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알코자르 토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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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랑카벨 가문에서 보낸 지원군은 딱 좋을 때 도착했고, 덕분에 아군은 완벽한 타이밍에 출정할 수 있었다. 이스키비르 강가에서 벌어진 전초전에서 숲지기 경보병들이 완벽하게 승리했다는 소식이 도착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출발.”
“출바알!”
연합군의 총지휘관인 가스텔 드 누아 백작이 명령을 내리자, 모콜리가 우렁찬 목소리로 출발을 알렸다. 나는 가스텔 백작 사령부의 참모 겸 부지휘관으로 근처에서 말을 타고 있다.
선봉으로 나선 정찰대나 아직 합류하지 않은 숲지기 경보병들을 제외해도 거의 4천 명에 가까운 병력이 누아 성을 나와 진격하기 시작했다.
누아 성은 분지인 듯 분지가 아닌 듯 한 지형에서 몇 개의 산을 성벽으로 연결해 건설한 제법 넓은 면적의 도시이다. 특이하게도 백작이 머무는 거성은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지에 면해 있어서 가장 성벽이 두꺼운 서쪽 성벽의 일부였다. 원래 작은 성만 있었으나, 가문의 세력이 커지면서 주변 산과 언덕을 연결하면서 지금과 같은 큰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방어전을 하면 쉽게 함락당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거점을 방어하는 수성전은 선택지에 없다. 블랑독에서 그랬던 것처럼 청야작전을 시작하기에는 시간도 없고, 여기서 몇 달이나 시간을 쓸 수도 없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아예 병력을 최대한 동원해서 압도적인 병력으로 무력 시위해서 다시는 침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었겠지만···. 지금은 주어진 병력을 잘 활용하는 수밖에.
“정말 오랜만에 콘도티에레와 함께 외출하네요!”
“우리 전쟁하러 가는 거잖아.”
“네에, 콘도티에레와 함께 하면 뭐든 좋아요!”
“으휴···.”
“슈토르히 동료들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요.”
“음, 슈토르히는 아직 준비가 안 됐으니까.”
막 북방전쟁이 끝나고 전투 모드를 해제했으니, 다시 준비하는 데는 나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전쟁이 끝났으니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용병단으로 이적하는 목적으로 떠나는 숫자가 상당할 테니까. 나름 전문화된 인원들로 구성된 루드비히의 포병대는 몰라도, 크레시미르는 병력 충원에 꽤 고심하고 있었던 것 같고.
물론 지금도 전쟁터에 나오면 굉장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좀 더 시간을 줘서 최상의 컨디션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다. 내가 뭐 해 줄 것도 없이, 그냥 놔두면 내년 봄에는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인간들만 모아 놓은 부대니.
오히려 선임 중대장인 모리츠나 첼레스티나를 다른 임무로 빼 버렸으니 정말 도움은 하나도 못 주고 있구나.
괜찮다. 알아서 잘할 거야. 믿는다.
드 누아 가문이 총력을 동원해 모은 병력에 트랑카벨 가문으로부터의 지원군이 합쳐진 연합군의 전력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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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누아 백작 영지군] 약 2450명
중보병 약 1500명
- 지휘관 모콜리 드 디망투완 남작
- 객원 부지휘관 기즈 드 콜롬브
- 3개 전열로 나뉘어 편성
- 창병 약 960, 총병 약 540
경보병 약 550명
- 북부, 중부, 남부 3개 부대
- 북부 지휘관 메르클랑 나브룰
- 중부 지휘관 사페리 드 네르툴루
- 남부 지휘관 로지 다스크레
- 총병 약 180명, 나머지는 궁병
- 숲지기나 사냥꾼 출신
기병 약 400명
- 지휘관 브라소 드 마르지엘
- 중기병 약 200, 경기병 약 200
- 총기 없음
[트랑카벨 영지군] 약 1900명
제22 몽세나 보병 연대 약 1200명
- 연대장 지로도 드 뤼퐁텔
- 창병 6개 중대
- 총병 6개 중대
- 경야포 4문
제31 몽세나 정찰 연대 약 700명
- 연대장 로베르 드 나뵈프
- 총기병 2개 중대
- 추격기병 3개 중대
- 용기병 2개 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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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350명이라··· 아직 네그라타라는 이름의 적 용병대 규모를 확실히 알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호각에 가까운 병력을 보유한 것 같기는 하다.
