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슈토르히 용병단
“어우우···.”
슈토르히 용병단의 환영회 다음날, 나는 심한 두통과 함께 아침을 맞이했다.
“흐으으으으···.”
간신히 일어나서 앉았다. 지금 몇 시지? 오랜만에 옛 친구들 만났다고 한 잔씩 권하다 보니 평소보다 조금, 아니 상당히 주량을 넘어버렸다. 으으, 머리가 쿡쿡 쑤시네.
“좋은 아침입니다! 콘도티에레, 아침 식사를 하시겠습니까?”
모리츠의 목소리이다. 아침부터 챙겨주는 것이 매우 고맙기는 한데··· 역시나 우렁찬 목소리가 골을 지끈지끈 울린다.
“아니··· 도저히 못 먹겠다. 미안.”
“지금 몇 시지?”
“열시가 조금 넘었네요! 데운 물에 적신 수건을 가져다드릴까요?”
“아니 그냥 씻을게. 다른 녀석들은 괜찮나?”
“뭐 슬슬 일어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내 기억으로 모리츠도 만만치 않게 마셨던 것으로 아는데. 첼레스티나 놓고 왔다고 벌주를 진탕 마셨거든. 그런데도 멀끔한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체력이다.
“용병단 전체에는 오늘 하루는 휴식을 주도록 하고, 중대장급 이상은 좀 불러줘. 트랑카벨 가문에 인사드리러 가야지. 고용주니까.”
“알겠습니다, 콘도티에레!”
여울목에서의 전투를 끝내고 돌아온 직후이니까, 조금쯤 여유를 부리고 싶긴 하다. 고생한 병사들은 자유시간을 주고 차례대로 고향에 다녀오도록 휴가도 주겠지만 윗대가리들은 쉴 틈이 없다. 정말 초 단위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위험에 처하는 것은 병사들이고, 한 번 신뢰를 잃으면 그 군대는 다시는 전 같은 힘을 회복하지 못한다.
늦어도 며칠 안에는 올 겨울 도중의 계획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쩌면, 이번 겨울이 트랑카벨의 마지막 평화일지도 모르니까.
“아으흐윽!”
으으, 그건 그렇고 숙취 좀 제발 어떻게··· 진통제 땡긴다. 이 세계에도 진통제가 있기는 한데... 거의 모르핀 수준이라서··· 무서워서 먹지를 못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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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토르히 용병단의 트랑카벨 가문에 대한 인사와 계약은 문제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알고 보니 크레시미르가 우리 없는 사이에 뻔질나게 저택을 드나들면서 아롱드 트랑카벨 영감님과 친해졌던 모양이다.
아실은 모리츠가 주입하다시피 했던 ‘과장된 슈토르히 연대 프로파간다’ 덕분에 무한한 호의를 가지고 있었고 말이다. 얼마 후 있을 슈토르히 연대 야전 훈련에 반드시 참관하기로 약속했다. 아니 사실··· 을인 우리 쪽에서 참관을 요청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고용주가 부하들에게 관심을 두는 것이야 무조건 좋긴 하지만, 이거 부끄러운 모습이라도 보이면 큰일인데.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했네. 이걸로 병사들 회식이라도 시켜 주시게나.”
고용 협상이라고 할 것도 없이, 화기애애한 담소 끝에, 아롱드가 충실한 하인 오드를 시켜서 제법 묵직해 보이는 주머니를 내밀었다.
“아니 아직 한 것도 없는데 이런 것을 주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어르신!”
나는 조금 곤란하다는 얼굴을 했고, 크레시미르 역시 짐짓 곤란하다는 듯 거절하는 척을 했으나 그 얼굴은 싱글벙글 웃고 있다.
“크하하하하! 걱정하지 말게. 나중에 활약할 것으로 믿고 미리 주는 것이니. 트랑카벨 가문은 멀리서 온 손님은 일단 배부터 채워줘야 한다는 가훈이 있다네.”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뭐··· 감사하게··· 받아야 하겠죠? 콘도티에레?”
크레시미르가 살살 눈치를 보며 나를 보는데, 뭐 어쩌겠나.
“그래, 잘 받아 두고 첫 훈련 끝나면 뭐라도 먹이자. 겨울에도 고생할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콘도티에레.”
넙죽 주머니를 받는 크레시미르의 광대뼈가 승천할 것 같다. 뭐, 착실한 녀석이니까 이 정도는 맡겨줘도 괜찮겠지. 슈토르히의 병사 한명 한명이 앞으로 고생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그럼 서로의 조건은 합의된 것으로 봐도 괜찮겠나?”
