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흡혈왕-333화 (327/450)

64화. 고립 (5)

“염원이라....”

술법에 남은 잔류 사념을 읽었을 때 마의는 죽음을 정복할 거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건 이제껏 강엽이 봤던 마인들, 예컨대 모산혈조나 괴뢰마와는 명백히 다른 목표였다.

그들이 일신의 영생만을 추구한다면, 마의는 타인의 죽음을 막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으니까.

죽음마저 질병으로 치부하여 극복하겠다는 염원.

‘독특하다 못해 괴이하고, 심지어 무익하기까지.’

마의가 대체 어떤 연유로 저러한 염원을 품고 백 년 동안 버텼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의 목숨을 긍휼히 여겨 그런 목표를 세웠을 리는 만무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 건가?”

[그런 마음도 좀 있긴 하지.]

무욕한 인간은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하는 법.

강엽의 질문에 선뜻 긍정으로 화답한 마의가 건조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무지의 바다를 파헤치는 것은 명예 이전에 학자의 숙명이다. 공자 왈, 맹자 왈 하면서 죽은 지식만 붙잡는 유생들 따위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딱히 유생이라고 책만 붙잡고 있는 건 아닌데.

강엽은 그렇게 쏘아붙이려다가 공연한 말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말이 길었군. 쓸데없는 걸 아는데도, 항상 이럴 땐 말이 길어지는 게 흠이다.]

필시 마의 자신이 염원에 심취했기에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고선 못 배기는 것이겠지.

고개를 휘휘 내저은 마의가 양손의 소검으로 기수식을 취하며 여덟 개의 거미다리를 움직였다.

‘단순한 기문병기가 아니야. 놈의 척추 신경과 연결되어서 사지처럼 기능하고 있다.’

초음의 파동으로 살펴보니 다리 하나하나에 몹시 정교한 경맥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상을 감지한 마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례한 짓을 하는군.]

마의는 크게 진각을 내질러 초음을 막아섰다.

직후 사방에서 쇄도하는 수많은 술법들을 거미다리로 쳐내면서 전진하기까지.

땅이 손처럼 굳어져서 발목을 잡아채든, 혹은 석순처럼 날카롭게 뻗든 무신경하게 소검을 휘두른다.

그렇게 술법 화망을 뚫은 마의가 빠르게 달려오는 순간, 강엽은 앞서 마의가 밟은 진각을 따라하듯 일보를 크게 내딛었다.

쿠웅!

[...!]

묵직한 기파가 사위를 에워싸며 전신 관절에 부하가 걸린다.

불과 삼보의 간합을 앞둔 마의가 휘청거리는 찰나, 강엽의 오른팔을 휘감은 백염이 한 점에 집중되었다.

위이이이이잉!

용오름처럼 휘몰아치는 하얀 불꽃.

-일월신마수(日月神魔手) 백염(白炎) 천쇄(天碎).

전사경처럼 나선을 그리는 열양지기가 마의를 덮쳤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마의가 왼손을 내밀어 사기를 집중시켰으나, 백염은 그런 마의를 비웃듯 사기를 통째로 박살냈다.

꾸와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사기가 갈가리 찢겨지고, 진기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날린다.

뒤이어 백염이 마의의 손을 삼켰다.

화아아아악!

[흐읍!]

손을 휘감은 백염이 맹화유를 끼얹은 것마냥 커지면서 살점과 근육을 잡아먹는다.

강시가 되면서 통각을 없앤 마의조차 아찔함을 느낄 만큼 강렬한 고온.

백염은 그의 사기를 불쏘시개 삼아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서걱!

이대론 죽는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마의가 불길에 휘감긴 왼팔을 뚝 잘라냈다.

그 신속한 판단엔 강엽도 깊은 감명을 받을 지경.

‘계속 놔뒀으면 전신이 탔을 테니 합리적인 판단이지. 그래도 자신의 팔을 주저없이 자를 줄이야.’

여세를 몰아 공력을 끌어올렸다.

일찍이 마의의 운신을 붙잡았던 중압의 보법을 다시 한번 시전하며 왼손에 빙백의 기운을 모았다.

월광을 벼려낸 듯 희미하게 빛나는 칼날.

-일월신마수 빙백(氷白) 수월(手月).

쐐애애애액!

어슴푸레한 초승달이 마의의 허리춤을 길게 훑어내린다.