트랑카벨 가문의 지원으로 드 누아 영지군의 총기 보유량도 상당히 늘어났다. 한참 파견 교관으로 고생했던 기즈 드 콜롬브의 보고에 의하면, 병사들이 아직 제멋대로이고 거친 면이 있지만, 전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할 수준에는 도달했다는 것 같다. 간혹 대단히 열정적이고 충성심 높은 병사들의 경우, 규율 이상의 위력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기는 하니.
한편 기병이 총기를 전혀 보유하지 못했다는 것은 다소 아쉽지만, 리니 능선이나 여울목의 전투 때처럼 카운터 펀치로 잘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행히 제31 연대의 기병들이 커버를 잘해줄 것이다.
단, 이번 전투의 총지휘관은 어디까지나 가스텔 백작임을 잊으면 안 된다. 얼마나 많은 군대가 지휘관들 사이의 알력 끝에 자기 능력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자멸해 버렸었는지를 생각해보면···.
가스텔 백작은 상식적인 사람으로 보이니, 이야기를 잘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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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군을 시작하고 이틀째, 내가 전장 후보로 계획했던 장소 중 하나에 도착했다. 모래 섞인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진 나지막한 언덕에, 좌우로 습지가 이어진 장소이다. 바닥의 상태를 잘 모른 상태로 밀집 대형의 보병들을 진격시킨다면 반드시 대형이 흐트러질만한 장소이다.
다만 언덕이 좁아서 아군 전체가 기다리기는 힘들고··· 너무 대놓고 유리한 장소라서 어지간히 훌륭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적이 굳이 공격하지는 않을 것 같은 위치라는 문제가 있었다. 물론 리니 능선 전투 때처럼 ‘이래도 들어올래?’ 티를 냈는데도 공격하는 멍청이들이 있으니까··· 또 모르지.
사실 다른 전장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점하는 쪽이 유리한 전장이다. 그럼 이걸 어떻게 유인해서, 내가 원하는 전장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하지?
숲지기 경보병들을 이용한다? 가능은 할 것 같지만, 진짜 강 건너던 첫날부터 쉬지도 못하고 고생하고 있었다. 가능하면 최소한의 휴식시간은 주고, 야전에 함께 투입하고 싶은데···.
...라는 내 고민은 정말로 어이없게 해결되었다.
“에트 경, 백작님께서 부르셨소이다.”
“알겠습니다.”
호출을 받고 간 나는, 평생 보지 못할 것으로 여겼던 장면을 보게 되었다.
바로 분노로 시뻘겋게 변한 가스텔 백작의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눈꺼풀이 바르르 떨릴 정도로, 정말로 턱 끝까지 가득한 분노를 참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어쩐지 나를 직접 부르러 왔던 모콜리의 표정이 안 좋더라니.
“안녕하십니까, 드 누아와 트랑카벨의 지휘관 여러분들.”
인격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상식적이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가스텔 백작이다. 그를 이렇게까지 분노하게 만든 인물이 나에게 인사했다. 꿀이라도 바른 듯, 유려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지만 어딘가 거슬리며 불쾌하게 만드는 목소리.
아니, 일부러 신경을 긁는 것인가.
“본관은 알코자르 남작, 타르벤도 카마조 데 보르토 각하께서 보내신 전령, 네그라타 용병단의 정무관, 아버클리 그릭키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트랑카벨 가문의 군사 고문, 그룬발트 출신의 에트입니다.”
빳빳하고 널찍한 챙을 가진 모자를 가슴에 얹으며, 다리를 뒤로 빼며 허리를 숙이는 상대의 예스러운 과장된 인사에, 고개만 까닥하는 인사로 답했다. 나는 왠지 이런 놈이 싫다.
원래 용병들은 유난히 화려한 복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워낙 오늘만 산다는 생각이 강한 용병들이 많기도 하고. 무엇보다 ‘용병이 돈이 많다 = 전공을 많이 세웠다 = 오래 살아남았다’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때문에 과시용인 경우도 많다. 게다가 용병 지휘관이나 고용주들 입장에서는 건실하게 돈을 모아서 은퇴해버리면 고참 용병을 하나 잃어버리는 것이니 일부러 과소비를 조장하는 분위기도 있으니까.
