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 샹다메리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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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연대에 명령 전달이 끝났어요, 콘도티에레.”
“그래, 고마워.”
“또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라도 말씀해주세요!”
첼레스티나의 빠른 일 처리 덕분에 준비는 금방 끝났다. 이제 전군이 서쪽을 향해 행군하고 있고, 이제 내가 할 일은 적합한 전장을 정하는 일뿐이다. 단순히 정할 뿐이 아니지. 적이 공격하지 않고는 못 견디도록 매력적으로 꾸미거나, 절박하게 만들어야 하니까.
휴우··· 막상 엘랑키아 군대와 싸우려니 조금 겁도 난다. 지금까지 싸웠던 상대는 좋게 봐줘도 특정 지역 떨거지들이 모여서 만든 군대였지. 그러나 이번 상대는 무려 국왕 다고베르 2세가 직접 지령해서 편성된, 엘랑키아 전체의 정예가 모인 군대이다.
그나마 인간 흉기들인 국왕의 친위군은 빠져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콘도티에레 에트, 고민이 있으신가요?”
“아, 아쥬흐 양.”
내가 혼자 지휘 막사의 간의 탁자 위에 머리를 처박고 괴로워하고 있었더니, 어느새 아쥬흐가 들어와서는 슬그머니 옆에 앉는다. 그녀는 이제 고용주일 뿐 아니라 트랑카벨 의무대의 대장, 영지군의 분명한 일원이다. 보통 이러면 지휘체계가 꼬여서 문제 생기기 딱 좋지만 그런 걱정이 들지 않는 것은 역시 아쥬흐의 인망인가.
“엘랑키아 국왕군은 어떤 이들인가요, 콘도티에레 에트?”
“음··· 상당히 강합니다. 그래서 긴장하고 있습니다.”
“후후, 생각해보니 블랑독도 엘랑키아 왕국의 영토 중 일부이고, 트랑카벨 가문 역시 엄밀히 말하면 엘랑키아 국왕을 섬기는 신하인데 말이죠. 엘랑키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네요.”
아쥬흐의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봉건제의 군신 관계는 주군과의 신하 관계이지, 주군의 주군에게까지 충성이 미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왕국의 관습적인 권역을 함부로 벗어나려고 하면 반역으로 찍히게 되지만,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군신 관계로 맺어진 것은 아니다.
특히 사회, 문화적으로 블랑독은 엘랑키아 다른 지역과 동떨어져 있으니 사실 남의 나라나 다름없지 뭐. 경제적으로도 주디칼리나 라솔, 심지어 그룬발트보다도 엘랑키아와 더 멀다. 엘랑키아 내륙에서는 블랑독 포도주가 잘 안 팔린다고 하더라고.
“콘도티에레 에트는 엘랑키아 군대와 싸워보신 적 있나요?”
“...꽤 오래전 일입니다. 그룬발트 선제후의 군대에서 상대해본 경험이 있기는 합니다.”
“와아, 그때도 이기셨나요?”
“글쎄요, 이걸 이겼다고 해야 할지··· 몇 번 치고받고 하는 사이에 조약이 맺어져서 흐지부지되었었네요.”
“역시나. 엘랑키아 군대에 대해서 들려주실 수 있나요?”
“엇···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요···.”
“오늘 일은 마쳤으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나는 조금 머릿속에서 정보들을 정리했다. 이걸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물론 이야기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만, 너무 장황한 이야기를 꺼내면 미움받을 거야.
적당히 요약을 마친 나는 설명을 시작했다.
“한 세대 전의 엘랑키아 군대는 ‘용맹한 기사와 그 가신’들로 이루어진 군대였습니다.”
넓고 풍요로운 엘랑키아 평원이 길러낸 군대. 결국 강한 군대는 돈이 많은 군대이다. 게다가 혈통 관리만 잘 해주면 말들이 태어나 쑥쑥 자랐고, 제때 훈련하면 훌륭한 군마로 성장했다. 이런 환경에서 양성된 중장기병 중심의 엘랑키아 군은 오랫동안 대륙 최강의 군대로 군림했다.
