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반격 (5)
폭풍 같은 소란이 지나간 뒤에 맹월림의 군영엔 벌집을 쑤신 것처럼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맹월림의 고수들은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역발산은 천운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다만 신장을 비롯해 주요 장기들을 다치는 바람에... 본인은 싸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무리입니다.”
유일하게 입을 여는 사람은 군사인 적룡마창뿐.
하나 상석에 앉은 맹월림주의 눈초리를 살피는 그의 표정에도 긴장한 기색이 짙게 배어 있었다.
“명하신 대로 살수들을 투입했으나, 점창파에 도달하기도 전에 술법에 걸려... 궤멸됐습니다.”
보복을 위해 급히 보냈던 살수들은 단 한 사람의 적도 죽이지 못하고 차가운 주검이 되었다.
“또한 적잖은 전사들이 복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설사와 구토, 열병 등의 증상을....”
콰앙!
주먹을 맞은 탁자가 두 쪽이 나서 쓰러지자 적룡마창의 목소리 역시 끊겼다.
“그래서 대책은?”
빙산처럼 차갑지만, 그렇기에 더욱 선명한 살의로 다가오는 눈빛.
맹월림주가 대답을 종용했다.
“싸울 수 있는 전사들은 얼마나 되지?”
“...오백이 채 되지 않습니다.”
온갖 부족들에서 전사들을 받아들인 대군세가 고작 오백으로 쪼그라든 참담한 현실.
“억지로 병장기를 쥐어서 보낼 수는 있겠지만... 짐만 될 공산이 큽니다, 교왕이시여.”
“독주사.”
맹월림주의 분노는 사색이 된 노파에게 돌아갔다.
“독에 관한 한 운남 제일이라고 거들먹거렸던 늙은이야. 식량에 독이 들어간 줄 정말 몰랐단 말이냐?”
“...소, 송구합니다, 주군. 뭐라 드릴 말씀이....”
언제나 꼿꼿하고 자신만만했던 독주사주차 고개를 들지 못했다.
천인장이기 전에 한 부족의 수장인 그녀는 전장에도 숙수나 하인 등 종복들을 대동할 만큼 사치스러웠다.
그렇기에 전사들이 먹는 식량을 신경 쓰지 못했는데, 그게 이토록 무시무시한 업보로 돌아올 줄이야.
맹월림주의 눈에 짙은 살광이 떠오른 것을 알아챈 그녀는 얼른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죄송합니다, 주군! 어떤 벌이든 달게 받을 테니...!”
“용서해주지.”
“아...!”
“네 종복들의 목을 잘라 바친다면 말이다.”
“...!”
독주사의 주름진 노안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그녀가 데리고 다니는 종복들은 모두 부족의 일원들.
즉, 맹월림주는 그녀에게 손수 부족들을 참수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아니면 네년이 죽을 거냐? 네년의 부족을 찾아가서 사내는 모두 죽이고 계집은 전사들의 씨받이로 삼기를 원하는가? 원한다면 그리 해주마.”
“아, 아닙니다! 당장 잘라다 바치겠습니다!”
“나가라. 그리고 해독약을 만들어라.”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었던 독주사는 굽힌 등을 펴지도 못하고 헐레벌떡 밖으로 나가버렸다.
제 손으로 부족들을 죽여야 하는 형벌. 하나 남아있는 이들 중 누구도 그녀를 동정하지 못했다.
“적룡, 대책을 말해라.”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침통한 낯짝 그대로 눈을 질끈 감은 적룡마창이 간신히 목구멍을 쥐어짜냈다.
“남은 병력을 추슬러 점창파를 공략해야 합니다.”
전사들이 쾌차하기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공격할 수도 있겠지만,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분노한 맹월림주의 손에 갈기갈기 찢겨나갈 터.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기실 맹월림주의 감정은 터지기 직전의 화산처럼 거칠었다.
“다만, 공격하더라도... 하루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하루만 지난다면....”
“만월이 뜨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안다.”
적룡마창은 부디 그가 평정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루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맹월림주는 진심으로 내일 총공세를 퍼부을 작정이었다.
“포로들은 언제 도착하지?”
“늦어도 정오엔 도착할 겁니다.”
“전원 목을 잘라서 보내도록.”
