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아넥시 방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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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악!
전투의 시작은 탁한 화승총 발사음이었다.
화약을 한계까지 채우고, 추가로 가죽이나 천으로 탄환을 감싸 총신에 꼭 맞게 하면 이런 탁한 소리가 난다.
화약을 많이 넣으면? 당연히 화력이 올라가고 총신을 채운 더 큰 힘이 탄환을 밀어낸다. 탄이 총신 지름에 딱 맞으면? 폭발력이 낭비되지 않기 때문에 그 힘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큰 힘으로 쏘아진 탄환은?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안정되게 날아가는 것이다.
그럼 이 좋은 것을 평소에는 왜 하지 않느냐.
당연히 총신에 무리가 가서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총신을 충분히 식히지 않고 연사하는 경우, 총신 파열의 위험성이 커진다. 따라서 평범한 양산 화승총에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발사 방식이다.
다음으로 연사 속도에 악영향을 끼친다. 화약을 평소보다 많이 쓴다는 것은 제품으로 포장돼서 나오는 탄약포 카트리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약통에서 직접 총구로 적정량을 부어 넣는 것이 어지간히 사격에 익숙한 사수가 아니라면 쉬울 리가 없다. 너무 적게 넣으면 굳이 화약의 양을 조절하는 의미가 없고, 반대로 너무 많이 넣으면 바로 폭발한다!
또한 화약이 낭비된다는 점도 있다. 화약은 공짜가 아니고, 무게나 부피 문제로 한 명이 휴대하는 양도 제한되니까. 적정량으로도 갑옷을 뚫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데, 불필요하게 많은 양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 화약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은 발사 시에 연기가 나와서 시야를 더 가리게 된다는 악영향도 있고.
마지막으로 그렇게 각종 패널티를 감수하고 쏴 봐야 결국 거리 떨어지면 잘 안 맞는다는 것이다. 강선이 없는 밋밋한 총신의 한계도 그렇고, 사수의 실력 문제도 있겠고. 애초에 150미터만 떨어져도 사람이 점으로 보이는데, 평균적인 화승총 사수는 이걸 맞추기도 힘들고 맞출 필요도 없다.
`평균적인` 사수라면 말이다.
물론 모리츠는 평균적인 사수가 아니다. 가지고 있는 총도 일반적인 총이 아니고.
"와 이걸 맞추네."
“정말 대단하네요!”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아쥬흐도 감탄한다.
횡대 대열을 맞춰 접근하던 적 총병 하나가 풀썩 쓰러진다. 피 안개가 언뜻 보인 것으로 보아 얼굴이나 목이 관통된 것 같다. 주변 적들이 갑자기 무릎을 낮추고 허리를 숙이며, 벌집 쑤신 듯 소란스러워진다. 그야 아직 교전 거리가 아니라 생각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는데 총알이 날아왔으니 놀랐겠지. 아무튼, 지금 성벽에서 적까지의 거리는 200미터가 훨씬 넘으니까.
"콘도티에레께서 조언을 해 주신 덕이 아니겠습니까!"
모리츠는 곧바로 총을 세우고 꽂을대 끝에 물 묻힌 천을 끼워 총기 내부를 꼼꼼하게 닦아낸다. 발사 직후의 총신은 타다 남은 찌꺼기로 동굴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명중률을 생각한다면 매번 닦아주는 것이 좋다. 근거리 사격이라면 매번 닦지 않아도 되지만, 이는 총신을 식혀주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니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그의 재장전은 완벽하고 신속하다. 그대로 그림으로 그려 교본으로 삼고 싶을 정도. 나도 총기류 장전이라면 이골이 난 편이긴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은 아니다. 눈대중으로 정확한 화약의 양을 계산해서 넣고, 그렇게 넣은 화약 다지는 데에도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 멀었다. 아 난 어차피 저격하지 않을 거니까 몰라도 됨. 아무튼 못해도 됨.
"그럼 한 발 더 쏘고 창고 2층으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래, 오늘 하루 고생 좀 하겠다."
"첼레스티나가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네가 놓고 왔잖아...."
"하하하! 다음에는 꼭 챙기겠습니다!"
잠시 농담을 하며 장전을 마친 모리츠는 심호흡을 하더니 무릎 쏴 자세로 총을 겨눈다. 그냥 들고 다니기도 힘든 대구경 화승총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쳐 들고 있는 그의 왼팔 피부 너머로 근육과 힘줄이 불끈거리는 것이 보인다.