하지만 화약무기가 보편화되면서 이런 엘랑키아 기사단 최강 전설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보잘것없는 장창으로 무장한 보병들도 고귀한 귀족 기병들을 저지할 수 있음이 증명되었고, 혐오스러운 화승총은 아무리 비싸고 좋은 갑옷이라도 뚫고 기사들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엘랑키아는 유독 화약 무기의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뭐, 바로 작년의 블랑독만 해도 그랬다. 평생을 갑옷을 입고 기병창으로 싸우는 훈련을 받아온 기사들이 갑자기 주 무기를 총으로 바꾸라고 했더니 급격한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가.
엘랑키아 군 역시 화약 무기를 도입한 이후로도 소극적으로 공성전 시에만 쓴다거나, 개전 직후에만 잠시 쓴다거나 하는 형편이었기에 부대 단위로 편성해서 집중력 있게 활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 과거의 엘랑키아는 외국과의 전쟁에서 계속 지기만 했나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은근히 호각으로 싸우고, 이기기도 많이 이겼어요.”
"아하, 그건 의외네요."
그래, 그게 의외이고 또 문제였다. 아예 전쟁에서 확 지고, 군대도 말아먹고 했으면 차라리 정신을 차렸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 잘난 기사님들이 근성으로 어떻게든 이겼다는 말이다. 쏟아지는 총탄을 뚫고 동료들의 피로 질척해진 전장을 가로질러, 대열을 이룬 창병과 맞찌르고 피를 토하면서도, 적진을 무너뜨리고 적장을 쓰러뜨렸다.
무수한 희생과 비효율적인 싸움, 무엇보다 적군의 무능과 하늘이 내린 행운이라는 전제가 있기야 했지만 어쨌든 이기기는 이겼다. 하지만 이 피투성이 승리는 엘랑키아 군의 효율화를 늦출 뿐이었다.
결국 엘랑키아 내부에서 적극적인 개혁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라솔과의 전쟁에서 처참한 패배를 당한 이후였다.
“라솔과의 전쟁이라면 언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가장 최근, 선대 국왕 때의 전쟁입니다. 드 누아 가문이 이스키비르 강 너머의 영토를 빼앗긴 그 전쟁이요.”
“아··· 비교적 최근이네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뭐, 말 그대로 참패였습니다.”
자국 엘랑키아나 그룬발트, 주디칼리 북부와 같은 평원지대의 싸움에 익숙했던 엘랑키아 군은 숲과 늪과 골짜기가 번갈아 가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라솔의 복잡한 지형에서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다. 오죽하면, 진창 지대를 뚫고 돌격하다 ‘학살’ 당해 겹겹이 쌓인 엘랑키아 중장병들의 시체를 본 라솔 국왕이 그들을 애도하는 전장 성사를 직접 지시했다고 할 정도였다.
‘아아, 오늘 여기서 너무나도 많은 용감하고 고귀한 이들이 희생되었도다. 비록 적이지만 애도하지 않을 수 없구나’
라고 하면서 말이다.
어처구니가 없던 것은 전체 병력의 절반을 잃고서도 엘랑키아 기사들의 기세가 죽지 않아 하마터면 라솔 군의 방어선이 뚫릴 뻔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까지 격렬하게 싸우다 보니 밀리기 시작하자 후퇴도 제대로 못 하고 학살당했던 것이지만.
만만하게 보았던 라솔과의 전쟁에서 대패한 엘랑키아는 그때 부터 적극적으로 화약 무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마지못해 용병으로만 고용하던 총병들 대신 국왕 친위군에 정규 총병 연대가 편제되기 시작하고, 대귀족들의 영지군에도 마찬가지였다. 기사들 역시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권총 조작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유산을 물려받아 더욱 굳건하게 한 것이 현 국왕, 다고베르 2세이다.
“그럼··· 현재의 엘랑키아 국왕군은 무척 강하겠네요?”
“네··· 그게 문제입니다. 다고베르 2세는 쭈욱 확장정책을 펴고 있는데, 소규모 지방 분쟁이기는 했지만, 그룬발트와 주디칼리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습니다. 최근에는 아시다시피, 나우데사와의 북방 전쟁에서도 승리했네요.”
“아··· 무서운 상대네요.”
뭐 북방전선에서는 비기는 것에 가깝긴 했지만. 이건 나우데사 연방이 ‘요새 문 열고 나가면 다음 요새 문이 보인다’라고 할 정도로 국토 대부분을 요새로 덮어 버린 우주방어 국가라서 그런 것이긴 하다. 하지만 블랑독에서는 그런 방법을 쓸 수 없다는 것이 많이 아쉽네.
