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팔존 (1)
사위가 새하얗게 얼어붙은 동토.
칠월의 무더운 날씨와는 어울리지 않게 얼음으로 뒤덮인 붉은 대지.
사아아아아아......!
뒤늦게 불어닥친 싸늘한 칼바람이 멀리 떨어진 사람들의 살갗을 잘게 할퀴고 지나간다.
저도 모르게 움찔한 사람들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놀란 목소리로 웅성대기 시작했다.
“마, 망자들이 얼었다!”
“이 무슨 경세적인 위력이란 말인가....”
전부 얼어붙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음한지기의 폭풍에 휘말린 놈들은 모두 영향을 받았다.
피와 진물을 흘리던 모습 그대로 얼음에 갇힌 채 미동도 않는 몰골.
심지어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던 망자들도 추위에 움츠러든 것처럼 아까 같은 기세는 아니었다.
“지금이오! 놈들을 쓸어버립시다!”
연가휘가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적들을 쓸어버리고, 당묘정과 남궁상아가 뒤따라 독편과 검기를 뿌린다.
운기를 통해 임시로나마 사기를 억누른 이들이 적수공권으로 그들을 도우며 망자들을 처리하기까지.
초월적인 기감으로 전장의 판세가 어떻게 변했는지 파악한 강엽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적아를 가릴 수 없는 게 좀 흠이지만... 이만하면 나쁘지 않아.’
한천최심장을 비롯해 일전에 운남에서 흡수한 천교백린망의 내단, 그리고 일월신마공의 음한지기.
지금까지 취한 것들이 누적된 결과, 우발적인 깨달음을 얻고 새로운 심극을 터득한 것이다.
“.......”
같은 심극이라도 위력은 천양지차.
사사도와 오사도의 심극을 날려버린 동토의 지옥은 강엽의 발밑마저 얼려버렸다.
가죽신에 달라붙은 얼음이 쩌적 소리를 내면서 떨어져내리는 순간.
쐐애애애액!
한순간에 피안개로 화한 강엽은 빛살을 통과시키고, 다시 육화해 본 모습으로 돌아갔다.
전설 속 송옥과 반악처럼 수려한 용모의 소유자.
지옥같은 한기에도 일사도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나서 섬전같은 검격을 내쳤다.
쿠르르르릉...!
서슬 퍼런 천둥소리가 귓전을 강타했을 땐 이미 수십 번의 참격을 쏟아부은 뒤.
황금빛 뇌광을 머금은 검이 신들린 것처럼 공간을 누비고, 간합을 거침없이 파고든다.
강엽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빠르다.’
암신과 혈무화로 공간을 뛰어넘는데도 번번이 따라잡힌다. 일사도 자신이 뇌광으로 화해서 강엽을 따라잡으면서 공방을 강요했던 것이다.
원래는 사도들이 강엽을 위기로 몰아넣을 때 결정타를 가하기 위해 공력을 비축해뒀을 터.
하나 강엽이 일대를 얼음지옥으로 만들어 사도들을 고립시키자 작전을 바꾸었다.
‘다른 사도들이 회복할 때까지 시간을 벌 셈인가.’
콰아아아아앙!
황금빛의 낙뢰가 지상을 강타, 사방팔방 퍼지면서 강엽이 피할 방위를 모조리 점거한다.
-진둔신벌(震屯神罰).
구궁팔괘의 이치를 그린 뇌광이 강엽을 가운데인 구궁으로 몰아넣고 거세게 휘몰아쳤다.
다른 사도들의 심극을 뺨치는 절세비기.
강엽이 급하게 쳐둔 빙벽이 낙뢰를 맞닥뜨리자 성대하게 폭발하며 파편과 수증기를 뿌렸다.
‘뇌망과 비슷한 초식이다. 단지 거기에 구궁팔괘의 이치를 더해서 역량을 한 점에 집중시켰을 뿐.’
자성검법 오초식 뇌망. 똑같이 뇌기를 다루는 무공이라 그런지 비슷한 면이 많았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찰나의 변화를 알아채지도 못했겠지만, 강엽은 뇌기를 다룬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일사도의 무공 오의를 어렴풋이 헤아렸다.
다만 헤아리는 것과 파훼하는 것은 다른 문제.
정작 이치를 꿰뚫어도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단이 없다면 그림의 떡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대도 뇌공을 다룬다고 들었다. 감평을 해줄 테니 어디 마음껏 꺼내보도록.”
