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색화약의 용병대장-22화 (22/556)

6-1. 전쟁의 바람

누워있는 용병의 모습을 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으읏···.”

용병의 배에는 부러진 창이 박혀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그는 말없이 눈동자만 돌려 내 쪽을 바라본다. 아쥬흐 역시 너무 큰 상처에 당황한 듯하다.

으음, 이게··· 내 경험상 전투에서 이러면 그냥 창만 찔린 게 아니다. 돌진하는 기사의 충격력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았기 때문에 안쪽의 상처는 보기보다 훨씬 클 거다. 내장을 심하게 다쳤겠지.

“나는 당신을 알고 있소.”

산송장이나 다름없던 용병이 나를 보더니 헐떡대며 말한다.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창백한 얼굴에, 눈가와 입가에 시퍼런 기운, 곧 죽을 것 같은 얼굴이다. 아무리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진 아쥬흐라고 해도··· 살려낼 수 있을까?

“그레소뇨사 전투를 기억하오?”

“그레소뇨사··· 당연히 기억하지. 지금도 언덕 위의 적이 쏜 산탄에 우리 병사들의 팔다리가 나뭇가지처럼 꺾이던 끔찍한 소리가 기억나는데···.”

“쿨럭··· 그렇지, 그거 끔찍하지. 나도 거기에 있었소. 토르니오 연대의 창병이었지. 슈토르히 연대를 지휘하던 젊은 대장, 크큭, 아직도 젊구먼.”

한때, 같은 전장에서 아군이었던 인물인 모양이다. 용병이라면 흔한 일이다. 어차피 돈과 계약에 따라 아군과 적군이 갈리고, 고용주들 사이의 관계도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그저 현재의 계약에 충실한 것이 용병의 삶이니까.

“내 평생, 이런 카라콜은 처음 보았소. 아니 카라콜이 문제가 아니지, 크흑! 아침에 도시를 공격하는 순간 내가 진 것이나 다름없었겠지?”

“....”

“그레소뇨사에서도··· 당신네들 대단하다고 생각했었소. 콜록, 컥! 크으··· 나 같은 잔챙이 용병은 감히 따라 할 수 없었지.”

잠시 그의 상태를 살핀 아쥬흐의 표정이 좋지 않다. 역시 틀린 모양이다.

“마을이 좋은 용병을 고용했군. 내 생각보다도 돈이 많았나 보오··· 쿨럭!”

트랑카벨의 기병대가 아넥시에 고용되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그놈들 돈 받은 나도 개자식이지만, 성전군은··· 개자식들이오.”

쿨럭쿨럭, 기침이 이어진다. 그 얼굴에 죽음의 색이 점점 짙어진다.

“보세낙 드 리몽, 그 고블린 새끼! 혼자 도망칠 줄이야. 타비뇽에 추기경이 있고··· 집결 중이오. 부디 지켜내기를 바라오.”

그는 힘든지 눈을 감고 심하게 기침을 한다. 대화가 말끔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슬슬 판단이 힘들어지는 모양이다. 못된 짓을 했으니 합당한 대가를 받아야지. 희생자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너무 쉽게 죽는다 생각할지도 모르지.

“아저씨···.”

그때 갑자기.

아쥬흐의 가방을 정리하던 에밀리아가 갑자기 놀란 듯 손을 떨면서 입을 연다.

“어? 뭐야, 너 살아있었구나! 커헉! 콜록콜록!”

게슴츠레한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던 용병이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정신을 차린다.

“카하하, 커헉, 쿠후후후후, 후. 다행이다 꼬마야. 쿡쿡.”

웃음을 터뜨린 그가 다시 심하게 기침을 한다.

“크큭, 내 평생 잘한 일이 있다면 빌어먹을 사제에게서 너를 살린 일이다! 이거 받아라, 나는 쓰레기지만 금화에는 죄가 없지!”

허리춤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던진다. 하지만 힘이 없는지 주머니는 손에서 얼마 떠나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지며 짤랑 소리를 낸다.

“이 아저씨가··· 저를 살려 주셨어요.”

“어, 정말이야?”

에밀리아가 손을 떨며 말한다. 에밀리아는 분명 용병들에게 약탈당해 전멸당한 마을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혼자 도망쳤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도, 이 용병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가 잘 빼내 준 모양이네.

