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이스키비르의 지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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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마워요. 두 분도 시간이 얼마 없었을 텐데 이렇게까지···.”
다음 날, 다행히 아쥬흐는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다.
나와 첼레스티나는 아쥬흐를 돕기 위해서 밤늦게까지 머리를 맞대고 보고서를 정리했다. 첼레스티나가 특유의 친화력으로 수집한 정보에, 공식적인 신문 조서들까지 유용한 정보는 전부 긁어모아서 피곤한 아쥬흐가 최대한 빨리 훑어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작업이다.
최대한 간추리고 줄인다고 노력했는데도, 자료는 30여 페이지나 됐다. 새벽에 자러 가기 전에 바구니에 담아서 아쥬흐의 방 입구에 슬쩍 가져다 놓았는데, 설마 아침도 먹기 전에 다 본 건가? 대체 몇 시에 일어난 거지···. 좀 더 쉬었으면 좋겠는데. 이래서 부지런한 사람들이 오래 못 산다.
“둘이 하니 금방이었습니다! 첼레스티나가 훌륭했어요.”
“네에, 앗, 아니! 저는 그냥 콘도티에레가 시키신 대로만 했습니다.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아···.”
아쥬흐가 웃는 모습을 보니 둘이서 새벽까지 고생한 보람이 있네!
“첼레스티나, 보고서는 잘 읽어봤어요. 생각도 못 했던 점들도 많이 있네요. 혹시 달리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나요?”
“네에, 음음··· 포로 병사들이 ‘콘도티에레’ 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응? 이게 무슨 소리야?
“함부로 사용이라··· 무슨 의미죠?”
“네에, 자기네 단장, 알코자르의 남작이 자기를 콘도티에레라고 부르라 했다네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따끔하게 한소리 해 줬어요!”
“하아··· 첼레스티나, 콘도티에레는 그냥 일반 명사라고. 그쪽에도 큰 규모 용병단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붙는···.”
“그거··· 흐음, 조금 불쾌하네요.”
“어?”
아니 그게 왜 불쾌한가요? 그냥··· 그냥 부르는 용어인데 이해가 안 가네요···. 어쩐지 아쥬흐의 태도가 싸늘해서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제가 알기로는 알코자르의 남작, 네그라타 용병단의 단장은 노인이 아닌가요?”
“네에, 맞아요 아쥬흐 양. 예순 다 된 노인이 서른 살 가까이 어린 부인을 들이고, 얼굴에는 분칠하고 치렁치렁한 장발 가발을 쓴다고 병사들도 거북해 했어요오!”
“...상당히 불쾌하네요. 알코자르 남작령과 관계를 재정립하게 된다면 용어 사용에 대해서도 강한 제한이 필요하겠어요.”
“네에, 네에! 그렇죠!”
트랑카벨 가문은 포용력도 있고, 지지자를 절대로 버리지 않으며, 착취하지도 탄압하지도 않는 훌륭한 가문이다.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쓰면 안 되는 단어가 있는 모양이니까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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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위 포로들을 가둬 놓은 외딴 경비 탑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거리를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미리 이야기해 놓았기 때문에, 탑을 지키던 드 누아 가문의 기사가 우리를 맞이해 면담실로 안내했다.
면담실은 생각보다 청결한데다 건조했다. 창문이 작을 뿐, 환기도 잘 되는 것 같다. 면담은 아쥬흐와 나만 들어가기로 했고, 첼레스티나는 돌려보내려고 했으나, 밖에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다고 했다. 뭐 별일이 있겠나 싶기는 하다만.
한가운데 고정된 탁자에는 수갑을 찬 남자가 앉아있다. 간소한 평상복 차림에, 짧게 자른 머리, 얼굴과 팔에 난 자잘한 상처들. 거기에 다소 반항적인 눈이 인상적이다. 이미 브롱보카쥬 전투 당시에 항복 권고를 하면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지만, 갑옷과 투구를 비롯한 군장을 전부 벗은 남자는 역시 이미지가 많이 달라 보인다.
“기사님, 수갑을 풀어 주실 수 있나요?”
“어··· 괜찮으시겠습니까? 안전이 걱정되어서···.”
