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흡혈왕-293화 (289/450)
  • 56화. 은원 (3)

    심법진 대라무극정토.

    고절한 경지의 술사가 심상에 각인한 술법진의 정수이자 총화.

    다른 사람의 육신을 빼앗아 젊음을 되찾고 흡혈귀의 능력까지 얻은 모산혈조의 심법진은, 그가 손에 넣은 기력만큼이나 장대한 규모였다.

    휘우우우우우우웅......!

    옷깃과 머리칼을 나부끼는 매서운 칼바람.

    방금까지 있던 점창파의 경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오직 새하얀 설봉만이 보인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삭막한 만년설의 분지.

    하얀 눈발과 구름이 흘러가는 곳의 중심부엔 솥처럼 움푹 파인 호수가 있었는데, 굉장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푸른 수면은 얼지 않았다.

    “팔대교왕과 싸웠다면 심극은 겪었겠지. 하지만 심법진은 처음 아니냐?”

    “.......”

    호수 정중앙에서 가부좌를 튼 백삼의 청년.

    무릎 위에 황금빛의 석장을 수평으로 띄운 모산혈조가 웃고 있었다.

    “심법진이라....”

    “나처럼 극에 달한 술사만이 향유할 수 있지. 영광으로 생각해도 좋다. 네 녀석이 진조의 후예라지만 이만한 심법진으로 견문을 넓혔던 일은 없었겠지.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게다.”

    그렇게 말하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아, 뒷말은 취소하마. 네놈은 여기서 살아나갈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절대로 강엽을 놓아주지 않겠다는 집념. 그러나 강엽은 모산혈조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면서 심법진 내부를 둘러보고 있었다.

    처음 와보는데도 기시감이 느껴졌는데, 슬슬 답을 알 것 같았다.

    “세 번째로군.”

    “무어?”

    “심법진을 겪는 것 말이다. 심지어 규모도 세 번째로군. 별로 특별하진 않아.”

    “네놈이 무슨 헛소리를....”

    모산혈조는 강엽이 허풍을 떤다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강엽의 목소리엔 한 줌의 과장도 없었다.

    실제로 이전에도 심법진을 겪어봤기 때문.

    ‘흑룡교주와 광명마교주.’

    흑룡교의 비밀 분타에서 흑룡교주가 남긴 함정과 광명마교주가 만든 몽상정토에 발을 디디지 않았던가.

    이렇게 모산혈조가 펼친 심법진을 겪고 나니 확실하게 감이 잡혔다. 당시 그들이 만든 공간이 일종의 심법진이었음을.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똑같아.’

    흑룡교주의 심법진은 그 자신이 전성기와 비교할 수도 없이 쇠락했고, 광명마교주의 심법진은 그 자신이 부재한 채 오사도만 있었다.

    그러나 심상으로 공간을 만들고 술사 자신에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했다.

    필시 모산혈조의 심법진도 마찬가지일 터.

    “네놈 말이 허풍인지 아닌지는 보면 알겠지. 부디 진조의 후예에 걸맞은 힘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 말을 내뱉은 직후, 아무것도 없는 눈밭의 지하에서 격한 파문이 일어났다.

    -그르르르르르...!

    눈 아래 묻혀 있던 괴물들.

    흡혈괴마들이 흉측한 몸뚱이를 드러내며 호수를 제외한 삼방에서 강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강엽에게 닿기도 전에, 수백 줄기의 붉은 나뭇가지들이 튀어나와 놈들을 막아섰다.

    “아, 혈목이로군. 한데... 호오?”

    모산혈조의 눈동자에 이채가 스쳐지나갔다.

    강엽을 호위하듯 에워싼 혈목들이 길쭉한 나뭇가지를 화살처럼 쏘아냈던 것이다.

    게다가 흡혈괴마들이 화살비를 뚫고 오면 그 자신의 몸뚱이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요격한다.

    마치 한 명의 무인처럼 줄기를 낭창낭창 휘며 초식을 구사하는 광경에 모산혈조조차 감탄했다.

    “창술인가? 꽤 훌륭하군. 혈목을 이용해서 무공을 펼친다... 나중에 시도해봐야겠어.”

    모산혈조가 혈목을 다룰 수 있다는 말에도 강엽은 놀라지 않았다. 신녀도 혈목을 다뤘는데 그보다 강한 모산혈조가 못 다루는 게 이상했다.

    “흥미롭긴 하지만 성가시다. 그 능력은 이제부터 쓰지 못할 것이야.”

    “음?”

    의미심장한 말에 강엽이 미간을 찌푸릴 때였다.

    -끼이이이이이익!