땅에 떨어진 마의의 팔이 절로 떠오르며 장대하게 폭발했다.

쉬아아악!

사기와 음한지기가 충돌하며 사위가 회색빛 흙먼지로 덧칠된다. 마의는 잠시 시간을 벌 생각인지 기척을 죽인 채 몸을 숨겼다.

하나 초음의 파동으로 공간을 훑는 강엽을 속일 수는 없었다.

‘위!’

연기를 뚫고 산 위로 올라가는 신형. 길게 포물선을 그리는 마의가 강엽을 힐끔거렸다.

발바닥 용천혈로 진기를 분사해 마의를 쫓자 여덟 개의 거미다리에 흑점을 일으켰다. 마치 지풍을 쏘듯 시커먼 흑선이 대기를 갈랐다.

그러나 강엽에게 닿지는 않았다.

강엽은 허공에서도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면서 신형을 뒤집자 흑선의 궤도가 저절로 비틀렸던 것이다.

한순간에 허공을 밟고 똑같은 눈높이까지 올라온 경신술에 마의가 어이없어했다.

[능공허도(凌空虛道)로 제운종을 써?]

엄밀히 말하면 제운종은 아니다. 능공허도에 태극의 심상을 덧씌운 편법이었으니까.

‘모로 가도 경사(京師)만 가면 되는 법이지.’

공방을 치르는 동안 확실히 깨달았다. 일월신마공이야말로 마의의 천적이라는 것을. 일월성신의 기운이 역천의 사기를 태우고 얼려버린다.

투콰아아아앙!

백염과 빙백이 부딪쳤고, 하늘이 일순 환해진다. 마의는 능공허도로 몸을 지탱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한 점으로 역량을 집중한 흑점이 섬광처럼 밤하늘을 갈랐다. 한데 모인 거미다리 주변으로 일어난 충격파가 대기를 힘껏 밀어냈다.

그 순간, 소리는 없었다.

-......!

인간의 청각을 아득히 뛰어넘은 고음. 부딪친 기파가 사방팔방 퍼져나가 온 산천초목을 휩쓸었다.

큼지막한 아름드리나무들이 산산조각 부서지고, 잎사귀와 풀들이 꺾여 흩날렸다. 하지만 그조차 섬광에 녹아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투아아아아아앙!

뒤늦게 굉음이 울리며 긴 호선을 그렸다.

공중에서 치러지는 박투전이었다.

‘이놈.’

강엽은 미간을 좁혔다. 한 팔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의는 쉬이 무너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일정 이상 공력을 잡아먹는 절기는 자제하고 있다.’

강엽도 마찬가지였다.

차근차근 마의의 몸에 상처를 입혀가며 주도권을 점하고 있으나 큰 절기는 되도록 아끼는 상태.

비록 능공허도를 쓰면서 치고 박을지언정 최후의 구명절초를 위한 공력은 남겨두고 있었다.

‘어검술까지는 아슬아슬하게 될 것 같은데.’

쐐애애애애액!

아래에서부터 치고 들어오는 섬광.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잉어마냥 수직으로 상승하는 궤적이 마의의 사타구니를 노리고 쏘아진다.

허공에서 한 바퀴 몸을 뒤집으며 어검을 피한 마의가 바로 위에서 나타난 강엽을 소검으로 막아섰다.

날카로운 파찰음이 울리면서 달빛이 잘게 부서지고, 크고 작은 월광의 조각들이 태극의 심상을 따라 원형으로 회오리친다.

찰나 마의를 향해 일제히 쏘아지는 작은 암기들.

급하게 둘러친 호신강기에 대부분이 막혔지만, 일부는 뚫고 지나가며 육신에 깊숙이 박혔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오장육부가 찢겨졌을 큰 부상. 하지만 반쯤 죽은 몸인 마의는 장기가 찢겨지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았다.

투아아앙!

오히려 몸을 뒤집는 것과 동시에 기습적으로 발한 격공으로 강엽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막 절기를 쓴 반동으로 경맥을 다스렸던 강엽은 반응하지 못했다. 호신강기로 전신을 보호하는 것과 별개로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밀어내고 있었다.

‘격공을 지속적으로...?’

뒤늦게 쐐기를 박아 막아보려고 했지만 한번 밀려난 몸이 흐름을 되찾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계곡의 바위를 밟으면서 방향을 틀고, 수상비(水上飛)의 공력으로 폭포의 수면을 스치듯이 지나서 서서히 속도를 줄인다.