포로 수용소에 갇혀있던 점창파의 제자들. 강엽 일행이 찾지 못한 수용소에도 점창파의 제자들이 있었다.
원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점창파를 압박하기 위해 준비한 수단이지만, 맹월림주는 분풀이를 하기 위해 귀중한 패를 내던졌다.
명령을 내린 뒤 맹월림주가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월야살이 떨떠름해했다.
“또 금가 계집을 품으러 가신 건가?”
“.......”
불괴강시가 된 설산검문의 제자. 이지를 잃은 그녀는 맹월림주의 육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뭐, 시비들보다는 낫지. 평범한 여자들은 가지고 놀아봤자 망가지기 일쑤니까. 적어도 불괴강시는-”
“그 입 다물게. 불경을 저지를 셈인가?”
“불경은 무슨.”
코웃음을 친 월야살이 일어나서 목을 꺾으며 두둑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렇게 된 거 모산혈조에게 도와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망하면 그 작자도 망한다며?”
“교왕께서 허락하시지 않을 거다. 그리고 모산혈조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야. 빚을 지면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빚이고 나발이고 살아남아야 의미가 있지.”
고개를 흔든 월야살은 적룡마창을 홀로 둔 채 군막 밖으로 나갔다.
전사들이 끙끙거리는 신음이 귓가를 어지럽히고, 토악질 냄새가 코끝의 점막을 사정없이 찌른다.
“참 나, 누가 보면 역병이 돈 줄 알겠구만.”
전사들이 토악질한 흔적을 피해서 은밀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월야살은 근처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둥근 귀고리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흠흠, 사부님. 들리십니까?”
[...흑구 사형?]
“오우, 이 목소리는 진평 사제인가? 근데 씹새야, 내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말라니까?”
흑구(黑狗). 검은 개라는 의미인데, 노예로 잡혔던 시절에 불린 이름이기 때문에 월야살은 싫어했다.
[죄, 죄송합니다. 한데 어쩐 일이십니까? 사부님께선 대법 때문에 잠드셔서 응답하실 수 없습니다.]
“‘입도공월(入道空越)’의 공능이 필요하다.”
[......!]
“상황이 더럽게 꼬였어. 맹월림주가 미친 짓을 할 것 같다. 어쩌면 패할지도 몰라.”
[그 정도입니까? 맹월림의 전력으로도 안 된다니....]
“변수가 발생했거든. 혹시나 사부님이 깨시면 이렇게 말씀드려라. 그럼 이해해주실 거다.”
잠시 사이를 두고 월야살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진조의 후예가 나타났다.”
* * *
대승을 거뒀음에도 점창파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맹월림의 전사들이 간밤의 답례랍시고 가져온 몇 개의 포대자루.
그 안에서 남녀노소의 머리통이 수십 개나 나온 것이다.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게.”
눈을 부릅뜬 채 죽은 어린 제자의 얼굴을 손으로 덮은 낙일신검이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애써 감정을 다스리고 있지만, 죽은 제자의 눈을 감겨주는 주름진 손은 가늘게 경련하고 있다.
점창육로 등 제자들 역시 눈에 핏발이 선 채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 복수해야 합니다!”
점창육로 중 한 사람이 외쳤다.
“비명에 가버린 제자들의 원한을...!”
“장운 사질.”
거세게 주장한 점창육로의 이름을 호명한 낙일신검이 붉어진 눈시울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지금은... 그저, 제자들의 넋을 위로하세. 이 아이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갖자는 말일세.”
“하지만 장문인...!”
“나는-!”
급격하게 치솟는 목소리.
분노에 휩쓸렸던 자들조차 깜짝 굳어져서 어쩔 줄 몰라 할 때, 낙일신검이 가슴을 치며 외쳤다.
“이 가슴에, 내 제자를 묻었네! 점창을 이끌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제자를, 이 가슴에-!”
“장문인......!”
“슬퍼하되 이성을 잃지 말게. 우리는 뒤가 없네. 우리가 실패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 우리 제자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 죽은 아이들처럼 억울하게 횡사할 거란 말일세.”
“...송구합니다. 소질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뜨거운 눈물을 점창육로를 뒤로한 낙일신검이 조금 떨어진 곳에 우두커니 선 강엽을 돌아봤다.
