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색화약의 용병대장-20화 (20/556)

5-5. 아넥시 방어전

아침 일찍부터 적군의 공성전으로 시작되어, 아넥시 성문 앞의 치열한 백병전으로 이어졌던 전장은 대략 정리되고 있었다.

전장은 크게 두 개의 국면으로 정리되는 가닥인데, 첫 번째는 트랑카벨 기병대의 기습에 썰릴 대로 썰린 후에 성벽 부근에서 민병들에게 포위당해 참혹하게 죽어가고 있는, 공성전에 나섰던 전위 약탈자들이다.

그들 처지에서는 다행이라고나 할까, 이 비참한 용병들은 살아날 각이 보이고 있었다. 시종일관 이들을 몰아붙이고 있던 아넥시 민병대가 살육에 지쳤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힘이 들어서, 팔이 아파서 지쳤다는 것이 아니다.

원래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대단히 큰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일이다. 설령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죽어 마땅한 인간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전투 중에야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상대를 죽인다는 눈앞에 보이는 ‘이유’라도 있다. 그러나 상대가 제발 살려달라고 눈물 콧물 다 쏟으며 비는데, 그거 무시하고 목숨을 끊는 건 대체로 힘든 일이다.

아니 내 경우엔 그렇더라고. 그러고 보니 스승님께서 양심의 가책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도 나름 ‘일종의 재능’이라고 하셨었지.

아무튼 이미 끝장나서 전투에서 탈락한 패잔병 나부랭이들은 접어두고, 나머지 하나의 국면은 당연히 아직 멀쩡한 창병 방진이 중심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성문 방향으로 진격해온 대담함은 약간이나마 그들의 전력을 높이기는 했다. 성문 앞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생존자들 일부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래봐야 30명? 40명? 숫자가 크게 많지는 않다. 그리고 내가 총병 들을 우선 철저하게 잡으라고 한 덕분에 살아서 합류한 총병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파티를 부수려면 딜러부터 처리하는 것은 기본이지 말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어쩔 생각인지. 이제부터는 수 싸움이다. 나는 유리하다 생각하지만, 상대도 뭔가 생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원 점검이 끝났습니다, 콘도티에레.”

제1 중대장 파스칼 드 뒤랑이 보고한다. 그의 뒤로 제2 중대장 마브리엘 마슈레와 가지런하게 늘어선 기병들이 보인다. 역시 말에 익숙한 이들이라 대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잘 갖춰진 전투 대형은 그것 자체만으로 적에게 압박감을 준다. 초절정 고수가 말하는 ‘완벽한 자세’에 가깝다고나 할까.

“아군 피해는 있나요?”

“사망자는 없고, 전투에서 탈락할 정도의 부상자도 전혀 없습니다.”

“오! 정말인가요?”

듣던 중 다행스러운 말이다! 솔직히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로 사망자 제로라니!

“네, 다만, 타고 있던 말을 잃은 병사들이 있어서 예비로 준비해둔 군마를 지급했습니다.”

우리 기병들이 입은 큐레이스 갑옷은 정면에서 보면 얼굴과 무릎 아래쪽을 제외하면 완전히 철갑으로 덮여있다. 정면에서 한 방에 쓰러뜨릴 방법은 화약 무기 이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심지어 말에서 끌어 내린다고 해도 치명상을 입히는 데는 한참 걸린다.

노출된 얼굴을 찌르면 된다고? 팔에도 철갑으로 둘둘 말아놓은 기사가 살겠다고 이 악물고 얼굴 가리고 버둥거리는데 얼굴을 찔러? 그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아니 내 경우는 그랬다고.

보통 준비를 완벽하게 한다고 해도 정말 운이 없어서, 실수해서 발생하는 손실이 있는 법인데 한 명도 없었다니 실로 대단한 일이다. 거듭 생각하지만, 역시 태생 기사들의 자질은 대단한 것 같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그럼 전원 말에서 내리죠.”

“옛?”

“어··· 콘도티에레?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말이 한참 뛰어다녀서 힘들 테니 잠시 내려서 말을 쉬게 하자는 말이에요. 겸사겸사 기수도 좀 쉬고, 총을 써 버렸다면 장전도 하고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콘도티에레.”

우리는 멀리 보이는 창병 방진을 방치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다. 살기가 등등하여 우리를 따라왔던, 내가 명령만 내리면 바로 창벽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뛰어들 기세던 민병들은 당황한 것 같다. 내가 잠시 쉬자고 했더니 다들 자리에 앉는다.

