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색화약의 용병대장-327화 (327/556)

35-50. 생뢰르반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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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티에레!”

“콘도티에레에에!”

전령들이 아군 후방을 뛰어 다니며 내 입장에서는 다소 민망한 고함을 지르고 있다.

이는 첼레스티나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병력을 투입해 아군을 구원하기 전까지, 구원군이 도착했음을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고 그녀답지 않게 강하게 주장했다.

그 판단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그만큼, 제10 카르카냑 보병 연대와, 그들이 담당했던 방어선의 상황은 처참했던 것이다.

“콘도티에레가 왔다아아아!”

“콘도티에레에에에! 콘도티에레에에!”

내가 개인적으로 껄끄럽다는 점 따위는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지금 최우선 상황은, 저 불구덩이 속에서도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 병사들을 구원하는 것 뿐이니까.

전장에서 사령관은 모든 것을 알아야 하지만,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이율배반적인 존재이다.

당연하지만 인간이 받아들이고 처리 가능한 정보의 양이 극도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시야가 닿는 모든 방향을 서로 죽고 죽이고 있거나, 그럴 예정인 병사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숲처럼 늘어선 장창의 벽과 존재감을 과시하며 휘날리는 양군의 깃발들, 그리고 마치 실체가 있는 덩어리처럼 전장 여기저기를 장악하고 있는 화약연기들.

이 모든 것들이 시각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바로 근처에 있는 부대도 아군인지 아닌지 헷갈릴 지경이다. 괜히 아군에 대한 오인 사격이 자주 일어나는 게 아니다.

긴장과 공포에 질려 제정신이 아닌 병사는 자신을 도와주러 오는 동료를 떨리는 손으로 찌르기도 하는 법이니까.

결국 사령관이 얻는 지식의 상당부분은 전방 지휘관과 정보 참모들이 올리는 보고에서 나온다.

허나 이 보고도 무작정 믿고만 있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시간과 장소가 뒤죽박죽으로 마구 뒤섞인데다, 긴급도나 우선순위도 엉망진창인 수많은 정보들이 빗발치듯 쏟아진다.

몇몇 정보는 전달되는 중에 이미 상황이나 조건이 바뀌어, 의미 없는 것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걸 유능한 부관, 내 경우에는 첼레스티나가 한 번 거르고 정리해서 그나마 내 머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물론 작은 규모의 전장이라면 사령관이 스스로의 눈과 귀로 대부분의 정보를 현장에서 얻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서로 1만이 훌쩍 넘는 대군이 격돌하는 거대한 전투에서 그러는 것은 전술적 자살행위다.

사령부를 서포트하는 거대한 정보 조직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니까.

결국 나는 전장을 살피며 눈으로 받아들인 약간의 정보와, 보고의 홍수 속에서 걸러낸 일부 정보를 이용해 지휘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아이러니하게도, 묵묵히 피해를 감수하고 열심히 싸우는 전장에서는 보고가 그다지 올라오지 않는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실시간으로 숱하게 내 명령에 따라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고,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병력과 장비를 전용한다.

당장 관리하고 있고 신경쓰는 전장 밖에서 별다른 보고가 올라오지 않는다면, 별 문제가 없다고 착각하게 된다.

...내 머리속에서는 말이다.

"예비 병력이 남아있나?"

"네에, 제31 정찰 연대의 로베르 연대장이 3개 중대를 남기고 갔네요. 모두 추격기병 중대로 엘리스토프 중대장이 지휘하고 있어요!"

“...대체 제10 연대는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드 레뮤즈 가문의 호위대 절반을 빌려왔어요!”

“잘했어, 첼레스티나!”

역시 평소에도 유능한 첼레스티나 답게 드 레뮤즈 사령부를 지나며 기초적인 정보는 확보해놓고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받은 보고는, 전투 중 부상을 입은 제10 카르카냑 보병 연대의 기즈 드 콜롬브 연대장이 올린 보고였다.

그는 전선을 비우기 전에 후방의 동료 제31 정찰 연대장 로베르 드 나뵈프에게 지휘권을 이양했다.

노련한 군인다운 침착한 조처였고, 내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도 없었다.

물론 연대장 본인이 중상을 입을 정도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했다.

