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여울목의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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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 그래야 내 새끼들이지!”
나는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며 주먹을 치켜들고 외쳤다. 위엄? 체통? 원래 없던 걸 뭔 수로 챙기겠나. 그리고 시발 이런 장면을 봤는데, 가만히 있으면 남자가 아니지.
“우와아아! 만세!”
“멋지다 트랑카벨 기병대!”
주변의 포병들 역시 좋아서 펄쩍펄쩍 뛰고 있구만. 포술장이 부하들을 말려야 된다 생각했는지 쩔쩔매고 있었다. 그와 눈을 마주치자 자는 그냥 고개를 저었다. 뭐 지금 상황이 이러니까.
드 레뮤즈 가문의 지원군이 저 멀리 능선에 전개하기 시작한 이후로, 아무래도 아군의 움직임은 위축되었다. 그리고 적은 점점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다. 뭐 당연하지. 만약에 저 병력이 처음부터 후방에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기동 포격` 따위의 잔재주는 못 부리지 않았을까?
더더욱 철저하게 틀어박혀서 시간을 끌고, 기동력이든 화력이든 여유 따위는 부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적이 자기네 끼리 손발이 안 맞은 덕에 살았지.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 자칫하면 주도권을 상대가 가지고, 나는 손해 보는 선택만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병력이 부족하니 자꾸 약점이 생기고, 없는 병력 땜질한다고 자꾸 밀어 넣는 그저 `패배만을 늦추는 상황` 말이다.
현재의 적군에 지원군이 합쳐지면 감당 못 할 전력 차가 된다. 그러므로 합류하기 전에 최대한 적의 힘을 빼놓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저 천명 짜리 귀족 기사대. 썩어도 중무장 기사, 적절한 타이밍과 돌격 위치를 받아 그 충격력을 쏟아부으면 어지간히 준비된 창병 방진조차도 뚫려 버린다. 창병이 기병의 천적이라고? 지원 병력과 함께 좁은 공간에 쏟아부으면 뚫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 내 고민은 시작하기도 전에 절반은 끝났다. 멀리 전장 반대편에서, 파스칼이 이끄는 기병대가 도착한 것이다. 우익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선택은 탁월했다. 포탄에 맞은 직후 어버버 거리며 혼란에 빠져있던 `기사의 무리`의 후방에 잘 훈련된 4개 중대의 총기병들이 검은 번개처럼 날아와 꽂혔다.
타타타탕!
파스칼의 기병대는 카라콜을 전개하는 대신, 첫 사격을 마치자마자 검을 뽑아 들고 그대로 질주해 적에게 충돌했다. 아주 훌륭한 선택이다. 적은 숫자는 많지만, 종심이 없다. 대열이 없고 대응 준비가 없다는 뜻이다. 그걸 거리를 좁혀 충돌해 충격력을 고스란히 전달하자, 정신적 물리적으로 몰린 기병들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으윽, 크아악!”
“물러서면 안 돼! 여기 콜로비니의 후계자가 상대해주마!”
“오오, 신이시여! 신이시여 힘을 주소서!”
아주 난리가 났다.
대충 알겠다. 이 기사 놈들은 거의 피크닉 가는 느낌으로 왔구나. 썩을 놈들.
우리 군대를 구성하고 있는 블랑독의 기사들, 특히 트랑카벨 가문의 가신들은 충성심과 의무심에 앞서 일종의 절박함을 가지고 군무에 임하고 있다. 일신의 영달이나 출세도 물론 중요하겠으나, 근본적으로 자기 가족과 가문, 그리고 고향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다.
그런데 저 귀족 자식들은 그게 아니다. 전쟁에 나온 것이 아니라 승리와 영광이 보장된 축제에 나온 것이다. 자기들이 지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겠지. 그 따위 마음가짐으로 내가 훈련한 트랑카벨의 강병들을 상대하려고 했냐? 용서 못 하지. 내가 용서해도 뜨거운 납탄이 용서할까?
타타타타탕, 타다당!
타타탕! 타아앙!
마침 용기병들의 납탄 세례가 얼간이 귀족 기사단을 참교육하고 있다. 이번에는 아예 좌우로 절반씩 벌려서 적의 측면을 난타하고 있네. 파스칼의 기병 운용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적이 멀쩡한 상황이라면 소수의 별동대를 돌려 용기병들을 추격하면 된다. 용기병은 기병이라기보다는 말 탄 총병이라 기병전은 전혀 훈련받지 못한데다가 말도 라솔에서 떨이로 사 온 짐말들이라 군마의 폭발적인 운동량을 따라가지 못한다. 대신 아무거나 잘 먹고 아무 데서나 잘 자고 적당한 양의 운동을 오랫동안 하는 데에는 특화된 좋은 녀석들이다.
