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색화약의 용병대장-84화 (84/556)

17-4. 뤼나메르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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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군요.”

열심히 말을 달려 뤼나메르 교차로에 도착한 나는 로이작 드 포르망제 남작의 설명을 들었다. 이 젊은 영주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는지 설명을 마치고도 얼굴을 들지 못한다. 눈가에서 눈물이 찔끔 흐르는 것이 보였다.

로이작의 군대. 드 포르망제 가문의 가신들과 인근 소영주들의 군대는 포르망제 성의 치욕적인 함락 이후 남쪽으로 후퇴했다. 그가 부끄러워하고, 괴로워하는 이유는 함락 과정 때문이겠지. 힘껏 지키고 싸웠지만, 힘이 부족해 성문이 뚫리고 요새를 잃은 것이 아니다. 상대의 비열한 수에 속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함락당한 것이다.

게다가··· 함락당한 포르망제에서는 학살과 약탈, 방화가 벌어졌다고 한다. 많은 수비군과 주민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어갔다.

피난민이나 상인 따위로 위장해서 포위 공격 중인 요새로 숨어드는 것은 고전적인 술책이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주력군을 성 밖으로 나오게 만든 상태에서 수비대를 습격해 문을 닫아 버리다니, 적장이 누군지는 몰라도 판을 잘 짰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감탄스럽다. 이 정도로 입체적인 함정을 만들었다면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런 자가 노리고 함정을 팠으니··· 경험은 적고 정의감은 많은 로이작 남작이 걸려들 수밖에 없었겠지.

“힘내십쇼, 남작님. 그런 상황에서는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노력하신 덕에 저만큼이나 살려서 오신 게 아닙니까?”

옆에서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로이작을 위로한다. 포르망제가 함락된 이후 탈출하면서 우연히 만나 임시 계약을 맺은 용병대의 지휘관이라고 하는데···

용병이야 사방 어디에나 있는 법이기는 하지만 거점을 잃고 도망치는 영주라는 열악한 클라이언트에게 굳이 계약을 제안하다니···. 최대한 몸값을 비싸게 받으려면 불리한 클라이언트를 찾으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너무 과감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음, 생각해보니 엘랑키아 왕실과 싸울 판인 내가 할 말은 아니구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지빌링엔 출신의 용병, 에르만 슈피리입니다. 이름 높은 슈토르히 연대의 에트 경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용병 지휘관은 의외로 깍듯하게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이며 인사한다.

“저를 아시나요? 지빌링엔 용병이시군요···.”

“그룬발트에서 용병 생활을 했는데, 슈토르히 연대와 에트 경을 모르면 눈도 귀도 막힌 인간이겠지요. 실제 뵙지는 못했지만, 항상 소문은 들었습니다. 오히려, 에트 경께서 지빌링엔을 기억하고 계시다니 영광입니다.”

지빌링엔은 그룬발트 동남쪽 고원지대에 있는 작은 나라이다. 한 50년 전에는 최강의 용병인 산 사나이들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최근의 총병과 창병 중심 편성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몰락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작은 규모로나마 꾸준히 활동은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빌렝엔 용병 361명, 현재 로이작 드 포르망제 경에게 고용되어 있습니다. 에트 경의 지휘, 목숨 걸고 수행하겠습니다.”

“어··· 아직 정해진 사항은 없습니다만···.”

“에트 경! 저도 부탁드립니다. 제가 무능하고 고집스러워 사태가 이렇게 되었습니다. 부디, 블랑독의 주민들을 구해주십시오!”

“음···.”

로이작이 고개를 깊이 숙인다. 목소리는 절박함으로 젖어있다. 지난겨울, 포르망제 성을 방문했을 때, 당당함으로 똘똘 뭉쳐서는 트랑카벨의 피난 요청을 거부하던 모습도 기억났다. 아무리 심한 실패를 겪었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자존심을 버리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보통 결심으로는 힘든 일이겠지.

다른 능력이나 경험은 그렇다 쳐도 적어도 판단력은 올바르다. 마음에 드는 젊은 귀족이고, 더 이상 치욕스럽게 만들고 싶지도 않다.

