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대제-18화 (18/225)

18화 5. 야수의 정체 (5)

“무어라?”

가면 너머로 섬뜩한 빛이 번득였다.

주변의 시종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대황후의 분노를 산다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페르트는 시종들과는 다른 세계에 있었다.

“저 야수가 수많은 제국의 공민을 해쳤다는 건 대공비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무엄하구나.”

대공비가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안투안 쿠르스트가 루페르트에게 주의를 줬다.

“말을 삼가시오. 감히 어느 분의 면전이라고.”

루페르트는 입을 다물었다.

침묵 속에서 대공비의 싸늘한 음성이 다시금 들려왔다.

“나는 너를 황위 계승권자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

사실이다.

“나는 또한 너를 여기서 죽여 이 야수의 먹이로 던져 줄 수도 있다.”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너는 물론이고 너의 가족, 친구는 물론 고향마저 단 한 번 손짓하는 것만으로 멸할 수 있다.”

그 또한 사실이다.

대황후는 차가운 눈동자로 가면 너머에 자리 잡은 청년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여간한 인간들은 그녀가 말하는 사실에 벌벌 떤다. 설령 벌벌 떨지 않더라도 최소한 두려움을 필사적으로 참아내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이 청년은 뭔가 특이하다.

두려워하는 기색이 일절 없다.

오히려 마치 자신을 꾸짖는 것 같은 눈빛으로 이쪽을 노려보는 게 아닌가?

“한스 징펠만 엽사.”

루페르트가 나지막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한스 징펠만이 고개를 번쩍 쳐들고 루페르트를 응시했다.

“어떻습니까? 권세를 지닌 야수를 감상한 소감은?”

한스 징펠만은 처음에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루페르트의 뜻을 퍼뜩 깨닫고 가벼운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실로 무시무시하군요.”

그 말을 옆에서 듣던 안투안 쿠르스트는 즉시 불호령을 내렸다.

“말을 삼가시오! 정녕 여기서 죽고 싶은 게요?”

“내가 여기서 죽는다면 제국의 운이 그거밖에 안 된다는 것이겠지.”

안감 너머의 소라고둥을 매만지며 루페르트가 말했다.

대황후 안젤리나는 그런 루페르트의 행동을 가면 너머로 주시하고 있었다.

‘저 아이.’

미동도 없는 겉모습과 달리 그녀의 내면에선 심상치 않은 풍파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루페르트 가우저란 사내의 설명하기 어려운 의연한 태도다.

오랫동안 권력의 핵심에 있으면서 안젤리나는 무모한 사람과 용기 있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안목을 충분히 길렀다.

그런데 그녀의 경험에 의하면 저 루페르트 가우저란 사내가 보여 주고 있는 당돌함은 무모함에 의한 것도 용기에 의한 것도 아니다.

용기와 만용,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것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바로 확신 말이다.

그 믿음의 근거가 무엇인지 대황후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루페르트 가우저와 비슷한 여유를 간직한 사내를 잘 알고 있다.

‘닮았어. 우리의 황제 폐하와.’

몇 번이고 찾아온 제국 존망의 위기 앞에서 철혈대제라 불리게 될 사내는 언제나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바로 지금 눈앞의 루페르트 가우저란 청년처럼.

하지만 확답은 이르다.

대황후가 말했다.

“지금 테타우에 사람을 보내라. 특히 궁내부에 일러 당장 저 당돌한 자의 모든 작위와 지위를 파면하고 제국 검사와 이단 심문관에게 일러 저자가 지은 모든 죄와 이단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명하라.”

그렇게 말하면서 대황후는 루페르트 쪽을 슬며시 응시했다.

루페르트 가우저의 태도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단지 한 줄기 실망만이 미약한 한숨의 형태로 뿜어져 나오는 것만이 전부였다.

‘안젤리나 대황후. 저 철혈대제의 천상의 배필이라고 불릴 정도의 여인의 수준이 결국 이것밖에 되지 않았던 것인가?’