“후후, 대륙 최강의 남자가 곁에 계시는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음,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저희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달려오겠습니다.”
나는 열심히 대륙 최강의 남자 눈빛을 연기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이 미카토라는 이름의 포로가 함부로 폭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나 아쥬흐에게 위해를 가한다고 그나 그 부하에게 돌아가는 이득은 없으니까. 계산적으로 자기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가치하게 자기 목숨을 버리지는 않겠지.
철컥, 하고 수갑이 풀리자 미카토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목을 문지르며 우리를 바라본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쥬흐 트랑카벨이라 합니다. 저희 가문의 대리 사령관이신 콘도티에레 에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왔습니다.”
“...미카토 바르두 샌잔디스라 합니다. 아시다시피 브롱보카쥬에서 귀하의 군대에 무너진 패장입니다. 힘들게 찾아오셔서 죄송하지만, 제가 무엇을 해 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반항적인 눈과 달리, 말투는 예의가 바르다.
“그리고··· 상처를 입은 부하들을 치료해 주셨다 들었습니다. 트랑카벨 가문의 자비로움에 감사드립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다행히 좋은 일을 했더니 보답받는 모양이다. 조금이지만 분위기가 밝아졌다.
“하지만, 미리 말씀드리지만 타르벤도 남작님을 배신하는 일은 못 합니다.”
단호한 태도. 포로로서 자비로운 대접에는 감사한다. 도움이 될지 모르나, 가능한 만큼은 협조하겠다. 하지만, 넘지 못할 선은 있다고 선언한다. 나름 깔끔하고도 우호적인 대화의 시작이네.
“미카토 경, 미카토 경은 알코자르 남작가의 사람인가요, 아니면 네그라타 용병단의 사람인가요?”
“알코자르의 남작과 네그라타 용병단장은 같은 사람입니다.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도 남작과 단장의 지위는 계속 한 명에게 세습되는 건가요? 분리되는 일 없이?”
“...무슨 의도로 하시는 질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카토 경을 차기 용병단장으로 모두가 알고 계시더라고요. 미카토 경이 단장직을 수행하게 되면 남작위 역시 따라오는 것인지··· 궁금하네요.”
미카토의 얼굴이 복잡하게 변한다. 보아하니,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기는, 너무도 당연하게 남작과 단장을 한 사람이 겸하고 있었을 테고··· 미카토는 용병으로서의 커리어만 쌓아 왔을 테니.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현 단장님의 의향을 따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물려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장님의 다른 친척이 받을지도 모르지요.”
나름 명확하고 욕심 없어 보이는 대답이다. 다만 이것은 차기 단장은 자신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할 수 있는 대답이겠지.
“그렇다면, 미카토 경이 계약의 의무를 다하는 대상은 어느 쪽 인가요? 용병단장 개인인가요? 혹은 네그라타 용병단 조직인가요?”
“하하, 그런 식으로 논리 함정에 빠지게 하려고 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저에게는 둘 다 소중합니다. 그리고 원래 용병단은 단원들의 의사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단장이라고 해도, 대다수의 단원이 반대하는 일을 할 수는 없지요.”
아쥬흐가 미소를 짓는다. 기세 좋게 말하지만, 너는 완전히 논리 함정에 빠졌어, 라는 뜻이겠지. 역시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의 협상은 이런 결과를 낳는다. 슬슬 내가 나설 때인가.
“제 이름은 에트라고 합니다. 지금은 트랑카벨 가문에 고용된 몸이지만, 한때는 용병단을 운영했었지요.”
“미안하지만 본 기억이 없는데··· 혹시 어느 용병단 소속이셨는지?”
“아, 그룬발트나 주디칼리에서 활동해서 라솔 출신 분들은 잘 모르실 겁니다.”
“혹시 용병단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슈토르히 입니다.”
“슈토르히··· 슈토르히··· 들어본 것도 같은데··· 슈토르··· 슈토르히?!”
갑자기 미카토가 상체를 쭉 펴며 외치듯 말했다. 덜컥하고 의자 다리가 돌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낸다. 제법 요란했는지, 철창 밖에서 첼레스티나와 경비병들이 안쪽을 들여다본다.
