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색화약의 용병대장-499화 (466/556)

47-34. 폴름스 전투, 셋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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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아··· 생각보다 전황이··· 예상과는 다르네요오···.”

“그렇습니다, 첼레스티나 참모!”

첼레스티나 델 캄포브레소와 티테니아 드 몽파르지에. 생뢰르반 파견대 지휘부 소속의 두 여성 장교들은 기병대를 이끌고 슈뵈켄 외곽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지빌링엔 반연대의 울리히 헨텔 연대장 대리가 병력을 전개해 공격을 시작했던 나지막한 언덕과 동일한 장소였다.

첼레스티나는 자신이 모시는 주장, 티테니아의 얼굴을 마주본다.

열정과 충심으로 반짝거리는 예쁜 눈, 거기 비례해 책임감과 부담으로 바짝 굳어버린 어깨.

그녀의 의지나 기량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나, 아직 독립 부대의 지휘 경험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오! 아군이 이기고 있지 않습니까? 먼저 간 지빌링엔 병사들이 훌륭하게 싸워주고 있나보군요!”

이 급조된 지휘부에는 또 한 명의 객원 참모가 있었다. 뤼브르 드 루블랭, 국왕의 명령으로 사령부에서 파견온 연락 장교였다.

소속이 다른 아군 부대들이 뒤섞였을 때, 지휘체계 정돈을 위해 콘도티에레가 동행하도록 신경을 써 주었던 것이다.

다른 두 사람 보다는, 국왕 직속 총사령부 소속인 뤼브르 경의 권위가 다른 부대를 통솔하기 좋을 것이었다.

다만 우익군의 지휘관이자 왕실군 원수인 프레니히 드 루블랭 백작의 친아들이라고는 하나, 객원 장교인 그에게 지휘력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맞습니다. 가슴이 벅찬 광경입니다! 첼레스티나 참모, 우리도 적의 배후를 공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티테니아 역시 뤼브르의 말에 기운차게 대답하며 빠른 공격을 제안한다.

하지만 첼레스티나는 조금 고민한다.

속으로야 티테니아의 경험 부족을 걱정했지만, 자신 역시도 독립된 기병대의 지휘, 혹은 보좌를 맡는 것은 처음이다.

물론 그녀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콘도티에레의 지시를 받아 별동대 임무를 받은 적이 있었다.

다만 거의 항상 보병 중심의 임무였으며, 콘도티에레의 본대에서 이렇게나 멀리, 또 오래 벗어나 있어야 하는 임무는 처음이었다.

그 이유는 물론··· 그녀가 다소, 아주 약간, 타인에 비해서 길을 찾아가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도 있고 말이다.

아무튼 그래도 다른 두 사람에 비해서 전장 경험, 그리고 콘도티에레의 명령을 받아 그 의중에 맞게 부대를 운용하는 경험만은 누구보다 탁월했다고 자부하는 첼레스티나이다.

실제로도 세 사람이 같은 광경을 보고 있음에도, 첼레스티나에게는 조금 다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실제로 눈 앞의 광경, 슈뵈켄 마을을 둘러싼 공방전은 지빌링엔 연대의 참전으로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슈뵈켄 마을 아군의 상황 위급, 교전을 시작하겠다’

부대를 이끌고 급히 이 곳으로 달려오는 동안, 지빌링엔 반연대가 보내 남쪽을 향해 달리고 있던 전령으로부터 받은 전언이었다.

최악의 경우 지빌링엔 반연대 역시 혼전에 휘말려 흔적도 찾지 못하는 상황도 가정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멀리서 슈뵈켄 마을 남쪽 진지에 의지해 싸우고 있는 지빌링엔 병사들은 그룬발트 기사들에게 ‘반포위’ 당한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이는 보병이 기병을 상대로 싸울 때 발생하기 쉬운 포지션이었으며, 전혀 불리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당한 수의 적 전력을 빨아들이고도 완강히 버티는 든든한 모습이었으며, 그 덕인지 전장의 다른 부분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는 전체 전장의 지극히 일부 국면일 뿐이었다.