평소라면 적 기병과 대적시키면 안 되겠지만, 멀쩡한 상황이 아니니까, 맘 편하게 말에서 내려서 딱 좋은 사격각을 잡고 쏴대고 있는 것이지.
이건 마지막 포탄을 쏴 맞춰서 정신줄을 놓게 했던 우리 포병대의 공이 매우 매우 크다. 포탄이 좀 더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니, 오히려 계속 쐈으면 적이 도망가 버렸으려나?
그래도 첫 돌격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우리 기병들이 화약무기를 다 써서 화력의 압박에 줄어들자, 적은 조금씩 질서를 되찾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적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병력 규모가 습격해온 파스칼의 기병대에 비해서 더 컸다는 점. 그리고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지휘부가 있는 쪽이 당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숨에 와해되지는 않았다.
그럼 시발 한 방 더 먹여서 인사불성 상태로 만들면 되지. 심지어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잘들 한다. 역시 내 부하들 최고다.
로베르가 이끄는 좀 더 작은 규모의 기병대가 쐐기 대형을 취하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들이받는다. 여기에는 창으로 무장한 블랑독 출신의 기사들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충격력 자체는 더 컸을지도 모른다.
항상 화약무기를 앞세웠던 지금까지의 기병전과 달리, 이번 돌격에서는 총소리가 많이 들리지 않았다. 분명 분견대와의 첫 전투에서 대부분의 총기를 이미 사용했을 것이다. 그다음으로 지휘관인 로베르가 재장전이 아니라 빠른 돌격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 음, 다소 무모할 수는 있지만 과감하고 좋은 선택이었다.
나는 대체로 현장 지휘관, 특히 기병 지휘관의 판단을 존중하는 편이다. 파스칼이나 로베르를 비롯한 여러 중대장에게도 ‘본대에서 파견을 나온 상태라면, 매번 지휘부의 명령을 확인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최선이라 생각하는 행동을 해라’고 교육했었다. 로베르가 그걸 기억하고 저렇게 행동한 것이라면 꽤 자랑스러운데.
기병 수백 명은 꽤 강력한 전력이지만, 각종 화기가 판치는 전장에서는 까딱 화망에 잘못 들어가면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전력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병 지휘관은 센스가 굉장히 중요하고 그 미묘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기 위해서 폭넓은 자율권을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봐서는, 파스칼도 로베르도 훌륭한 기병 지휘관의 자질이 보인다.
내가 트랑카벨 가문에 합류한 이래로 개성적인 인물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중에서도 로베르는 참 특이한 인물이다. 외모를 보자면, 창백하고 말랐지만 잘생긴 얼굴이 어딘가 퇴폐적이고 위험한 매력이 있는 청년이다. 흐트러진 곱슬머리나 깊이 파인 눈가의 기미, 삼백안에 가까운 작은 눈동자가 특히 그런 느낌을 준다. 굳이 표현하자면 마약과 여자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록 가수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려나.
그런데 전장에 나서면 광전사가 따로 없다. 아넥시에서, 카라콜 사격에 이어 맨 앞에서 돌진한 그의 기세는 실제로 무시무시했다. 배에 총을 두 발이나 맞아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상태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보통 총에 맞아 상처를 입으면 사람이 소극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총기가 무섭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또,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굉장히 침착하고 예의 바른 청년이라 놀란다. 화약무기에 안 좋은 인식이 있을 법도 한데, 학습에도 누구보다 열심이었고 빠르게 배웠다. 아마 트랑카벨 영지군 전체에서 총을 가장 잘 다루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게 조용하면서도 충실하게 훈련에 임하는 모습을 보고 중대장으로 임명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앞뒤로 강력한 돌격을 얻어맞은 적 기병들은 붕괴하고 있었다. 우리 기병들이 수적으로 불리하니 포위를 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뚫린 좌우 공간을 통해 무질서하게 도망치는 자들이 나오고 있었다. 이는 적 부대의 응집력을 약화한다.
사실 이미 전투 부대로서는 끝장이 난 상태나 다름없지. 보아하니, 파스칼 쪽은 벌써 적들이 사기를 잃었는지 포로를 잡아 한데 모으고 있었다. 귀족들이니까 몸값도 상당할 테고, 가진 정보도 많겠지. 포로들에게 돈이든 정보든 긁어낼 생각을 하니 벌써 신이 나는걸.
