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흡혈왕-294화 (290/450)

56화. 은원 (4)

“사형! 대체 왜... 아악!”

“제기랄! 사술로 일어난 시체들이다! 우리도 죽으면 똑같이 된다고!”

비명과 괴성, 악다구니가 뒤섞인 전장은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혈라분에 중독된 맹월림의 전사들이 전멸한 지금, 아군과 적군을 나누는 기준은 오직 하나였다.

살아있는 사람인가, 이미 죽은 사람인가.

촤아아아악!

“제자들은 망령들을 제령하라! 낭인들과 피난민들은 시체들을 막아주시게!”

점창육로 중 최강자이자 최장자인 종현의 독전에도 전장은 안 좋은 방향으로 기울고 있었다.

하늘의 망령들은 수없이 제령해도 마치 화수분에서 쥐어짜내는 것처럼 끝도 없이 몰려왔고,

지상의 시체들은 살아있는 이들을 강제로 황천으로 끌어내려 그들의 동지로 삼고 있었기에.

종현을 비롯한 점창육로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그들 역시 지치고 힘든 건 매한가지.

투학!

-크...!

격공을 맞은 전사의 시체가 고꾸라진다.

살아있는 사람이었다면 갈비뼈가 부러져 장기에 구멍이 뚫렸을 중상.

하지만 전사의 시체는 뻣뻣한 인형처럼 부자연스럽게 움직일지언정 침묵하진 않았다.

다리가 날아가면 팔로 엉금엉금 기어서, 팔까지 날아가면 애벌레처럼 꿈틀거려서라도 다가온다.

“사형, 머리를 노려야 합니다. 목을 날리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또다른 점창육로인 숙군백의 고함에 종현은 입술을 까득 깨물고 검격을 날렸다.

이제 막 약관을 넘겼을 어린 제자의 목에 붉은 혈선이 그어지며 머리가 미끄러졌다.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받을 놈들...!”

인두겁을 쓴 마귀들. 절세고수의 살의를 받은 모산파의 제자들이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진평이 대놓고 비웃었다.

“하하, 얼마든지 떠드시구려! 사부님이 현신하신 시점에서 이 싸움은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소이다.”

“하압-!”

보다못한 종현이 몸을 날렸으나, 거대한 인영이 시기적절하게 앞을 막아서며 양팔을 뻗어왔다.

호위를 맡은 흡혈괴마 무리. 심법진을 전개하기 직전 모산혈조가 제자들에게 던져둔 것이다.

절세고수의 검격에 흡혈괴마 한 마리가 일직선으로 썰렸으나 곧바로 다른 놈이 짓쳐들어왔다.

강렬한 독기를 감지한 종현은 몸을 틀어 피하며 평생을 고련한 분광검법(分光劍法)을 펼쳤다.

빛을 나눈다는 이름 그대로 찰나를 쪼개고 들어오는 참격이 흡혈괴마의 팔뚝을 자른다.

치이익-!

피를 뒤집어쓴 호신강기가 매캐한 냄새를 풍기며 녹자 종현의 눈이 함지박처럼 크게 뜨였다.

“피로 호신강기를...?”

“평범한 독혈이 아니거든. 무려 인면지주의 내단을 품은 독기라오.”

죽은 설산검호와 비슷한 경우였다. 인면지주의 내단 조각을 심어 극독을 품은 흡혈괴마들.

설산검호만큼 강하지는 않으나 숫자가 많은 만큼 삼화취정의 고수도 잡을 수 있었다.

“사실 우리도 곤혹스럽소이다. 예상보다 피해가 너무 크거든. 본교가 운남에 심어둔 전력 태반이 날아갔소. 원래대로라면 진작에 점창파를 밀어버리고 사천 진출을 도모하고 있어야 하거늘....”

“지렁이는 밟히면 꿈틀거리고,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맞는 말이구려. 하나 지렁이는 밟히면 살 수 없고, 쥐는 고양이를 물 수 있어도 죽일 수는 없지.”

진평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와 사형제들이 술법을 뿌리자 종현의 움직임이 굼떠졌다.

그림자를 조종해서 운신을 제약하고, 마귀의 속삭임을 들려주어 신경을 분산시키는 수작질.

그게 전부였다면 종현은 금세 뿌리쳤겠지만, 지금은 흡혈괴마들이 모산파의 제자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정신 사나운데 흡혈괴마들이 독기까지 뿌리면서 덤벼온다. 삼화취정의 절세고수조차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앙!

솥뚜껑처럼 큼지막한 일권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호신강기를 부수자 종현이 검면을 세웠다.