그래도 적의 수가 압도적이며 전술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은 바뀌지 않은 사실이었다.

아마도 현재 슈뵈켄 외곽의 건물과 방어 진지는 아비규환의 상황일 것이며, 뺏고 뺏기는 대혼전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슈뵈켄을 안전하게 탈환하다고 한들, 조금 떨어진 평원에 가득한 적의 대군은 어찌 해결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그 너머, 몇 만이나 되는 양측 중앙군의 싸움은?

첼레스티나는 고개를 돌려 행군대형으로 집결을 완료한 휘하 기병들을 살핀다.

콘도티에레가 ‘아군을 설득하려면 숫자도 중요하지’ 라고 말하며 굳이 1천 기라는 숫자를 맞춰준 기병대는 당초보다 숫자가 조금 늘어나 있었다.

다만 불안한 것은 그 구성이었다.

주장인 티테니아 휘하의 드 몽파르지에 공작가 기병대.

카렐 드 상포리앙 휘하의 드 레뮤즈 백작가 기병대 일부.

트랑카벨 영지군 제32 정찰 반연대 소속의 용기병 2개 중대.

마지막으로 추가된, 프리스마라 기마 용병단에서 차출된 병력.

각 소속 부대가 200에서 300명 정도로 어중간한 규모였기에, 특정 부대를 중심으로 세우기도 어려웠고 개성이 강해 다루기도 까다로운 부대가 되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고민하며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티테니아 경, 작전을 제안드리고 싶어요.”

“첼레스티나 경!”

첼레스티나가 말을 꺼내자, 티테니아가 정색을 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답한다.

“물론 제가 주장이고, 귀경이 부장이라는 것은 콘도티에레께서 정하신 일입니다. 허나 누가 봐도 지금은 제가 귀경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상황입니다.”

“네에, 하지만 지휘체계란 것이···.”

“어떤 의견이라도 무조건 승인합니다! 첼레스티나 경, 작전을 지휘해 주시지요!”

요식행위에 낭비할 시간도 기운도 없다, 결연한 티테니아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옆에서 힘차게,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뤼브르 역시 같은 생각인 모양이고.

살짝 한숨을 내쉰 첼레스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천운이었다. 이렇게나 협조적인 대귀족 가문의 영애를 모시게 된 것은.

“우선, 같은 소속인 지빌링엔 반연대와 합류하지 않으면 이야기도 시작할 수 없겠네요. 그들을 포위한 그룬발트 기병대를 격퇴할게요.”

“물론입니다!”

“다만, 적의 주력은 중기병으로 보이니, 각별히 주의해야 해요. 공격은 2개 제파로 이루어지며, 전열에 드 몽파르지에와 드 레뮤즈 기병대를 배치하며 두 분께 지휘를 부탁드릴게요.”

“맡겨주세요, 첼레스티나 참모.”

“나머지는 제가 담당할게요. 준비가 되는대로, 티테니아 경은 공격을 개시해 주세요.”

첼레스티나가 스스로 후위 부대를 담당하겠다고 한 것은 당연하지만 전열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경기병 중심인데다 수적으로 불리한 아군이 중기병 중심에 수적으로도 우세한 적군을 공격하는 일이다.

선두에서 용감하게 돌격하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배후에서 이를 지원하고 전장을 조율하는 역할도 중요했다.

하물며 경기병이라고는 해도 대귀족 가신단의 일원인 드 몽파르지에나 드 레뮤즈 기병대와 다르다.

프리스마라 기병대는 문화나 싸움 방식도 완전히 다른 타국의 용병들이며, 트랑카벨의 용기병들은 아예 백병전에는 적합하지 않은 다른 병종이다.

이걸 전통적인 귀족 영지군 중심의 교육을 받았을 두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여러모로 무책임한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콘도티에레는 대체 이 개성무쌍한 병력들로 이루어진 대군을 매번 어떻게 다루었던 것일까··· 새삼 감탄하게 되는 첼레스티나였다.