나는 부하들에게 될 수 있는 대로 오늘만 산다 생각하지 말고 저금할 것을 권했었다. 연대에서 지급하는 무기는 싸구려이니 좋은 거로 새로 사라고 하기도 했고. 이러면 농담인 줄 아는데 절반 정도는 진담이라고. 게다가 나는 나풀거리는 화려한 장식을 워낙에 싫어해서, 슈토르히는 또 그게 유행이 되어 버렸지만.
눈앞의 아버클리라는 인간은 내가 싫어하는 나풀나풀 레이스 장식의 첨단을 달리는 것 같은 인간이다. 아니 무슨 레이스 못 입어서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얼굴도 허옇고 뽀송뽀송하게 평소부터 관리하는 모양이다. 진짜 내가 싫어하는 비호감 요소는 죄다 가지고 있는 인간이네. 목소리, 복장, 얼굴.
“무슨 제안을 하러 오셨습니까?”
“오호, 단도직입적이시군요.”
“피차 시간이 넉넉한 사람들은 아니지 않나요.”
나는 되도록 감정을 담지 않고 드라이하게 말하려 애썼다. 개인적으로 상대방이 싫기도 했지만 가스텔 백작이 저렇게 화난 것을 보면 분명 변변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오호,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군요. 저희 남작님께서는 귀군과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끝내고, 평화를 되찾기 위한 제안을 보내셨습니다.”
“내용이 어떻게 되죠?”
“우선은 이스키비르 강변에서 훈련하고 있던 네크라타 용병단의 신병들을 습격하여, 무고한 젊은이 227명의 목숨을 빼앗은··· 불행한 폭거에 대한 사과를 요청하셨습니다.”
“허어···.”
“가스텔 드 누아 백작 각하 본인의 진심 어린 사과와, 희생자들의 가족과 고용주인 용병단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있다면 평화를 이야기해볼 수 있겠지요.”
나는 주먹이 꽉 쥐어졌다. 이런 시발, 나도 눈가에 경련이 오려고 하잖아. 뭐 이딴 뻔뻔한 자식들이 있지? 가스텔 백작은 아예 탁자에서 몇 걸음 떨어져서,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와서 호통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백작님, 당신은 인격자가 분명합니다.
“첼레스티나, 밖에 있어?”
“네에, 저는 항상 콘도티에레 곁에 있어요.”
“음, 으흠. 파들로 데리고 올래?”
“네에.”
얼마 지나지않아 첼레스티나가 파들로 데 바를렉을 데리고 왔다. 방금 아버클리가 언급한 ‘이스키비르 강변에서 훈련하다 불행한 폭거를 당한’ 227명 중 유일한 생존자이다. 드 누아 가문의 가신들에게 육체적 폭력은 당하지 않았어도, 공포에 질려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더라.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데려와 트랑카벨 가문 측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그래도 요 며칠간은 밥을 잘 먹고 잠도 잘 자서 그런지 상태가 좀 좋아 보인다. 얼마 전에는 첼레스티나와 이야기도 좀 나누고 있던데. 지금도 좀 당황해서 두리번거리고는 있지만 건강해 보인다.
“이 청년은 누구신가요?”
“이스키비르 강변에서 훈련받고 있던 불행한 227명 중 생존자입니다.”
“오? 오오오··· 전원 사망한 줄 알았더니··· 생존자가 있었나요?”
“그렇더랍니다. 다행이죠?”
아버클리가 처음으로 약간 당황한 듯, 한쪽 입가만 억지로 끌어올리는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파들로, 잠시 괜찮겠나?”
“네, 네네, 콘도티에레···.”
“너희는 이스키비르 강변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나?”
“저희는···.”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변경 마을들을 약탈하고 있었습니다.”
“약탈은 성공했나?”
“네··· 하지만 작은 마을이고 주민들이 미리 도망쳐서 별로 얻은 것은 없었습니다. 닭 몇 마리 정도···.”
“처음 이스키비르 강을 건넌 이유는 무엇인가?”
“요, 용병단에 있는 친구가 저를 꼬셨어요. 강 건너에서 용돈 좀 챙길 수 있을 테니 같이 가자고 하면서···.”
“약탈을 할 것을 알고 왔다는 거지?”
“네···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그래 말해주어서 고맙다.”
나는 파들로를 돌려보냈다. 첼레스티나는 파들로가 내 말을 잘 들은 것이 기분이 좋았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그를 데리고 나갔다.
“이래도 훈련입니까?”
“크윽!”