‘엇갈리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간밤에 그와 완안극이 적진에 스며들었을 때는 포로들이 없었으니 오늘 도착한 것이겠지.
이미 지나간 일에 만약의 가정을 대입하는 건 아무 의미도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생각하게 된다.
만약 그들이 하루 일찍 도착하거나 강엽이 하루 늦게 적진에 갔다면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까.
강엽의 표정에 떠오른 번민을 짐작했는지 낙일신검이 고개를 저으며 위로했다.
“자네 탓이 아닐세. 자책하지 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고맙네. 하나 이로써 물러날 구석이 없어졌군.”
간밤에 강엽이 맹월림주에게 전한 전언.
본래 목적은 완안극이 술사들을 암살하는 동안 수뇌부의 주의를 돌리기 위함이었지만, 전언 자체는 실제로 낙일신검이 한 말이었다.
낙일신검은 맹월림주가 받아들인다면 두 사람의 생사결로 결착을 지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적들이 어찌 나올 것 같은가?”
“저들도 물러날 구석이 없어진 건 매한가지입니다.”
완안극이 독을 푼 덕에 전사들이 골골거리고 있고, 살수들 역시 술법에 찢겨나갔기 때문.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으니 시간을 끌진 않겠군.”
“예, 오늘 밤에라도 쳐들어올 수 있으니 경계를 단단히 굳혀야 합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강엽은 당장 오늘 밤에 적들이 쳐들어오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만월이 뜨기까지는 아직 하루가 남았어.’
전날 인랑이 짐승과 섞인 듯한 형상으로 변할 때, 강엽은 초음으로 놈의 체내 변화를 살폈다.
당시 놈은 온갖 기운이 뒤섞인 자연지기 중에서도 음기만을 받아들여 괴물이 되었다.
‘흡혈귀처럼 음기에 영향을 받는 게 분명해. 그리고 음기가 최고조에 이르는 때는....’
하늘에 어슴푸레 떠오른 달. 해가 서녘으로 떨어지지 않아 희미하게 보였지만, 날이 저물면 한없이 원에 가까운 모습으로 환하게 빛날 것이다.
‘결전은 내일 밤이 될 거다.’
그때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 * *
하루가 지나는 것은 금방이었다.
“독주사가 임시로나마 처방을 한 덕분에 일부 전사들은 호전되었습니다. 또한 남쪽의 부족들이 새롭게 합류한 덕에 천 명이 모였습니다.”
적룡마창이 조심스레 보고하면서 시선을 들어올렸지만, 맹월림주는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높은 밤하늘에 걸린 보름달을 올려볼 따름.
녹아내리듯 몽환적인 서광을 한 몸에 받은 그는 분노를 잊은 듯 한결 차분해진 신색이었지만, 적룡마창을 비롯한 고수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적잖이 긴장한 그들을 뒤로한 맹월림주가 말했다.
“눈에 보이는 건 전부 죽여라. 늙든 어리든, 사내든 계집이든 상관없다. 한 명도 살려두지 마라.”
“삼가 명을 받들겠습니다.”
적룡마창을 필두로 한 고수들이 고개를 조아리자 여상히 끄덕인 맹월림주가 위로 솟구쳤다.
고수들이 그 뒤를 따르고, 다시 그 뒤를 수많은 전사들이 따르며 긴 행렬을 이어갔다.
두 대방파의 운명을 가르는 결전이 시작되는 순간.
펑! 퍼어어어엉!
산중의 암벽에 숨은 채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보초들이 쏘아올린 신호탄이 붉은 불꽃을 터뜨렸다.
그 뒤로도 맹월림의 병력이 오르는 곳마다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지만, 맹월림주는 단 일 푼의 신경도 기울이지 않고 산길만 올랐다.
“교왕이시여, 조금만 늦춰주십시오! 전사들이....”
점창산은 천여 장이 훌쩍 넘는 고산이다. 점창파가 산 중턱에 있다지만 도달하는 길은 상당히 길었다.
전사들의 체력이 출중해도 거기까지 이토록 빨리 갔다간 싸우기도 전에 지쳐 쓰러질 것이다.
“그래서 혈라분을 지급하지 않았나. 게으름을 피우는 놈은 나중에 내가 직접 처결하겠다.”