공격 위치를 정하고 있었더니, 저 앞에서 전진 나팔 소리가 들린다. 전열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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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은 시끄러운 존재이다. 특히나 돌격 중인 기병은.

원래 말도 시끄럽고, 무장한 인간도 시끄러운데 두 시끄러운 존재를 합쳐 놓았으니 얼마나 시끄럽겠나.

거기다가 이 시끄러운 존재들을 무리를 지어 놓으니 그 시끄러움은 말로 표현할 수도 없었다.

말발굽 소리에 장비 부딪치는 소리만 해도 귀가 아플 정도였기에, 지휘관이 목이 아프게 고함을 지른다고 해도 전달 범위는 제한적이다.

그래서 부대 전체에 명령을 전파하는 나팔수의 중요성이 대단히 높았으며, 부대원 전체가 명령을 복창하는 전통도 생긴 것이겠지만.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한 번 돌격을 시작한 기병대를 멈추는 것을 어려우리라.

물론 티테니아 드 몽파르지에는 돌격을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그녀가 지휘하는 기병대의 도착은 그룬발트 군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지빌링엔 반연대를 계속 공격하는 대신, ‘병력 전체’를 빼서는 새로 도착한 기병대를 공격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래서 아군이 전투 대형을 갖추고 공격을 시작했을 때는, 슈뵈켄에서 조금 떨어진 개활지에 좌우로 전개한 그룬발트 기병대와 마주해야 했다.

“돌격!”

“돌겨어어어억!”

“우와아아아아!”

양군이 함성을 지르며 가까워온다.

적은 온 몸을 육중한 강철 갑주로 감싼 중기병, 그에 비해서 이쪽은 대부분이 가벼운 투구와 흉갑 정도로 가볍게 무장한 경기병이다.

지휘관인 티테니아 자신도 가문의 상징이 새겨진 흉갑을 착용하고는 있었으나, 철제 투구 대신 질긴 가죽으로 된 깃털 장식 모자를 쓰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반드시 불리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았다.

우선 자신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늘 전장에 첫 투입되는 것이다.

그에 비해 상대는 오늘 반나절 내내 전투를 계속해 왔을 것이다.

이는 기병이나 군마의 체력 문제도 있겠으나, 의외로 활용할 수 있는 무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단 확실히 기병창을 든 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카르카냑에서 콘도티에레에게 받았던 교육에서는, 트랑카벨 기병대는 숙련도와 표준화 문제로 창기병을 포기했지만 여전히 창기병은 위력적인 병종이라 했었다.

아마도 적은 몇 차례 백병전을 거치면서 창이 파손되거나 전장에 버리고 왔을 것이다.

그에 비해서 티테니아 휘하의 기병대 선두는 상당수가 길고 무거운 기병창, 혹은 그보다는 짧아도 단창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또한, 갑작스럽게 등장한 상대에 대응하기 위해 전열을 새로 짜야 했을 적은 화기를 장전할 시간도 부족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티테니아와 첼레스티나는 정면 충돌이 불리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기서 적을 단기간에 제압하지 못하면 가뜩이나 불리한 상황에서 병력을 짜내 1천 기나 되는 지원군을 만들어 준 콘도티에레에게 면목이 없었다.

가용 병력을 여기저기 다 배치하고 남은 최소한의 병력만으로 아룬하비크를 지키고 있을 콘도티에레가 조금 걱정되기도 한···.

아니, 걱정하려고 하자 ‘감히 누가 누굴’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시작한다.

트랑카벨의 에트 경, 콘도티에레는 반드시 이길 것이고, 그 콘도티에레가 시킨 일이니, 자신도 반드시 이길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묘하게 마음이 안정되었다.

“드 몽파르지에를 위하여!”

“드 몽파르지에를 위하여어!”

“와아아아아!”

수직으로 서 있던 선두 부대의 창이 일제히 정면을 향한다. 양측의 충돌이 머지 않았다.

심장이 몇 번 뛰는 사이, 양측의 말머리가 교차한다.

타앙! 타탕! 탕!

콰지직!

퍼걱, 콰당!

“흐아아압!”