오만하게 지껄이는 도발. 일사도의 안목이라면 강엽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 꿰뚫어봤으리라.
당연하지만 강엽은 불완전한 뇌공으로 상대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사아아아아아악!
흩어지듯 사라졌던 신형이 일사도의 배후에서 나타나 열 줄기의 섬광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미 빛살로 화한 일사도는 강엽의 머리 위에서 검격을 내쳤고, 간발의 차로 피한 강엽을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연계식을 퍼부었다.
-광목검림(光木劍林).
맹렬히 질주하는 섬광. 수백의 궤적이 허공을 가로지르면서 그로부터 무수한 가지가 뻗어나온다.
검을 빠르게 휘두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부산물처럼 튀는 검기마저 자신의 의념대로 이용하는 기예.
암신으로도 피할 방위가 없어서 핏빛 안개로 허공으로 솟았을 때, 일사도가 상단세의 자세를 취했다.
장대하게 뻗어나온 벼락의 검이 공간을 통째로 절단하며 핏빛 안개로 화한 강엽을 베어버린다.
푸화하아아아악...!
뜨거운 열기와 함께 안개가 증발한다.
졸지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혈무화가 풀린 강엽이 피투성이가 되어 떨어질 때쯤.
일사도가 쏘아올린 커다란 강구(罡球)가 허공에서 무수한 광점을 만들며 강엽을 향해 쏟아졌다.
“빌어먹을...!”
욕지거리를 토해낸 강엽이 한빙지기를 중첩, 사방에서 쏟아지는 광점을 바쁘게 막아냈다.
하나하나가 절세고수의 지풍과 맞먹는 위력. 그런 절기를 뿌렸는데도 일사도는 지친 기색도 없이 빛살로 화해서 강엽의 측면에 침투했다.
“미안하지만.”
강엽과 시선이 얽힌 일사도가 무심히 지껄였다.
“그대가 부상을 입었다고 하여 봐줄 수는 없다.”
콰아아앙!
말이 끝났을 때는 이미 검을 휘둘러 강엽을 멀리 날려버린 뒤. 강엽과 충돌한 혈라수가 거세게 흔들리며 나무껍질과 속살이 튄다.
심법진의 공간도 출렁거렸기에 먼 곳에서 싸우던 사람들도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쿨럭!”
피를 흘리며 쓰러진 강엽이 꿈틀거렸다.
뼈와 신경이 타고, 근육이 저릿한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지만 억지로 무시하고 몸을 일으켰다.
‘아직은... 무너질 때가 아니야.’
심법진이 무너지면 마의도 전력을 회복할 테니 술법을 쓸 것이다.
백서희 등 사기에 침범된 사람들이 망자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상황은 그의 통제를 벗어나서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더럽게 추웠다, 이 죽일 놈의 새끼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빙무만상의 심극을 뒤집어쓰는 바람에 얼음덩이가 됐던 사사도.
일사도가 시간을 버는 사이 얼음감옥을 깨고 나온 그가 서리가 낀 채 달려오며 몸통째 부딪쳤다.
‘시간이...!’
경맥에 침투한 일사도의 의념 때문에 재생력이 둔해졌다. 신경이 타서 움직이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
급한 대로 장력을 내쏘아 견제했지만, 사사도의 속도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투아아아아앙!
“컥!”
“아직 멀었다!”
얼어붙은 땅에 튕기듯 부딪친 강엽. 순식간에 따라잡은 사사도가 대뜸 복부를 걷어찼다.
허공으로 치솟은 강엽의 높이에 맞춰 어기충소의 한 수로 뛰어올라서 한 바퀴 돈다.
절세고수의 공력으로 충만한 거대한 도끼가 강엽의 복부를 파고들어 충격을 전달했다.
꽈아아아아앙!
치솟는 속도보다 더 빨리 땅에 추락한 강엽의 신형.
소리보다 빠르게 떨어진 충격으로 지면이 둥글게 파이고, 사방에 거미줄 같은 실선이 내달렸다.
그때 어딘가에서 허연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온몸이 불꽃을 휘감은 오사도가 나타났다.
“귀여어어어어엉!”
등 뒤의 날개뼈를 따라 폭사된 공력이 날개처럼 길게 휘어지며 오사도를 날려버렸다.
봉황처럼 유려하게 허공에서 방향을 튼 오사도가 강엽이 떨어진 구덩이를 향해 세 발의 화살을 날렸다.
-봉황추살시.