“다고베르 2세의 엘랑키아 왕실 친위군은 정말 무서운 상대입니다. 타국의 부대 편성 패러다임을 바꿔버릴 정도로 엄청납니다. 아마 단일 군대로는 대륙 최강이 아닐까요?”
“콘도티에레 에트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것은 처음 봐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행히 우리가 싸울 상대는 왕실 친위군은 아닙니다.”
“앗.”
그렇다. 엘랑키아 국왕이 보낸 군대이기는 하지만 성전을 위해 귀족들의 군대를 모아 급조한 ‘성전군’이다. 얕잡아 보면 당연히 안 되겠지만, 여기에 승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핫,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되겠죠?”
“저를 안심시키려고 하신 말이라면 아주 훌륭하시네요. 그렇게 비교하니까, 갑자기 안심되기 시작했어요.”
아쥬흐가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도 어이가 없는지 활짝 웃는다.
“네,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절대 지지 않을 거예요.”
나는 나름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아쥬흐의 표정이 변한다. 앗, 가벼운 분위기였는데 내가 또 진지를 떨다 분위기를 망친 건가!
“아 그러니까··· 직업이 용병이니까, 이겨야지요!”
“...믿을게요.”
“네?”
“콘도티에레 에트를 믿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흔들림 없이 똑바로 바라보는 아쥬흐의 파란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을 돌린다. 갑자기 쑥스럽네. 아, 아무튼 이길 거다. 절대 지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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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엔 드 크레이 공작, 엘랑키아 국왕이 임명한 성전군 사령관은 종자 모셸 드 라글랑이 작성해준 성전군 연대 목록을 확인하고 있었다. 각 목록에는 연대 이름과, 그 연대를 구성하는 인원수, 그리고 연대장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었다. 당연히 연대 이름은 연대장의 가문 명을 따라간다. 엘랑드르 연대는 예외이지만.
보병 6개 연대와 기병 4개 연대. 다 합치면 2만이 넘는 상당한 병력이다.
[보병 총합 약 15100명]
레스펜스 연대
- 약 3000명
- 르므완 드 레스펜스 후작
돌로뉴 연대
- 약 2700명
- 로데펭 드 돌로뉴 소 공작
루블랭 연대
- 약 2500명
- 프레니히 드 루블랭 백작
리모제 연대
- 약 2200명
- 도니 드 리모제 백작
라베르뉴 연대
- 약 2400명
- 마르체 드 라베르뉴 소 백작
아퀴오슈 연대
- 약 2300명
- 후미엔 드 아키오슈 소 후작
[기병 총합 약 5600명]
모르뷔셀 연대
- 약 1600명
- 마렘 드 모르뷔셀 공작
블레르봉 연대
- 약 1300명
- 모트랭 드 블레르봉 소 백작
퐁투베 연대
- 약 1500명
- 베리브 드 퐁투베 자작
엘랑드르 연대
- 약 1200명
- 가티 드 리네콩테, 엘랑드르 대공의 삼남
정말 연대장 정하느라 며칠이나 잠도 못 자고 고생했던 것이 생각났다. 에티엔은 다시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져 오면서도, 결국 모두의 불만을 최소화한 현재의 편성을 만들어낸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연대장들은 기본적으로 군 경험이 있거나, 적어도 각 가문에서 베테랑 군인을 부관으로 붙여 보낸 인물들이다. 그런 경우는 보통 후계자들의 커리어 관리를 위해 파견한 느낌이다. 보통 이런 경우는 가문에서 막대한 자금과 물자는 물론이고, 영지군의 정예들을 내놓았기에 기여도가 상당했다. 물론 기여도가 높으니 연대장으로 임명한 것도 있겠다.
가령 프레니히 드 루블랭이나 도니 드 리모제, 두 명의 보병 연대장들은 명실상부한 왕실군의 베테랑 출신이다. 둘 다 소귀족 출신이지만 엘랑키아 군에서 종군해왔고 다고베르 2세에게 백작위를 받았다. 그만큼 충성도도 높고 능력도 출중하다. 프레니히는 북방 전쟁 동안 국왕을 대신하는 원수 직위였으며, 도니는 20여년 동안 용병으로 지내다 다시 왕실군에 스카웃 된 고참 전술가이다.
