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색화약의 용병대장-94화 (94/556)

18-1. 요새 도시 벨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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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독 북부에서의 전투 행동이 끝났다. 물론 언젠가 다시 돌아와야겠지만. 그렇게 작지만 치열했던 승리를 얻은 우리는 남쪽으로 귀환했다.

요새 도시 벨모제.

나도 퍽 오랜만에 와본다. 벨모제는 로데브 강 북안에 위치한 트랑카벨의 자작령으로,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성벽이 인상 깊은 아름다운 도시이다. 공식적으로 트랑카벨 가문의 계승자인 아실 트랑카벨의 영지이고, 톨마르 마슈레 영감님이 성주로 있는 도시이다.

도시의 붉은 성벽은 단순히 아름다울 뿐 아니라 여러 개의 서로 다른 구획으로 나뉘어 방어하기 좋은 데다가 로데브 강에서 끌어온 수로까지 성벽 안쪽으로 흘러서 트랑카벨 가문이 가진 최강의 요새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 전쟁을 준비하면서··· 성벽의 두 군데를 연장하고 방어용 포대들을 설치했기 때문에, 아름다운 성채 도시 특유의 고즈넉함은 좀 사라지고 살벌한 효율성이 드러나 버린 느낌이다. 제대로 된 별 모양, 성형 요새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연장해서 건설한 성곽들 덕에 어떤 방향에서 접근하더라도 적은 성벽 위에서 쏟아지는 화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구조이다.

게다가 지금은 각종 연대들이 성 외곽을 따라서 숙영지를 건설해 놓았기 때문에 전쟁 직전의 도시라는 느낌이 더더욱 강했다.

뭐,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운 도시임은 분명하다. 군사 도시 특유의 기능적인 멋이 새로 생겼다고나 할까. 안팎으로 오가는 수많은 군인들의 모습 이외에도, 카르카냑의 군수 생산 구역만큼은 아니지만, 벨모제 역시 다양한 군수품을 자급자족하고 있었기에 온종일 각종 무기를 만드는 요란한 소리가 도시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벨모제로 귀환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물론 보급이다. 써버린 화약을 채우고, 잃어버린 무기들을 부대별로 기록해 수리하거나 새로 받는다. 부상병들을 안전한 병원으로 옮기고 부족한 약품 획득을 비롯해 치료받는 것 역시 중요한 보급의 일부이다.

일부이지만 다브농 방앗간과 뤼나메르 교차로 전투 양쪽에 다 참여했던 제8 벨모제 기병 연대는 특히나 화약 소모가 심했다. 뤼나메르 교차로에서 동맹군에게 화약을 나눠준 것도 있고, 포병들도 원 없이 실사격을 했기 때문에 연대가 보유한 화약이 바닥나기 직전이었다. 정말 전투가 더 이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화약이 바닥나는 것은 끔찍한 일이지. 아니 이게··· 똑같이 검을 뽑아 들고 기병 돌격해도 완전히 다르단 말이지. 화약이 있는데 선택적으로 검을 쓰는 것과, 화약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백병전을 해야만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화약이 떨어진 부대가 결사적인 돌격으로 화력 차이를 극복하고 승리를 얻어내는 장면은 이야기에서 나오기에 장렬하고 멋진 것이다. 실제로는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지기 쉽다.

다음으로 블랑독 연맹군의 보급체계에 새로이 들어온 병력을 공식적으로 기록한다. 뤼나메르 교차로에서의 전투 이후, 제대를 거부하고 블랑독 연맹군의 일원으로 싸우겠다고 맹세한 인원들의 이야기이다.

내가 군수 보급에 있어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보급 시스템이다. 물자를 되는대로 쌓아 놓고, 되는대로 보급하는 방식.

현재 가진 자원으로 얼마나 전투 지속이 가능한지도 알 수 없고, 매일, 매주, 매월, 혹은 전투 당 어느 정도의 물량이 소모되는지도 알 수 없다. 이건 보급이라고 할 수 없다. 보급 역시도 중요한 작전의 일부이고 전문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급이 끊기는 순간, 아무리 강력한 군대라도 급격하게 전투력이 떨어지며 급기야 가동 불능이 된다. 갑자기 콘센트가 뽑힌 기계와도 같다는 이야기다. 지휘관이라면 당연히 보급이 유지되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보급로는 어느 적에게나 가장 먹음직한 표적 중 하나이므로 언제나 갑자기 끊길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비참하지만, 콘센트가 끊긴 상태에서도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정도는 알아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보급을 운영하고 있다면 이를 예상할 수 없다. 이건 지휘관의 역할을 다 못하는 직무 유기지만··· 너무 쉽게 생각하는 지휘관들, 특히 귀족 출신 지휘관들이 많다. 그런 걸 왜 자기가 고려해야 한다는 듯한 태도로 말이다. 하지만 오랜 상업 활동으로 단련된 트랑카벨 가문의 보급 체인은 내가 아는 한 완벽하다.