“애초에 블랑독 연맹의 일이니, 당연히 도울 예정입니다. 다만 계속 전투를 이어가야 할지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에트 경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나는 일부러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서 좋은 게 좋은 거다, 열심히 해보자는 식으로 훈훈하게 말했다가는 괜한 기대감을 안겨줄 수 있다. 잘 싸우는 것도 중요하고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지 않는 것이다. 적 배후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전투를 이어갈 수는 없다.

여기서 내가 가진 카드를 점검해보자.

제8 벨모제 기병 연대의 절반.

아직 전군이 도착하지 않아 6개 중대 600명만 있다. 다행히도 나머지도 곧 도착할 예정이다. 제31 연대도 합류한다면 든든할 텐데···.

드 포르모제 가문의 병력.

한 300명이 조금 넘는 것 같다. 대부분 갑옷으로 중무장한 보병이지만 퇴각하느라 창을 챙기지 못한 경우가 많아 보인다. 드문드문 총병도 보이고, 기병도 조금 보이지만 숫자가 많지는 않다.

에르만의 지빌링엔 용병대.

361명이라고 한다. 내가 알기로 지빌링엔 용병들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이유는 인구가 부족해서 근접전 위주로만 부대를 편성해서였다고 했는데··· 이들은 다행히 트렌드를 따르려는 듯 일정 수의 총병은 보유하고 있었다. 소문이 진짜라면 나름 괜찮은 전력이리라 예상한다.

에크테인 산맥의 광부들.

대략 200명쯤 되려나. 드 포르망제 가문과 계약을 맺은 은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이다. 전쟁이 벌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주군을 도우러 온 것인지···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다만 광부 출신이 제대로 된 무기나 갑주를 갖췄을 리가 없다 보니 걱정된다.

...주민들.

많다. 남녀노소 상당수. 놀랍게도, 최초의 접전에서 후위를 형성해 적과 싸웠다고 한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이런 민간인의 전투 참가를 절대로 좋게 볼 수 없다. 지금이야 분노로 사기가 높아 보이긴 하지만··· 이건 안 된다.

“콘도티에레! 적의 지원군이 도착한 것 같아요!”

“뭐라고!”

젠장, 주도권이 저쪽으로 넘어가면 안 되는데. 일단 고민을 접어두고 말에 올라 적진 쪽을 바라본다. 과연, 적 후방에 다수의 기병이 일으킨 것이 분명한 모래 먼지가 보인다.

“기병이네. 혹시 숫자는 얼마인지 보여?”

“네에··· 으음, 적으면 800, 많으면 1천 기 정도 되어 보이네요!”

“그래 보이지? 이제 어쩐다···.”

지금 교차로 남쪽의 고지대를 선점하고 있어서 여기서 물러나면 평야에서 적의 추격을 떨쳐낼 수 있느냐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기병까지 나타났으니 더더욱 힘들어졌다. 보병이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콘도티에레, 적이 움직입니다!”

“제8 연대의 마브리엘 경에게 전령! 경거망동하지 말고, 적 기병 견제를 최우선으로 할 것!”

“네에, 콘도티에레! 경거망동 말고, 적 기병 견제 최우선!”

이제 보병을 배치해야 한다! 다행히 이 장소, 뤼나메르 교차로의 남쪽이 지대가 더 높기에 지형이 나쁘지는 않다. 문제는 적 숫자가 좀 많다는 것이지! 굳이 고집부리다가 전술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버린 드 포르망제 남작에게 살짝 짜증이 난다. 그래도 사과하고 고개까지 숙였으니 도와줘야지. 여기서 버리고 갈 수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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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자식들이여! 주신의 사역을 지상 체현하는 사도들이여! 이단자들의 피로 블랑독을 정화하거라!”

“와아아아아!”

“그 기세입니다! 돌격입니다! 하하하하하!”

네부카디 델 카스트로소의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진다. 왕실 음유시인처럼 멋진 울림을 가진 목소리로 제정신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동을 하니 더더욱 기괴하다고 울터 콜린슨은 생각한다. 먼 친척인 라모리 스텐던을 따라 전장에서 살아온 삶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바로 전 활동했던 지역인 동부 그룬발트에서도 이교도와의 싸움으로 밤낮을 보냈었지만, 이 수도원장 네부카디처럼 골때리는 광신도는 본 적이 없다는 생각도 했다.

