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화. 천마 (1)
자신을 잡아먹고 진조가 되겠다는 선언.
하지만 강엽의 신경을 건드 것은, 그 이후에 이어진 발언이었다.
“천리를 뒤집겠다... 단순히 무림을 무너뜨리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물론 아니다.”
흔쾌히 인정하는 대답.
혈마의 얼굴을 들여다본 강엽은 그가 무엇을 바라는지 알 것 같았다.
일전에 염왕에게 말했듯 심상절예와 관련된 무언가를 하려는 것이리라.
쿠구구구구구구구궁......!
강렬한 울림과 함께 들썩이는 대지.
하지만 강엽의 시선은 혈마나 지면이 아니라, 밤하늘 한복판에 걸린 핏빛의 달을 보고 있었다.
혈마를 상징하는 파군성이 달 뒤에 숨은 이후로, 달이 불그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던 것.
마치 피를 흘리는 것 같은 외양이 된 만월이 요사스러운 혈광으로 하계(下界)를 비추었고,
-으아아악! 죽엇! 주어엇!
-크하하하하하!
안 그래도 혼란스러웠던 전장에 광기가 잉태되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림맹의 무사가 증오에 사로잡혀 신교의 고수를 죽이고, 신교의 고수가 무림맹의 무사를 죽였다.
무림맹의 무사들끼리 자중지란을 벌였으며, 신교의 무사들끼리 죽고 죽이는 사투를 벌였다.
심지어 마수들과 강시들, 망자들끼리 서로를 물어뜯고 짓이겨버리며 피아의 구분이 사라졌다.
‘그나마 내공 화후가 깊은 고수들만 버티는 건가.’
지휘를 맡은 각 조직의 수장들을 비롯, 검마와 싸우는 일행도 어렵사리 혈월의 광기를 물리쳤지만,
“얼마 가진 못할 거다. 저 혈월은 내 심상이 투영된 결과니까. 달을 도화지 삼아 세상을 내 색으로 덧칠했다고 하면 이해하겠나?”
“이러면 혈교가 더 불리한 것 아닌가?”
대단한 권능이란 점에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혈교가 숫적 우세를 점하고 신교와 무림맹의 연합을 압박하고 있는데 자중지란을 일으키다니?
물론 이쪽도 피해를 보고 있다지만, 이래선 애써 만든 숫적 우세를 스스로 없애고 있는 꼴이 아닌가.
“불리하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이 싸움은 너와 나의 승부. 상식이나 전략 같은 건 내 알 바가 아니다.”
“한 단체의 수장이 할 말은 아니지.”
심지어 혈마 자신의 입으로 만천하를 거머쥐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정작 싸움에서 이겨도 수족이 될 자들이 없다면 조직을 굴릴 방법이 마땅치 않을 터.
아무리 혈마가 신인의 경지에 올랐어도 혈교라는 거대한 조직을 홀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나.
강엽이 그 점을 지적하자 혈마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그건 중요치 않다고 했을 텐데. 내가 언제 세상을 온전히 가지겠다고 했던가?”
“.......”
“난 세상이 지옥이 되는 걸 보고 싶을 뿐이야. 거기에 숭고한 대의나 이득 따위는 없다. 할 수 있고, 하고 싶으니까 하는 것뿐이지.”
“만인이 죽고 죽이는 수라도(修羅道)를 원하나.”
혈마의 말마따나 상리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찌 보면 순수할 정도로 우직한 광기.
내면에 얼마나 큰 악의가 들끓어야 억겁의 세월 동안 이런 음모를 진행할 수 있을까.
“수라도라. 정확히 봤다. 그게 내가 원하는 거지. 널 죽이고 진조가 되면 나의 심상은 더욱 강해질 터. 지금은 내 심상의 효과가 무림맹에 국한됐지만, 널 먹어치우면 천하 전체로 넓혀나갈 수 있을 거다.”
을씨년스러운 밤바람에 따라 휘날리는 흑발. 그 사이로 내려다보는 붉은 눈이 차갑게 번뜩이는 순간.
섬뜩한 예감에 사로잡힌 강엽은 진각을 밟으며 일권을 내질렀다.
쿠과과과과과과광......!
주먹이 맞부딪치며 대지가 주저앉고, 충격파가 사방 백 장을 밀어버리면서 일대를 갈아엎는다.