마지막으로 아롱드 자작이 묻는다.
“맡겨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어르신! 슈토르히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허허허, 기세가 좋구만. 사람을 시켜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해서 나중에 보내도록 하겠네. 그때 다시 검토해보세나.”
“알겠습니다.”
...이렇게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계약은 처음인 것 같다. 보통은 훨씬 빡빡하게 이것저것 따져보니까 말이다. 물론 계약서 검토 때 서로 살펴보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실제로 용병 측이나 고용주 측이나 이러한 탐색 과정을 거치는 이유가 있기는 하다. 서로 뒤통수치려는 놈들이 워낙 많아서 말이다. 용병은 인원을 뻥튀기하고 장비를 과장하려 하고, 고용주는 최대한 깎아내리려고 하니까 서로가 빡빡하게 조건을 하나하나 검증하려 노력하는 것이지. 가령 예를 들자면 계약서에 있는 대포보다 한 치수 적은 포를 가지고 온다든지 하는 일은 너무 흔해서 언급할 필요조차 없고.
다만 이번 경우에는 계약의 주체인 나와 아롱드 영감님 사이에 신뢰가 있었고, 서로가 처음부터 조건을 오픈했기 때문에 이런 환담과도 같은 계약이 가능했으리라. 슈토르히 용병대는 공정한 대우를 받아서 트랑카벨 영지군 산하의 슈토르히 연대로 편입되었고, 트랑카벨 가문은 슈토르히 연대의 열과 성을 다한 섬김을 받을 수 있겠지. 내가 조율을 잘해야겠지만 말이다.
“콘도티에레 에트는 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협상을 지켜보았던 아쥬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알겠습니다. 크레시미르, 먼저 돌아가라. 병사들에게 정식으로 트랑카벨 영지군에 소속되었음 알리고.”
“예, 콘도티에레.”
“자유롭게 쉬어도 좋은데 말이야, 선 넘지 않게 잘 관리 좀 해 줘.”
“에이, 우리가 누굽니까?”
“...그래 믿기는 하지만.”
“우리가 누구?”
“대답 안 해. 얼른 가!”
싱글벙글 기분이 좋아진 크레시미르가 북방식 경례를 하고 돌아간다. 내가 트랑카벨 영지군의 군무를 총괄하고 있고, 모리츠는 내 부관을 맡아 오만 잡무를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유일하게 함께하고 있는 선임 중대장인 크레시미르가 한동안은 슈토르히 연대를 관리하게 될 것 같다.
나와 아쥬흐는 그녀의 집무실로 이동했다. 평소대로의 살풍경한 방 가운데 유일한 장식인 꽃병에는 노란 꽃술에 하얗고 기다란 꽃잎이 붙은 꽃이 꽂혀 있었다.
“...무슨 꽃인지 아세요?”
“네··· 압니다.”
“무슨 꽃인가요?”
“구절초네요.”
“와아, 정말 모르시는 꽃이 없는 것 같네요. 구절초는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이걸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룬발트 쪽에서··· 배탈이 나면 달여 먹는 꽃입니다.”
“푸후후후, 제가 남자분을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꽃말이니 뭐니 하면서 아는 척을 하려 하던데 말이지요.”
아닛, 아쥬흐에게 그렇게 접근하는 놈들이 있었다는 말인가? 주디칼리에서 한동안 호위로 일하면서도 잘 몰랐었는데. 아쥬흐는 언제나 수업이 끝나면 특별한 행사가 없는 한은 제시간에 돌아왔었고.
하긴 생각해보면 이렇게 예쁜 아쥬흐에게 껄떡대는 놈들이 없었다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하네. 크으, 원래 세계나 이 세계나 대학생 놈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그런데 콘도티에레 에트는 꽃을 아는 것도 신기한데, 그 효능이 줄줄줄 나오니··· 후후, 재미있네요.”
“크, 워낙 전장에서만 살아와서 그런 모양입니다. 봐서 꽃 공부를 좀 하겠습니다.”
“으응, 아니에요. 지금이 좋아요. 잘 보이려고 꽃 공부를 하는 콘도티에레 에트라니, 그게 뭔가요?”
“와, 엄청나게 안 어울리네요.”
우리는 마주 보며 소리를 내 웃었다. 좋았어, 이번에는 지뢰 안 밟고 잘 넘어간 느낌이다!
“용병단 계약 말인데요, 조금 더 요구하셨어도 저희 가문에서는 들어 줄 수밖에 없었을 텐데요.”