간신히 막긴 했으나 무게에서 밀려 붕 떴을 때 다른 흡혈괴마가 통렬한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크억...!”

속절없이 날아가서 피를 토한 그를 내려다보며 진평이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었다.

“우리 사부님이 귀영을 죽이고, 맹월림주가 낙일신검을 죽일 것이오! 그럼 우릴 막을 자는 사라지지!”

“그 반대는 생각 못하나 보네?”

갑자기 끼어든 청아한 목소리.

마치 뒤통수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선명히 꽂히는 목소리에 진평이 경계심을 곤두세우는 찰나.

“아아악!”

“...!”

본능적으로 그것이 사제들의 비명임을 깨달은 진평이 급변한 안색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몸을 돌리는 것에 맞춰 미간에 칼날이 박히면서 의식이 암전에 빠졌다.

“씁, 너무 편히 죽이는 것 같은데.”

“...백 소저?”

간신히 일어난 종현이 눈을 껌뻑거렸다.

피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장에서 빠졌던 백서희가 전장에 난입한 게 아닌가?

-크아아아아아아!

술사들이 죽자 그들을 보호하던 흡혈괴마들이 고통스러워하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한달음에 종현이 있는 곳에 뛰어온 백서희가 그와 등을 맞대고 괴물들을 견제했다.

“기파가 안정됐군. 갈무리한 건가?”

“사흘 밤낮을 내리 운기했는데 당연하죠. 이럴 줄 알았으면 빠지지 않았을 걸 그랬네요.”

“피난처가 탄로날 가능성도 있었으니....”

“그쪽은 안전해요. 그보다 여기 상황은 어떻죠? 강엽은 어딨고요?”

“자칭 모산혈조라는 자가 끌고 갔네. 정확히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술법진으로 보이네. 저기 붉은 아지랑이가 보이는가?”

“...!”

그 말에 백서희의 시선이 멀리 향했다.

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붉은 아지랑이들이 장벽처럼 일대를 감싸고 있었다.

점창파에 돌아왔을 때부터 묘하게 감각을 건드린다 싶었는데 술법진이었을 줄이야.

“아마 저쪽으로 가면 강 무사를....”

“아뇨.”

백서희가 고개를 저었다.

눈앞의 흡혈괴마들을 향해 쌍검을 겨누면서 단전의 공력을 끌어올린다.

“강엽을 믿어요. 상대가 모산혈조 할애비라도 때려눕히고 올 거라고요.”

당연히 미치도록 걱정됐지만, 강엽이라면 어떤 난관이든 극복하고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자신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리라.

“조심하게. 독을 내뿜는 악귀들일세!”

-크아아아아아아!

지축이 울리도록 달려오는 흡혈괴마 무리들. 급박한 상황에서도 그녀는 명경지수처럼 고요하게 가라앉은 마음가짐으로 쌍검을 들어올렸다.

곧게 들어올린 검과 역수로 들어올린 검이 비스듬한 십(十) 자를 그리면서 기수식을 취한다.

흡혈괴마의 일권이 코앞까지 짓쳐드는 그 순간.

바람처럼 사라진 그녀가 놈의 배후에서 출현, 시퍼런 검강으로 놈의 목을 베었다.

바로 옆에 있는 놈들이 달려들어왔지만,

촤아아아악!

-우오오오오!

단 일 푼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찌른 격공에 눈알이 터져나가면서 시야를 빼앗긴다.

‘재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열을 셀 남짓.’

일전에 구루귀마가 끌고 온 흡혈괴마들과의 싸움으로 놈들이 재생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알았다.

옅은 생채기 정도는 눈 깜짝할 새에 아물지만, 그래도 중요 장기는 약간이나마 시간이 걸린다.

촤라라라라락!

한 놈의 몸뚱이를 재생하지 못하도록 수십 갈래로 쪼개버리고, 그 옆에 있는 놈의 목에 검을 날렸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대충 셋을 셀 정도.

“하압!”

낭랑한 기합을 토하면서 크게 팔을 휘젓는 놈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한다.

직후 놈의 관절을 베어 무릎 꿇리고, 땅을 박차고 뛰면서 역수로 쥔 검을 정수리에 박아넣었다.

그와 동시에 강기를 끌어올리자 놈의 두개골이 산산조각 박살나면서 사방으로 파편을 뿌렸다.

치이이익...!

“나중에 완 노사님 보여드리면 좋아하시겠네.”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는 때, 그녀는 직감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용천혈로 진기를 분사했다.

한 박자, 아니 종이 한 장 차이로 그녀가 있던 곳을 아찔하게 스쳐가는 부적.