“나는··· 당신들을 응원··· 싶군···.”

남자는 마지막으로 신음하듯 한 마디를 남기더니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아쥬흐가 맥을 짚어보더니 고개를 젓는다. 숨이 끊어졌구나.

북부에서 무고한 이들을 학살한 개자식이지만, 그래도 뭔 생각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에밀리아를 살려준 개자식이다. 침을 뱉고 싶은 마음까지는 들지 않는다. 나는 그가 남긴 동전 주머니를 집어 들어 에밀리아에게 전해준다. 소녀가 울음을 터뜨리려는 듯 입가를 일그러뜨린다.

“괜찮니?”

소녀의 눈에 방울졌던 눈물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모르겠어요··· 이 사람은 이모도, 할아버지도 죽게 만든 나쁜 사람인데, 저는 살려줬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이상해요.”

그녀가 혼란스러운 것도 이해한다. 최근에 가족을 잃고, 감정적으로 성숙하기 힘든 나이에 이런 일을 겪어 버렸으니. 아쥬흐가 훌쩍대는 그녀를 안아준다. 옆에서 지켜보던 루옹 역시도 불편한 표정이다.

그냥 나쁜 새끼들이어야 고민 없이 쳐죽이는데, 이런저런 사정을 알게 되면 어딘가 찝찝한 구석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네.

잡스러운 양아치나 다름없는, 약탈자들의 최후는 직접적인 희생자들인 아넥시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 맡기자.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었고.

콘도티··· 대리 사령관은 적을 증오하면 안 된다. 그로 인해 판단이 흐려질 수 있으니까. 당연히 동정해서도 안 된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치더라도 내 자식 같은 병사들을 숱하게 사지로 보내야 하는 판인데 적을 동정하면 안 되지.

이 난리 통을 만든 데 책임이 있는 놈들이 대가를 치를 수 있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증오하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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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넥시 전투 이후, 우리는 빠르게 귀환 결정을 내렸다. 블랑독에 침입한 성전군의 선봉대는 전멸시켰고 성전군의 집결지도 알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블랑독 주민들의 트랑카벨에 대한 인식도 개선했을 테니 소기의 목적은 대부분 이루었다고 본다.

전투는 제법 치열했지만, 트랑카벨 기병대에서는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은 성공적인 원정이었다. 아쥬흐와 몇몇 병사들은, 그리고 특히 모리츠는 내 지휘가 대단해서 그렇다고 자꾸 말을 하는 데 정말로 기사 한명 한명이 용사급으로 잘 해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다.

이 훌륭한 인적 자원은 앞으로 병력을 확장하는데 아주 훌륭한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넥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안타깝게도 제법 사망자가 나온 모양이다. 정확히 몇 명인지는 모른다. 가족과 이웃의 죽음을 애도하는데 거기 가서 ‘그래서 몇 명이나 죽었어요?’ 물어보는 미치광이가 될 수는 없으니까. 그저 그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짧은 공동 장례에 참여했을 뿐이지.

놀랍게도 장례식 집전은 아쥬흐가 했다. 마을 주민들은 정말로 그녀를 완성자, 혹은 성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쥬흐는 딱히 종교에 관심을 가지는 편은 아니라고 알고 있고, 정순파에 대해서는 내가 알려줘서 알았을 정도로 아무 지식이 없다. 그래도 주민들이 부탁하자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아쥬흐는 마을 사람들이 마련해 준 정갈한 옷을 입고, 깨끗하게 닦인 시신의 이마에 손을 얹는 위령 안수 의식을 진행했다. 정순파 신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승을 떠난 그들의 영혼을 올바른 곳으로 인도하는 의식이라고 한다. 낯선 의식이기는 하지만, 나는 신을 섬기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목숨을 빼앗아야 할 정도로 큰 죄라 생각하지 못하겠다.

그건 그렇고, 역시 아쥬흐는 비율이 좋아서 어떤 옷을 입어도 어울린다. 진짜로 성녀로 보이는걸. 이게 진정한 통치자의 품격이구나 싶기도 하다.