이제 드 포르망제 가문의 영지군 생존자들, 농민병 지원자, 지빌링엔 용병, 에크테인 산맥의 무장 광부들은 트랑카벨 가문의 보급 체인 안에 들어온다. 이러면 각지의 보급 담당관들이 ‘이들을 포함한 병력의 가동’을 고려해 필요 물자를 산출하므로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더라도 ‘군대가 가동을 멈추는 시기’를 예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뭐 로데브 강 남쪽 대부분이 트랑카벨 가문의 영토나 다름없어 보급선이 그렇게 길지 않은 데다가 자원이 풍족한 편이라 크게 걱정은 안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게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일이고, 만나 볼 담당자들도 꽤 많은 일이다. 그냥 ‘병력 천 명 늘어났으니 보급품 그만큼 더 내놔라.’가 아니다. 당연히 공공기관 상대로 군복이든 식량이든 추가로 타내려면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부대도 편성하고 명단도 만들고. 가라치는 놈들은 아주 그냥 주리도 틀어주고!

물론 내가 ‘마 내가 콘도티에레야 어? 콘도티에레 알아? 내가 어? 너희 영주님이랑 어?’ 이딴 식으로 막무가내로 나간다면 당연히 보급관들도 무리해서라도 들어 주겠지. 하지만 그러면 모처럼 잘 돌아가는 보급 체인 말아먹는 짓이다. 갑질은 룰을 안 지키는 놈들에게나 해야 한다고.

아무튼 이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해결 된 것은 바로 블랑독 최고의 숫자··· 자산 관리 전문가, 아쥬흐 트랑카벨 양이 우연찮게 벨모제에 있었던 덕분이다.

“로이작 드 포르망제 남작님께서 지휘하시는 병력은··· 음, 여기 있네요. 블랑독 연맹군 산하의 ‘제51 포르망제 의용보병 연대’로 편성했습니다. 연대장이 되신 것, 축하드려요. 남작님.”

“감사합니다, 트랑카벨 자작영애!”

“후후, 아쥬흐라 불러주세요. 현재는 여기 벨모제에서 현지 입대를 선택하신 분들을 중심으로 편성했지만, 앞으로 추가로 지원자가 생길지도 몰라요. 앞으로의 전쟁도 중요하겠지만, 관리도 힘써 주셔야겠네요.”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아쥬흐 양, 콘도티에레!”

고향을 잃고, 멀리 남쪽으로 떠나온 이 젊은 귀족 청년은 한동안 침울해 있었으나, 다행히 다시 힘을 찾은 모양이다. 이건 아쥬흐의 용인술 덕이 크다. ‘힘든 싸움을 거친 분들에게 죄송한 일이지만, 절망에 빠질 틈을 주면 안 돼요. 당장의 고생스러움이 곧바로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이 될 거예요.’라면서.

음··· 나였다면 블랑독 연맹군 규정 찾는다 뭐다 하면서 한 일주일 낭비했겠지··· 역시 사람 다루는 일은 전문가가 해야 해. 아 나는 그렇게 완성된 부대를 훈련하고 전장에서 다루는 사람들이지.

그리하여 로이작 드 포르망제는 바로 할 일이 생겼다. 명단을 작성 및 확인하고, 부대를 블랑독 표준 편제에 맞춰 편성해야 한다. 그 후에야 비로소 전장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노력한다면 그 시간은 좀 더 빨라지겠지만.

다음으로 그녀의 임시 집무실에 들어온 사람은 이번에 아군이 된 용병 지휘관이다.

“지빌링엔의 에르만 슈피리 경?”

“예, 그렇습니다, 트랑카벨의 영주영애님.”

“지빌링엔 용병들의 활약이 대단했다고 보고 받았어요. 블랑독을 위해서 싸워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과분한 감사에 부끄럽습니다. 저희는 용병이라 돈을 받았으니 힘을 다해서 싸웠을 분입니다.”