조금 전까지 흉악하게 생긴 벌목 도끼로 투구를 쪼개고 뼈를 부수던 루옹이 어어··· 어이구우, 하는 아저씨 소리를 내며 자리에 앉자 갑자기 생활감이 물씬하고 밀려온다. 모두 아침부터 시작된, 익숙하지 않은 전투에 지쳐 보이지만 얼굴은 밝다. 민병들은 자기들 역할을 충분히, 아니 그 이상으로 해줬다.

나 역시 말에서 내려 수고한 말의 갈기를 쓰다듬어준다. 착하지 착하지, 이제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된다.

이제 적 지휘관은, 적 병사들은 우리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행동권은 넘겨줬지만, 주도권은 아직 우리 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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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새끼들 뭐 하는 거지?”

용병 지휘관 하비에르는 어처구니가 없어 내뱉듯 말했다. 하지만 아차 싶었다. 그의 참모이자 용병단의 부장이었던 아쿠토는 그의 곁에 없었다. 그의 잘못된 판단으로 예비대를 이끌고 성벽으로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나머지 창병 중에서도 그와 몇 년씩 함께 하면서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이들이 많았으나 전술적 판단을 함께 고민할 정도로 신뢰가 쌓인 이들은 없었다. 그는 갑자기 외로움을 느꼈다.

중앙이 비어있는 정사각형을 이루고, 사방을 향해 창벽을 치고 있는 그의 마지막 용병대의 정 중앙에는 패잔병 몰골의 생존자들이 널브러져 있다. 성문 앞에서의 백병전에서 요행히 살아 나온 이들.

애초에 여기까지 살아서 도망쳐왔으니 큰 상처를 입은 이들은 없었으나, 하나같이 피투성이에 무기를 버리고 도망쳐온 멍청이들도 있었다. 몸은 멀쩡할지 몰라도 정신머리는 저 성벽 앞에 두고 도망쳐온 듯 혼이 나간 표정이 대부분이다.

하비에르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이런 병신들 말고 아쿠토와 그가 이끄는 돌격대, 그리고 오랫동안 창병과 합을 맞춰온 총병 들이 소수라도 있었어야 했는데. 그것을 기대하고 위험하게 성벽 쪽으로 접근했던 것인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뜨내기들만 도망쳐왔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말은 과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사방 어느 쪽에서의 공격도 대응 가능한 창병 방진의 약점은 면과 면이 만나는 모서리니까, 이런 병신들이라도 배치해 보완해야 하긴 했다.

“대장,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요?”

엎드려서 쉬던 뜨내기 용병 하나가 폭이 넓고 뭉툭한 칼을 쥐고 일어나며 묻는다. 낡았지만 잘 관리된 흉갑에는 세로로 길게 핏자국이 나 있다. 아마도 쓰러뜨린 적의 피가 튄 모양이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이 남자는 그래도 눈에서 삶에 대한 의지와 총기가 보이기는 한다. 하비에르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밤이 될 때까지 버틴다. 그리고 대열을 유지한 상태로 전장에서 벗어나야지.”

“허어! 그게 가능하겠소?”

“해 봐야지, 그거 말고 살 방법이 있나?”

“아니! 안심했소, 대장은 적어도 끝까지 살아남을 생각을 하는군.”

뜨내기 용병은 모자챙을 잡아 슬쩍 올리는, 남방식 인사를 하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살면서 뒤통수를 좀 많이 맞았어야지. 그 수도사 양반도 도망친 모양이고. 그 노래 더럽게 못 하던 인간 말이오.”

“음···.”

이런 시발. 보세낙을 잊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 좀 꺼져줬으면 하는 인간이긴 했지만, 전황이 불리해지니 귀신같이 도망쳐 버렸군.

“뭐 그렇게 됐으니. 믿겠소, 대장. 혹시 포르트와 출신이오?”

“...타라트라바요.”

“역시, 서쪽 억양인 것 같았소. 무사히 살아 나가면 타라트라바 체리주 한잔합시다.”

“...그러지.”

“내 이름은 바트로요. 포르트와 출신이지.”

하비에르는 바트로의 말을 듣자 오래전 떠난 고향 마을이 기억났다. 혀가 아릴 만큼 시고, 이빨이 썩어버릴 만큼 달고, 코가 비뚤어질 만큼 독한 고향의 체리로 담근 술.

