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색화약의 용병대장-307화 (307/556)

35-30. 생뢰르반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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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열 아홉명이 당했습니다. 실종자도 있겠지만···.”

“그렇군. 알겠다, 수고했어.”

“예, 중대장님.”

네그라타 연대 소속의 중대장, 알론소 요페로 페레데즈는 보고를 듣고 한숨을 몰아쉬었다.

반격이 시작된 이래로 계속 선봉을 맡고 있었던 그의 중대는 방금 선두를 교대하고 짧은 휴식에 들어간 상태였다.

반격이라는것은 말 그대로, 자신들이 주도권을 가졌다 믿으며 기세가 넘치는 적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네그라타의 반격은 혼자는 아니었다.

조용히 측면에 배치된 포병대의 기습 사격이 물꼬를 텄으며, 이후로도 프리스마라 기병대의 지원을 받았으니까.

아마도 열 아홉의 희생자는 대부분 적에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눈 먼 총알을 맞은 경우가 많았다. 백병전에서 사상자가 많이 생길 정도로 적이 저항해 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실종자 중에 나중에 귀환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부상을 입어 동료들 모르게 낙오하였거나, 얼떨결에 다른 부대에서 싸우다 무사 귀환하는 경우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그런 걸 기대하기도 어렵겠다.

전술적으로 부대가 이룬 전과를 생각하면 오히려 적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중대장 입장에서는 뼈아픈 희생임은 분명했다.

“잠시 휴식하고, 예비 탄약과 물을 배급하고 있게.”

“옛, 이미 하고 있습니다!”

미카토는 잠시 후방의 중대를 떠나 연대장의 지휘부로 향한다.

“기세를 놓치면 안 돼. 여유를 주는 순간 혼란에서 벗어나 버린다!”

“옛!”

“우리도 힘들지만 적은 한계다, 여기서 멈출 순 없어.”

네그라타의 연대장, 미카토 바르두 샌잔디스는 쉴새없이 보고를 받고, 전령을 통해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공세 중인 연대에서, 선봉에 선 알론소 연대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른 중대로 교체 시킬 정도의 판단력이다.

알론소야 어쩌다보니 중대장을 달았지만, 본질적으로 그는 뒷골목에서 돈 받고 남의 싸움 대신 해주던 결투사 출신이다.

소수의 싸움에는 자신 있었지만 다수의 싸움, 그것도 대열을 갖추고 각종 화약 무기까지 대량으로 동원해 뻥뻥 쏴대는 전투는 문외한이었다.

지금이야 어떻게든 배워 익히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중대장 노릇을 하고는 있지만···.

그렇기에 초보 용병 시절부터 함께했던 비슷한 연배의 연대장, 미카토의 모습은 빛나보였다.

“아직 교대는 이르다! 조만간 지원 병력을 보낼 테니 버티라고 해!”

“알겠습니다!”

트랑카벨의 콘도티에레인가 하는 양반이 엄청난 전략가이고, 싸우기만 하면 이기는 불패의 사령관이란 사실은 듣기도 하고 경험해서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먼 사람이어서일까, 얼마나 대단한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에 비해서 미카토 연대장은 원래 알던 사이이고, 자주 이야기를 하는 사이여서인지 그 대단함이 명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는 네그라타의 연대장일 뿐 아니라 알코자르 남작령의 통치자이기도 했다.

정말 산업이 아무것도 없는 알코자르 남작령은 사실상 용병대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아니면 돌아가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알코자르 남작령은 용병단의 모병 사무소이기도 했다. 영지 출신이든, 그렇지 않든 다수가 지원하기 위해 찾아오곤 했으니.

이런 복잡한 관리를 갑자기 용병단을 떠맡은 이후로도 척척 하더니, 이제는 전투 지휘도 이렇게나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만 든다.

“미카토 연대장! 부대에는 재보급과 휴식을 명령했습니다.”

“알론소인가? 수고했네. 조만간 전선에 다시 나가야 할 것 같으니.”

미카토의 얼굴은 상당히 피폐해 보인다.

사실 그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공세의 선봉이면서도, 여전히 전군의 최좌익이다.

아무리 포병과 기병의 지원을 받는다 한들, 측방을 계속 신경쓰면서 공격을 거듭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물며 지금은 더 거대한 적을 상대로 공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네그라타 연대의 규모가 트랑카벨 파견 군 중에서는 가장 크다고 하지만, 타라트라바의 각 연대와 비교하자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적었다.

이를 기세와 포병 및 기병 지원에 힘입어 몰아 붙이는 중이니 적이 정신 차리면 끝장이란 긴장감을 안고 줄타기를 한다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언제라도 불러주십시오.”