“그럼··· 저도 슬슬 가보겠습니다.”

“오오! 믿겠습니다, 울터 콜린슨 경! 동부 그룬발트에서도 기병대를 이끌고 신묘한 기동으로 무수히 많은 이교도를 말발굽 아래 단죄했다고 들었습니다! 블랑독의 이단자들 역시 같은 운명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네네,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아까의 교전에서도 결정적인 승리를 쟁취하려던 순간, 저 남부의 탕녀가 보낸 기병대가 도착해 주신의 승리를 막았지 뭡니까!”

“허어,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수도원장님, 두 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저희 보병 지원군도 도착하는데요···.”

“오오! 그럼 또 곧바로 전장에 투입해 주십시오!”

“....”

자신의 의도조차 알아듣지 못하고 말을 끊어버리는 네부카디의 태도에, 울터는 입을 닫기로 했다.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자신의 기병대로 돌아간다. 네부카디의 떨거지들, 성전군의 ‘선발대’들이 기세도 좋고 전장을 가로질러 적진으로 향하고 있다.

자신과 상의는커녕, 알리지도 않고 멋대로 개전 선언하며 보병을 출격시킨 네부카디의 행동에 당황하기는 했다. 그래도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빠르게 승부를 내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니다. 지금 보병은 수적으로 약 두 배, 기병도 30퍼센트 정도는 더 많아 보인다. 아군 보병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후속하는 ‘제대로 된 보병’의 지원도 받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뭐 이미 시작된 전투는 어쩔 수 없지. 울터의 기병대가 적 기병을 압도하거나, 최소한 묶어두기라도 한다면 분명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적도 이미 북쪽의 포르망제인가 하는 성에서 한 번 패하고 남은 패잔병 찌꺼기라고 들었으니까.

이런 정도 규모의 싸움은 그룬발트에서 질리도록 했었다. 그로서는 싫어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끄는 기병대가 완전한 승리의 카드가 될 수 있으며, 전장을 주도할 수 있는 규모의 전투이니까.

...그나저나 네부카디가 말한 남부의 탕녀가 누구지? 이단 숭배 집단의 여자 교주인가? 좀 특별한 취향을 가진 울터이다보니, 은근히 기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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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을 강화한다!”

지빌링엔의 용병 지휘관, 에르만 슈피리는 일부러 엄격한 표정과 목소리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가 신뢰하는 부하들이자 동료, 친구들인 지빌링엔 창병들이 언덕 좌측을 보호하는 형태로 진형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이 보병 대열의 왼쪽 끝이었다.

일부러 엄격함을 가장하고 있지만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혹시 일거리가 없을까 하며 찾아온 성전군 진영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했고, 자칫하면 돌아갈 식량 구할 비용도 떨어질 위기에 처했으나 어떻게든 고용주를 찾았다는 것도 첫 번째 좋은 일이었다. 물론 가문의 거점을 잃고 패잔병을 이끌고 떠돌고 있는 귀족이 고용주로 썩 훌륭한 상대는 아니었지만, 반대로 절박한 젊은 남작은 자신들의 몸값을 썩 잘 쳐 주었다.

‘당장 선금으로 드릴 수 있는 건 이것뿐이지만 잘 부탁합니다. 어머님의 유품인데, 가문을 지키기 위해 사용된다면 어머님께서도 기뻐하시겠지요.’

라는 무거운 말을 하며 보석이 박힌 은세공 머리장식을 내주었다. 장식에 그려진 섬세한 세공 문양 등 예술성은 그렇다 치고, 꽤 묵직한 은의 무게나 박혀있는 보석의 가격만 따져도 계약금 가치는 훌쩍 넘고, 당장 전투에 사용할 부대 운영 비용도 충분해 보였다. 불리한 전쟁에서 지게 된다면 문제가 생기지만··· 어차피 이기는 편에만 줄 서는 건 불가능하다. 확률이 좀 낮은 대신 배당 높은 선택지가 나쁜 것만은 아니고.