바로 그때 나선을 그리는 흑선이 거목들을 연달아 부수며 꺾여들어왔다. 그리고 의지를 가진 것마냥 둥글게 비틀리면서 사각을 노리는 게 아닌가?

투아아아아앙!

바위들이 박살나고 물줄기가 끊길 만큼 절륜한 위력.

백염으로 응수해봤지만 이번엔 출수가 조금 늦은 탓에 옆구리에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

물방울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마의의 신형.

별안간 흠칫한 마의가 발판으로 삼은 나뭇가지 위에서 껑충 뛰어오르자 자성검이 스쳐지나갔다.

불시의 기습이 실패로 돌아가자 강엽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자성검의 검신에 올라탔다.

[내가 이겼다, 귀영.]

“축배를 들기엔 이르지 않나?”

[그럼 피해봐라. 피한다면 네가 아끼는 동료들이 죽을 테지.]

“뭐?”

무심코 반문했던 강엽이 아차 했다. 정신없이 싸우느라 알아차리는 게 늦었다. 그와 마의의 수직선상 뒤편에 동료들이 숨은 은신처가 있다는 것을!

-심상절예 구현.

바로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한 기세. 막강한 공력 파동이 일대를 감싸며 용틀임을 하기 시작했다.

[경의를 표하마. 넌 강하다. 이런 식으로 싸우지 않았다면 결국 내가 패배했겠지. 하지만... 쓸모없는 것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것이 패착이었다.]

마의를 중심으로 퍼진 강렬한 심상이 뇌리를 강타했다.

‘이게 놈의...?’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살리는 생사의 주관자.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재밌는 장난감 정도로 여기는 광인의 심상이었다.

‘이놈은 사람의 목숨을 귀히 여기기에 의원이 된 게 아니다. 그저 삶과 죽음을 갖고 노는 게 흥미로웠기에 의원의 탈을 뒤집어쓴 거다.’

죽음마저 정복하겠다고 한 것은 그것이 일생을 바칠 만한 과제로 여겼기 때문일 뿐. 숭고한 목적이 있어서도, 심오한 신념이 있어서도 아니다.

‘이제 와서 피하기엔 늦었어.’

여기서는 똑같이 맞맞아칠 수밖에.

-무광암.

출수는 강엽이 조금 더 빨랐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삼키는 어둠이 허공을 비집고 나와 마의를 짓씹는 찰나.

-생사역전.

한 발 늦게 완성한 또다른 심상절예가 무광암과 얽히고,

“......!”

강엽은 무광암의 어둠이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것을 깨닫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마의의 심상절예. 그것은 애초에 적을 격멸하기 위해 휘두르는 것이 아니었다.

이름 그대로 적과 자신의 생사를 역전시키는 반격초.

그 자체로는 아무런 위력도 발휘하지 못하지만, 심상절예조차 되돌려줄 수 있는 후발선제의 심검!

“너,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전장을 바꾼 것도, 진법에 숨은 일행을 인질 삼아 심상절예를 구현했던 것도 모두 강엽이 심상절예를 쓰도록 강요하기 위함이었다.

[너 역시 검선과 다를 바 없군.]

짧은 말을 끝으로 산골 한복판에 거대한 어둠이 일어나며 천지를 휩쓸어버렸다.

* * *

쿠구구구구구궁......!

지진이 난 것처럼 끊임없이 흔들리는 지축. 먼 곳까지 산사태가 번져서 토사와 돌덩이가 쏟아지고, 산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이윽고 흔들림이 멎은 곳엔 척박한 폐허만 남아 있었다. 절대고수의 구명절초가 사방으로 튀며 일대의 지형을 바꿔버린 것이다.

뒤늦게 저 멀리 상류에서 쏟아진 물이 대지를 깊숙이 파헤친 자국을 따라 흘러가는 가운데, 검은 옷자락을 흩날리는 인영이 엄중한 눈으로 아래를 굽어봤다.

[놀랍군. 그걸 맞고도 살아있다니.]

강엽은 죽지 않았다.

적중하는 시점에서 먼지가 되었어야 하거늘, 흙 속에 파묻힌 채 살아 있었다.

허공섭물로 축 늘어진 몸을 끄집어낸 마의가 이채를 띠었다.

[호신부?]

강엽의 허리춤에 걸린 동그란 철패. 뭘로 만든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이 심상절예를 막아준 것이다.