“미안하지만, 역시 병력이 부족해. 좀 더 부탁하네.”

“예, 물론입니다.”

지친 표정의 미카토가 흐릿하게 웃는다.

원래 야심이 있는 청년이라는 인식은 있었으나, 운명의 장난은 그 ‘야심’ 이상의 자리와 책임을 미카토에게 한 순간에 몰아 주었고, 그 결과가 이렇다.

알론소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면 무례한 것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안쓰러운 마음도 드는 것이다.

“전령! 전령!”

“무슨 일인가?”

“사령부에서 전령입니다!”

미카토는 자신에게 전달된 두루마리를 펼친다. 처음에 심각한 표정이었다가, 다음에는 놀라움의 표정인가 싶더니, 마지막에는 기쁨으로 활짝 펴진다.

옆에서 지켜보던 알론소로서는, 자신의 남작이자 연대장이 왜 저런 반응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했다.

대체 이런 급박한 전선 상황에, 미카토 연대장을 웃게 할 수 있는 소식이 무엇이란 말인가? 놀라는 거야 그렇다 치고 말이다.

“알론소, 곧바로 전선으로 가 줘야겠네.”

“언제든지 가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소식입니까?”

“직접 보게나. 그리고 2분 내로 부대로 돌아가 준비를 마쳐주시게. 곧 전령을 보내지.”

“알겠습니다!”

얼떨결에 미카토가 넘겨주는 두루마리를 확인한다. 두루마리에는 단 두 줄이 적혀 있었다.

- 네그라타는 그간 공격을 이끄느라 고생많았다

- 이제부터 귀군의 좌익은 슈토르히가 보조한다, 전방 공세만 신경을 쓸 것

아.

연대장이 왜 그렇게 기뻐하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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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부대 위치를 지정하는 작업은 매번 똑같다.

전방 장교들이 기수와 부사관들을 이끌고 먼저 진형의 모양새를 잡는다. 그럼 뒤따라 횡대를 이루고 따라가던 중대 단위 보병 부대가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이건 베테랑 중의 베테랑들이 모인 슈토르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남들보다 훨씬 빠르고, 특별한 명령 없이도 알아서들 눈대중으로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고나 할까.

“헤헤, 루트비히 엄청 기뻐 보였어요. 그렇죠, 콘도티에레?”

“어? 진짜? 평소랑 다를 게 없었는데?”

“엄청 기뻐했잖아요! 가끔 보면 콘도티에레는 선임 중대장들 반응에 무심하신 것 같아요오···.”

이게 또 무슨 소리야. 나는 짐짓 삐진 척을 하는 첼레스티나의 말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방금까지, 좌익에서 수고해준 루트비히와 나는 짧지만 격렬한 토론을 나누었다.

현재 이 좌측방에서 승기는 잡았다! 마지막으로 슈토르히라는 으뜸패를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었다.

방침도 어느정도 정해졌고, 사실 더 좋은 생각이 있어도 계획을 크게 바꿀만한 시간도 없었다.

그래도 루트비히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좀 많았던 모양이다.

지금처럼 측면은 기병과 포병에게 맡기고, 슈토르히는 아예 반대편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적의 ‘축’을 부숴버린다는 의견은 참신했다.

현재 우리는 좌측 끝의 네그라타 연대부터 반격을 시작했기에, 힘도 이쪽에 쏠려 있었다.

적은 이를 막기 위해 필사적이고, 상대적으로 공세가 둔한 반대편에서 병력을 빼오고 있거나, 앞으로 빼올 것이라는 게 루트비히의 의견이었다.

그러니, 그 원점을 때려버리면 적 방어선의 전체적인 약화를 노릴 수 있다는 것.

제법 합리적인 의견이다. 게다가 전술가로서, 적의 흐름을 읽고 이를 원천봉쇄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방식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미안하지만 각하다. 지금와서 부대를 반대로 옮겨가면서 시도할 만한 메리트는 없다고 느꼈으니까.

루트비히는 평소처럼, 내 의견을 듣자 후련한 듯 ‘콘도티에레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라고 하며 슈토르히의 대열로 돌아갔다.

게다가··· 슈토르히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뭔가 좌측방 전선에서 좋은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슈토르히가 나서지 않아도 트랑카벨 파견대가 알아서 밀어 버릴 기세예요, 콘도티에레.”

“첼레스티나도 그렇게 보이지? 그래도 실은 많이 힘든 걸 참고 있을 거야. 그리고··· 걱정되는 부대도 있고.”

“네에, 반대편에 간 제10 연대와 지빌링엔 연대 말씀이시죠? 네에··· 저도 걱정이 되네요.”

