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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왕-286화 (283/450)
  • 55화. 반격 (2)

    “...암만 그래도 태상노군을 참수할 줄은 몰랐네만.”

    “굴리기 좋게 생겨서요.”

    머리 길이만 반 장에 달하는 태상노군의 석상.

    도가의 제자들이 시조로 모시는 석상이 머리 없이 휑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모습에 낙일신검은 실로 침통함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그 원흉, 강엽은 그의 속내가 꼬이든 말든 실로 담백하게 제 할 말만 지껄이고 있었다.

    “점창파의 태상노군은 머리가 반질반질하더군요. 상투를 자를 필요가 없어서 편했습니다.”

    “알겠으니 그만 말하게. 계속 들으니 나까지 탈모에 걸릴 것 같으이.”

    점창파는 무당파나 화산파에 비하면 도가의 색채가 옅지만, 그래도 도가의 영향을 받은 문파답게 태상노군과 원시천존 등을 숭앙했다.

    한데 강엽이 대뜸 태상노군의 머리를 잘라 계단 아래로 굴렸으니....

    “좋게 생각하십시오. 적들이 쳐들어오면 저 태상노군이라고 과연 무사했겠습니까? 나중에 새로 만들면 진짜 태상노군께서도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해주실 겁니다. 저희가 그냥 자른 것도 아니고, 다 사람들 살리자고 그분 머리를 무기로 쓴 거 아니겠습니까?”

    “원시천존... 원시천존....”

    마귀와 같은 속삭임에 아예 듣지 못했다는 것처럼 연신 도호를 읊조리는 낙일신검이었다. 태상노군의 머리를 잘랐는데 왜 원시천존의 이름을 부르는 걸까.

    강엽은 고개를 모로 기울이면서도, 이내 태상노군의 머리가 떨어진 계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도중에 이탈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기감이 닿는 범위까지는 조금씩 격공을 가해 경로를 조절했는데, 그 이후부턴 확실치 않았다.

    아마 적중했어도 큰 피해를 주진 못했을 것이다. 적의 사기를 조금이나마 깎았다면 다행이겠지.

    “과연 저들로 얼마나 막을 수 있겠나?”

    낙일신검의 눈길은 협곡 사이의 계단에 철책을 치고 그 위에 방패나 솥뚜껑 등을 얹은 장애물로 향했다.

    협곡의 좌우 능선엔 활과 한때 태상노군의 석상이었던 투석들로 무장한 사내들과 허리춤의 검파를 만지작거리는 점창파 제자들이 있었다.

    “오래 버틸 필요는 없습니다. 길어봤자 사흘... 그 정도만 버티면 끝이 날 겁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안에 결정되리라.

    그렇게 강엽이 무언가를 골몰히 생각하고 있었을 때, 낙일신검이 산 뒤편을 힐끔거리면서 말했다.

    “저쪽도 시작했겠군.”

    “현운 도장과 종 노사께서 가셨으니 괜찮을 겁니다.”

    강엽과 낙일신검이 전면을 틀어막는 동안 현운 도장과 점창육로의 한 명인 종현이 다른 길을 막을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 조사들의 위패와 비급들을 챙긴 단진야를 제외한 점창육로는 점창파로 오는 크고 작은 길목들을 지키고 있었다.

    ‘완안극도 슬슬 착수했을 테고.’

    완안극은 길목을 지키지 않는 대신,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피난민들과 함께 사라진 백서희도 마찬가지.

    조금이라도 승산을 높이기 위해서,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다.

    ‘절호의 기회를 노리고 있을 테지. 원하는 대로 판은 깔아주마. 대신 도망칠 구석도 없을 거다.’

    산문 아래에 있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강엽은 조용히 다음 계획을 머릿속에 그려나갔다.

    * * *

    “아악!”

    “아, 아파! 어깨가...!”

    하늘을 빼곡하게 수놓는 화살비.

    협곡의 기암괴석에 매복한 궁수들이 쏘는 화살 세례에 전사들의 진격도 멈추었다.

    독까지 발랐기에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이었다.

    마치 갑자기 고산에 오른 사람처럼 안색이 새파래진 채 숨을 몰아쉬거나 구역질을 하는 군상들.

    뒤에서 진격을 독전했던 백인장이 진저리를 쳤다.