마치 지진이 일어나듯 균열이 일어나면서, 반쯤 허물어진 맹주전이 완전히 무너져내리는 정경.
무림맹에서도 가장 내밀한 공간이 두 절대자에 의해 파괴되면서 폐허로 화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진조, 아니, 그 이상의 대적자가 내 앞에 나타나는 순간을!”
혈마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정신없이 위치를 바꾼 두 사람이 사방팔방에서 부딪쳤다.
핏빛 섬광으로 변한 두 사람이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대지가 뒤집히고 허공이 찢어진다.
무림맹 전역을 무주공산처럼 누비면서, 눈 깜짝할 찰나에 수십, 수백 번의 절초를 교환하는 공방전.
채 반 각이 지나기도 전에 수백 채의 전각들이 산산조각 박살나며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켰으며,
하얀 뇌격이 명멸하고, 냉기와 열기가 번갈아 대지를 얼리고 녹이는 등 국지적인 재해가 발생했다.
상공을 지나갔던 먹구름마저 천지를 떨쳐울리는 경합에 갈가리 찢겨질 지경.
피아가 사라진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분투하던 고수들도 전율을 금치 못했다.
“맙소사, 저들이 정녕 사람인가?”
“저들은 그야말로 절대자들이로구나. 하늘은 어쩌자고 저들을 이 땅에 보냈단 말인가?”
누가 이기든지 백도 정파의 앞날은 어둡겠지.
그나마 그들의 생존을 보장한 천마가 이기기를 바랄 수밖에 없던 무림맹의 고수들은 탄식했고, 신교의 고수들은 지존의 승리를 염원하며 함성을 질렀다.
“버텨라! 버티면 지존께서 승리를 가져다주실 것인즉! 그때 이 지옥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수성좌를 비롯한 칠성좌들이 정신줄을 붙잡은 아군을 독려하며 적들과 맞서 싸웠다.
멸도 팽무강의 도격을 피하면서 그의 육신을 베어버린 백서희 또한 염원을 담아 중얼거렸다.
“꼭 이겨. 죽으면 용서 안 할 거야!”
* * *
‘이런 식으로는 승부가 안 나.’
피차 용맥의 자연지기로 무한의 내공을 휘두를 수 있는 데다 불사나 다름없는 육신을 지녔다.
호신강기가 찢겨지며 입은 생채기는 순식간에 아물고,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진탕되어도 수복된다.
허점을 노리고 비집고 들어가도,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며 엇박자로 찔러도 마찬가지.
상대의 의념을 읽고 속이면서 허초와 변초를 뿌려도 정작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마치 거울에 비친 상처럼 닮은 모습을 한 두 흡혈귀가 핏빛의 안개로 변해서 얽히고설킨다.
혈무화와 육화를 오가면서 서로의 육신을 깨부수고 상처를 입혔으나 그건 잠시에 불과할 뿐.
콰아아아아아아앙......!
일권을 부딪치며 튕겨진 두 남자가 서로 마주보는 전각의 지붕 위로 떨어졌다.
“아무리 네 연놈들의 후예라고 하나, 삼십 년도 살지 못한 인간이 이 정도로 강해질 줄이야.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얼마나 강해졌을지 모르겠구나.”
삼십 장도 넘는 거리가 떨어졌지만, 내공이 실린 목소리는 귓전에 쏙쏙 들어왔다.
목을 두둑 꺾은 혈마가 하얀 이빨을 드러냈다.
“탐색전은 이만하면 충분하겠지. 몸은 웬만큼 풀었으니 이제 제대로 시작해보자꾸나.”
무림맹의 대지를 뒤집어엎은 싸움을 탐색전 따위로 치부하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혈마였기에 오만하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심상절예 수라군생.
구오오오오오오!
일찍이 염왕에게 패했던 마수는 물론 정마대전에서 목숨을 잃은 망자들까지 한꺼번에 기어나온다.
천 년 전의 시대에서, 그리고 부활한 이 시대에서 혈마가 그러모은 역천의 군세.
수천의 마졸들이 해일처럼 몰려드는 압도적인 장관 앞에서 강엽의 눈빛이 우묵하게 가라앉았다.
일일이 상대했다간 아무리 그라도 저 해일에 휩쓸려 이도 저도 못하게 되겠지.
