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뤼나메르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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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이 두 개라 여기 의존해 배치하였기에, 전투는 크게 두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길 오른편의 더욱 크고 앞에 치우쳐 있는 언덕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병전, 길 왼편의 더 작고 뒤로 빠져있는 언덕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병전.
보병전의 경우, 숫자는 불리하지만 기세는 훌륭했다. 만약의 경우, 용기병 중대 하나를 하마 시켜 지원 보내야 하나도 생각했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일단 적의 총병 비율이 낮은 것이 다행이다. 역시 화력은 우세하고 볼 일이니까.
게다가··· 나름의 사정들이 있어서인지, 두 전방 지휘관들이 앞장서서 잘 싸우고 있다. 큰 실수를 만회하고 싶어 하는 로이작 드 포르망제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싸우고 있는 포르망제의 가신들도 훌륭하다. 이들이 부디 고향을 되찾을 수 있기를.
그런데 지빌링엔 용병들은··· 오래전에 ‘피 흘리는 흑곰’으로 불렸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옛날 사람들도 이렇게 사납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흑곰을 생각했겠지. 비교적 작은 사각 진형의 창병들로 촘촘하게 대열을 짜고, 그 후방과 측방에 배치된 총병들이 끊임없이 화력을 투사하는 방식이 특이하다. 확실히 나름대로 준비를 해온 것 같다. 그룬발트 방식과도 다르고 주디칼리 방식과도 다르지만 나름대로 체계가 있네.
한편 왼쪽 언덕의 기병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아니, 서로 피를 흘리지 않고 있을 뿐 벌써 시작되었다고 해야 하겠지. 원래 기병 간의 싸움은 보병의 밀집대형 대결처럼 오래 끌지 않는다. 교전 자체가 길지 않으며 대부분 충돌의 순간 절반은 승부가 난다.
수적으로 좀 더 우세한 적 기병들은 멀찍이서 간을 보고 있었고, 언덕 꼭대기를 점유한 트랑카벨의 제8 기병 연대는 적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조금씩 대응하고 있다.
적장의 기병 운용은 신기하다. 저렇게 기병을 지휘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어떤 단위로 부대를 나누었는지는 몰라도, 때로는 세포 분열하듯 작은 단위로 쪼개져 좌우로 크게 전개했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가, 다시 전중후 3개 대열로 나뉘었다가 하는 움직임이 물 흐르듯 자유롭다. 무슨 퍼레이드를 하는 것도 아니고, 어찌 보면 비효율적인 차력쇼 같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비효율적인 경우는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서 연습했을 경우’일 테고, 저게 오랜 시간 하나의 부대로서 호흡을 맞춰온 결과라면··· 으음, 걱정되는데.
내가 100명 단위 중대 편성을 선호하는 이유는 당연히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이나, 그걸 실행하는 병사나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미리 훈련받은 대로 움직이는 편이 효율적이니까. 설령 한 부대가 피해를 입는 등의 이유로 빠져서 다른 부대로 그 자리를 충원하더라도, 훈련한대로 각자의 정해진 역할을 하면 부대 운영에 큰 결함이 생기지 않는다. 표준적인 훈련을 마쳤다는 가정하에 어느 정도 신병이 고참병의 역할을 대신 이어받을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역사가 오래된 용병 부대들 가운데는 그런 정적인 편성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곳도 적지 않다. 특히 부대 단위로 숫자를 사용하지 않고 지휘관의 이름을 쓰는 용병단들이 그런 경우가 많았다. 실력이 검증된 지휘관과 오랫동안 그와 함께해온 측근 장교들, 거기에 고참병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집단은 그 자체로 굉장히 유기적인 생명체와도 같은 집단이 된다. 다소 사상자가 발생하더라도, 마치 동물이 덜 중요한 부위를 포기하는 것처럼, 혹은 갑각류가 허물 떨쳐내듯 벗어버리고 전투력도 유지가 된다.
뭐가 옳다고 하기는 어렵다. 대신 이런 경우는 지휘관 등 핵심 멤버들이 죽거나 부대가 심대한 타격을 입으면 전투력 회복이 힘들다. 심한 경우 그대로 해산되고 다시는 복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무기로 치자면 언제라도 부품 수급이 되고, 대체품을 구할 수 있는 양산품과 특정인의 기호에 맞춰 만들어졌지만 다른 사람이 쓸 수 없으며, 대체품 구하기도 어려운 커스텀 제품의 차이라고 해야 할지.