강철처럼 빳빳한 부적이 죽은 흡혈괴마의 몸통에 꽂히더니 장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너...?”

-으, 흐, 흐흐....

미간에 암기가 박힌 채로 몸을 일으킨 진평의 모습.

피로 범벅이 된 안면은 일그러진 미소로 흉하게 뒤틀렸지만, 의외로 제 의지대로 말하고 있었다.

-우리, 라고... 예외는, 아니야.

뇌가 곤죽이 되었는데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육신은 죽었으나 혼백으로 머무르는 모산파의 제자들이 사자(死者)가 되어 일어나고 있었다.

“이런 미친. 왜 그렇게까지...!”

-왜, 충성하냐고?

진평이 키득거렸다.

-우리는, 혼백을, 저당잡혔거든. 죽든 살든, 사부님께 영원히, 종속될 운명....

다소 끊길지언정 목소리를 알아듣기는 어렵지 않다. 진평뿐만 아니라 모산파의 제자들도 낄낄거렸다.

-사부님은, 영생을 살며, 죽은 자들을 지배하실 분.... 그분이야말로, 이 땅의 염라대왕, 이시다.

“개소리는 집어치워. 누구도 다른 사람을 그런 식으로 지배할 순 없어. 그게 죽은 사람이라면 더욱 더.”

-아직, 어리구나. 귀영의 동료.... 그것이야말로, 모든 이들이,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목표인데....

“너희 같은 마교 새끼들이나 그렇겠지.”

-흐, 흐흐흐흐.......

백서희가 비꼬거나 말거나 관심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린 진평이 전장을 살피며 말했다.

-이 싸움은, 결국, 우리가 이긴다. 살아있는 자들은, 결코 죽은 자들을, 이길 수 없어....

백서희는 큰 타격을 입혔을지언정 전장의 판도를 바꾸지는 못했다.

목숨을 잃고 백골이 진토가 되더라도 모산혈조가 강엽을 잡을 때까지 버티면 되는 싸움.

종국에 죽은 이들이 살아있는 자들을 집어삼키면 점창파는 죽은 자들의 소굴이 될 터.

“글쎄,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 아는 거지.”

줄곧 심각안 안색을 짓다가 피식 웃는 백서희의 모습에 진평이 미간에 힘을 주었다.

-...뭐?

“송장이 되니까 감각이 무뎌진 모양이야. 아직도 감이 안 잡히나 보네?”

-그게 무슨, 헛소...!

진평의 고함이 뚝 멎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산이 떠나가도록 울려 퍼지는 메아리. 급히 몸을 돌리자 횃불을 든 일단의 무리가 몰려오고 있었다.

흐리멍텅한 눈동자를 억지로 움직인 진평도 선두의 무인들이 든 깃발을 보고 경악했다.

-다, 당...문?

철혈당문(鐵血唐門). 야밤이라서 자세히 눈여겨보지 않으면 읽기 힘들었으나, 당문이 온 것이 분명했다.

녹색 무복을 입은 당문의 무인들이 암기를 뿌리고 장력을 난사하며 전장을 휘젓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제자들은 역천의 종자들을 쓸어내라!”

머리를 파르라니 깎은 비구니들이 시체들을 향해 항마의 공력이 깃든 창검을 휘둘렀다.

그 옆엔 붉은색과 푸른색이 혼합된 도복을 입은 청성파의 도사들이 검과 부적을 앞세웠다.

“사천삼패가 왔어. 이제 숫자가 뒤집어졌네?”

-.......

비아냥거리는 말에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평뿐만 아니라 모산파의 제자들 모두 주춤거렸다.

사천삼패가 온 것도 놀랍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선두에서 길을 뚫는 거구의 사내였다.

일권을 내뻗을 때마다 대기가 흔들리고 땅거죽이 뒤집어진다. 그 앞에 선 망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진멸신권...!”

“사천의 금패가 왔다! 낭인전 최강의 권사가 우릴 돕기 위해 온 거라고-!”

진멸신권 정무악. 그를 알아본 운남의 낭인들이 반색하면서 소리치자 전장 전체에 소식이 퍼졌다.

당연히 진평과 모산파의 제자들이 벌레 씹은 것처럼 표정을 구긴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설마 다 이긴 싸움에서 사천삼패와 진멸신권이 난입해서 전황을 뒤집을 거라고 누가 알았으랴.

-아직, 아직이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사부님만 돌아오시면...!

악을 쓰듯 외치는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앙......!

전장과 동떨어진 붉은 아지랑이들이 폭발하듯 굉음을 내며 흔들렸다.