처음엔 그 기백과 명성에 압도되었지만, 그녀가 보여 준 행동은 명백하게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루페르트는 상의 주머니에 있던 소라고둥을 꺼내 좀 더 손이 닿기 편한 바지 주머니에 옮겨 넣으면서 한스 징펠만 쪽을 응시했다.

“미안하게 됐군요.”

“아닙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에게 고초를 겪게 할 일은 없을 것이니.”

짧은 대화를 끝낸 루페르트 가우저는 대황후를 노려보았다.

곧 루페르트가 입을 열었다.

“대황후께서는 이 제국의 수명이 몇 년 정도 남았다고 보십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대황후가 코웃음을 쳤다.

“철혈대제께서는 제국이 천 년 제국을 넘어, 만 년의 제국으로 나아갈 기틀을 닦아 놓으셨다.”

“과연 그럴까요?”

루페르트가 빈정거리는 어조로 말했다.

대황후의 시종들이 그 행동에 격분했다.

대황후는 손을 저어 시종들의 소요를 가라앉히고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루페르트에게 물었다.

“나름의 생각이라도 있다는 게냐?”

루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루페르트의 눈동자에 불길이 떠올랐다.

그것은 황궁을 불태우는 미래의 불길이다.

제국을 태우는 멸망의 불길 말이다.

“지금 여기만 해도 제국의 망조가 보이지 않습니까?”

루페르트는 흰 천으로 얼굴을 가린 야수를 노려보았다.

“만약 철혈대제가 살아 계셨다면 저 괴물은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지팡이를 쥔 대황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아이.’

공격하는 법을 알고 있다.

대황후를 떠받치는 명성의 근저에 철혈대제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철혈대제를 들춰내 자신의 치부라 할 수 있는 야수와 묶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건 보통 재주가 아니다.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참으며 대황후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폐하였다면 저 괴물을 용서하지 않으셨겠지.”

그 말을 들은 야수가 몸을 부르르 떨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대황후는 즉시 불호령을 내렸다.

“내 앞에서 짐승의 소리를 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대황후의 불호령에 야수는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 야수를 침묵시킨 대황후는 루페르트를 돌아보며 서릿발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하지만 너 또한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매서운 북풍과 같은 기운이 대황후에게서 루페르트에게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익숙해지고 있다. 북풍 속에서 루페르트 가우저라는 사내의 그릇 또한 더욱 크게 무르익은 것이다.

대황후가 이어 말했다.

“이야기는 끝났다. 루페르트라고 했나?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줘서 고맙군. 철혈대제의 옛 방식에 따라 지금 바로 너희들을 처단하려 한다. 여봐라! 당장 저 침입자들을 처형해라.”

안투안 쿠르스트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엽사들의 총구가 일제히 루페르트 일행을 향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대황후는 가면 너머의 루페르트의 얼굴을 주시했다.

여전히 그의 얼굴엔 두려움도 공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할 말 있다는 듯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말해라.”

대황후가 발언을 허가하자 루페르트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루페르트는 손가락으로 한스 징펠만을 가리켰다.

“절 죽이고 살리는 건 아무래도 좋지만, 저 친구는 단순한 저의 피고용인에 지나지 않습니다. 선처해 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대황후는 코웃음을 쳤다.

“넌 죽음이 두렵지도 않으냐?”

대황후의 물음에 루페르트는 미소 지을 뿐이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스 징펠만은 루페르트에게 신비로운 감정을 느꼈다.

‘대체 저 어린 나이에 무슨 경험을 했기에 나조차도 위축되는 상황에서 저렇게까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거지?’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는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이다.

루페르트 가우저란 사내는.

그 순간, 루페르트의 주머니 안에서는 작은 기적이 찾아오고 있었다.

백색의 카드 위에 한 사내의 확연한 초상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 초상화 아래엔 아래와 같은 문구가 마술처럼 떠올랐다.