그래서 드 레뮤즈 사령부의 아인멜츠 참모에게도 지원을 부탁했고, 드 레뮤즈 보병대에서도 일부 예비 병력을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안심하고 있었다. 아니···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야겠다.

“콘도티에레,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저희 제31 연대가 모시겠습니다!”

“엘리스토프 중대장!”

제31 몽세나 정찰 연대의 마지막 예비 병력, 3개 중대의 추격기병들을 지휘하고 있던 엘리스토프가 달려온다. 중

대장 중에서는 젊은 편이지만, 벌써 몇 차례나 성공적으로 독립 부대를 지휘하고 크고 작은 전공을 세운 그의 실적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먼저 전선으로 들어간 로베르 연대장이 걱정됩니다.”

엘리스토프 중대장의 말투는 침착해보이지만, 표정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확실히, 이미 연대장을 포함해서 연대의 절반 이상이 말에서 내려 저 불구덩이에 들어간 상태이다.

이토록 용감한 청년이 싸우고 싶어하는데, 지금은 말릴 이유가 없다.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아군 대열을 돌파해 교두보를 확장하고 있는 적이 보이나?”

“물론입니다, 콘도티에레!”

“분명, 적은 대열을 이루고 세력을 키우려 할 것이다. 그것 자체가 아군의 후방을 압박하는 쐐기가 될 테니까. 이를 막을 수 있겠나?”

“맡겨주십시오!”

“그럼 가시오, 엘리스토프 중대장!”

경례를 마친 엘리스토프가 휘하의 3개 중대를 이끌고 빠르게 전장으로 향한다. 그와 교대하듯 찾아온 것은 드 레뮤즈의 호위대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콘도티에··· 에트 참모장! 드 레뮤즈 호위대 200기, 도착했습니다!”

“귀공은 분명 레도쿠르 가문의···.”

“옛, 라마엘 드 레도쿠르, 세샤르 드 레도쿠르 자작의 장남입니다!”

씩씩하게 대답하는 남자답게 생긴 얼굴의 기사는 확실히 눈에 익었다.

그의 아버지인 세샤르 자작은 강철처럼 단단해 보이는 지휘관으로, 드 레뮤즈의 보병대장으로서 주 전선에서 싸우고 있었다.

아무튼 이 자작 가문의 계승자인 젊은 기사에게 과거에는 길 안내를 받았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어딘가 지치고 소극적으로 보였었는데···.

잠시 못 만나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나저나 200기라니··· 라몽 드 레뮤즈 백작의 개인 호위병의 태반을 보낸 모양이다. 무척 고마운 일이지만, 유용하게 활용하지 않으면 면목이 없겠다.

“라마엘 경의 기병대는 잠시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서, 설마 백작님의 호위대이기 때문에 실전 투입을 꺼리시는 겁니까? 저희는 언제라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젊은 기사 라마엘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 분명 라몽 백작도 병력을 아예 안 보냈으면 모를까, 호위대를 보내면서 활약하기를 기대했을 것도 분명하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중무장한 기사 200기, 특히나 백작 자신의 호위를 맡을 정도로 신뢰하는 정예들이니 훌륭한 전력이 되지 않을리가 없었다.

“라마엘 경의 기병대는 현재 최후의 중무장 예비대입니다.”

나는 흘끗 눈을 돌려 내 개인 호위대와 전령들을 바라보았다. 이들 역시, 급하면 기병대로서 활약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이들은 전문적인 충격 기병으로 활약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런 때, 첼레스티나가 딱 드 레뮤즈의 호위대를 빌려 온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엘리스토프 경의 기병대가 적을 몰아내면, 분명 신호가 올 테니까요.”

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탕!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엘리스토프가 이끄는 제31 정찰 연대 소속의 추격기병들이 적을 덮치고 있었다.

무리해서 뭉쳐있는 적 보병들에게 돌격하는 대신, 소대 단위로 나뉘어 근처를 스치듯 다가서며 권총 사격을 퍼붓는다.

아군 대열을 돌파하고 주변의 아군을 견제하느라 장전된 화기를 전부 써버린 적 보병들은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수 밖에 없었다.

역시 노련한 경기병 지휘관 다웠다.

비슷한 또래의 라마엘은 호승심 넘치는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본다.

분명, 이 전투는 이 좁은 전선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중요한 장면이니,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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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열렸던 하늘이 다시 먹구름으로 뒤덮인 느낌이다.