“후후, 보고서를 보면 그냥 돈에 팔려 온 용병들 평균 보다는 훨씬 훌륭하게 싸웠다고 하던 데요. 콘도티에레 에트나, 그 부관 첼레스티나의 평가니까 정확할 것이라 믿어요.”

“네··· 영주영애님.”

“그래서 이번에··· 관리의 편의를 위해서, 블랑독 연맹의 위탁을 받아 저희 트랑카벨 가문과의 직고용 계약을 맺으려고 해요.”

“저희 지빌링엔 용병으로서는 감사할 뿐입니다.”

이는 아쥬흐의 사려 깊은 배려이다. 안타깝지만 고향을 잃은 드 포르망제 가문에 수백 명 규모의 지빌링엔 용병을 유지할 비용이 있을 리가 없다. 자연스럽게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었는데, 덕분에 양쪽 모두 체면도 차리고 실리도 얻는다.

“아침에 계약서를 만들어 봤는데··· 보시겠어요?”

아쥬흐가 책상 끝으로 계약서를 내민다. 으음, 왠지 내가 계약서에 싸인 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어리석은 시절이 생각나는군. 꽤 오래전 같은데 아직 1년 도 안 됐다.

“네에···.”

에르만 슈피리의 얼굴이 조금 흐려진다. 옆에서 보는 나도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계약서의 금액은 그다지 높은 금액이 아니다. 오히려, 평균적인 용병 고용액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 에르만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금액이겠다. 하지만 거절한다면 앞으로 또 어디서 고용주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게 놔둘 아쥬흐가 아니지. 그녀의 좋은 의미의 용의주도함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이 계약에는 특약이 포함되어 있어요. 아래쪽을 읽어 주시겠어요?”

“특약··· 말씀이십니까?”

“트랑카벨 가문과 계약한 모든 지빌링엔 용병들은, 철면 은행의 용병대 신탁 계좌에 매달 봉급을 받게 돼요. 물론 비용은 공제되지만요. 뮈다켄에 사람을 보내셔서, 가까운 철면 은행 지점에서 봉급을 찾아 가족들에게 전달하도록 하시면 되겠네요.”

“...네? 어, 네? 그게 가능한 겁니까? 철면 은행에 가면··· 돈을 주나요?”

에르만의 눈알이 튀어나오기 직전이다. 그 옆의 어린 소년 종자, 스테펜 슈피리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네, 그리고 전투 중 사망하거나 큰 상처를 입어 군무 수행이 불가능해져도 그달 까지 봉급이 나와요. 또한 석 달 치가 유족 몫의 위로금으로 나오니까··· 반드시 유족에게 전달되도록 힘써 주세요.”

“어? 어어... 위로금이요? 죽거나 불구가 되어도 돈이 나온다는 말입니까?”

슬프게도, 에르만의 표정은 ‘아니 죽거나 불구가 되면 복무를 못 하는데 왜 주나요?’라고 묻는 듯한 표정이다. 이 시대의 상식은 그런 수준이니까.

“트랑카벨 영지군과 같은 조건이에요. 불만이 있으시다면 말씀을···.”

“아닙니다! 어, 아뇨, 죄송합니다. 이런 조건으로 계약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

통상 용병이 전투에서 사망하면 봉급을 받지 못한다. 보통 몇 달, 심하면 1년씩 봉급이 밀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죽어라 싸워 놓고 전쟁에 져서 고용주가 죽거나 망하면 그 밀린 봉급도 못 받는 거다. 그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용병의 삶이다.

그렇게 죽음과 파산의 공포, 그리고 빈곤에 시달리다 한 번에 큰돈이 생기니까 함부로 써버리는 경우도 많은 것이고. 그래서 북방의 나우데사 연방이나, 우리 슈토르히 연대는 주급, 혹은 월급제를 채택한다. 정해진 날에 봉급을 지급하는 대신 계약 금액이 절반 수준으로 매우 낮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용병 개개인이 받는 실질적인 임금은 훨씬 높은 것이고.

“에르만 경, 저도 용병 입장에서 조언을 드리자면, 전쟁의 유불리와 무관하게 계속 봉급을 받을 수 있고, 곧바로 고향으로 안전하게 보낼 수도 있으니 더 나은 조건이라 생각됩니다.”