[ 고독한 총사, 사냥꾼, 그리고 미식가. 한스 징펠만 ]

한편 대황후의 눈에도 이채가 떠올랐다.

‘역시 이 녀석은 닮았어.’

대황후는 미소를 감추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물려받은 이름을 말해 보거라.”

그 물음에 루페르트는 흔들림 없는 어조로 답했다.

“카를 루페르트 주 가우저. 헤르베르트 가우저의 아들이자, 위버하임 영지의 남작 대우를 맡고 있습니다.”

“가우저라…….”

대황후의 켜켜이 쌓인 추억 속에 묻혀 있던 한 인물의 얼굴이 생명을 되찾으며 그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조상의 나무에 비슷한 이름이 있었지.’

비두킨트의 이름을 버리고 가문을 등진 자가 있었다.

지그프리드 가우저.

루페르트의 조부 되는 자다.

비두킨트 가문의 누구도 그 사내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철혈대제만은 그 사내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철혈대제가 말했다.

뛰어난 동생에게 제위를 물려주기 위해 스스로 가문을 등지고 떠난 형님이 없었다면 철혈대제도 현재의 제국도 없었을 것이라고.

대황후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철혈대제의 영웅적인 사투와 결전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산 증인이다.

생각지도 못한 복잡적인 우연과 운명의 실이 엮이는 걸 보며 대황후는 코웃음을 쳤다.

‘골트문트 놈. 용케도 아주버님의 핏줄을 찾아냈군.’

흥미로운 일이다.

가문의 잃어버린 핏줄이 조용히 영락하고 있던 비두킨트 가문에 혜성처럼 등장할 줄이야.

‘어쩌면 이것 또한 황제께서 내게 말씀하신 시간의 나선일지도 모르지.’

그녀가 상념에 잠긴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갔다. 안투안 쿠르스트는 사격 준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황후 전하. 준비는 끝났습니다.”

대황후가 처형을 중지하라고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루페르트 가우저는 주머니 안에 있던 소라고둥을 마침내 꺼내 들었다.

확신의 원천이자 근거. 그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티팩트다.

그런데 갑작스런 상황이 일어났다.

갑자기 천을 뒤집어쓴 야수가 광분하는 게 아닌가.

그 야수는 갑자기 쇠사슬을 힘으로 끊고 만류하는 사람을 괴력으로 밀쳐내고는 루페르트를 향해 뛰어들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이교도의 언어를 외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 야수의 발톱이 루페르트를 향해 파멸적으로 날아왔다.

루페르트는 즉시 몸을 틀며 야수의 일격을 피해 냈지만, 워낙에 갑작스런 상황에 그만 소라고둥을 놓쳐 버렸다.

‘이런 빌어먹을!’

루페르트의 눈동자에 마침내 공포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리프니에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그의 좁아진 의식 속에 메아리쳤다.

[ 한 번 죽으면 끝이에요. 루페르트 가우저. ]

끝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기다리는 상황.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안투안 쿠르스트. 당장 저 야수를 처치해라.”

대황후의 목소리다.

안투안 쿠르스트는 깜짝 놀란 얼굴로 대황후를 돌아보며 그만 되물었다.

“……네?! 도련님을요?”

“말귀 제대로 못 알아듣나? 우리 가계의 황위 계승자 후보를 해치려는 저 흉측한 야수를 쏘아 죽이란 말이다!”

대황후가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명했다.

그녀의 명은 절대적이다.

야수가 그 말을 뒤늦게 깨닫고 뒤돌아보는 순간, 안투안 쿠르스트의 구령이 울려 퍼졌고 뒤이어 여러 개의 탄환이 일제히 날아가 야수의 몸에 박혔다.

야수는 구슬픈 비명을 내질렀고 이윽고 쓰러졌다.

야수의 거대한 대가리는 루페르트의 발밑 아래에 처박혔다.

그 틈을 타 루페르트는 바닥에 떨어진 소라고둥을 회수해 손아귀에 쥐었다.