나는 부대를 편성할 때, 항상 표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슈토르히도 그런 방식으로 효율을 극대화 하는 쪽을 추구해왔는데··· 아무래도 적 기병 지휘관은 나와 정 반대 방식으로 자신의 부대를 꾸리고 있는 모양이다. 분명 부대 구석구석까지 잘 알고 있고, 휘하 병력들도 지휘관 눈치만 봐도 바로 반응할 것이다.
하지만 적의 자신감과 서로 간의 차이점에 오히려 승기가 있다. 마브리엘도 자신이 가진 ‘숨겨진 카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믿고 기다려보고, 나는 우선 보병 지휘에 신경을 써야겠다. 이번 전투는 예비대가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광부와 농부 출신 민병들이라 더 세심하게 싸우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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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터 콜린슨은 전장을 살피면서 잠시 계산을 시작한다. 어떻게 해야 유리한 상황이 될까.
성급하게 달려간 보병들은 덩칫값을 못하고 있다. 그냥 기세 믿고 정면에서 무조건 밀어붙이기만 하는데 좀 아쉽다. 미친 듯한 신앙심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수도원장인지가 지휘하니 어쩔 수 없겠지. 애초에 왜 수도원장이 전투 지휘를 하는 건지··· 라모리 대장은 또 왜 저런 자를 선봉 지휘관으로 세웠는지 모르겠네. 아무튼 그 양반도 참 괴짜니까.
“우측 측면을 노려봐! 들어가지는 말고, 척만 해 척만.”
“예, 대장!”
이 전장에서 울터와 그의 기병대에게 맡겨진 임무는 적 기병의 섬멸, 혹은 격퇴이다. 뭐 섬멸은 힘들겠지, 적당히 두들겨 패서 한동안 전장에 돌아오지 못하도록 쫓아내면 된다.
그가 보낸 분견대가 우측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적도 미묘하게 대열을 바꾼다. 측면을 보호하는 것은 말에서 내린 총병들인가. 각이 곧바로 딱딱 나오는 것을 보면 나름의 훈련은 제대로 받은 것처럼 보이는데. 어설프게 접근했다가는 불필요한 피해를 입을 것 같다.
아예 병력이 좀 더 많아서 한꺼번에 포위 공격을 할 수 있다면 걱정할 것이 없었을 텐데. 아니면 소수로 적 기병을 견제하고 나머지로 보병의 측면을 쳐 버리거나. 어정쩡하게 유리하고 적이 고지대에 있다 보니 좀 망설여진다. 그냥 반포위하고 일제히 공격할까? 전투력이 비슷하고 수적으로 유리하다면 피해가 좀 있더라도 확실하게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부대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적의 병력 배치 실수를 유도할까 했더니만 바로바로 대응하는 모습이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아··· 정면 힘 싸움인가, 이건 싫은데.
울터는 불가피하게 발생할 피해를 아쉬워하면서도, 휘하 장교들을 불러 명령을 내린다.
“정면과 양 측면, 세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한다.”
“예, 병력 배치는 어떻게 할까요?”
“힘은 정면에 80, 양 측면에 10씩 주는 거야. 삼면 포위로 보이지만 실상은 정면 돌파지.”
“좋군요. 측면으로 공격이 올 거로 생각해서 허둥댈 모습이 보이네요. 지금 실행할까요?”
“3분 뒤, 신호는 나팔로 짧게 두 번.”
“가보겠습니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중견 장교들은 믿음직하다. 울터는 이건 절대로 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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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꽈광!
“이게 무슨 소리지!”
한참 전투에 열중하고 있던 지빌링엔 용병단의 지휘관, 에르만 슈피리는 갑작스럽게 왼쪽에서 들리는 굉음에 깜짝 놀랐다.