“어떻게 할 거냐, 천마? 전처럼 마신이나 혈목을 불러서 상대할 셈이냐?”
혈마가 불러낸 군세엔 강대한 마수들도 있다.
심지어 심상지경을 터득한 마졸들이 사방팔방에서 강대한 파동을 쏟아내고 있는 마당.
‘심상을 지배하는 심상절예라....’
언뜻 보면 만상여의와 비슷했지만, 심상만을 취하는 만상여의와 달리 혈마의 심상절예는 혼백을 송두리째 집어삼켜 복속시켰다.
딱히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만상여의는 여러 심상을 합칠 수 있는 반면, 수라군생은 그러지 못하는 대신 혼백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하여 심신에 가해지는 부담을 놀랍도록 줄였으니까.
쏟아지는 심상의 격류에서 태극의 원을 그리면서 균형을 잡은 강엽이 창을 쥐는 시늉을 했다.
심창으로 관영신창의 기수식을 취하면서 선두에서 몰려오는 마졸의 심상절예를 거슬러 올라간다.
투학!
심상절예에 허점 따위는 없으나, 강엽의 심창은 혼자서만 다른 시간대를 살 듯이 마졸을 꿰뚫었다.
혈마의 눈매가 가늘게 뜨였다.
“의념으로 공간을 왜곡했군.”
상대의 공세가 들이닥칠 때는 한없이 잡아늘리면서, 자신의 공격권은 극단적으로 압축한 것.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든 신묘한 절기를, 강엽은 서로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며 함께 썼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심창을 심검으로 바꾸면서 한 걸음을 내딛고....
푸확!
뒤에서 짓쳐들어오는 마졸의 배후를 점하고, 그의 허리를 베면서 전권을 장악했다.
하늘을 가르는 궤적에 마졸들이 우수수 쓸려나가는 모습엔 혈마도 절로 혀를 내둘렀다.
일견 간단한 한 수로 보였지만, 그 안에 실린 무리와 심상에 대한 이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
통상 일격이 심상절예와 맞먹는 강엽이기에 할 수 있는 묘기였다.
-그오오오오오오오!
대기를 쩌렁쩌렁 흔드는 괴성.
배후에서 솟구친 호교사천 마수를 흘끗 곁눈질한 강엽이 차가운 안광을 뿜어내는 순간.
촤아악!
허공에 그어진 검은 궤적이 마수의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일직선으로 그어버렸다.
뭘 해볼 새도 없이 두 쪽으로 나뉘어 허물어진 모습.
지축을 뒤흔들며 대지를 강타한 마수의 시체는 이내 흐물흐물 녹아내리며 걸쭉한 핏물로 변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적들이 튀어나왔다.
“과거의 팔대교왕들이다. 심상지경에 오른 놈들도 제법 있었지.”
“쓸데없는 힘 낭비를 하는군.”
“하하, 아무렴 어떤가. 난 너와 싸우는 이 순간이 즐겁다. 최대한 오랫동안 음미하고 싶구나.”
이런 식으로 싸워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물고 늘어지겠다는 건가.
필시 용맥의 자연지기를 무한정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에 여유롭게 나오는 것이겠지.
끝없이 죽여도 화수분처럼 튀어나오는 군세.
강엽은 사방에서 몰려오는 군세를 보고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심검을 옆으로 기울였다.
저잣거리에서도 몇 푼의 돈만 내면 배울 수 있는 삼재검법의 기수식.
그중 횡베기인 횡소천군을 취하는 순간, 심검이 진동을 하듯 떨리면서 공간을 뒤흔들었다.
그에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끼고 혈마가 눈매를 좁히며 강엽의 모습을 관찰하는 그때.
강엽이 섬전처럼 심검을 휘둘렀다.
“.......”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의아해할 정도로 재빠르기만 한 손짓.
하지만 이어지는 변화는, 혈마마저 살짝 입을 벌릴 정도로 상식과 동떨어져 있었다.
화아아아아악!
사방에서 몰려들던 군세가 스러진다.
온전한 형상도 남겨두지 못한 채, 그대로 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완전무결한 소멸.
혼백들을 복속시킨 혈마의 심령이 끊어지면서 마졸들과 마수들이 강제로 귀천한 것이다.
한참이 지나서야 혈마가 입을 열었다.
“...그게 뭐냐?”
