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Space Oddity (4)
우주에 가보고 싶었다.
어쩌다 그런 몽상가스러운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 지금에 와서 구체적인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옛날에 누나와 함께 극장에서 보았던 우주 비행사가 주인공인 영화가 무척 재미있어서였을까.
문득 올려다본 밤하늘에 떠 있던 수많은 반짝이 별들이 동경될 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이었을까.
떠오르는 것은 시시한 추억뿐이다.
시시한지 어떤지도 솔직히 잘 모른다.
그저 우주에 가보고 싶었다.
말고 달리 하고픈 일은 없었다.
아무것도 몰랐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인생이었다.
***
녀석의 그 말을 듣자,
왜인지 나는 불안해졌다.
“방법이 있다고……?”
불안감을 안은 채로 되물었다.
토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까 얘기한 작전 있잖아요.”
녀석이 말한 작전이 무엇인지는 뻔했다.
자신의 초능력으로 ‘자그말렉 피터스’와 ‘지구’의 존재를 서로 지워지게 만들어, 놈을 우주 공간으로 날려 버리려 했던, 바로 그 말도 안 되는 계획.
“그게, 정말로 가능한 거야……?”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론상으로는요. 다만 어째서인지, 지금 이 ‘벌레’는 제 능력의 대상으로 인식이 되지 않고 있어요. 마치 능력을 밀어내는 듯한, 아니, 능력 그 자체가 먹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자기 팔에 엉겨 붙어 허우적거리는 <부름>의 벌레를 보며, 토마는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벌레’와 ‘그 이외의 모든 것’을 지우려고 계속 시도하고 있는데, 역시 안 되는 것 같네요. 벌레를 독립 대상으로 설정하는 건 불가능해 보여요.”
“그럼…….”
“하지만 아직 방법은 있습니다. 지금 제가 이걸 붙잡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제가 이렇게 밀착한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능력을 사용함으로써 강한 억제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죠. 바꿔 말하자면, 능력의 대상에 저 자신을 포함시키는 것을 통해, 그 억제력을 기반으로 강제 구사가 가능해질 거예요.”
알쏭달쏭하고 복잡다기한 설명.
허나 나는 금세 진의를 이해했다.
“너, 설마…….”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처음부터 쭉 그랬다.
불안감은 나쁜 의미로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제가 희생하면 돼요.”
우롱 받은 기분이다.
이 건방진 꼬맹이 녀석은 지금, 한낱 꼬맹이인 주제에 너무나도 무모한 짓거리를 벌이려 하고 있다.
“개소리하지 마.”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그딴 짓을 할 필요는 없어.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그래, 일단 그 벌레부터 이리 다시 내놔. 내가 어떻게든 그걸 컨트롤할 수만 있다면…….”
부아가 치밀었다. 이제 겨우 10년 좀 넘게 살았을 뿐인 미성년 애송이에게 ‘희생’이란 단어를 들먹이게 한 책임은 세상 등신 같은 어른인 나한테 있었다.
그런 나를 언감히 나무라듯이,
토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간이 없어요. 보세요, 이 녀석은 지금도 자기 주인을 찾아 날뛰고 있잖아요. 유진 씨한테 넘긴다면 분명 다시 폭주를 시작하겠죠. 이대로 저희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린다면 그땐 너무 늦을 겁니다.”
“…….”
“제가 해야 해요.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뻔뻔스럽기 짝이 없었다. 진심으로 때려눕혀서라도 저놈의 정신머리를 당장에 고쳐 놓고 싶었다.
허나, 긴 싸움의 여파와 폭주하는 흑마법을 제어하느라 한계치 이상으로 탈진해 버린 몸은, 녀석을 때려눕히긴커녕 똑바로 가누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사실은 지금도 의식을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한 내 상태를 진즉에 눈치챈 듯, 토마는 일면 여유로워 보일 정도로 차분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리엘을 잘 챙겨 주세요. 그 애한테는 이제 유진 씨 말고는 기댈 사람이 없을 거예요.”