“지금 충분히 공정한 조건입니다. 용병단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장기 고용 계약은 고마운 일이거든요.”
“후후, 그래서 일부러 말씀드리는 거죠. 서로 한 푼이라도 더 끌어내고, 아끼려고 협상했다면 이런 이야기를 하겠어요?”
“으음··· 그렇긴 하겠네요.”
아쥬흐는 뭔가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짓더니 책상 너머 자리에 앉는다. 나에게도 자리를 권한다. 역시 트랑카벨 가문의 소파는 푹신하구나.
“재미있네요. 방금 느꼈는데, 협상에 힘을 빼지 않으면, 그만큼의 여력이 상대에 대한 호의가 되는 것 같아요.”
“하하, 좀 철학적인 표현이시네요.”
“정말이에요. 항상 한 푼이라도 더 우려내려 드는 인간들만 상대했다 보니, 오히려 힘이 빠지는 느낌이네요?”
오늘의 그녀는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인다.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 것일까?
“사실 오늘은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저도 궁금하고, 아마 콘도티에레 에트 역시 궁금해하는 사항이 아닐까 싶은데.”
“무엇입니까?”
“트랑카벨 영지군의 병력 규모.”
“아.”
그렇지, 나 역시 무척이나 궁금한 부분이다. 현재 어영부영 규모가 커져만 가고 있는데··· 혹시 과도하게 커져 버린 점을 지적하는 것일까?
“어··· 아쥬흐 양, 혹시 규모가 너무 커진 점을 걱정하시는 것인가요?”
“으응, 아니에요, 전혀 아니에요!”
그녀가 도리질 치자, 화사한 금발이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반사하며 아름답게 흔들린다.
“오히려 더 커져야 한다 생각해요.”
“에엣! 설마 여기서 더 말입니까!”
이건 조금 놀라운 말이다. 설마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는데···.
트랑카벨 가문이 자작령 4개와 그 주변 영지들을 가진 굉장히 큰 영토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도 평균적인 귀족 가문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강한 군사력을 가진 것 역시 사실이니까.
물론 가문이 보유한 블랑독 상단의 영업이익은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고 하며, 아쥬흐 자신도 엄청난 주식 부자라는 특이한 점이 있어서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기는 하지마는.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는 엘랑키아 왕실에, 법황청이 더해진 것 아닌가요? 지난 전투 이후에, 법황청에서 보낸 기사단 포로들을 치료하면서 조금 놀랐었거든요.”
그녀의 말이 맞기는 하다··· 아직 본격적인 위협이 다가오지 않았을 뿐, 대륙 전체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르지.
물론 엘랑키아 국왕이나 법황이나, 가진 온 힘을 사용해 총력전을 걸어온다면 도저히 버티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힘으로 쳐들어온다면, 거기에 맞춰서 싸워주고 득보다 실이 많은 전쟁임을 알려줘서 포기시킬 수는 있겠지. 내가 노리는 것도 그것이고.
“블랑독의 영주들··· 아니 주민들에게 우리 트랑카벨 가문의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어요.”
“아 그렇죠.”
그 절반 정도는 아쥬흐 양의 역할이 크다. 무려 신도들과 함께하는 성녀님이니까. 정순파 신도들에게는 굉장한 의미겠지.
“그래서 최근 군에 지원하시는 분들이 꽤 많아졌는데, 이분들을 그냥 돌려보내는 것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
“게다가, 우리가 노력해도 블랑독 전체를 지킬 수는 없잖아요?”
“...맞습니다.”
그녀와는 대략 이야기를 나눈 사항이지만, 넓은 블랑독 전체를 지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킨다면 아마도 강력한 자연 방어선인 로데브 강의 남쪽이 되겠지. 그 북쪽의 블랑독 지방들은 벨모제처럼 강력한 요새 도시가 아니라면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정순파가 아니라면 저항을 포기하거나 남쪽으로 이주를 권고해야 할 것이고··· 정순파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더 안전한 지역으로 이주하는 수밖에.
“몽세나 부근에 이주민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그렇게 이주한 가족의 가장이 트랑카벨 영지군에 복무하면서 약간이지만 봉급을 받게 된다면 이주민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해요.”
“그, 그렇네요!”
그건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가장으로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전장으로 나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대신 그렇게 해서 트랑카벨 가문이 그 가족을 챙기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된다. 트랑카벨은 섬기는 이를 버리지 않으니까.