더 이상 그의 얼굴에 여유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미간을 한껏 좁히면서 경계심이 역력한 얼굴로 강엽을 뚫어지게 노려보는 게 아닌가.
강엽이 심검을 내려뜨리면서 대답했다.
“천마삼검(天魔三劍) 일초식 귀섬(鬼閃).”
“유치한 이름이군.”
“하지만 먹혔지.”
“....”
강엽의 말마따나 이름 따윈 중요치 않았다.
혈마가 근소하게 점한 우위가, 이 한 수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게 중요했다.
“심상절예뿐만 아니라... 정마안의 공능까지 담은 초식인가. 정마안을 검으로 구현했다고?”
“틀렸다.”
대번에 혈마의 추측을 부정한 강엽이 한 걸음 앞으로 발을 내뻗었다.
구우우우우웅-!
어느덧 대성을 이룬 천마군림보의 현신.
가벼운 일보에도 천지의 기운이 경직되면서 만물이 숨을 죽이는 듯한 느낌이 일었다.
오죽하면 무림맹의 지하를 지나가는 용맥의 자연지기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까.
한쪽 눈썹을 구붓하게 치켜뜬 혈마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뭐가 틀렸다는 거냐?”
강엽은 대답하지 않았다.
일보를 뗀 것과 동시에 혈마의 앞에 홀연히 출현, 심검으로 혈마를 베었을 따름.
인식의 간극을 절묘하게 뚫고 온 일검에 혈마의 호신강기가 잘려나가면서 무형의 파편이 쏟아진다.
깊게 가라앉은 혈마의 눈빛과 겨울 호수처럼 고요한 강엽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친 그 순간.
혈마가 이제껏 숨기고 있던 패를 꺼냈다.
-심상절예 역천.
인과를 뒤집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강요하는, 극도로 비합리적인 심상절예.
찰나 강엽은 염왕의 유언을 떠올렸다.
-놈의 심상절예는 시간을 지배한다. 시공을 반전시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빚어내는 게지.
심상을 통해 비가역적인 시간을 억지로 뒤틀어 인식의 바깥에서 공격하는 천외천의 절기.
콰직! 푸화아악!
백삼은 순식간에 넝마가 되고 살갗도 찢겨진다.
시공을 인식했음에도 완전히 피하지 못한 혈마의 심검이 육신을 찢고 뭉개면서 심흔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엽은 최소한의 타격만을 허용하면서 심검을 들어 스스로를 보호했다.
‘느껴진다.’
사람의 마음만을 베었던 염왕의 심상절예.
강엽은 그와 같은 심상절예를 창안하지 못했으나, 시공의 바깥에 숨은 끈적한 악의를 느꼈다.
심장에 피할 수 없는 자상을 남기는 혈마의 악의.
일단 결과를 만들고 나중에 과정을 끼워넣는 심상절예가 펼쳐지는 바로 그때.
강엽이 상단세의 자세로 심검을 치켜들었다.
-천마삼검 이초식 염마(閻魔).
일초식 귀섬이 자신과 백서희의 옛 별호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면, 이초식은 오롯이 떠나간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창안한 초식.
‘역경과 고난이 날 막는다 해도, 몇 번이고 흔들리고 깨진다 해도 굴하지 않고 일어서리라.’
삶의 염원을 담은 일검이 만상을 무너뜨리고, 그를 가둔 시공의 감옥조차 분쇄해버린다.
주변이 산산조각 바스라지면서 드러난 혈마가 눈을 부릅뜨고 강엽을 바라봤다.
“네놈...!”
설마 이런 식으로 파훼할 줄은 예상치 못한 걸까.
강엽은 시커먼 업화를 품은 검으로 혈마의 육신을 가르면서 아까의 질문에 대답했다.
“정마안을 담은 게 아니야.”
“뭣이?”
“내 삶을 담은 거지.”
“...!”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소망했기에 자신의 생애를 담은 삼초식의 무공을 만들었다.
혈마를 죽이기 위해 무공을 만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인생을 살기 위해 무공을 만든 것이다.
-천마삼검 삼초식.
그럼에도 현재의 자신을 긍정하며, 지난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빚어낸 최후의 초식.
-진혈(眞血).
진조와 그의 동료들. 이제껏 만난 인연들까지.
그들의 영성과 의념이 조화를 이룬 일검이 만천하를 검게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