코루냐 연대장, 마티오 가엘 데 프라가도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과 1분 전, 아니 30초 전 까지만 해도 승리로 향하는 길이 보였었다.

적의 중앙, 드 레뮤즈 백작이 도사리고 있는 후방으로 통하는 가늘지만 확실한 기동로 말이다.

그 통로는 라솔에서 가장 강한 사나이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통로를 지킬 뿐 아니라, 스스로가 적의 후방을 때리는 망치가 되어 나아갈 것이다.

이는 현재 맞서고 있는 적의 붕괴에 쐐기를 박는 전술적으로 중요한 요소임과 동시에, 적 중앙의 후방에 침투할 수 있는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요소였다.

적의 총사령관인 라몽 드 레뮤즈 백작을 사로잡는다면 최고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적 중앙 보병 대열의 후방을 위협하면 그 자체로 큰 이득이다.

사령관이 후퇴해 전방 부대와 연락이 끊기고, 적 주력이 지휘를 잃은데다가 후방을 위협당해 소극적이 되면 결사적으로 밀리고 있던 타라트라바 보병대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이 모든 합리적은 계산은 방금 깨어졌다. 또 한번, 적 후방에서 나타난 적시원군에 의해서 말이다.

“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연대장님?”

“....”

연대 참모의 떨리는 질문에 뭐라 대답하기가 힘들었다.

여기서 아군의 모든 희망을 접고, 모든 공격 시도가 실패했음을 선언해도 되는가?

한 줌도 남지 않은 적의 잔존 병력을 기어코 섬멸하는데 실패했으며, 그 와중에 이스키비르 하류 주둔군의 정예들을 몽땅 소모해버렸다는 것을 인정해도 되는가?

···그렇다.

그래야 한다.

아마도 그게 마티오에게 남은 마지막 역할일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살아남은 병력을 전장에서 빼내기 위한 방패막이 역할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너무도 아쉽다.

분명 적의 후방으로 통하는 돌파구를 만들어 내고, 적의 약점에 비수를 들이대는 것 까지는 성공한 것이 맞다.

···하지만 그 구멍을 틀어막기 위해 적 기병이 완벽한 타이밍에 나타났다. 이제는 그들을 격퇴하더라도 적의 후방을 공격하고 혼란을 일으킬 병력이 없다.

아무리 라솔 최고의 정예 보병들이라지만, 비슷한 수의 기병을 상대로 아무 피해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길 수는 없을 테니까.

생각이 마무리되자, 마티오의 머리속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버텨봤자 얻을 건 없다.

이제는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싸워야 할 때이다. 최소한, 자기 자신은 이를 명확하게 알고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사령관에게 전달해야 한다.

“더 이상의 공세를 포기한다. 여유가 있는 병력을 후방으로 돌린다.”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퇴각하시는 겁니까?”

“먼저 변경백 각하께 보고해야지. 그리고 상황이 되는대로 퇴각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맞다.”

“옛, 사령부로 전령을 보내고 예비대를 마련하겠습니다.”

“고맙네. 분명 우리 코루냐가 최후위를 맡게 되겠지. 힘든 싸움이 되겠지.”

갑자기 퇴각 신호를 날릴 수는 없다.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일 뿐더러, 팽팽한 전선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은 실패했다. 미처 힘이 미치지 못했기에 퀸토 로르카 데 페니베라다 변경백의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제는 판단을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이 전장에서 자신과 코루냐 연대의 역할이 끝나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적 후방에서 전령들이 뭐라 외치고 돌아다녔던 거지?”

“죄송합니다, 저도 정확히 듣지는 못했습니다. 아마도 엘랑키아의 승리를 외치는 뭔가의 구호가 아니겠습니까?”

“흐음··· 그런가···.”

적 후방에서 뭐라 외치던 소리가 신경쓰였다. 사람의 이름일수도 있고, 부대의 이름일수도 있다. 어쩌면 참모의 말대로 개념적인 구호일지도 모르지.

확실한 것은, 그걸 듣자마자 흐물흐물 무너져가던 적 방어선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다.

무슨 의미이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변경백 각하께서 다음 명령을 내리시기 전까지는 이 위치를 사수한다! 밀리면 안 돼!”

“알겠습니다!”

다행히도, 아직 코루냐 연대는 힘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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