“후후, 물론 이웃 영토의 젊은 청년들을 전쟁터로 몰아넣으려는 술수로 보셔도 할 말은 없네요.”
“그렇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녀는 악을 가장하려 하는 것인가. 애초에 블랑독에 정순파 신앙이 퍼져 법황청에 의해 이단으로 찍힌 것은 트랑카벨의 잘못이 아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적 있지만, 그걸로 구원받는 이들이 있다면 그건 선입니다.”
“....”
“믿어 의심치 않아요.”
내가 갑자기 강하게 말하자 그녀는 조금 당황한 것 같다. 이런, 너무 큰 목소리로 말했나.
“후후···.”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평소의 여유로운 미소를 되찾은 그녀가 손등으로 눈가를 훔친다.
“뭐예요, 눈물이 나올 것 같잖아요.”
“어엇, 제가 말을 잘못했나요? 죄송합니다.”
“그런 것은 아니구요, 고마워서 그래요.”
“네···.”
“정말, 말을 잘하시는 건지, 못 하시는 건지.”
그녀는 잠깐 눈을 비비더니, 다시 평소대로 돌아왔다. 눈가가 살짝 붉은 것이 마치 화장이라도 한 것 같아 더 예쁘게 보이네.
“그래서 군의 규모를 늘린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현재 트랑카벨 영지군의 구조는 아주 건강하다. 대부분이 트랑카벨 가문의 영토나 그 주변에서 지원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용병에 비해 임금이나 기타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강제 징집병처럼 징집된 지역의 생산력과 치안 상태를 떨어뜨리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기강이 잘 잡힌데다 용감하며, 충성도도 높으니 어느 귀족이라도 부러워할 만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룬발트만 해도, 평소 착취당하던 백성들이 반란이라도 일으킬까 봐 걱정돼서 무장을 지급하지 못하는 귀족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마도 균분상속제의 결과로 잘게 쪼개진 농지가 병역 대상자들을 충분히 공급했기 때문이겠지. 땅이 소수의 귀족에게 집중된 것보다는 자잘한 자영농이 많은 편이 군을 편성하는 입장에서는 유리하기는 하니까.
그래도 군의 규모를 다다익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간다 뿐이지, 1개 연대가 1년에 태우는 비용은 장난이 아니다. 전투가 격화되면 더 심해질 테고 말이다.
“보병연대는 8개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한 군데를 철저하게 거점방어 하면서, 나머지를 슈토르히 연대와 합쳐 야전군을 편성할 수 있습니다.”
사실 4개 연대만 편성하려던 것이, 벌써 어영부영 6개 연대가 된 상태기는 하다. 신편 연대들은 아직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기는 했지만.
“기병은··· 조금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지금의 두 배 정도가 될 것 같네요.”
“후후, 기사 분들이 자신들도 입대시켜 달라고 항의가 많은 것 아세요?”
“허, 정말입니까? 창 버리고 총 들게 만든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러게 말이에요. 그동안 콘도티에레 에트가 여러 번 전투에서 실력을 보여줬으니까요.”
...그렇다면 기병은 조금 더 늘려도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총기병이라는 존재가 정말 돈 먹는 하마라서···. 총도 총이지만 화약도 공짜가 아니니까.
“자, 콘도티에레 에트.”
아쥬흐가 다시 탁자에 손을 얹으며 상체를 내 쪽으로 내민다. 으으, 이 자세는 뭔가 가슴이 강조되어서 눈을 둘 데가 곤란해지는데!
“얼마든지 쓰세요. 저, 돈 밖에 가진 게 없는 여자니까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니 누가 부자인 거 모르냐고요···.
“그럼 내일까지 영지군 증강 계획서를 작성해서 올리겠습니다.”
“내일까지요? 그렇게 빨리?”
“사실 생각했던 점도 있고 해서요. 지휘관들이야 누구나 휘하 병력이 늘어났으면 하는 망상을 하거든요.”
“아하, 그렇군요. 그럼 내일 회의에서 말씀해주셨으면 해요.”
“회의요?”
“벨모제의 톨마르 경이 카르카냑에 방문하셨거든요. 이 기회에, 트랑카벨의 핵심 인원들은 콘도티에레 에트와 생각을 공유하는 게 어떨까 해서요.”
“아, 알겠습니다. 좋은 생각이시네요.”
확실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은 중요하지. 서로 다른 루트를 택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같은 위치에 도달해야 하니까.
“그럼 내일까지 준비해보겠습니다.”
전 간부 대상 프레젠테이션이라, 약간 긴장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