앞서 강엽으로 인해 날아갔던 심극이, 다시 한번 쏘아지며 크고 화려한 폭발을 일으켰다.
“아하하하하핫-!”
정신이 나간 것처럼 웃던 오사도가 일그러진 얼굴로 쏘아붙였다.
“죽어! 죽으라고, 이 새끼야!”
반쯤 기울어진 혈라수에 발을 걸치고 구덩이를 향해 미친 듯이 화살을 쏜다. 얼어붙은 대지가 녹고, 유황의 연기가 치솟을 만큼 뜨거운 고열의 소나기였다.
오죽하면 강엽을 거칠게 몰아붙였던 사사도도 질린 기색으로 물러나고, 일사도도 손속을 멈출까.
“...삼사도만 나오면 되겠군.”
[난 진작 나왔다.]
지극히 멀쩡한 모습으로 나온 마의가 대답했다.
가면과 옷깃에 묻은 얼음을 털어낸 그가 오사도가 발을 걸친 혈라수를 지긋이 응시했다.
[저 커다란 나무만 쓰러뜨리면 된다. 그럼 내 술법이 발동되어 무림인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겠지.]
“간단하군.”
애초에 사도가 네 명이나 합공한 시점에서 승산은 없었다. 강엽이 정상적인 몸이라도 시간만 조금 더 걸렸을 뿐 승패를 뒤집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찰나 세 사람의 눈이 커졌다.
“저건?”
“피해라, 오사도!”
한창 강엽을 몰아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던 오사도가 잠시 멈칫하는 찰나 일사도가 나섰다. 오사도의 앞에 어검을 보내 허공을 질주한 섬광을 막은 것.
“큭! 이런 제기랄...!”
분한 얼굴로 이를 악문 여자는 백서희였다.
사기에 시달리는 몸으로 공력을 쥐어짠 탓에 백짓장처럼 창백하게 질린 안색.
그녀를 알아본 마의가 감탄했다.
[허어, 그 몸으로...?]
한편 일사도 덕분에 체면을 차린 오사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
“이건 또 뭐야?”
일전에 그녀가 강엽과 싸웠을 땐 백서희가 다른 곳에 있었기에 두 사람은 초면이었다.
그녀는 반탄력으로 인해 허공에 뜬 백서희를 향해 잔혹한 조소를 지으면서 화살을 겨누었다.
백서희는 몰라도 목숨 걸고 구하러 왔다는 데서 강엽과 보통 사이가 아님을 알아본 것이다.
찰나가 유수처럼 흐르고, 얼굴을 겨눈 화살촉의 예기를 느낀 백서희는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오사도의 손이 시위를 놓으려는 순간.
불쑥 치솟은 그림자가 입꼬리를 말아올린 오사도를 일자로 훑고 지나갔다.
“어...?”
“엇!”
두 여인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아래에서 손 놓고 지켜봤던 세 사도도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오사도의 사타구니부터 머리까지 붉은 혈선이 그어졌다. 조금씩 어긋나던 몸은 이내 한쪽이 미끄러지면서 완전히 허물어졌고, 그 안에 있던 내용물을 쏟아냈다.
붉은 피 대신 옥색의 물을 토해낸 시체를 물끄러미 바라본 강엽이 백서희의 허리를 껴안았다.
“괜찮나?”
“어? 아, 응. 근데....”
그녀의 표정이 어색하게 변했다. 본래라면 이미 떨어지고도 남았는데, 강엽이 능공허도로 몸을 붙잡은 탓에 허공에 둥둥 떠있었던 것이다.
“무리하지 마라. 몸도 정상이 아니면서.”
“누가 할 소리인데.”
곱게 눈을 흘긴 그녀가 순간 경악했다.
“조심...!”
앞서 그녀의 검을 막았던 일사도의 검이 저 스스로 회전하며 강엽을 등 뒤에서 찌르고 있었다.
창졸간의 기습이었으나 강엽은 당황하지 않았다.
투아아아아앙...!
어검은 그의 등을 뚫지 못했으니까. 불괴의 능력 덕분도, 호신강기를 두른 덕분도 아니었다.
[명색이 사도라는 것들이 수치심도 모르고.]
강엽의 발밑에 드리운 그림자.
오사도의 궁격으로 지옥의 유황처럼 시커먼 연기가 올라오는 곳에서 일 장에 이르는 거구가 솟구쳤다.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일대를 짓누르자 세 사도는 하체에 단단히 힘을 주고 심신을 굳혔다.
“저 괴물딱지는 또 어디서 튀어나온...!”