    자지러지게 발작한 혈목들이 통나무마냥 빳빳하게 굳어졌다.

    혈목들이 무력화되자 흡혈괴마들이 괴성을 토하며 들어온다.

    뒤에서 두 팔을 휘두르는 놈을 피해 허공으로 뛰어오른 강엽이 날카로운 족격을 날렸다.

    발로 찬 것인데도 마치 칼로 벤 것처럼 정수리가 쩍 갈라져서 피와 뇌수를 게워내는 몰골.

    그런 꼴이 되었는데도 움찔움찔 경련하며 재생할 조짐을 보였지만....

    사아아아아아아!

    진각을 밟자 약간의 충격파와 함께 차가운 냉기가 몰려들면서 시체를 통째로 얼려버렸다.

    “얼어붙으면 재생도 못하지.”

    임시처방이긴 해도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는 불로 태우는 것보다 효율적이었다.

    마침 심법진 안의 혹독한 추위가 빙공을 펼치기에 좋기도 했고.

    ‘문제는 혈목이다. 왜 저러는 거지?’

    모산혈조가 뭔가 했다는 건 알겠지만, 뭘 어떻게 했는지는 감이 안 잡혔다. 따라서 파훼하는 것도 불가능.

    “궁금한 모양이군. 심법진을 겪어봤다면서 그것도 모르나? 심법진은 술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공간이다. 술사가 강제하는 법칙이 지배하는 공간이지.”

    마치 제자에게 가르침을 베풀어주는 듯한 어조. 굳이 그런 비밀을 알려주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네놈이 지닌 흡혈귀의 능력을 차례차례 봉인당할 것이다.”

    쐐애애애애액!

    온 사방에 격공의 칼날이 걸린다.

    공격 조짐을 읽은 강엽은 쐐기를 박아서 상쇄했지만, 이번엔 모산혈조가 반 수 앞섰다.

    미처 막지 못한 격공의 칼날이 등짝을 비스듬히 스치고 지나가면서 화끈한 불맛이 일어난다.

    호신강기를 펼치지 않았다고 하나 불괴의 능력으로 막았어야 하거늘 그렇지 못했다.

    “네놈은 이제 금강불괴가 아니다.”

    “....”

    “아, 그래. 재생력도 없애야겠군.”

    상처가 아물다 말고 흉터가 남았다. 혈목이나 불괴가 봉인당한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손실.

    강엽이 이를 꽉 물자 모산혈조가 폭소했다.

    “자, 범부가 된 기분이 어떠냐? 네놈에게 얼마나 많은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쓰는 족족 봉인해주마. 시간이 갈수록 넌 영락할 것이야!”

    혈목이 막혔으니 혈라지망도 못 쓴다. 불괴를 빼앗겼으니 상처를 입을 수 있고, 상처를 재생할 수 없으니 회복도 못한다.

    모산혈조의 말이 맞다. 이 순간부터 강엽은 여느 인간들과 다를 게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뭐...?”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 이제 와서 능력 좀 못 쓴다고 징징거리면 쓰나.”

    “하하, 애써 대범한 척하지 말거라. 그래봤자 더 가련하게 보일 뿐이란 걸 모르느냐?”

    이미 세 개의 능력을 빼앗겼고, 얼마나 더 빼앗길지 모르는 상황.

    그러나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콰아아아아앙!

    “......!”

    일순 수십 장이나 치솟은 격류.

    강엽을 몰아붙이던 흡혈괴마들이 격류에 휘말려 팔다리를 잃고 쓰러지자 모산혈조가 벌떡 일어섰다.

    “갑자기 이게 뭔...!”

    줄곧 여유로웠던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떠오르는 순간.

    가부좌를 튼 호수의 수면이 돌연 둥그렇게 똬리를 틀면서 무지막지한 포말을 자아냈다.

    꾸와아아앙!

    “큭!”

    상시로 두르고 있던 호신강기를 뒤흔든 충격.

    물 위에서 가까스로 자세를 잡고 심신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두 번째 충격이 닥쳤다.

    물살을 가르며 질주한 하얀 뇌광이 호신강기를 완전히 박살내며 양손에 든 석장과 격돌했다.

    모산파의 장문령부인 금시환령.

    단지 장문인의 권위를 나타내는 물건이 아니다. 단단한 만년한철(萬年寒鐵)로 제련했으며, 역대 모산파 장문인들의 영성을 받아들여 천고의 병장기로 화했다.

    굳이 수인을 맺거나 진언을 읊을 필요도 없었다. 마음속으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수십 개의 술법들이 어검의 진격을 저지했으니까.