다시 남의 두 배는 되는 어깨 위로 은은한 하얀 빛이 맺힌다. 기프트의 발동.
모리츠는 세 계통의 기프티드 중, 엘리멘탈리에 해당하는 능력자이다.
기프트의 세 계통이란 다음과 같다.
4대 원소와 자연현상을 다루는 엘리멘탈리 Elementalii.
목재와 금속, 직물 등 재료와 화학 작용을 다루는 아키텍티 Architectii.
인간의 영혼과 신체, 빛과 그림자를 다루는 스피리티 Spiritii.
통계적으로 가장 많은 것은 아키텍티이며, 다음으로 엘리멘탈리, 가장 적은 것이 스피리티라고 한다. 이런 이름이 왜 붙었는지는 모른다. 그냥 아주 오래전 아란 제국 시절부터 전해온 이름이라고밖에.
자기 갑옷을 강화해 총알도 튕겨내는, 내가 심장진탕으로 고생 좀 시켰던 카렐이 아키텍티, 인간의 육체를 다루며 이를 이용해 의료적 능력을 극대화한 아쥬흐가 스피리티의 기프트를 가지고 있다.
모리츠의 능력은 기압 차를 발생시켜 공기의 움직임, 즉 바람을 만드는 것이었다. 사실 과거에는 바람을 일으키는 능력이라 생각했으나, 알고 보니 기압을 낮추는 조절 능력이었던 것이지.
그렇다고 사람을 질식시키거나 불을 끌 정도로 진공 상태를 만들기에는 부족하고, 그냥 장기자랑이나 선풍기 대용 정도로 신통찮은 기프트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두 가지 활용법이 발견되었다.
첫 번째는 범선의 모터 역할. 기압 차를 통한 바람 발생도 발생이지만, 돛 자체에 공기의 막을 형성해서 돛이 받는 풍력의 효율을 높이는 추가 효과가 있었다! 이를 통해서 기상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20퍼센트 까지 바람의 효율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아마 주디칼리에서 바다를 건너 블랑독으로 넘어올 때도 이 능력으로 배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겠지.
두 번째는 지금 하는, 저격과 관련된 능력.
빠캉!
이번에는 아까보단 조금 더 맑은소리, 그러나 여전히 통상적인 화승총보다는 탁한 소리가 울렸다. 여지없이 이번에도 저 멀리 총병들 중 하나가 줄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무릎부터 땅에 닿더니 쓰러진다.
모리츠의 두 번째 기프트 활용법은 일종의 공기 튜브 만들기다. 총구의 끝에서 목표까지 연장되는 가늘고 긴 ‘바람이 불지 않는 저기압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
구형의 금속 구슬을 발사할 뿐인 이 시대의 화승총은 탄도가 안정되지 않는 이유도 있어서, 은근히 옆바람이나 기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모리츠는 강제로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공기의 터널을 만들어 자신의 총알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터널의 길이는 거의 100미터에 가깝다고 한다. 그 구간을 지나면 다시 옆바람이나 대류의 영향을 받기야 하겠으나··· 그 효과는 이 놀라운 명중률이 증명한다.
타당! 탕! 타타탕!
몇 발 정도, 6발이나 7발? 적도 신경질적인 반격을 가해온다. 산발적으로 하얗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린다. 하지만 근처로 총탄이 날아드는 기색은 없다. 망원경으로 대충 살펴보니 받침대가 필요할 정도로 대형 총을 가진 놈들은 없는데, 그럼 이 거리에서 여기까지 쏘기 쉽지 않지.
“저는 2층으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콘도티에레도 지휘실로 이동하십시오!”
“알았다. 갈게.”
“명령도 제때 내리셔야 하니 여기 계시면 안 됩니다!”
“알았어, 알았어.”
“영주영애께서도 마찬가집니다!”
“저도 내려갈게요.”
모리츠는 거대한 총을 어깨에 메고 쿵쿵거리며 계단을 내려간다. 이제 그는 높은 창고 건물의 창문을 오가며 적을 괴롭히게 될 것이다. 가끔씩 자기들을 노린 총알이 날아오는데, 저격수의 위치는 계속 바뀌니 적 총병들은 미칠 노릇이겠지. 계속 신경이 쓰일 테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사격 효율도 낮아진다.