“음, 분명 들어봤습니다. 그룬발트에서 용병 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단원이 있는데··· 그 친구가 말했었습니다.”
“평가가 어떻던가요?”
자신도 궁금했는지, 아쥬흐가 묻는다.
“악마처럼 강하고 뱀장어처럼 느물거린다고 했었습니다.”
“배, 뱀장어···.”
아니 뭔··· 누가 용병단을 뱀장어에 비교해? 뭐 하는 놈이야? 어처구니가 없네.
“무슨 수를 써도 잡을 수가 없었다고,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고 하더군요.”
“...표현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칭찬이었네요.”
“설마 저희가, 네그라타가 지난 전투에서 슈토르히와 싸운 겁니까?”
“브롱보카쥬에는 슈토르히 연대는 없었습니다. 트랑카벨의 영지군이었습니다.”
“휴우··· 슈토르히의 지휘관이 지휘하는 부대였군요. 그래도 정말 강했습니다.”
“트랑카벨 영지군의 병사들이 기뻐하겠네요.”
슈토르히 연대가 제법 유명하기는 한 모양이다. 그보다 하던 이야기를 해야지.
“아무튼 그래서··· 저도 용병단의 돌아가는 방식을 대강은 알고 있습니다. 용병단장과 중견 지휘관인 간부, 그리고 병사들은 지휘 체계상 상하는 있지만 군신 관계는 아니지요.”
“맞습니다. 그래서라도, 제 개인의 판단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원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판단 역시 신뢰하니까요.”
음··· 좋은 말이기는 한데, 완전히 아쥬흐가 계획한 논리 올가미 안에 걸려들었구나. 역시 장교들을 병사와 분리하고 정보를 차단하기를 잘했다. 병사 대표를 가끔 만나게 해 주기는 했지만··· 자신이 브롱보카쥬에서 후미를 맡아 용전분투한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구나.
“미카토 경, 혹시 저희 트랑카벨 가문에서 잡고 있는 네그라타 용병단 소속의 포로가 몇이나 되는지 아십니까?”
“당시에 제가 마지막으로 지휘했던 병사들이 약 700명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대우를 해 주고 계시다니 지금도 비슷한 숫자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역시··· 지금부터 내가 말하려는 말은, 미카토에게는 다소 가슴이 아픈 내용이겠구나.
“음··· 미카토 경, 제가 유감이라고 이야기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군이 잡고 있는 네그라타의 포로는 1600명이 조금 넘습니다.”
“네? 어··· 몇 명이라고요?”
“정확히는 1630명 정도입니다. 정확한 숫자는 저도 문서를 찾아봐야···.”
“모두 1632명 이네요.”
아쥬흐가 자료를 뒤적이더니 대신 대답했다. 첼레스티나가 용케도 자료에 정보를 넣어 두었구나. 역시 유능해!
“어어··· 흐음···.”
갑자기 온몸의 뼈라도 없어진 듯, 미카토가 흐물거린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꼿꼿하고 당당하더니··· 역시 충격이 큰 모양이다. 뭔가 중얼중얼하는 것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다.
패배한 전투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최후방에서 적을 맞아 싸웠다. 이건 본대를 무사히 퇴각시키기 위한 버림말을 자처한 것이다. 그의 자기 희생정신과 과감한 결단력은 인정할 만하다. 조금만 타이밍이 어긋났어도 전멸하거나, 그에 준하는 피해를 입고 완전히 붕괴하였을 수도 있다.
용감한 싸움 끝에, 비록 포로로 잡히기는 했으나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을 것이다. 본대를 무사히 살려 보냈다는 자부심 말이다.
...그런데 그 본대가 완전히 박살이 났고, 절반은 붙잡혀서 자신과 격리되어 같이 포로로 있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대체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나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브롱보카쥬의 전장을 벗어난 네그라타 용병단 본대는 어떤 이유인지 질서를 잃고 지리멸렬해졌다. 원인은 아마도 수뇌부의 빠른 도주로 생각된다. 결국 전열은 완전히 붕괴하였다. 대다수가 이스키비르 강을 다시 건너가지 못하고 죽거나 사로잡혔다.