그렇게 사망한 주민들에 대한 장례가 끝난 후 사망한 적병들에 대한 장례도 간단하게 진행했다. 전리품이 될 장비들을 회수하고, 그래도 가지런하게 하나의 무덤에 눕혀주었다. 이 일은 포로들 중, 사지가 멀쩡한 이들을 동원했다. 몇 명은 동료들의 시체를 보더니, 자신들도 죽을 거로 생각했는지 주저앉아 울면서 사정한다. 멍청이들, 어서 삽이나 들어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적어도 지금 이 자리에서는.

그들의 최후는 이후 주민들이 법정을 열어 정할 것이다.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 나도 시발 가급적이면 전투 행위 자체를 악으로 몰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선 넘는 새끼들이 항상 문제다.

전쟁이 원래 야만적이고 비참한 일이라고? 그렇기는 한데, 오히려 그래서 서로들 선을 안 넘으려고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않는다고. 전쟁이 길어지고 서로 간의 증오가 쌓이면 서로 점점 선을 넘으며 참혹해지기는 한다마는.

그래도 처음부터 사람 죽일 것을 목적으로 전쟁하는 새끼가 어딨어. 미친 새끼들 같으니라고, 돈 때문에 강도질하는 것이 수백 배는 인간적이다.

전리품 분배 역시 큰 잡음 없이 이어졌다. 금화 등의 현금성 자산은 아넥시 마을에 귀속되어 사망자들의 가족에게 분배하고 나머지는 부상자들의 치료비로 사용하도록 했다. 아, 적 대장이 에밀리아에게 남긴 지갑은 제외하고 말이다.

회수한 대부분의 무기류도 아넥시 마을에 맡겼다. 다만 화약 무기와 예비 화약은 트랑카벨 가문이 가져가도록 정했다.

...멀쩡한 흉갑과 투구만 300벌이 넘고, 수많은 실전용 검에 방패에 창에··· 아넥시는 블랑독의 단일 마을로는 최강의 무력을 보유하게 될 것 같다. 백성들을 팽개치고 도망쳤던 영주 집안사람들이 돌아올지는 모르겠다만 권위를 되찾으려면 고생 좀 할 것이다. 무력으로 탈환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할 테니.

아, 그리고 일행이 한 명 추가되었다. 전투 직전, 적의 침공 타이밍을 알려주는 대활약을 한 불쌍한 소녀 에밀리아는 트랑카벨 가문에서 맡기로 했다. 그녀가 그것을 원하기도 했고.

자 이제 돌아간다, 우리들의 집으로.

떠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그리워진 카르카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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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헉!”

보세낙 드 리몽은 말을 타고 어둠 속을 질주하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어딘가 잘못되었다!

지방의 가난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여섯 살에 수도원에 맡겨졌던 보세낙은 평생을 신에게 바치는 삶을 살았다. 그에게는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고, 다시는 가족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차츰 나이를 먹고 사리 판단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의 상황을 깨달았다.

수도원에 맡겨진 아이들 사이에서도, 보세낙은 잘 지내지 못했다.

나이가 어리다, 덩치가 작다, 못생겼다, 머리숱이 적다.

어린아이들이기에 더더욱 약자에게 잔인하게 굴었고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도하며 신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을 살았다.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나이가 들어서도 그의 생활과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그의 독실함, 그리고 절실함이 인정받았는지 그는 법황청의 보좌 사제가 되어 신을 섬기는 업무를 받게 되었다. 뛸 듯이 기뻤다. 이 모든 것이 신께서 그에게 내려주신 보답이라 생각했으니까.

언제나 성실하고 한결같은 그의 모습은 법황 성하를 바로 곁에서 모시는 아르누와 루케 추기경의 눈에 들었다. 그렇게 이단 토벌을 책임진 특사단의 일원이 되었고.

이단 토벌에 참여하게 된 보세낙은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평생의 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신성하고도 감사한 신의 은혜를 저버리고 이단을 숭배하는 사특한 종자들. 그들 모두를 불로써 정화해야 한다!

그렇게 믿은 그는 개인재산을 털어 병력을 모아 한발 앞서 이단들이 사는 땅으로 갔다.

주신께서 그의 손을 빌려 이단을, 적을 쳤다.

신의 군대가 패배할 리가 없다. 그렇게 그는 승승장구했고, 수백 명의 이단을 처단했다. 이단들이 쓸려나간 땅은 언젠가 신의 아이들을 키우는 신성한 장소가 되리라.

그렇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되어야 했는데.