“크르르르!”

야수가 피투성이 손을 루페르트를 향해 뻗었다.

야수는 또렷한 이교도의 언어를 루페르트에게 말했다.

“네이 야둔…… 오로메 말릭……!”

루페르트를 향해 뻗친 손을 파르르 떨다 이내 축 늘어졌다.

야수는 또다시 죽은 것이다.

이전과는 다른 전혀 다른 형태로.

“루페르트 가우저.”

대황후 안젤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페르트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의관을 바르게 하고 대황후를 바라보았다.

“황제가 될 사람이라고 말했다지?”

미묘하지만 목소리가 변했다.

루페르트는 아직 대황후의 속을 읽어 내지는 못했지만, 분위기의 변화를 어느 정도 직감했다.

“어디 한번 지켜보겠다. 너의 미래를.”

쿵!

대황후의 손에 들린 보석 박힌 지팡이가 지면을 강하게 후려쳤다.

“위버하임 남작을 저택 안으로 모시고 지위에 걸맞은 합당한 대접을 하거라.”

겨울의 폭풍처럼 등장한 대황후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폭풍처럼 무대에서 퇴장했다.

안투안 쿠르스트가 다가왔다.

전생의 역사 속에서 메헨부르그의 야수를 사냥한 사내는 축하를 담아 루페르트에게 이렇게 말했다.

“메헨부르그의 야수를 처치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일단은 저택 안에 드셔서 사냥의 피로와 상처를 씻으시지요. 자세한 이야기는 그다음에 하겠습니다.”

그것으로 메헨부르그의 야수를 둘러싼 상황은 종료됐다.

루페르트를 겨누던 총구들은 원위치로 돌아갔고 이제 루페르트와 한스 징펠만은 안전한 생환은 물론 비두킨트 가문에서 대접하는 갖은 호사마저 누리게 됐다.

이어진 연회에서 한스 징펠만은 전과 마찬가지로 우유를 홀짝이며 루페르트에게 물었다.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망상입니다만, 혹시 남작님께서는 이렇게 될 걸 알고 계신 건 아닙니까?”

거뭇한 수염에 우스꽝스러운 우유 자국이 남은 걸 보며 루페르트는 싱겁게 웃으며 말했다.

“저라고 해서 이렇게까지 일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당초에 목적했던 건 다른 것이었으니까요.”

“호오. 그 당초의 목적이란 것에 대해 호기심이 이는군요. 아시다시피 사냥꾼의 호기심이란 쉽사리 가라앉는 게 아니니, 언질이라도 주셨으면 하는군요.”

한스 징펠만의 농담 섞인 협박에 루페르트는 맥주가 가득 담긴 맥주잔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허심탄회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을 위해 반년이라는 시간을 사용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한스 징펠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로서는 알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지도 모른다.

루페르트는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신비로운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그 카드엔 한스 징펠만이라는 사내의 초상이 확실히 그려져 있었다.

두 번째 회귀에서 루페르트는 뜻한 바를 달성했다.

카드의 군단.

첫 번째 영혼 동맹으로 한스 징펠만을 손에 넣은 것이다.

또 다른, 어찌 보면 카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수확도 있었다.

“루페르트 가우저라.”

대황후 안젤리나.

칩거한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제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존재가 루페르트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 당돌한 녀석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대황후는 벽면에 걸린 거대한 초상을 바라봤다.

철혈대제라 불린 클라우데 2세의 초상.

그러나 그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엔 시커먼 어둠이 차지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검은색을 보며 대황후는 진한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과연 그 녀석은 저주받아 멸망할 운명의 제국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줄 것인가? 아니면 제국과 함께 멸망해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

그녀는 가장 현명한 사람이지만 그러나, 미래를 보는 능력은 없다.

단지 기다릴 뿐이다. 야속한 시간의 흐름을.

그 흐름 끝에 나타날 변화를.

“쿨럭! 쿨럭!”

그러나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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