“에르만 대장, 트랑카벨의 콘도티에레가 각 부대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교전을 시작하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알았다고 전해라! 모두 지빌링엔 사나이들의 힘을 보여줘라!”

“예엡!”

다음으로 좋은 일은, 바로 지휘관이 슈토르히 연대의 에트라는 점이었다. 그룬발트에 유명한 연대도, 유명한 용병대장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에르만이 신생 지빌링엔 용병단의 모델로 삼은 것이 바로 슈토르히 연대였다.

특별히 화려한 복장이나 무기도, 특이한 병종도, 남다른 배경 등도 없었고, 냉정하게 말하면 항상 이겼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전투에 참여하면서도 한 번도 결정적인 큰 피해를 보지 않으며 끈질기게 용병단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하는 슈토르히에 반했었기 때문이다.

지빌링엔 용병단이 이전과 같은 위상을 잃어버린 것은 과거의 성공에 도취하였던 선배 용병들의 잘못도 있긴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지빌링엔 정부가 분열되면서 권력 투쟁으로 나라가 쪼개졌다는 사실이 컸다. 자기들끼리 싸우면서 많은 희생자가 나온 데다가, 4개의 나라로 분열된 지빌링엔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규모에 숙련도를 갖춘 용병단을 외부로 파견할 역량이 없었다.

어정쩡한 규모에 어정쩡한 숙련도, 거기다가 서로 반목했던 지방 출신들이 한 부대에 속해서 협력하기도 쉽지 않고. 결국 ‘피 흘리는 흑곰, 무적의 지빌링엔 연대’의 전설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외부에서 활동하는 지빌링엔 청년들의 숫자도 갈수록 줄어가고 있었고.

다만 에르만처럼, 지빌링엔 용병단 ‘피 흘리는 흑곰’의 재건을 꿈꾸는 이들도 없지는 않다. 더 이상, 춘궁기만 되면 아사자가 나오는 비참한 고향 마을을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었다.

“적이 다가온다! 사격 준비!”

“사격 준비!”

성전이고 뭐고, 주신이고 신앙이고 나발이고 지빌링엔은 밥 주는 세력의 편이다. 에르만의 고향의 예배당 종루는 몇 년 전에 무너졌으나 고칠 돈이 없어 잔해만 치우고 방치되어 있다.

“발사!”

“쏴!”

타타타타탕!

측면을 우회하려는 듯, 옆으로 달리던 적군의 옆구리를 향해 총탄이 날아갔다. 하얀 연기 속으로 무수히 많은 적군이 쓰러진다. 타타탕! 역으로 적의 반격이 쏟아진다. 운 나쁜 동료들이 픽픽 쓰러지는 상황에서도 지빌링엔 보병들은 눈 하나도 꿈쩍하지 않는다. 그들의 고향에서의 평소 생활은 전쟁만큼 가혹하니까.

“지빌링엔을 위해서 피를 흘려라!”

“지빌링엔! 뮈다켄!”

“뮈다켄! 뮈다켄!”

고향의 이름을 외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높고 굵다.

운 좋게도 이름 높은 슈토르히 연대를 창설했던 에트 경 휘하에서 싸우게 되었다. 일개 용병 연대 하나의 지휘관으로 시작한 에트 경은 이제 지빌링엔 전체보다도 부유한 남부 엘랑키아 한 지방의 전군을 통솔하는 대리 사령관이 되어있다. 분명 후보자들 사이에서 말도 못 할 경쟁이 있었을 것이다. 끊임없는 향상을 위한 불굴의 의지와 불타는 야심이 바탕이 되었겠지. 거기서 최후까지 살아남은 승리자가 되어 사령관으로 발탁된 에트 경에게는 분명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에르만에게는 없고, 에트 경에게는 있는 무언가를 반드시 배워야 한다. 그러면 그의 보잘것없는 지빌링엔 용병대는 새로운 ‘피 흘리는 흑곰’이 될 수 있으리라.

“물러서지마! 예비대는 대열 사이로 들어온 적들을 요격한다!”

물론 그러려면 우선 이기고 살아남아야 한다. 방어선을 우격다짐으로 뚫고 넘어온 적을 넘어뜨린 후, 목을 직접 손도끼로 찍으면서, 에르만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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