어릴 때 고향을 떠나 자주 마셔보지는 못했지만, 축제 때 조금씩 얻어 마시던 생각이 난다. 가뜩이나 목이 마르는데 침이 고인다. 물을 마시고 싶지만 참는다. 내일까지는 최대한 아껴 마셔야 하니.

“자 일어납시다! 대장 말 들었지? 일단 밤까지는 버텨야지!”

바트로가 손뼉을 치며 쉬고 있던 패잔병들을 일으켜 세운다. 산송장처럼 누워있던 이들이 꾸역꾸역 몸을 일으킨다.

“창병들이 잘 버텨주고 있으니, 우리가 모서리를 지켜야지!”

바트로는 교육도 잘 받은 것 같았고 사람들을 불쾌하지 않게 하며 이끄는 매력도 있다. 그가 생존자들을 부드럽게 닦달한 덕분에 사각 진형의 모서리가 보강되었다. 제각각의 무기를 가진 보병들이 창병의 장대 아래로 기어들어 가거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적의 공격에 대응할 준비를 한다.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뜨내기 용병들을 어떻게 지휘해야 하나 고민했던 참에 잘 되었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조금은 올라갔다.

하비에르는 적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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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좀 쉬었으니 다시 가야지. 전원 약실 점검을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콘도티에레.”

파스칼과 마브리엘 두 중대장이 부하들의 권총을 점검한다. 아까 성문 앞에서 있었던 기습 공격에서는 돌격 중 사격을 금지했었지만, 전투 중에는 아니었기에 이미 총을 써 버렸을 수도 있고 격렬한 전투 중에 점화용 화약이 흘러나오는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이번에는 화약이 주인공이니까.

기병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역시 앉아서 쉬고 있던 민병들도 눈치를 보더니 슬슬 일어나 몸의 먼지를 털고 전투를 준비하는 것 같다.

“콘도티에레, 저희는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자기네끼리 이야기를 하더니, 대표로 루옹이 와서 묻는다.

“지금은 대기해 주세요. 기병들의 돌격이 끝나고 만약 탈출해 도망치는 놈들이 있다면 그걸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설마, 저기 돌격하시는 건가요? 제가 아무것도 모르지마는, 창들이 저렇게 서슬 퍼렇게 노리고 있는데 기병분들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기 위해서 훈련을 받아 왔습니다.”

루옹은 불안하지만 믿겠다는 듯, 민병들의 곁으로 돌아간다.

“확인이 끝났습니다, 콘도티에레.”

“그럼, 전원 승마!”

휴식이 끝났다. 기병들이 다시 말에 오른다. 200기의 늠름한 기병.

나는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절반은 기대감에서, 절반은 불안감에서.

내가 재훈련시킨 트랑카벨의 신생 기병대는 아주 훌륭하다. 실제로 조금 전 아넥시 성문 앞에서의 전투로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건 내가 훈련을 잘해서가 아니라, 좋은 교육을 받고 말과 무기에 익숙한 기사 계급 출신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래 가진 자질을 최대한 활용했을 뿐이고, 내가 훈련하고 교육한 화약 무기를 활용한 신식 전술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것!

어찌 보면 앞으로 트랑카벨 가문의 인적 자원을 훈련하고 재교육하며 새로운 군대를 만들어가는 척도가 될 수 있는 시험대라고도 하겠다.

“준비가 완료됐습니다!”

모리츠가 우렁찬 목소리로 준비 완료를 알린다. 중대장 파스칼과 마브리엘은 완벽하게 계획대로 준비를 갖추었다.

느슨한 대형으로, 20열의 종대 대형. 즉 20 X 10의 직사각형 대형이다. 가장 앞줄에는 파스칼이 권총을 뽑아 들고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젠장, 왜 이렇게 불안하고 가슴이 뛰지? 정작 전투에 임하는 당사자들, 파스칼을 포함한 첫 줄의 베테랑 기사들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데.

“트랑카벨의 기사들이여!”

“예에엡!”

내 외침에, 200명의 기병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여러분이 트랑카벨의 선봉이다! 블랑독을 침범한 약탈자들에게 지옥을 보여 주어라!”

“알겠습니다!”

짧은 연설. 나는 그대로 팔을 뻗어 공격을 알렸다. 파스칼이 권총을 든 오른팔을 치켜들며 말을 몰기 시작한다.