    견고한 술법의 벽을 뚫지 못한 어검이 하늘로 튕겨올라갔을 때, 검파에 누군가의 손이 닿았다.

    -뇌둔.

    고요한 호수에 벼락이 떨어진다.

    고막을 찢는 굉음이 메아리치고, 세상이 하얗게 타오르면서 호수 저편까지 뇌기가 튀었다.

    -뇌아.

    뒤이어 수십 갈래로 갈라진 검신이 허약해진 술법의 벽을 부수고 모산혈조의 몸뚱이를 쳤다.

    “크억!”

    피를 토한 모산혈조가 물수제비를 하듯 퉁퉁 튀기면서 호반 저편까지 날아갔다. 눈과 피, 흙먼지가 고아했던 신색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그윽... 네놈!”

    “말했잖나.”

    바로 뒤에서 속삭이는 목소리.

    등줄기에 소름이 돋은 모산혈조가 석장을 휘둘렀지만, 석장은 엉뚱한 곳만 가르고 지나갔다.

    “암신인가! 이젠 그 능력도 못 쓸... 캬악!”

    절세고수의 인지를 뚫고 들어온 각력.

    복부를 맞고 새우처럼 등이 꺾인 모산혈조는 곧바로 강엽에게 머리채를 잡혀 무릎에 맞았다.

    우드드득!

    “흡혈귀의 능력을 없애도, 대체할 건 얼마든지 있다고 말이야.”

    전신의 뇌기가 모산혈조의 몸에 옮겨붙어 그 육신을 불태운다.

    “이건 불가능하다. 어찌 음기의 정화인 흡혈귀가 천지 간에 가장 뜨거운 뇌기를...!”

    “글쎄, 해보니까 되던데.”

    “뭣이?”

    “해보니까 그냥 된다고. 조악한 가짜인 너와 달리 난 진품이라서 되는 거 아닐까?”

    “놈, 웃기지 마라!”

    콰아아아아아......!

    노성을 토한 전신에서 눈보라처럼 강렬한 냉기가 폭사되자 강엽도 더는 접근할 수 없었다.

    한서불침 따위는 이미 옛날에 오른 그조차 뼛속까지 시릴 만큼 격렬하게 몰아치는 북풍한설.

    그 중심에 있는 모산혈조는 얼음으로 만든 투명한 흉갑을 걸치고, 머리마저 신령스러운 은발이 된 채 온몸으로 흉험한 기운을 뿌리고 있었다.

    앞서 강엽에게 입은 부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

    “이 몸을 만드는 데만 해도 영물의 내단을 세 개나 썼지. 인면교룡과 천교백린망, 그리고 인형설삼.”

    거만의 부가 있어도 구할 수 없는 천고의 영약들을 태연하게 나열하면서 석장을 쥔다.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린 순간, 석장이 절반으로 뚝 부러지더니 눈을 의심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람의 팔뚝보다 긴 장대가 모산혈조의 장심을 파고들면서 서서히 흡수되고 있었던 것.

    초음의 파동으로 그 변화를 관찰했던 강엽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깨닫고 표정을 굳혔다.

    “금마의 무공인가?”

    “비슷하지. 그의 철금신공에서 영감을 얻었다.”

    금속을 흡수하는 금마의 무공. 모산혈조는 비슷한 방식으로 금시환령에 담긴 주력을 통째로 흡수했다.

    “방금 전엔 초음을 쓴 거겠지? 이젠 그것도 통하지 않는다. 네놈은 이 몸을 관찰하지 못할 것이야.”

    암신에 이어 초음도 막혔다.

    이제 남은 능력은 정마안과 초감각뿐.

    ‘내가 꺼낸 능력만 봉인하고 있다. 꺼내지 않으면 봉인하지 못해. 그리고....’

    흡혈괴마들을 날려버리고, 이후에 모산혈조한테까지 덩달아 충격을 줬던 수류의 능력.

    봉인당하는 걸 각오하고 썼지만, 모산혈조는 수류의 능력만은 어떻게 막지 못하고 있다.

    그 사실이 유추하는 바는 어쩌면....

    -휘리리리릭!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망혼소의 소리에 모산혈조가 어이없어했다.

    “감히 내 앞에서 본파의 술법을 써?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이어 망혼소까지 봉인당했다.

    그러나 강엽은 도리어 눈을 빛냈다.

    “대충 알겠군.”

    아무리 모산혈조가 심법진 안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해도 전지전능하진 않았다. 봉인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매우 극명하게 나뉘는 형편.

    흡혈귀의 능력과 모산파의 술법은 봉인하고, 그 외의 능력은 몇 번이나 구사했는데도 손을 쓰지 못한다.