“끄아악!”

“우와아아아!”

양측의 선두가 격돌한다.

예상대로, 여분의 기병창과 장전된 화기를 갖춘 이쪽이 유리하다.

파가각!

“우어억!”

나름 견고하고 곧게 만든 창대가 충격을 이기지 못해 부서지며 사방으로 나무 파편이 튄다.

안타깝게도 피격당한 쪽의 흉갑을 관통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 그룬발트 기사는 허공을 부웅 날아 낙마한다.

명중한 부분이 좋지 않았다. 튼튼한 갑옷이 관통을 막아 주었을지라도, 그 충격까지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기병창 돌격에 성공한 드 몽파르지에의 종사는 자신에게도 가해진 충격에 얼굴을 찌푸리며 부러진 창대를 던져버린다.

그리고 곧바로 검을 뽑아 백병전에 대응한다.

다만 모두가 그처럼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무기가 불리하고 지쳐있다손 치더라도, 육중한 중기병의 위력은 부딪쳤을 때 이쪽이 튕겨나가게 만드는 무식함에서도 온다.

적을 쓰러뜨린 숫자 자체는 이쪽이 더 많았으나, 오히려 전열이 흔들리는 쪽은 이쪽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허나 기병 사이의 싸움은 보병의 싸움과 다르게 철저하게 대열을 지키고 각을 맞추는 식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길지도 않은 첫 충돌의 시간이 지나고 전장에 끈질기게 남아있는 쪽이 이긴다고 했던가.

돌격하는 아군의 두 번 째 대열에 속해있던 티테니아는 선두가 충돌하여 뒤섞이자 자기 차례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 충돌에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그룬발트 기병과 마주한다. 흰색과 주황색의 장식띠를 두른, 아주 화려해 보이는 복장의 기사였다.

그는 자기 상대가 작은 체구의 티테니아라는 것을 깨닫자 화색이 돌아 서둘러 안장에서 전투용 도끼를 꺼냈다.

허나 자신을 겨누고 있는 권총의 총구를 보자 삽시간에 얼굴이 일그러진다.

허나 역시 기사, 좌절하는 대신 그대로 군마에 박차를 가해 거리를 좁혀온다.

이제 시간은 몇 초 밖에 없다.

단 한 번의 기회. 이게 빗나가거나, 고장으로 격발되지 않으면 호위병들이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티테니아를 구하지 못하리라.

차분하게 숨을 들이쉬고 멈춘다.

가늠쇠 위에 장식띠의 주황색과 흰색이 정확하게 만나는 지점을 올린다.

군마의 움직임이 정점이 도달했다 생각한 순간, 단호하게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어깨에 상당한 충격과 함께 매캐한 연기가 후욱 하고 얼굴을 덮친다.

적이 양 손을 허공으로 향하며 벌러덩 뒤로 넘어간다. 목표로 했던 몸통보다는 살짝 위쪽에 명중했지만, 맞춘 것은 맞춘 것이다.

티테니아의 등골을 타고 짜릿한 승리의 쾌감이 질주한다.

곧바로 자기 역할을 다 해 연기가 피어오르는 권총을 안장으로 되돌리고, 다음 권총을 뽑는다. 이제 남은 탄환은 한 발이니 더욱 신중해야 했다.

“티테니아 님, 조심하십시오!”

“그래도 잘하셨습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마음을 졸였는지 그녀의 호위병들이 앞다투어 나서며 한마디씩 한다.

다음 순간, 그녀는 자신의 부대가 마치 쐐기처럼 적의 선두 대열을 크게 분단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이 예상보다 많이 지쳐 있었거나, 혹은 우리가 생각보다 강했거나.

어쩐지 흥분감과 달성감에 웃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간신히 참는다. 아직은 너무 이르다.

타타타탕! 타타탕!

측면에서 총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첼레스티나가 지휘하는 후열도 성공적으로 적의 측면을 따라 달리며 사격으로 지원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드 몽파르지에 전진! 이대로 적을 돌파해버리자!”

“옛, 따르겠습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말을 달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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