무심코 노기를 드러냈던 사사도는 진조와 눈이 마주치자 천적에 노출된 개구리처럼 뻣뻣하게 굳어졌다.
일사도와 마의 역시 침중하게 응시할 따름.
강엽이 한숨을 늘어뜨렸다.
“아슬아슬했군.”
[기운을 모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더냐. 네놈에게 혈무화까지 전해주니 짐의 힘이 온전치 않구나.]
강엽에게 마지막 능력을 남겨준 진조는 다 타버린 잿더미처럼 잔흔만 남은 존재. 생전에 비하면 끌어낼 수 있는 힘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보잘 것 없는 수준도 지금의 강엽에게는 숨통이 트일 만한 거력이었다.
[하물며 조정까지 해야 했으니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함부로 짐의 심상절예를 쓴다면 네놈의 나약한 심법진 따위는 통째로 찢겨나가지 않겠느냐?]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콧방귀를 뀐 진조가 무신경하게 말했다.
[애써 완성한 십전완미(十全完美)의 심상절예를 반쪽짜리로 격하시켰다. 그래도 이만하면 저 죽지도 살지도 못한 강시놈 역시 손대지 못할 것이야.]
그리고 강력한 심상이 심법진 가득 메아리쳤다.
-심상절예 구현.
그 이변을 알아챈 세 사도가, 심지어 멀리 싸우던 이들도 적아를 막론하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순간.
-마신초환(魔神招喚).
구오오오오......!
상반신만 나온 거대한 마신상. 일찍이 요선과의 싸움에서 위용을 내보였던 심상절예의 일부.
그것이 강엽과 백서희를 감싸고 광오하게 팔짱을 끼며 세 사도들을 굽어보았다.
* * *
세상 모든 것을 내리누르는 위압감.
무겁고 이질적인 기운을 알아챈 검선이 깊이 가라앉은 눈으로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저쪽의 상황이 궁금하신가 보오.”
정갈했던 의복은 넝마주이처럼 찢기고 헤졌으며, 잘 묶은 상투도 풀어헤진 채 거지꼴이 됐다.
두 번째 사도의 지위를 부여받았음에도 실질적인 무위는 마의에 못 미치는 수준.
낭패감이 역력한 모양새였으나, 이사도는 굴하지 않고 능청맞게 너스레를 떨었다.
“허허, 얼굴 닳겠소이다.”
“목적이 무엇이오?”
“음?”
“저 석탑과 수많은 망자들... 단순히 귀하들을 여기로 부르기 위해 준비한 건 아닌 듯한데.”
입가에 미소를 매단 얼굴로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대는 이사도.
그렇게 의관을 정리한 그가 잠시 사이를 두고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은 대계를 위해서요. 이 일이 끝나면 무림맹이나 백도 무림과 상관없이 우리 교주님께서 온 천하를 아우르는 절대자가 되실 터.”
구겨진 옷깃을 바로잡으면서 뒷짐을 진다. 싸움 중엔 삼가야 할 무방비한 자세였으나 딱히 틈이 보이진 않았다.
“한 가지 말해주겠소이다. 여기뿐만 아니라 온 세상에 저런 석탑이 네 개는 더 있다오.”
“무어라?”
“북해, 해남, 태산, 귀주. 이 다섯 개의 탑을 중심으로 본교는 대계를 완성할 것이오.”
“...!”
“본관이 왜 이런 말을 해주는지 아시겠소?”
“설마....”
“대계는 이미 시작됐소. 설령 염왕과 불권이 가세해도 본교를 막기엔 너무 늦었다는 말이오.”
“...무림을 얕보지 마시오. 사대마교가 건재하던 시절에도 무림은 당신들을 이겨냈소이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과거에 이겼으니 지금도 이긴다는 생각은 너무 낙관적이지 않소?”
그리고 동시에 석탑에서 거대한 빛이 출현, 이사도를 덮어씌우며 검선을 튕겨보냈다.
검선이 태극의 원을 그리면서 자세를 잡을 때.
빛기둥 사이로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사도의 말대로다.”
빛기둥이 흩어지며 백의장삼을 흩날리는 사내가 빙그레 웃으며 검선을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찰나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검선을 속박했다.
“흐읍...!”
경악한 채 굳어진 검선을 일별한 사내, 광명마교주가 옷자락을 나부끼며 등을 돌렸다. 멀리 보이는 마신상을 보며 눈웃음을 흘린다.
“그럼 인사나 하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