“…….”
“블랙 대거즈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유진 씨가 정하시면 될 것 같아요.”
“…….”
“끝까지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나는 땅바닥에 고개를 반쯤 처박은 채로 있었다.
그저 그렇게 가만히, 어린아이의 유언을 듣고 있을 뿐인 내 꼴은 한심하고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안녕히 계세요. 유진 씨.”
그게 내가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이윽고 간신히 고개를 쳐들었을 때.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그 어디에도, 토마는 없었다.
***
“별 진짜 이쁘다. 그치?”
그때.
누나가 말했었다.
“와, 이렇게 잘 보일 줄은 몰랐는데.”
“정말 무슨 컴퓨터 그래픽인 것 같아.”
“밤 산책 나오길 잘했네. 좀 춥긴 하지만.”
자신과 같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과 같은 감상평을 늘여 놓았다.
“이런 걸 보고 있으니까, 왠지…….”
누나는 활짝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우주에 가보고 싶지 않아?”
땅에서 바라보는 우주가 이렇게 아름답다면, 우주에서 보는 우주는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
전에 봤던 영화에서도 그랬잖아. 분명 영화처럼, 우주에서는 별들도 더욱더 선명하게 반짝일 거야.
누나는 그렇게 말했었지만…….
‘아무것도 안 보이네.’
우주에 떨어진 첫 감상은 그거였다.
완전히 깜깜하다. 저 멀리서 하얗게 솟구쳐 들어오는 태양 빛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영화랑은 다르구나.
누나 말이랑도 다르고.
‘하긴, 누나는 바보였었지.’
맞아.
누나는 바보였다.
너무 바보라서 죽을 때까지도 바보였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 속에서 동생을 구하겠답시고 그 조그맣고 여린 등으로 돌덩이들을 짊어지려 했던 바보였다.
바보 누나의 희생이 소년을 잠시 살렸다.
허나 죽음은 다시 또 코앞까지 와 있었다.
누이의 주검과 돌무더기 틈 사이로,
피를 흘리며 죽어가던 토마는 보았다.
검은 구체들을 몰고 다니며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는 존재. 얼굴 없는 자를.
그는 사람들을 죽이고 또 죽였다. 그자야말로 건물이 무너지는 소동을 일으킨 범인임이 분명했다.
특수한 가면을 쓴 것일까? 검게 칠해진 그의 얼굴 부분만은 어째서인지 제대로 식별할 수 없었다.
그가 서 있는 자리가 검붉은 피로 얼룩졌다.
그는 살아 있는 사람을 몽땅 죽이고서, 이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죽일 대상을 더 찾고 있는 것처럼.
숨을 죽이고 있던 소년은 곧,
얼굴 없는 자와 눈이 마주쳤다.
……침묵.
……피투성이의 정적.
그자는 토마가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소년은 죽음을 직감했다. 왜냐하면 지금 다가오고 있는 저것은 그야말로 죽음 그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토마는 죽지 않았다.
소년과 누이를 위에서부터 깔아뭉개 짓누르고 있던 돌덩이들이 순식간에 모두 사라졌다.
얼굴 없는 자는 그대로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났다. 한마디의 말도,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토마를 살려주었다.
죽을 뻔한 생명을 구해주었다.
―왜?
소년은 묻고 싶었다.
단지 순수하게 궁금했다. 희대의 살인마라 불리는 존재가, 어째서 자신을 죽이지 않고 살려준 것인지.
유일한 가족이었던 누나가 죽은 뒤.
토마는 홀로 보호 시설에 맡겨졌다.
초능력을 각성한 것은 3년 후.
국가 지정 에스퍼로서 ESP 연구소에 실험체로 보내졌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곳에서 탈출했다.
블랙 대거즈에 들어간 것도 그즈음이었다.