우리가 노리는 것은 그것이다. 적 총병들이 다른데 정신이 팔리고 엉뚱한 데 총알을 낭비할수록 아넥시의 민병들은 조금이라도 안전할 테니까.
“루옹, 성벽을 부탁합니다!”
“맡겨 주세요, 콘도티에레!”
루옹이 절도있게 대답한다. 우리가 아넥시에 처음 왔을 때, 경계하는 태도로 맞이했던 루옹의 얼굴은 한결 좋아 보인다. 어젯밤에 교대로 서는 경비를 관리하느라 잠을 얼마 못 잤을 텐데, 처음 봤을 때의 머리가 마구 헝클어지고 눈에는 핏발이 섰던 모습을 생각하면 아주 말끔한 모습이다. 머리도 빗고, 가죽조끼도 단정하고. 특히 눈빛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는 마을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아마 당시의 흐트러진 모습은 나름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던 아넥시의 영주가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쳐 버린 것에 대한 실망감과, 남은 주민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아주 보기 좋다.
“저도 부탁드려요. 주민들을 잘 이끌어 주세요.”
아쥬흐도 루옹에게 말한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있다. 본인이 선택했다고는 해도, 그녀에게는 첫 전투이다. 긴장이 되는 것이겠지.
“성녀님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뭔가 나와는 대접이 너무 다른데. 루옹은 투구 대신 쓰고 있던 가죽 모자를 벗더니 고개를 깊게 숙인다. 그 모습을 본 주변의 병사들 역시 고개를 숙이고 성호를 긋는다. 이제 주민들은 아쥬흐를 완성자를 넘어 아예 성녀라 부르고 있었다.
“다친 분이 계시면 아래로 내려보내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쥬흐가 걱정된다는 듯한, 안타깝다는 듯한 얼굴을 하며 계단을 내려간다. 나 역시 뒤를 따른다.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성가퀴 뒤에 몸을 숨긴 아넥시의 민병들을 눈에 담는다.
지금이라도 기병들을 말에서 내려 성벽에 배치할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면 민병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아넥시를 지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적을 섬멸하지는 못한다. 그러면 적은 또 다른 마을을 공격할 테고, 사상자가 나올 것이다.
약탈자 놈들은 여기서 철저하게 섬멸해야 한다. 이번을 놓치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계단을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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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달라붙어!"
이단 토벌군의 지휘관 하비에르 바우티스타 푸에산토스는 공격 명령을 내리고 성벽으로 접근하는 부하들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몇 개의 무리로 나뉜 용병들이 사다리를 들고 달려간다.
사다리를 들고 접근하는 선두는 최근에 합류한 뜨내기 용병들이 맡고, 총병들이 느슨한 선형 대형으로 그들을 지원한다. 8개의 사다리는 어젯밤에 있는 재료로 대충 만든 조잡한 물건이지만 높지는 않고 여기저기 무너진 아넥시의 오래된 성벽을 오르는 데에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뜨내기 용병들은 약탈의 권리를 받았기에 사기가 매우 높았다. 벌써 아넥시 내부에 가득하다는 블랑독 포도주에 취한 것 같았다.
빠캉!
또 정체불명의 총소리가 들린다. 성벽 너머로 보이는 커다란 건물 창가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빌어먹을 저격수 놈은 계속 이동하면서 아군을 괴롭히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전령을 보낸다. 각 소대에서 총병을 차출해 약 10명은 철저하게 저격수를 마킹하라고 전달한다. 낭비되는 화력은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다행히 수비 병력의 화력은 예상 이하다. 가끔 매가리 없이 날아오는 화살은 갑옷 입은 용병들에게 효과를 보긴 힘들고, 그나마도 숫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맞으면 다치지도 않는 것은 아니니 조심이야 해야겠지만.
벌써 선두 병력은 큰 문제 없이 성벽에 달라붙었다. 약탈에 대한 욕심이 죽음과 부상에 대한 공포를 이겨버린 용병들이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한다.