지금 그는 반듯한 직선에 가깝던 방어선이 살짝 후방으로 꺾이는 지점, 좌측 날개가 접히는 지점에서 아군과 적군의 피를 뒤집어쓴 혈투를 막 끝낸 참이었다. 적도 머리가 없는 것이 아니었고, 이 지점을 약점으로 판단했는지 마구 밀어붙여 왔다. 에르만 역시 이를 예상했기 때문에 가장 신뢰하는 부하들을 여기 배치했다. 결국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으나 승리했다. 승기라 생각해 몰아붙였던 적군은 자신들이 오목하게 파인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으며 죽어갔다. 휘하 용병들은 무사히 적들을 격퇴하고 대열을 복구했다. 선두의 기세 좋은 녀석들을 잃고 적의 세력은 한풀 꺾였다고 느껴진다.
그런 와중에 왼쪽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났으니 불안할 수밖에. 혹시라도 적이 화약통이라도 싸 들고 와서 터뜨린 것은 아니겠지? 다행히, 좌익을 맡은 지빌링엔의 창병들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다. 화약 터진 직후의 자욱한 연기나 허공을 날아다니는 넝마나 무기, 핏덩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어디서?
전장이 된 두 개의 언덕을 가로지르는 도로 건너편, 기병들이 포진한 작은 언덕 쪽이었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찢긴 넝마, 조각나서 햇빛을 받아 빛나는 금속 조각, 피로 뒤덮인 인체의 일부 등이 안개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기병 사이에 포병?!”
에르만은 자기 부하들이 전투 중이라는 것도 잊고 비명과도 같은 감탄을 내뱉었다. 어차피 맞을 거라면 알고 맞는 것과 모르고 맞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데, 이 경우는 모르고 맞았다! 왜냐하면 아군인 에르만도 몰랐으니까!
중무장한 총기병들이 거대한 사각대형을 갖춘 상태에서 작정하고 돌진해오면 창병들도 막기 어렵다. 카라콜 형태로 순차적으로 쏴대는 총탄을 몽땅 몸으로 받아낼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창병이 기병의 카운터 상성이 되는 이유는, 그렇게 창병 앞에 적체된 기병의 무리를 총병이 저격하면 꼼짝 못 하고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기병이 잠시라도 그 기동성을 포기하게 만든 순간, 이미 창병은 자기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조합을 다른 어떤 조합으로도 도저히 깰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시대의 전장을 창병과 총병이 지배해 버린 이유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에 언덕을 오른 적 기병은 과감하게도 밀집 진형을 택했다.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은 트랑카벨 기병들을 몰아내기 위한 목적이다. 어차피 서로 기병이니까 보병만큼의 화력 밀집도는 내지 못한다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거기에 갑자기 대포가 고개를 들이밀더니 포탄을 쏴 버렸다고?
에르만은 몸이 떨렸다. 공포나 놀람 때문이 아니라, 흥분 때문이었다. 이 전장은 멋지다. 아름다운 전술이다! 평생 지빌링엔 용병대를 재건하고 전장의 주역이 되고자 하는 목표만 가지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런 전장이라면 조연, 아니 잡역이 되어도 좋았다. 지빌링엔은 위대한 승리가 역사에 기록되었을 때, 그 자리에서 창을 쥐고 싸웠다고 함께 기록되리라!
“형님! 형님! 전령입니다!”
누군가가 자기 손목을 잡아끌었다. 고개를 돌리니, 자기 어깨까지밖에 오지 않는 에르만의 종자이자 어린 동생인, 스테펜 슈피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런, 너무 흥분했었다. 종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동생이 분명 이유가 있으니 자신을 불렀을 텐데.
“미안! 내가 잠시 다른 데 정신이 팔렸었네! 전령이라고?
“지빌링엔의 에르만 경 계십니까?”
전령으로 온 트랑카벨 가문의 호위병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 그는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만 경, 트랑카벨의 콘도티에레께서 명령을 전하십니다!”
“무슨 명령이오?”
“전령! 지빌링엔 연대의 좌측은 지금 즉시, 평행이 되도록 전선을 밀어 올릴 것! 이후 에르만 경의 판단에 따라서 공세를 취해도 좋다! 피 흘리는 흑곰에 기대한다! 이상입니다, 에르만 경!”
“명령 받들겠소! 피 흘리는 흑곰은 명령을 수행하겠다 전하시오!”
전령을 보내고, 에르만은 잠시 심호흡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횃불이 하나 있었다.
가난하고 척박한 그의 고향을 안타까워하는 마음.
조국의 부흥보다 자기 기반 세력의 강화에 집착하는 귀족들을 혐오하는 마음.