기세와는 달리, 무작정 달려가는 질주 돌격이 아니다. 그저 총총걸음으로 달리는 기병대. 왼손으로 고삐를 잡고 오른손으로 권총을 얼굴 높이로 세워 들고 있다.

기병대가 가까워져 오자, 적 창병들도 창을 내린다. 1열은 최대한 상체를 낮춰 뾰족한 쪽을 적을 향해 겨누고, 반대편 뭉뚝한 쪽을 땅에 단단히 박아 발로 고정하는 자세를, 2열은 양손으로 창을 잡아 그거보다 약간 위쪽을 지키는 각도로, 3열은 그거보다 좀 더 높은 각도로. 그렇게 작지만 단단한 창벽을 만든다.

기병들은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모둠발로 달리지 않는다 뿐이지, 총총걸음으로 꾸준히 다가간다. 사실 이래도 사람이 뛰는 속도 정도는 충분히 나오고, 말에 치이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하지만 창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지. 설령 뚫는다고 해도 엄청난 피가 흐를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한다.

“정지!”

창병 코앞에서 첫 기병 전열이 멈춘다. 정말로 ‘몇 걸음만 더 가면’ 창끝을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거리이다.

“반전!”

파스칼이 외치며 말을 왼쪽으로 돌린다. 선두 대열의 20기가 마치 자로 잰 것처럼 동시에 말머리를 돌린다.

타타타탕!

거의 동시에 기병들의 오른손에 들린 권총이 발사된다. 기병들의 앞을 하얀 총연이 가로막는다.

타타탕! 타앙!

곧바로 두 번째 권총 발사. 총을 바꿔 들고 격철 당기는 과정이 조금 늦어진 병사가 섞여 있어서 첫 일제사격에 비해서 다소 발사음이 늦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안장 양쪽에 고정된 권총집은 각자 가장 쓰기 편한 각도로 고정되어 있다. 전투가 거듭되고 경험이 쌓이면서 각자 자신에게 맞는 고정 방식을 찾게 되리라. 내가 권총 한 자루는 허리에, 나머지 하나는 가슴 앞에 고정하듯 말이다.

“크흑, 컥!”

“으아악!”

거리는 불과 10미터 정도, 1열이 쏟아낸 40발의 총탄이 휩쓸고 지나가자 창을 고정시키고 있던 용병들이 하나둘 쓰러진다. 한 방에 숨이 끊어져 흙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쓰러지는 자도, 치명상은 아니라 잠시 움찔하는 자도, 통증으로 창을 떨궜다가 서둘러 다시 들어 올리는 자도 있다.

바로 다음 순간, 자기 몫의 총알을 전부 쏟아낸 파스칼과 1열 기병대가 반전하고 후열로 향하자, 2열 기병대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반전!”

타타타탕!

타탕! 타타탕!

다시 또 2자루의 권총이 불을 뿜고, 다음 열의 기병들에게 자리를 내준다.

3열째의 발사.

타타타탕!

“으허억!”

아까 앞으로 내민 왼쪽 팔뚝에 총을 맞고 한 번 창을 놓쳤으면서도, 다시 주워들고 끝끝내 버티던 적병이 쇄골에 다시 한 한 발을 맞고 철푸덕 쓰러진다.

4열 째.

타타타탕!

다시 비명이 난무하고 하나 이상의 창이 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낸다. 정말 운이 없고 날아오는 총알이 창대에 부딪혔는지 창대가 박살 나고, 바짝 말랐던 나무 조각이 비산하자 얼굴을 움켜쥔 병사가 비명을 지른다.

5열째, 드디어 창을 버리고 바닥에 머리를 처박는 자가 생겼다.

8열째, 사격과 접한 면의 창병들은 산 자 보다 죽은 자가 더 많아졌다.

10열째.

타탕, 탕! 타타탕!

총성이 균일하게 나지 않는 이유는 조준할 표적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2 중대장 마브리엘이 이끄는 기병대의 마지막 열이 사격을 마무리하면서 모든 기병이 사격을 마무리했다.

200명의 기병이 각각 2발씩, 무려 400발의 총탄을 퍼부은 전장에는 아직도 하얀 연기가 자욱하다.

연기 너머로 들리는 고함소리는 부상병의 비명일지, 도망병을 나무라는 장교의 외침일지.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게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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