어딘가가 잘못됐다. 신의 의지를 지상 대리하는 보세낙 드 리몽의 군대가 패배할 리가 없다!

“허억, 헉!”

전쟁터에서 벗어나 거의 이틀을 최소한의 휴식만 취하며 말을 타고 달려왔다. 온몸이 아팠다.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고. 아무리 주와 영께서 살펴주시는 발걸음이라지만, 의지와 다르게 육체는 한계가 있었다. 설령 그가 견딜 수 있더라도, 말의 지구력이 한계에 이르겠지.

그가 이단 토벌을 행했던 지역에서는 벌써 빠져나온 것 같다. 여기가 어디지? 보세낙은 이미 어두워진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저 멀리 불빛이 보인다.

외딴 장소에 있는 작은 농장. 나무와 흙으로 작은 집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고, 음식 냄새가 난다. 오랫동안 음식이 들어가지 않은 보세낙의 위장이 요동을 친다.

“주인장 있소?”

문을 두드리자 천천히 열린다. 수염이 길게 자란, 어깨가 넓은 큰 덩치의 남자. 피곤해서 그런지, 자다 일어났는지 충혈된 눈이 움푹 들어간 느낌이다. 덩치는 크지만 온순한 농부의 인상이다.

“나는 주신을 섬기는 별 볼 일 없는 지팡이라오. 화급을 다투는 일이 생겨 길을 가다 불빛을 보고 오게 되었소. 미안하지만 식사와 잠자리를 부탁해도 되겠소?”

보세낙이 은화를 내밀면서 말하자, 의아해하던 남자는 은화를 받아들고 문을 열어준다.

“힘드시겠습니다, 들어오시지요.”

방 안에는 식탁으로 보이는 긴 탁자와 의자, 구석에 놓은 침대 비슷한 것이 보인다.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마룻바닥은 모래로 지저분하고 깨진 접시 조각 같은 것이 흩어져 있다.

“방이 더러워서 죄송합니다, 제가 집을 비우고 멀리 다녀와서요. 말도 쉬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침 외양간에 자리가 있어요.”

“오오, 고맙소! 영께서 그대의 집 안에 머무시기를!”

“말을 들여놓고, 식사를 차려드리겠습니다.”

보세낙은 의자에 앉았다. 계속 안장 위에 앉아있다가 조잡하나마 의자에 앉으니 무릎에서 뚜두둑 거리는 소리가 난다. 뻐근한 통증 사이로 살짝 편안한 쾌감이 느껴진다. 자신도 나이가 꽤 들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가 돌아와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한다. 아궁이에 걸린 큰 솥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었다.

“말이 참 좋던데요, 멀리서 오셨나요?”

“이 몸은 법황 성하의 명을 받으신 아르누와 추기경 예하의 보좌 사제요! 지금은 일이 있어 추기경께 돌아가고 있다오.”

“그러시군요. 어떤 일로···.”

“이단 토벌에 대한 일이지!”

“아아··· 저 남쪽 지방에서 난리가 났다고 하더니···.”

남자는 놀랐는지 잠시 멈칫한다.

“그렇네! 조만간 정의로운 군대가 남쪽으로 향할 예정이니, 되도록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겠소.”

“아무튼 이단 놈들이 문제네요.”

“어떻게 주신께서 내려주시는 이 광영을 모른 척하고 사특한 믿음을 가질 수 있는지, 에잉, 쯧쯧.”

부엌에서 한참 달그락거리던 남자가 식탁으로 몇 가지 식기를 옮겨 놓는다. 마지막으로 큰 솥을 들고 온다.

“가난한 집이라 드실 게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배를 채우고 가셨으면 합니다.”

“신실한 이가 나누는 음식은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도 그대의 배를 채우나니! 이 보잘것없는 사제는 소박한 음식에 익숙하다오. 몫을 나눠주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마울 뿐이오.”

남자는 조심스럽게 큰 솥을 들고 왔다. 나무로 된 탁자 위에는 오랫동안 솥을 놓은 자리인 듯, 둥글게 검게 눌린 자국이 있다.

“자 그럼 드시지요.”

쿵!

“끼이이에에에엑!”

고블린, 아니 보세낙 드 리몽은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남자가 그의 손 위에 펄펄 끓는 액체가 들어있는 솥을 쾅 소리나게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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