한때 대륙의 전장을 주름잡았다는 ‘피 흘리는 흑곰’의 명성을 재건하고 싶다는 마음.
...가족과 백성들을 더 이상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런 마음들 하나하나가 심지가 되어 모인 횃불은 오랫동안 불타지 않았다. 가끔 불이 켜지기도 했지만 대체로 얼마 가지 못하고 금방 꺼지곤 했다.
지금 그 횃불이 다시 불이 붙었다. 그의 기억으로는 지금까지 그 어떤 때보다도 밝게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스테펜, 좌익의 알골 경을 불러줘!”
“예, 형님!”
작은 체구가 안쓰러운 동생이 전선의 끝으로 달려간다. 이제 반격의 때다. 동생을 더 이상 위험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투를 빨리 끝내야 한다. 곧 좌측 끝을 맡고 있던 알골 딘다르트가 달려왔다. 에르만의 휘하에서 가장 젊은 전방 지휘관이다.
“전투 중에 불러 미안하네. 트랑카벨의 콘도티에레가 반격 명령을 내렸네.”
“드디어 반격입니까!”
“알골 경의 좌측 부대가 핵심이야.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중앙과의 연결부를 축으로, 이렇게 문이 열리듯 돌격해 들어간다.”
“적을 중앙부로 몰아넣는 것이군요!”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확실하게 적을 밀어내야 해.”
“알겠습니다! 사실 저희는 아직 힘을 다 쓰진 않고 있습니다!”
“좋네, 한 번 돌격이 시작되면 총병도 참여하고, 첫 일제사격이 이후에는 장전을 금지한다! 필요하면 일부 창병도 창을 버리고 돌격에 참여시킨다!”
“알겠습니다!”
“돌격대를 모으고 총병들의 사격을 통제하게. 곧 나팔로 신호하겠네.”
명령받은 알골이 원래 위치로 돌아간 이후, 에르만은 전장을 살핀다. 절대로 실패할 수 없는 반격이다. 자신을 위해서도, 지빌링엔 용병들을 위해서도, 아군 전체를 위해서도. 피를 닦아 허리띠에 끼워 놓은 도끼의 머리를 만지작거린다. 두꺼운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침략자들을 단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지빌링엔 지역 특유의 손도끼는 폭이 넓고 날카롭다.
대규모 백병전은 단순히 서로 자리를 지키며 무기만 휘두르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 분명한 진퇴가 있으며 흐름이 있다. 때로는 파도처럼 기세가 아군 방어선을 때리기도 하며, 그 직후에 약해져서 다시 밀려나기도 한다.
그리고 방금, 유난히 기세 좋은 무리가 합류해 아군 대열의 정중앙을 때렸다. 창병들이 창끝을 모아 그 기세를 곧 흘려보낼 것이다. 지금이다!
“스테펜 지금이다!”
부우우우우우우!
숫양의 뿔로 만들어진 피리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울었다. 전장 전체에는 몰라도, 좌익 끝의 알골에게는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타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타타타탕! 타탕!
잠시 사격을 멈추고 있던 좌익의 총병들이 한꺼번에 총탄을 쏟아내는 소리가 여기서도 들린다. 거의 백병전 중인 적에게 총구를 대다시피 하면서 연달아 쏟아지는 사격이다. 지금까지 전투 내내 사격과는 질도 양도 다르다.
“돌격! 뮈다켄을 위해 피를 흘려라!”
“지빌링엔! 뮈다켄을 위하여!”
시끄러운 총성 사이로 들리던 아우성치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하나로 뭉치더니, 거대한 함성이 되었다. 지금까지 창병 중심으로 소극적으로 지키기만 하던 좌익이 돌격에 나섰다. 짧은 무기로 바꿔 쥔 중장병들이 창벽 사이를 뚫고 나가고, 검이나 도끼와 같은 근접 무기를 꺼내 쥔 총병들이 그 뒤를 따른다. 때로는 이미 탄환을 써버린 화승총을 몽둥이처럼 휘두르기도 한다.
적이 반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히 알겠다.
사나운 지빌링엔 사나이들의 돌격을 마주한 적들이 마치 돌멩이처럼 비탈에서 굴러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간다! 지빌링엔 돌격!”
에르만의 외침이 함성에 기세를 조금 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