아버클리가 이를 부드득 간다. 뭐 그럴싸하고 고상하게 위협이라도 하고 싶었나? 설마 이 조건을 우리가 받아들일 거라 생각한 것도 아닐 텐데, 괜히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하나 얹어서 괜히 망신만 당하네.
“뭐, 그건 아무래도 좋소!”
그러니까, 아무래도 좋은 소리는 뭐 하려 한 거야.
“서로간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니 승부는 전장에서 낼 수밖에 없지 않겠소? 서로의 총력을 다 해서 말이오!”
“무슨 말씀이시죠? 날짜를 정해서 전장에서 승부를 내자고요?”
“그렇소이다!”
어라.
“으으음···.”
“귀 가문도 엘랑키아의 명문 백작! 설마 이 도전을 거부하시지는 않으시겠지!”
이게 이렇게···.
“그게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셔도 좀···.”
“귀족이 되어서 자기 영토를 지킬 기개조차 없으신 거요! 그렇다면 그냥 사과하시고, 타르벤도 남작께 용서를 구하시는 것이 어떻소이까?”
“으으···.”
잘 풀려도 되는가?
나는 필사적으로 질린 표정을 연기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 백작님과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좋소이다. 자리를 비켜 드리기를 원하오?”
“아뇨, 그렇게까지는···.”
나는 백작님께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가도 되겠습니까?”
“바라던 바요.”
“그럼 가겠습니다.”
내 말을 들은 백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겁이 나는 것은 아닐 테고, 아마 나처럼 열심히 연기를 하는 것이겠지. 나는 다시 탁자에 앉았고, 백작은 여전히 구석에 삐딱하게 서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럼··· 전장은 이쪽에서 정해도 되겠습니까?”
“하! 좋소, 양보하지! 설마 누아 성을 전장으로 정하시려는가?”
아버클리의 기고만장한 얼굴을 한 대만 때려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렇게 재수가 없는 인간은 정말 오랜만이다.
“아뇨··· 그럼 이쪽으로 정하겠습니다.”
마침 탁자에 펼쳐져 있던 지도의 한 곳을 손가락으로 짚는다.
“호오··· 누아로 향하는 길목이로군.”
“사흘 후,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음, 사흘인가?”
“아, 시간이 더 필요하시다면··· 참고로 늦으면 판정패로 생각하겠습니다.”
“어처구니가 없군! 좋소, 남작님께 전달하지. ‘알코자르의 콘도티에레’의 분노를 맛볼 준비를 하시오!”
“콘··· 뭐요?”
“콘도티에레 말이오! 설마 타르벤도 남작님이 네그라타 용병단의 콘도티에레라는 사실을 모르고 계셨소?”
“아··· 그렇군요. 제가 그룬발트 출신이라···.”
그룬발트에서는 콘도티에레라는 말을 안 쓰는 게 사실이긴 하다.
“전장은 브롱보카쥬, 날짜는 사흘 후. 분명히 전하겠소이다.”
“네···.”
기고만장한 아버클리 그릭키는 올 때와는 달리,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더니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연극배우와도 같은 과장된 예의는 어릴 때부터 교육받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힌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겠지. 벼락출세해서 팔자 고치고 귀족 행세하는 인간들이 용병 업계에 꽤 많기는 하다.
“잘 돌아가세요.”
“흠!”
내 인사에도 불쾌하다는 듯, 헛기침만 하고 정말 가버렸다. 화가 난 듯, 신발 바닥이 땅을 때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에트 경, 적을 유인하려던 계획이··· 성공한 것이 맞소?”
“맞습니다, 백작님.”
“그렇다면··· 흐음, 아니오. 에트 경 표정을 보니 굳이 묻지 않아도 되겠구먼.”
“앗, 그렇게 표가 납니까?”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나 보다.
브롱보카쥬, 두 개의 언덕이 나란히 있는, 이스키비르 강에서 누아 성으로 향하는 길목 중 하나이다. 내심 여기서 싸웠으면 하고 기대했던 지형이고. 하지만 여기서 대놓고 진을 치고 있자니, 바로 남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어서 포기했던 장소인데···.
이게 되네?
“적에게 사흘이라는 빠듯한 시간을 줬으니, 우리 쪽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실례지만,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백작님!”
“알았네, 누아의 병사들에게도 이동 준비를 시키겠네.”
“감사합니다. 곧 다시 보고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