어이가 없는 사실은, 이 모든 일이 주 전선에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적 보병부대의 후방인 적진 한가운데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제10 연대에 맞서 측면을 지키고 있는 용병 부대도, 저 멀리서 전개를 마친 듯한 레뮤즈 백작의 군대도 돕기가 애매한 위치이다.
자, 과연 라몽 드 레뮤즈 백작은 어떻게 나올까. 얼간이 동맹군들이 탈탈 털리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전장에 개입하려고 할까?
만약 개입하게 된다면, 지금 이기고는 있다고 해도 분명히 아군 입장에서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아침부터 계속된 전투로 병사들이 많이 지쳐있다. 머지않아 체력 고갈이 의지나 기강으로 커버되지 않는 시기가 올 것이다.
게다가 화약을 비롯한 물자도 많이 소모되었다. 후방에 아직 비축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를 전장으로 불출해 나누어 주는 것도 일이다. 게다가 오늘 아주 큰 역할을 한 포병대도 탄이 떨어졌고···. 문득 보급품에서 소총이나 권총용 탄환을 넣고 산탄처럼 써 볼까도 싶었지만, 작은 구경에 써봤자 큰 효과 보기도 힘들고 괜히 포신 수명만 줄이는 일이 될 것 같아서 포기했다.
“어어어?”
“적이··· 적이 물러난다?”
음? 어라? 정말이다. 주 전선에서 우리 보병들과 싸우고 있던 적들이 천천히 물러나고 있었다.
이미 방어선을 준비하고 있던 아군에 대한 공격인데다, 막생이 이끄는 부대에 의해 측면을 공격당해 위축되고 지칠 대로 지쳤던 적 보병들이 천천히 대열을 갖춰 물러서고 있었다.
무질서한 패주가 아니다. 추격에 대비해 질서를 챙긴 이동이긴 하다. 크게 방진을 만들어 대열을 갖추고 물러난다. 이건··· 나름 전문적인 부대 운용인데. 전투 초기에 은근히 효율적이고 끈질긴 부대 배치에 놀랐던 기억이 났다. 초반이지만 위기가 될 수 있다 생각했었지. 아니 이럴 수 있으면서 왜 기병은 그렇게 털려 먹었어? 기가 막힌다.
그러고 보니 전열 반대편, 드라멜른 기사단과의 전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물론 현장 지휘관들에게 위임했고, 이런 경우는 무소식이 희소식이긴 하지. 모리츠야 어련히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만 제16 몽세나 연대의 아리위스 연대장은 어떻게 하고 있을지.
“콘도티에레? 콘도티에레!”
“어? 무슨 일이야?”
후방 물자 집적소 경비를 맡겼던 경비병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강 건너편에! 강 건너편에 부대가 나타났습니다!”
“뭐? 트랑카벨의 군대인가?”
“네! 제11 벨모제 연대의 연대기가 보였습니다!”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그나마 제일 높은 탄약 상자 위에 올라가 망원경을 통해 강 건너를 보았다. 과연, 트랑카벨 가문의 군대였다. 오늘 내일 사이에 도착하리라 생각하긴 했는데, 역시 온 힘을 다해 빠르게 와 주었구나.
“전령! 제15 연대와 제16 연대의 연대장에게 지원군이 강 건너에 도착했음을 알려라!”
“예, 콘도티에레!”
“아치요! 너는 전선을 따라 달리면서 ‘지원군 도착’을 외쳐. 너무 빨리 달리지 않아도 돼.”
“네, 콘도티에레!”
이제 모든 변수는 사라졌다. 드 레뮤즈의 지원군? 까짓거, 한번 붙어보면 되지. 나는 마음 한 쪽에 살짝 남아있던 불안감을 떨쳐 버렸다.
“지원군 도차악! 지원군 도차악!”
아치요가 전선을 따라 달리면서 외치는 소리가 아군 전열에 기분 좋은 술렁임을 전달한다.
“지원군? 우리 지원군이 도착했어?”
“강을 건너고 있다는데!”
막 치열한 전투에서 벗어나 숨을 돌리고 있던 병사들 사이에 희망이 싹튼다.
“트랑카벨!”
누군가 외쳤다. 이번에는 나는 아니야.
“트랑카벨! 트랑카벨!”
“트랑카벨 만세!”
"트랑카벨 만세에!"