첼레스티나는 어떻게 내 생각을 이렇게 잘 알아채는 지 모르겠다.

확실히 여기서 내가 서두르는 이유는, 현재 서부군이 무너진 우측 끝을 지켜내고 있는 두 연대에 대한 걱정이 크다.

말하자면, 그 두 연대는 손해 보는 역할을 맡긴 거니까 어떻게든 빨리 여기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슈토르히 연대, 출격 준비 완료됐습니다!”

“좋아, 계획대로 첫 공세는 네그라타의 측면을 보조하면서 상대 연대의 측면을 총격으로 공격한다!”

“옛!”

엄청난 속도로 전령들이 오가고, 명령이 전달된 부대들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인다.

각종 지시를 알리는 나팔 신호가 이리저리 오가더니, 슈토르히의 연대기, 하얀 황새의 깃발이 오른다.

처음 보고 황새라는 걸 깨달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모리츠 특제의 전설의 디자인.

그래서인지 나는 영 저 깃발이 마음에 안 들었었다.

슈토르히라는 이름도 뭔가··· 초반에 아무것도 없는, 말 그대로 ‘듣보’ 시절에 구분해서 부를 명칭이 필요해서 임시명으로 어영부영 붙었던 이름이고···.

보통 연대장 이름 붙이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전생의 문화 탓인지 어째 부대 이름으로 내 이름 붙이는 게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졌으니까.

그게 아예 정식으로 굳어지게 되어서, 많을 때는 2천 명 가까이 되었던 연대의 공식명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나.

그나마 최근에 와서야 저 뭔지 모를 하얀 새 모양 깃발에도 좀 정이 드는 느낌이다. 몇 년 만인지 정말.

“슈토르히, 앞으로!”

“앞으로오!”

“앞으로! 대열을 유지해!”

어중간한 크기의 직사각형 대형을 취한 슈토르히 연대가 전진, 지금까지 아무것도 없던 좌측의 공간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아니나 다를까, 한층 강화된 네그라타 연대의 공격을 감당하던 타라트라바 보병 부대들이 화들짝 놀라며 반응한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저렇게 측방에 신경을 쓰는 만큼, 주공인 네그라타 연대의 부담은 줄어들겠지.

“전진! 전진!”

“측방을 지켜! 적이다!”

“사격준비! 사격준비!”

이런 혼란 통, 포탄과 총탄이 날아오자 몇 명인가 슈토르히 연대의 병사들이 쓰러지는 모습이 보인다.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안타깝다.

그럼에도 당연하다는 듯, 조금도 대열이 무너지지 않는다.

그대로 딱 한 개 연대분을 전진한 슈토르히는, 적과 대면한 부분인 우측면만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부대 전체는 태연하게 쏟아지는 총탄 속을 나아가면서, 한쪽 측면만 부지런히 움직이며 변형하는 것은 특이한 모습이다.

이를 마주한 적은 알까. 지금 상황은 마치 전열함이 포격을 위해 배의 측현을 적에게 바짝 가져다 댄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는 것을.

꽈광!

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타탕!

첫번째 일제사격이 측면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간다.

수백 발의 불꽃이, 한 발의 포격을 포함하여 작렬했으며, 엄청난 양의 화약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뻐엉!

타타타타타타탕! 타다다당!

슈토르히의 일제사격은 대체로 두 번 이어진다. 이 녀석들, 지금도 충실하게 지키고 있구나.

두 번째 사격도 거의 비슷한 밀도와 규모였다. 포탄이 보기 좋게 적진 한가운데를 비스듬하게 쓸고 지나가는게 내 위치에서도 보인다.

“으으으··· 으아아!”

“흐으윽!”

“크윽··· 살려줘!”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원래 명중률과 밀도가 높은 슈토르히의 일제사격이다. 그걸 측면에, 저 거리에서 아무 준비도 없이 두드려 맞았으니, 저 타라트라바 연대는 오래 버티지 못하겠지.

정면에서 밀어 붙이는 네그라타 연대도 호락호락한 부대는 아니고 말이다.

“슈토르히!”

“슈토르히! 슈토르히! 슈토르히!”

누가 시킨 거지? 나는 아니지만, 갑자기 네그라타 연대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러댄다.

쿨하게 측면 일제사격으로 타라트라바 연대 하나를 산송장으로 만든 슈토르히는 그대로 이동을 계속, 적의 배후로 나아간다.

당연히 그들의 역할은 이 정도가 아니니까.

“첼레스티나, 우익에 전령! 상황을 파악해줘!”

“네에, 콘도티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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