    ‘그 자신이 확실하게 알고 있는 능력만 봉인할 수 있는 거다.’

    알고 있다는 것의 범위가 굉장히 애매했지만, 적어도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이리라.

    ‘쯧, 진조 그 작자가 흡혈귀의 능력만 안 알려줬어도 훨씬 편하게 갔을 것을.’

    원망하는 마음이 일었으나 인제 와서 따져본들 소용없는 일. 흡혈귀의 능력과 모산파의 술법을 제외하고 그 자신이 쌓은 것들로 결착을 지어야 하리라.

    강엽이 다시 달려들려는 그때였다.

    [후계자야, 꽤 재밌는 상황이구나.]

    바닥에 늘어선 그림자가 저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 * *

    “...진조?”

    모산혈조가 눈을 껌뻑였다.

    강엽의 뒤편에 드리운 그림자가 순식간에 커지면서 진조의 모습으로 화했다.

    “이미 죽어나자빠진 자가 어째서?”

    [흐흐, 짐은 오래전에 죽었느니라. 네놈이 보는 짐은 진짜 짐의 잔재일 뿐이지.]

    “...그렇군. 혼백을 쪼개서 저놈에게 심어둔 건가.”

    술법으로 하늘을 희롱하는 경지에 오른 대술사답게 모산혈조는 진조의 말을 알아들었다.

    “힘을 쓰는 법을 가르치려고 했나 보군. 당신이 도왔다면 저 애송이가 단기간에 이만큼 강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모산혈조는 진조가 강엽을 전력으로 도왔다고 생각했다. 비록 잔재일 뿐이라도 그 지혜와 경험을 온전히 간직했다면 어렵지 않았겠지.

    그러나 진조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짐이 좀 돕긴 했지. 하나 후계자의 성장은 오롯이 녀석의 힘이었다.]

    “...뭐라고?”

    [몇몇 국면을 빼면 짐이 도와준 건 별로 없었다.]

    물론 진조도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건네곤 했다. 능력을 쓰는 법을 알려주거나, 흑룡교주의 망령과 맞설 때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녀석은 짐이 전력으로 돕지 않아도, 본인의 힘과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저만큼 강해졌다.]

    “...그건 좀 놀랍군. 근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강엽도 왜 가만히 있던 진조가 나서서 자기 얼굴에 금칠을 해주는지 의문이었다.

    심상세계나 다름없는 심법진인 만큼 나설 수 있다는 건 이해했지만....

    [네놈이 궁금해할 것 같아서 말이다. 왜 네놈을 택하지 않고 저놈을 택했는지 말이다.]

    “.......”

    모산혈조가 입을 다물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단순히 내 그릇이 만족스럽지 않아서인가?”

    [바로 말하면 그렇다. 하나 그것뿐만은 아니다. 진짜 이유는....]

    이후의 말은 강엽에게 들리지 않았으나, 모산혈조의 귀엔 확실히 들렸는지 그의 눈이 부릅뜨였다.

    “...나더러 그 말을 믿으라고?”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되지 않느냐? 저 녀석이 흡혈귀인 주제에 어째서 뇌기를 다루는지, 서로 다른 이종진기를 수월하게 다루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건 선천적으로 타고나면....”

    [그런 재능을 선천적으로 타고났어도 흡혈귀가 된 시점에서 이종진기는 다루지 못한다. 뇌기는 더더욱 다루지 못하지.]

    “하면 저놈이 정말로...?”

    왠지 혼란스러우면서도 복잡한 기색으로 강엽을 바라본 모산혈조가 고개를 털었다.

    “그렇다 해도 내가 포기하는 일은 없다. 영생의 꿈을 위해서라도 저놈을 먹고 나야말로 진조의 그릇에 합당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마음대로 하거라. 네놈에게 알려준 건 단지 협력자에 대한 예우였을 뿐. 한데도 망집을 버리지 못한다면 그 이후는 짐이 알 바가 아니지.]

    그렇게 말하며 미련없이 물러나는 모습.

    강엽과 모산혈조 모두 어안이 벙벙했지만, 진조는 두 사람의 싸움에 참여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밝혔다.

    [후계자야, 능력 좀 막혔다고 짐의 도움이 필요하진 않을 거라 믿는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저 되다 만 흡혈귀도 못 죽이면 혈마는 턱도 없다.]

    “누가 뭐라던가?”

    진조가 나선 게 의외이긴 했지만, 강엽은 처음부터 그를 앞세워 이길 생각이 없었다.

    빠직! 파지지지지직......!

    전신으로 뇌기를 쏟아내면서 자성검을 든다.

    찰나 빛살이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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