가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한다. 그 외침은 거대한 물결이 되어, 마침내 우리 전열을 완전히 뒤덮는다. 후퇴하던 적들이 어리둥절해하면서 바로 전에까지 치열하게 싸우던 아군 쪽을 바라볼 정도였다.
“트랑카벨!”
"이야아아!"
포병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좋아, 외쳐라, 더더욱 크게 외쳐라.
병사들이 외칠수록, 많은 사람이 알게 될수록 그 외침은 아군의 방어벽이 될 것이다. 지원군이 곧 도착한다는 사실과 병사들의 넘치는 투지에 놀란 레뮤즈 백작의 군대는 참전을 꺼리게 될 테고, 아직 남아있는 적 병사들의 의지도 씻은 듯 사라지게 할 것이다. 나는 지쳤는데 저쪽은 힘이 넘치면 근처에 가기도 싫어진다니까.
전쟁, 그리고 부대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혼자서는 절대로 하지 못할 것 같은 용기를 내고, 위기를 극복하다가도 사소한 전황의 변화로 인해 그 강인하던 전사들이 너무나도 쉽게, 우르르 무너지곤 한다. 도검불침으로 보이던, 너무도 강인하던 전투 대형이 아주 작은 불균형과 안 좋은 소식에 무너지는 것도 자주 봤었다.
1분 전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가 다르듯, 1분 전의 적과 지금의 적도 다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지 않는다. 아니, 질 수 없다.
“트랑카벨!”
나도 병사들의 외침에 슬쩍 숟가락을 얹어 본다. 오늘은 더는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기를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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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빠져볼까?”
제7 카르카냑 기병 연대의 지휘관 파스칼 드 뒤랑은 포로로 잡은 적 기사들의 무기를 빼앗고, 아군 기병들의 울타리 안에 가둬 이동하고 있었다.
여기는 적 한가운데이고, 앞쪽, 즉 아군 쪽 방향에서는 후퇴하는 적 보병들이 다가오고 있었으며 반대편에는 지원군으로 온 레뮤즈 군대가 언덕 바로 아래에 늘어서 있었다.
만약 드 레뮤즈 백작이 참전을 결심했다면 충분히 싸울 수 있었다. 실제로 전투를 진행하면서 한쪽 눈은 계속 언덕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돌진해오지는 않을까 바짝 긴장하면서.
하지만 백작은 움직이지 않았다.
서로 거리가 꽤 있으므로, 갑자기 대응도 못 할 기습을 당할 가능성은 없었다. 그리고 아마 습격해왔다면··· 지금처럼 느긋하게 포로를 잡지는 못했겠지. 어쩔 수 없이 대부분 죽였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300명에 가까운 기사들을 포로로 잡았다. 400명의 총기병과 200명의 용기병으로 천명에 가까운 적에게 돌격했을 때는, 부대의 절반을 잃을 각오도 하고 왔었다. 그 자신도 돌격을 이끌다 목숨을 잃을 것에 대비해 중대장 중 한 명에게 이후의 지휘에 대해 신신당부하여 후위에 배치하기도 했었고.
그러나 적은 너무도 무력했다. 대체 어째서? 왜? 이렇게 잘 무장되고 집안도 좋은 기사들이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기만 하는가? 이걸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진다고?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반대편에서 로베르 드 나뵈프 경이 이끄는 중대가 돌격해오자, 그 기세에 놀란 적들이 우르르 파스칼의 부대에 안기듯 항복해왔다. 이건 무슨 양 떼 몰이도 아니고, 저쪽에서 몰았다고 이리로 우르르 몰려와 버리면···.
지금은 그렇게 포로들을 양 떼 몰 듯하며 전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서 후퇴 중인 적 보병들이, 불안한 듯 아군 기병들을 바라보았다. 서로 눈치만 보지만, 그렇게까지 적의는 없는 아주 기묘한 상황이다.
"지원군이 왔다!"
"트랑카벨 만세!"
멀리서 아군 보병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카르카냑에 지원군을 요청했다더니, 드디어 도착한 모양이다. 이러면 레뮤즈 백작의 지원군과도 한 판 해볼 만 한 것 아닌가?
승리에 고무된 파스칼은, 시무룩해 있는 귀족 포로들과 그 너머로 보이는 적 지원군의 모습을 호승심 넘치는 눈으로 바라본다. 그의 시선을 적의로 느꼈는지, 포로가 괜히 고개를 푹 숙인다.
두 사람의 태도 차이가, 마치 현재의 전장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