다만 완벽히 막지는 못해서 반쯤 파괴됐고, 강엽의 몸 역시 여기저기 심흔을 입어 너덜너덜해졌다. 뼈가 으스러지고 근육이 짓이겨졌으며 경맥은 찢겨나간 몰골.

재생력조차 듣지 않았기에 부상당한 그대로 마의의 손짓에 따라 힘없이 끌려나왔다.

[일회용이었나.]

뒤늦게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호신부에 마의가 아쉬워하는 순간이었다.

강엽이 눈을 번쩍 뜨며 벼락처럼 들이닥쳐 마의의 목을 잡아챘다.

시뻘겋게 타오르는 안광이 마의를 내려다본다.

“죽어라.”

강엽의 말과 동시에 마의는 자신의 심맥이 죄다 터져나갔다는 것을 깨닫고 경악했다.

[심즉살...!]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정신을 잃은 강엽의 모습.

마의의 목을 끊어버릴 것처럼 강력하게 조르던 손도 힘이 풀렸다.

[방금 그건 대체....]

잠깐이었지만 사람이 달라진 것 같았다. 분명히 같은 사람이건만 풍기는 기도가 천양지차였다.

만약 그가 인간이었다면 심맥이 터진 시점에서 목숨을 잃었겠지.

[...혹시 몰라 준비하기를 잘했군.]

허리춤에서 작은 혁낭을 꺼내 그 안에 들어있던 생사단을 으적으적 씹었다. 심맥이 끊어진 충격은 생사단 하나로는 어림도 없지만, 잠시 버티는 것 정도는....

콰아아앙!

기감이 망가져서 반응하는 게 늦었다. 마의는 자신을 덮친 인영들을 보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독장으로 마의를 날려버린 소년이 두 눈 가득 짙은 살기를 피워올리며 달려들고 있었다.

“주모, 주인님부터 건사하십시오!”

은신처에 숨어있던 일행이 심상찮은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고 다시 나온 것이다.

쌍검을 든 백서희가 재빨리 강엽의 앞을 막으면서 죽일 듯이 노려보자 마의가 탄식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군.]

“누가 할 소리를...!”

그때 청수와 소창후, 황보진악 등 척마대원들도 좌우에서 튀어나와 수중의 병장기를 휘둘렀다.

날카로운 검기와 창기가 마의의 등을 노리고, 경파를 동반한 권격이 전사경을 그리면서 날아온다.

그 사이 제갈세옥과 당묘정이 쓰러진 강엽을 잡고 용태를 살폈다.

백서희가 당묘정의 어깨를 잡았다.

“당 소저, 지금 당장 성수장으로 가요. 제갈 소가주랑 함께.”

“예?”

“강엽이 당한 부상은 심흔이에요! 지금 이대로 두면 죽는다고요!”

그 말에 당묘정의 눈이 커졌다.

일전에 무림맹에서 광명마교주의 심검에 당한 이들을 무수히 봤기에 심흔이 뭔지는 알고 있었다.

강엽과 검성은 운 좋게 살았지만, 당시 휘말렸던 이들은 손도 써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지 않았던가.

제갈세옥이 반문했다.

“하지만 백 소저, 그럴 거면 백 소저가 가시는 게....”

“저 괴물을 막아야죠. 아무리 다쳤다고 해도 얕볼 수 없어요.”

이미 현운 도장을 비롯한 부상자들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옮겨지고 있었다. 일행이 여기서 후퇴해도 후방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도망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거예요. 당 소저 혼자서는 힘들어요. 제갈 소가주가 있어야 해요. 당신은 진법을 쓸 줄 아니 망자들이 몰려와도 피할 수 있겠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제갈세옥이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어 피가 뚝뚝 떨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대적을 앞에 두고, 더군다나 동료들까지 두고 등을 보여야 하는 심정이 비참할 뿐.

“부디 보중하십시오, 백 소저.”

제갈세옥이 강엽을 업고 당묘정에게 눈짓했다. 당묘정은 저편에서 싸우고 있는 일행을 보고, 백서희를 향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백서희가 늠름하게 웃었다.

“그 사람을 지켜줘요.”

“제 목숨을 걸고 성수장까지 데려가겠어요.”

검선이 실종된 지금 강엽까지 잘못되면 마의를 막을 자는 없다.

그렇게 세 사람이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백서희는 쌍검을 부딪쳤다.

‘죽지 마, 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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