“하아···.”
깊은 한숨. 머리를 싸쥐고 괴로워한다. 자기가 목숨까지 걸고 했던 행동이,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행동이 무의미한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니.
“어째서 이런 일이··· 본대의 타르벤도 단장님이나 아버클리 경은 대체 뭘 하셨길래···.”
도망쳤겠지, 뭐···. 싸워 본 내가 장담하는데 네그라타 용병단은 절대 호락호락한 부대가 아니다. 비록 패배했지만, 끝까지 잘 통솔되었다면 절대로 이런 최후는 없었으리라. 그러면 병력의 셋 중 둘은 무사히 돌아가서 나도 막타를 어떻게 쳐야 하나 전전긍긍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현재 네그라타 용병단 생존자의 절반 이상이 누아 성에 포로로 구속되어 있습니다.”
“....”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현 단장, 타르벤도 남작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있지요. 대신 부단장이신 미카토 경이 용병단을 이끌어 주기를 원하고 계셔요.”
“...믿기 어려운 일이군요.”
“하지만 현실인걸요.”
미카토는 정말로 괴로워 보인다. 평생 믿어온 법칙이 사실 거짓이었다고 들은 기분이 이럴까?
“설명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는 타르벤도 남작님을 배신할 수는 없습니다. 저에게 잘해주셨고, 또 매형이시기도 하니까요.”
“단원들의 뜻에도 불복하실 생각이십니까?”
“다소 불만이 있기는 하나, 몸값이 지불되고 돌아가게 되면 분명 해묵은 감정도 해소가 될 것입니다.”
“후후,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아쥬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미카토의 말을 긍정했다. 이 정도면 그녀가 얻어내고자 했던 말은 다 들은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럼 알코라즈의 남작님께서 보낸 사절이 도착할 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시길. 적적하실테니 앞으로는 다른 병사분들과 면회하실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면담은 그렇게 끝났다. 경비병에게 이끌려 미카토가 나간 후, 우리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작의 사절이 몸값을 가지고 올까요? 상당한 금액일 텐데···.”
“아뇨, 그러지 않을 거로 생각해요.”
“하지만 자기 잘못으로 잡힌 포로를 찾아오지 않으면, 용병대장으로서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그럼 몸값을 지불하고 포로를 찾아오면 사정이 나아질까요?”
“아···.”
마찬가지겠지. 병사를 단장의 거취를 정할 수 있는 유권자라고 한다면, 여기 포로로 잡힌 이들은 타르벤도에게 불만을 가진 유권자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부하를 버려두고 도망친 것은 용병대장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이다. 적어도, 기다리는 척이나 구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심지어 부하를 방패막이로 세워놓고 본대를 탈출시켰는데 자기가 먼저 도망치는 바람에 패전 후에도 간신히 유지되던 질서를 박살 내? 이건 부하들 손에 탄핵당하는 것은 당연하고, 암살당해도 할 말이 없는 실태다.
문득 소름끼치는 생각이 떠오른다. 엄청나게 소름끼치고, 지저분하고 역겨운 생각.
"서, 설마... 알코라즈의 남작이 자기를 탄핵할 수 있는 부하 용병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드 누아의 힘을 빌릴 것이라 예상하시는 건가요?"
아쥬흐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다가, 잠시 후에야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에게도 썩 유쾌한 예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 그래도 자기 부하들인데 어떻게...!"
"세상에는... 콘도티에레 에트 처럼 생각이 바른 사람은 상상도 못 할 만큼 비틀어진 인성을 가진 인간들이 많잖아요."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한다. 그 말투에서 진한 경멸이 묻어 나온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후후...."
아쥬흐의 미소에서 냉혹함이 묻어 나온다. 말 그대로 잔혹하게 토막이 날 사냥감을 상상하는 듯한 섬뜩한 미소.
"적의 손에 죽도록 버려둔 부하들이 살아서 돌아오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것도 한꺼번에 1600명이나?"
"억...."
...타르벤도 남작, 얼굴도 모르는 남자지만, 제발 `지혜로운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제 꾀에 넘어가지 말고.
아니라면 명복밖에 빌어줄 게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