고수들의 안색이 해쓱해졌다. 혹시나 해서 얼마 없는 혈라분을 박박 긁어오긴 했지만, 혈라분을 복용한 자는 잠시 강한 힘을 향유할지언정 종국엔 폐인이 된다.
물론 전사들은 정확한 사정은 모르고, 고통과 두려움을 없애주는 비약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렇게 산문을 지나치고 점창파를 앞뒀을 때.
흙발로 경내를 밟기 전에 불현듯 눈을 가늘게 뜬 맹월림주가 멈칫 굳어져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래쪽의 신호탄을 보고 싸울 준비를 마친 점창파의 제자들과 낭인들이 잔뜩 도열한 장관.
하나 그와 별개로 판석과 전각 지붕을 뚫고 올라온 붉은 줄기들이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혈목? 어째서 저것들이...?”
“맹월림주.”
밤바람을 타고 파고드는 육성.
고개를 돌린 맹월림주의 시선이 향하자 신령스러운 백발과 백염을 휘날리는 낙일신검이 나직이 물었다.
“귀하께서 원하는 게 정녕 이것이오?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이 땅에 흐르는 것? 그 업보를 어찌 감당하시려고 그러시오?”
“남의 것을 빼앗고자 한다면 응당 피를 흘려야 하는 법이다.”
“운남은 본산의 것이 아니외다. 본산이 운남 사람들의 것이라면 몰라도 말이오.”
“말장난은 그만하지. 그렇게 지껄여도 점창파가 운남 최강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새로이 군림하려는 자는 기존에 그 자리에 앉았던 사람의 자리를 찬탈할 수밖에 없다.
맹월림주는 그리 말하면서 그 자신의 신장만큼이나 커다랗고, 칼머리에 용의 머리가 달린 용두대도(龍頭大刀)를 뽑아들었다.
도갑에서 나오자마자 사이한 기운을 뿌리는 용두대도의 현현에 낙일신검이 깊이 침음했다.
“마병이구려.”
“과거 흑룡교가 정마대전을 일으켰던 시절 구천호법 중 한 명이 썼던 독문병기지. 어쩌다 보니 혈교로 흘러들어왔고, 이젠 내가 주인이 되었다.”
이 용두대도로 낙일신검의 제자를 포함해 수많은 점창파의 제자들을 참살했으니 악연이라고 해야 하리라.
“하지만 너 따위에게는 볼일이 없다. 귀영은 어딨지? 그 잘난 면상을 들이밀어봐라!”
맹월림주가 그렇게 외치는 바로 그 순간.
-혈라지망.
곳곳에 솟아오른 혈목을 매개로 붉은 강선이 수놓이며 하나의 흐름으로 완성된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짜인 강선 위에 오른 강엽을 올려다본 맹월림주가 입가를 씰룩거렸다.
“또 나를 내려다보는구나.”
“와라.”
“얼마든지!”
바로 앞에 있는 낙일신검을 무시하고 뛰어오른 맹월림주의 신형.
찰나, 그의 육신이 부풀어오르듯 터지면서 수북한 털이 옷을 찢고 나왔다.
육 척을 조금 넘겼던 신장이 팔 척으로 커지자 그의 손에 들린 용두대도가 더 이상 커보이지 않는다.
사제였던 인랑이 짐승과 사람이 반쯤 뒤섞인 몰골이라면, 맹월림주는 훨씬 짐승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사람처럼 이족보행을 하되 상반신은 완전히 늑대의 형상인 데다 탐스러운 꼬리까지 자라난 외형.
길게 튀어나온 주둥이 사이로 살벌한 전성이 흘러나온다.
[죽여라! 찢고 부숴서 먹어치워라!]
전사들이 작은 주머니를 꺼내 붉은 가루를 목구멍에 털어넣는 것을 본 강엽이 미간을 찌푸렸다.
“혈라분?”
“우워어어어어어!”
눈이 회까닥 돌아간 전사들은 산을 오르느라 지친 모습 따윈 온데간데없이 달려들었고,
“제자들은 적도들을 주살하라!”
“이야아아아아!”
점창파의 제자들과 낭인들, 그리고 무장한 피난민들이 맹월림에 맞서 진격했다.
쇠붙이가 충돌하고, 처절한 비명과 악다구니가 울리며, 누군가의 팔다리가 무참히 잘려나간다.
죽고 죽이는 혈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