미친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