네가 말하자, 에르만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저도 싸움밖에 모르는 무식한 놈이지만···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송구스럽지만··· 바로 다음 달에는 저희 고향, 뮈다켄의 가족들이 돈을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네. 그걸 위한 신탁이니까요. 수취인을 지정하시고 저희 쪽에서 드리는 장부에 따라서 처리하시면 될 거예요. 만약 곤란하시다면 저희 블랑독 상단에서 대리로 해드릴 수도 있어요.”

“...저희는 대대로 창 쓰는 것밖에 모르는 산골의 무식꾼들인지라,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후후, 제대로 전달이 될지 불안하지는 않으신가요?”

“항상 빼앗기만 하는 철면 은행이 남에게 돈을 내준다는 것이 사실 믿기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트랑카벨의 영주영애께서 저희를 속일 이유가 없다는 것은 믿고 있습니다.”

“그거 영광이네요.”

에르만은 계약서에 서명하고 다시 아쥬흐에게 내민다. 아쥬흐 역시 하단에 서명한다. 그렇게 지빌링엔 용병단은 트랑카벨 영지군의 일원이 되었다.

“연대를 채우기에는 인원이 부족하네요. 우선 지빌링엔 반연대로 편성하도록 해요. 트랑카벨 정규 연대의 정원은 1200명이니까, 혹시 그 인원을 채우게 되면 정규 연대로 개편하는 것은 어떨까요?”

“추가로 고용을 해주시는 겁니까?”

“고용을 원하시는 동료분들이 계시는가요?”

“고향에도 있고··· 주디칼리 북부에도 고용주를 찾는 파견대가 있을 겁니다. 편지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후후, 좋네요.”

둘은 계약서를 교환하고 굳은 악수를 나눈다. 자신의 주군이자 형으로부터 계약서를 받은 스테펜이 신이 나는지 펄쩍펄쩍 뛴다. 절로 아빠 미소가 나오는 장면인데.

“저, 감사합니다. 영주영애, 콘도티에레!”

“아쥬흐라고 부르세요. 피 흘리는 흑곰의 이름을 재건하시기를 바랄게요.”

아쥬흐의 말을 듣자, 에르만의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진다. 아, 살벌하게 변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비장한 표정이랄까. 그가 뒷굽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게 차렷 자세를 취하고 상체를 꼿꼿하게 세운다. 종자인 스테펜 역시 얼떨결에 형을 따라 한다.

“지빌링엔 반연대는 트랑카벨 가문에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피 흘리는 흑곰의 이름을 다시 세울 것이며, 피 흘리는 흑곰은 앞으로 어떤 경우가 있어도 트랑카벨과의 계약을 우선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후후, 든든하네요. 트랑카벨 가문 역시, 언제나 지빌링엔의 여러분께 신의성실을 다할 것을 약속드려요.”

멋지게 북방식 경례를 한 에르만이 동생 종자와 함께 집무실을 나간다.

그러니까, 아쥬흐는 봉급을 후려 깎아서 이득을 보는 짓은 하지 않는다. 아마 왜 그러냐고 물으면, ‘그냥 평소처럼 주면서 두 배로 열심히 일하게 할 방법이 있는데 왜 그러죠?’라고 대답할지도 모르지.

그렇게··· 어찌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니었을 계약 갱신이 든든한 아군을 얻는 것으로 끝났다. 역시 아쥬흐는 사람 마음을 흔드는 천재가 아닐까? 이거 혹시 기프트나 뭐 그런 거 아니냐?

“휴우, 오늘 일도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네요.”

“고생하셨네요, 아쥬흐 양.”

그녀는 팔이 아픈지 왼쪽 주먹으로 오른 어깨를 두드린다. 정말 많은 문서를 작성하고 서명했겠지. 군대가 움직이는 길은 각종 문서를 깔고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럼··· 보고를 좀 듣고 싶네요.”

“보고 말입니까? 첼레스티나의 보고서를 받으시지 않았나요?”

“가끔은 행간에서 읽지 못하는 정보도 있단 말이에요.”

“허어··· 그런가요.”

그녀가 서랍을 열더니 잔 두 개와 블랑독 포도주 병을 차례대로 꺼내 탁자 위에 올린다.

“무사히 돌아오신 것을 축하도 하고 말이죠.”

“앗, 포도주라니··· 좋습니다.”

이런 보고라면 환영이지. 서로 신뢰하는데다 아름다운 고용주에, 맛있는 술에, 모처럼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다.

오늘 저녁만 딱 쉬자고. 병사들도 모처럼 벨모제 시내에서 휴가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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