연대장 중 가장 귀족 위계가 낮은 베리브 드 퐁투베는 현직 ‘왕실 근위기병대장’이라는 기병 전문가이다. 작위가 낮을 뿐, 왕실에서 국왕이나 궁정 귀족들의 신뢰가 두터운 인물이라 연대장으로 임명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적지 않은 고위 귀족들이 그의 연대에 지원할 정도였다.
그 외에는 전문적인 군인은 아니었으나, 원래 엘랑키아 군사 귀족들의 교육 수준은 상당하다. 체력 관리나 검술, 승마술 같은 신체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전술 전략에 대한 교육도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받아온 귀족들이 많았다. 이들에게는 미치지 않더라도, 역시 가문의 정예를 파견한 귀족들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에티엔 휘하의 성전군은 숫자 이상으로 강한 전력을 가진 상당한 강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병도 보병도 마찬가지이다.
초반에 불미스러운 일··· 동맹국의 영토를 약탈하는 일이 생기기는 했지만, 다행히 어떻게든 수습되었다. 약탈 이후 현장에서 검거되어 즉결 처형 된 6명 이외에도, 추가로 11명의 범인을 잡아 군사재판 이후 교수형에 처했다. 이처럼 신속하고 강력한 처벌이 있었던 덕분인지, 그 후로는 그런 사건 없이 신속하게 라몽 드 레뮤즈 백작의 영토를 벗어날 수 있었다. 당연히 적지인 블랑독에 들어왔다고 해도 약탈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강은 나름 잘 유지되고 있었다.
이만한 병력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국왕 다고베르 2세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힘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에티엔은 원래 소극적인 우등생이었다. ‘황제의 사촌 동생’이라는 입장은 오히려 운신하기 어렵게 만드는 족쇄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대를 뛰어넘으면 ‘황제의 사촌 동생이라서’ 그런 것이고, 기대에 못 미치는 ‘황제의 사촌 동생 주제에’ 소리를 들었다. 모든 면에서 혜택받은 신분이란 점에서 사치스러운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항상 소극적이고 순응적으로 행동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의 평생은 남들의 기대를 채워주기 위한 삶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성전 사령관 취임은 그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한 능동적인 결정이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다고베르 2세 형님 폐하는 단단히 결심한 사촌 동생의 첫 부탁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었다. 물론 성전을 에티엔이 일으킨 것은 아니다. 법황의 요청과 국왕의 의지, 여타 정치 및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어쨌든 성전은 시작되고 누군가가 사령관이 되기는 했을 것이다.
에티엔의 전략은 단순했다. 압도적인 힘으로 블랑독을 정상화한다. 천재적인 전술이나, 한 차례의 전투로 전쟁의 승패가 갈릴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계속 전술적 우위를 점하면서, 군사력과 병참으로 승리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렇게 트랑카벨의 거점, 카르카냑을 점령한다. 그렇게 블랑독 지방을 엘랑키아 왕실의 영토로 병합한다. 그리고 ‘정상화’된 블랑독에서 그가 동경해온 그녀를···.
“고, 공작님! 에티엔 공작님! 전령입니다!”
상념에 빠져 있던 그를 새 종자 모셸 드 라글랑의 째지는 듯한 목소리가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얼마나 급한 전령인지 몰라도, 비록 전령일지라도 사령부의 구성원이다. 경거망동은 자제해야 한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분명하게 교육해야 할 것이다. 종자의 인성 교육 역시 기사의 중요한 역할이니까.
“무슨 일이지?”
“전방 정찰 부대의 전령입니다! 전령! 블랑독 주력군은 서쪽으로 이동 중, 목표는 드 레뮤즈 백작령으로 추측됨. 이상입니다!”
“허어···.”
에티엔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이끄는 병력만 해도 트랑카벨의 총 전력을 상회할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동쪽에서 접근하는 법황의 성전군도 있다. 그렇기에, 당연히 적은 방어적으로 되어 양 군의 사이 어딘가에 있으리라 판단했다. 모든 참모나 연대장들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서쪽으로 역습을 시도하고 있다고? 무슨 생각이지? 보급로 차단?
적의 규모와 의도를 알아봐야겠지만··· 무엇보다도 라몽 드 레뮤즈 백작의 짜증 가득한 얼굴이 떠올랐다. 가뜩이나 미운털이 박혔는데 병력을 놓쳐 레뮤즈가 공격당할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소리까지 듣게 된다면···.
“모셸, 연대장들을 소집해 줘.”
“알겠습니다, 공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