진평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서, 설마...?

“뭔가 잘 안 되는가 보네.”

흠칫한 진평의 앞에서 백서희가 입매를 당겼다.

“그렇지 않다면 술법진이 흔들릴 리 없잖아?”

* * *

쿠르르르르릉...... 콰아앙!

검격과 권격이 부딪쳐서 발생한 충격파가 산봉우리를 흔들고 지반에 균열을 낸다.

쏟아진 만년설이 눈사태를 일으킨다.

어마어마한 눈의 해일이 몰려왔지만 그 위에서 싸우는 두 남자는 눈길도 돌리지 않았다.

오직 서로만 보이는 듯이 상대를 노려보면서 날카로운 손톱을 휘두를 뿐.

불꽃이 튀고 벼락이 난무한다.

막대한 눈사태가 두 사람이 있는 곳을 덮쳤을 땐 훌쩍 뛰어오르면서 상대를 향해 장력을 날렸다.

‘무공은 호각. 아니, 내가 조금은 앞서는군.’

어검비행으로 허공을 유영한 강엽은 시선을 내렸다.

겹겹이 쌓은 흡혈괴마들의 시체를 통째로 얼려 눈사태를 피하는 발판으로 써먹은 모산혈조가 만신창이가 된 몰골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몸에 두른 얼음 흉갑은 깨지고, 피와 먼지로 더럽혀진 유삼은 갈기갈기 찢겨나간 모습.

당연히 육신은 걸레처럼 찢겨나갔지만, 호흡 몇 번 할 시간에 말끔하게 아물었다. 흡혈귀의 능력이 봉쇄된 강엽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문제는....’

“몇 번을 싸워도 마찬가지다! 넌 나를 못 이겨!”

모산혈조의 손에 흐르는 핏물.

힘겨운 싸움 끝에 강엽의 호신강기를 뚫고 어깻죽지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강엽은 어깨가 급속도로 굳어지는 것을 느끼며 혈공진기를 돌려 혈독의 저주를 밀어냈다.

벌써 몇 번이나 반복되는 양상이었다.

강엽이 근소하게 앞선다고 해도 아무런 상처도 없이 이길 수는 없었다. 모산혈조는 강엽의 피를 얻었고, 혈독술로 강엽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적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흡혈귀의 능력을 봉인하고, 혈독으로 말려죽인다... 같은 입장이었다면 나도 똑같이 했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는 극심해질 터.

강엽은 반사적으로 눈사태가 일어났던 산봉우리 위에 앉아있는 진조를 돌아보았지만, 그는 정말 도울 생각이 없는 것처럼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애초에 저쪽은 논외. 본인이 한 말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칼같이 지킬 거다.’

그래서 단기결전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는데, 모산혈조의 명줄이 생각 이상으로 질겼다.

‘천뢰(天雷)를 못 쓴다면....’

자성검법의 마지막 칠초식. 자성검법의 원 주인인 자성검호조차 익히지 못했던 초식이지만, 강엽을 얼마 전에 천뢰의 구결을 완전히 터득했다.

천뢰를 쓴다면 모산혈조를 죽일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쓰는 것 자체가 지극히 까다로운 초식이기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

‘기회는 한 번밖에 없어.’

마음속으로 검의 방향을 바꾸었다. 목어검을 넘어 심어검(心馭劍)의 경지로 접어든 의념을 담아서.

“호오, 모든 걸 걸고 일격으로 승부를 보겠다?”

모산혈조의 입가에 승리의 자신감이 떠올랐다. 강엽을 궁지에 몰았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강엽을 태운 어검이 심장을 노리고 쏘아진다. 그야말로 창졸간에 거리를 줄인 전광석화.

그의 말대로 모든 것을 건 구명절초였다. 한 줄기 빛살이 되어 모산혈조의 호신강기를 부수었다.

일순 강엽의 몸에서 일어난 어둠이 심법진의 법칙에 간섭했다. 지금껏 아껴두었던 무광암의 심극을 아낌없이 퍼부어서 틈새를 만든 것.

“소용없다! 심법진이 펼쳐진 이상 네놈의 심극은...!”

“상관없어.”

눈썹을 구붓하게 휘는 모산혈조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손을 휘둘렀다.

전신으로 막아두고 있던 혈독을 풀었다. 둑을 터뜨리듯 쏟아지는 혈독을 오른손으로 인도한다. 적의 무기를 자신의 패로 삼아 공격한다.

“아무리 너라도 이건 모를 거다.”

-혈공독수.

강엽의 오른팔 관수가 모산혈조의 심장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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