쇠를 씌운 방패를 앞세운 용병이 사다리를 절반쯤 오르자, 놀랍게도 위에서 돌덩이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요즘 세상에 투석을 준비한 수성전이라니. 투구와 갑옷을 입고 방패까지 든 상대에게 돌로 치명상을 입히기는 어려우나 돌을 맞으면서 사다리를 오르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근처에서 지원하던 총병들이 총을 쏘자, 성가퀴 너머에서 상반신을 내밀고 돌을 던지던 수비병이 휘청이며 뒤로 쓰러진다.
그제야 방패를 든 용병은 다시 올라가서 성벽 위로 상반신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도끼를 든 민병이 갑자기 튀어나오더니 투구를 내리친다. 불의의 기습을 당한 용병이 사다리에서 미끄러진다.
"저 새끼 죽여!"
"쏴버려!"
주변에서 총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몇 번 일어나더니 목숨을 잃은 민병의 시체가 사다리 너머로 굴러떨어진다. 공격은 그제야 다시 이어진다. 고향을 지키려는 민병들의 기세가 사납지만, 그 기세가 오래가지는 못한다는 것을 하비에르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모집한 뜨내기 용병들은 대부분 주디칼리 북부에서 온 낙오 용병들이다. 낙오 용병이란 탈영, 규칙 위반, 기타 위법행위 등으로 용병대에 적을 두기 힘들게 된 이들이다. 이들은 같은 용병이라는 카테고리로 묶기 어려운, 비열한 약탈자와 포악한 살인자들이 많다.
전장에서 적의 포화를 견디거나, 대열을 갖추고 어떤 적의 도전에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 용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약자를 괴롭히고 도시를 파괴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하는 인간들. 어떤 점에서는 이번 전투에 딱 맞는 작자들이다.
그럭저럭 20년쯤 용병으로 굴러먹은 하비에르의 경험 상... 고향을 지키고자 무기를 든 민병들의 의지보다는, 약탈에 눈이 벌게진 탈영병들의 욕망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 세상이 원래 불의가 정의를 이기는 더러운 곳이니까.
문득 며칠 전, 약탈했던 마을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우연히` 풀어주었던 갈색 머리의 여자아이가 기억났다. 지금쯤 어디까지 도망쳤을까. 어쩌면 지금 공격 중인 이 마을에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운이 없었다면... 여기도 도착하지 못하고 객사했겠지. 부디 다시는 서로 만나는 일이 없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것이다.
전투 중, 감상에 빠진 자신을 반성하며 하비에르는 다시 날카로운 눈으로 전장을 살핀다.
자신이 오랫동안 이끌고 있는 용병대의 심복들을 최대한 아끼면서, 뜨내기들을 이용해 마을을 점령한다면 약탈의 몫을 좀 나눠주더라도 남는 장사가 될 것이다.
승리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아까부터 자꾸 걸리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방어군의 형편없는 전력에 비해서, 방어 배치가 전문적이라는 것.
어제 멀리서 성벽을 살펴본 그는 오랜 세월 관리가 되지 않아 무너져내린 부분들을 발견하고 그곳을 공격하기로 계획을 세웠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귀신같이 딱 그 부분이 보강된 것이다. 흙을 채운 술통들을 쌓아놓아 지원 사격도 어렵고 무작정 백병전으로 돌파하기에도 공간이 좁아져 버렸다.
아마도 아넥시의 영주는 상당히 경험이 많은 군인 출신일지도 모른다. 주디칼리에서 용병 생활을 할 때, 함께 싸우거나 적대했던 동업자 중에 엘랑키아 출신이 제법 있었으니 그런 경우일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제대로 된 군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 와중에 단 한 명만 놀라운 사격 솜씨를 가지고 있는 현 상황도 이해가 될지도 모른다.
자기 머릿속의 논리가 그럴듯하게 맞아 돌아간다 생각한 하비에르는 추가로 전령을 보낸다. 총병을 더 차출해서, 저 특이한 발사음의 사수를 찾아 죽이라고. 그의 추리가 맞아 문제의 저격수가 아넥시의 영주라면 그의 죽음으로 방어군을 무너질 것이다.
빠캉!
마치 하비에르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다시 한번 특이한 발사음이 울렸다. 따닥 따닥 거리는 콩 볶는 소리 정도로 들리는 아군 총병들의 발사음과 달리, 무슨 총인지 몰라도 저 소리는 전장 전체를 흔드는 듯한 불길한 울림이 있었다.
하비에르에게는 마치, 자신의 정체를 들켜 당황스러워하는 짐승의 단말마처럼도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