얼굴 없는 자, 암귀와 관련된 단체. 들리는 이야기로는 그가 블랙 대거즈의 초대 보스였다고도 한다.
토마가 블랙 대거즈에 입단할 적에 암귀는 이미 실종 상태였다. 허나 당시로서는 그 테러리스트 단체가 암귀와의 유일한 연결고리란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게,
소년은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활동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
초능력의 활용성과 통솔력 등을 인정받아, 나중에는 조직의 우두머리로 추대받기에 이르렀다.
블랙 대거즈의 보스가 되었을 때.
토마의 나이는 고작 열일곱이었다.
소년은 결코 훌륭한 테러리스트가 아니었다.
그간 숱한 테러에 가담하고 지휘를 해 오면서도, 이게 과연 옳은 일인지에 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누나가 죽은 것은 뒷세계의 마법사들이 벌인 전쟁 탓이었다. 하지만 딱히 마법사들을 증오하거나, 복수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 따위를 가진 적은 없었다.
소년은 그저 암귀를 다시 만나고 싶었을 뿐이다.
만나서 물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왜 그때 자신을 살려주었던 것인지. 그 대답을 듣고 싶었을 뿐.
‘결국, 만나지 못했어.’
토마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소년의 궁금증은 해결되는 일 없이, 영원히 우주를 맴돌게 되었다.
….
….
그런데.
왜일까. 후련한 기분이다.
‘맞아.’
이제는 알 것만 같았다.
정말로 원했던 게 무엇인지.
‘나도.’
누나처럼.
그때의 그 사람처럼.
‘누군가를 구하고 싶었어.’
맑은 날에 불어오는 산들바람 같은 기분.
아마도 그들 역시, 이런 기분이었던 걸까.
물어볼 필요는 없었던 거였네.
그래도 한 번쯤은, 다시 만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뭐, 괜찮아.’
후회는 없었다. 슬픔도 없었다.
많은 것들이 조금은 그립겠지만.
‘소원은 전부 이뤘으니까.’
혼자인 것만도 아니었다.
지금부터 시작될 여정에 따스한 태양 빛과 약간의 공기, 그리고 꿈틀거리는 벌레 친구가 함께 있으니.
‘그러니까.’
여행을 떠날 뿐이다.
조금 멀리. 오랫동안.
‘가자.’
무한한 우주의 저 너머로 향하며,
토마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
조용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한 소년이 있던 자리였다.
“…….”
주먹으로 땅을 내려친다거나.
울분을 쏟으며 오열을 한다거나.
감정을 토해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모두 부질없게 느껴졌다. 싸움은 끝났고, 남아 있는 건 극심한 스트레스와 죽을 듯한 피로뿐.
“후.”
나는 긴 숨을 뱉었다.
집으로 갈 시간이었다.
지친 몸을 천천히 가까스로 일으켜 세웠다.
하수로 벽면 쪽의 부서진 잔해들 사이에서 1층으로 이어진 사다리를 발견해 그걸 타고 올라갔다.
늦은 밤, 시설 바깥은 적막의 세계였다.
밤새 요란스러운 소동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버려진 구역에는 아무도 발길을 들이지 않았다.
입구 쪽에 바이크 한 대가 놓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걸 타고 여기까지 왔었지.
부릉―.
시동을 걸고서 바이크에 탔다.
고요한 밤거리를 느지막하게 달렸다.
가는 길 중간에 기름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걸어가야만 했다. 바이크는 대충 길가에 버려두었다.
터벅터벅 발을 끌며 모텔 앞에 도착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번쩍이는 사이렌 불빛들.
프런트 입구 앞의 관리인 아가씨 페니와, 2층 복도에 서 있는 구경꾼들 사이의 스몰필드 씨가 보였다. 두 사람 다 나를 발견하고는 표정이 굳어 버렸다.
“유진 연.”
그리고 그때.
익숙한 낯짝의 형사와 경찰들이 나를 에워쌌다.
“공금 횡령 및 불법 무기 밀수,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