    “젠장! 젠장! 정찰대는 뭘 하고 있었던 거냐!”

    정찰을 운용했는데도 매복을 발견하지 못한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며 칼을 휘두른다.

    궁수들과 함께 화살을 날리던 구사도는 백인장의 추태를 비웃었다.

    ‘나무까지 빽빽한데 당연히 찾기 어렵지요.’

    툭 튀어나오거나 반대로 움푹 들어간 암석들. 정찰대의 경신술로는 오르기 힘든 곳이 수두룩한데, 우거진 거목들까지 지천에 깔렸으니 오죽하겠는가.

    물론 이쪽에서도 조준하기 어렵지만, 적이 좁은 길목에 밀집되어 있는지라 대충 쏴도 맞았다.

    퓨퓨퓨퓨퓨퓨퓩-!

    “굴하지 마라! 너흰 대(大) 맹월림의 전사들이다! 이딴 화살비쯤은 단번에 뚫고...!”

    칼을 휘두른 백인장은 목구멍에 화살을 맞고 뒤로 쿵 자빠졌다.

    굳이 확인해볼 것도 없는 확실한 죽음. 구사도는 맞은편에 쭈그려앉은 사냥꾼 출신의 사내가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을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맹월림 이놈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약하군요. 머릿수만 많은 오합지졸입니까?’

    내심 의문을 중얼거리는 순간.

    아우우우우우-!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하늘을 떨쳐 울리자 화살을 쏘던 이들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역시. 그렇게 약할 리가 없지.”

    험준한 산길을 거침없이 올라오는 짐승들. 맹월림이 자랑하는 기랑병단의 등장이었다.

    어지간한 황소만큼이나 거대한 늑대들이 한달음에 계단을 오르더니 절벽까지 상승했다.

    “이런 빌어먹을... 쏴! 올라오게 둬선 안 돼!”

    사색이 된 궁수들이 얼른 시위에 화살을 쟀지만, 바람처럼 빠른 늑대들을 맞힐 수는 없었다.

    설사 운 좋게 늑대들을 맞힌들 평범한 대나무 화살로 두꺼운 털가죽을 뚫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순식간에 절벽까지 오른 늑대들이 궁수들을 채가려는 찰나였다.

    “한낱 미물 따위가 감히!”

    궁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점창파 제자들과 낭인들이 질풍처럼 도검을 휘둘렀다.

    공력이 깃든 칼날에 뱃가죽이 잘려나간 늑대들이 구슬픈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고,

    “이 미천한 새끼들이 감히 우리 동료를 해쳐!?”

    그 위에 타고 있던 기랑병들이 늑대 등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노도와 같은 창격을 내질렀다.

    타타캉! 캉! 캉! 캉! 카앙!

    암벽 곳곳에서 병장기가 부딪치는 파찰음과 처절한 비명이 겹치듯 울려 퍼진다.

    “죽엇!”

    궁수를 죽이자마자 달려드는 기랑병의 모습에 구사도의 입가에 난감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거 참, 졸자들 싸움에 끼는 것도....”

    “사도님!”

    바로 그때 그를 보필하는 비선이 부리나케 달려와서 기랑병을 덮쳤다.

    한동안 엎치락뒤치락하던 둘의 싸움은 비선이 기랑병의 목덜미에 비수를 꽂는 걸로 끝났다.

    식은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의 어깨에 구사도의 손이 닿았다.

    “괜찮습니까?”

    “예... 사도님은 괜찮으십니까?”

    “아아, 덕분에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당신은 제재를 가할 필요가 좀 있겠어요.”

    “...?”

    어리둥절하던 비선은 순간 구사도가 그의 뒷목을 잡고 들어올리자 까무라칠듯 놀랐다.

    “컥! 사, 사도님!?”

    “벌써 세 번째로군요. 날 그리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습니까?”

    충성심은 쓸 만할지 몰라도 이렇게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놈은 비선으로 써먹지 못한다.

    그리고 구사도는 충성심이 강한 다보다는 효용 가치가 있는 자를 더 중히 여기는 성품.

    “쯧쯧, 아무래도 돌아가면 운남 비선을 좀 정비하라고 쪼아야겠습니다. 아무리 중요도가 떨어지는 곳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반푼이를....”

    “끄으윽...!”

    목에 가해지는 악력에 비선이 눈을 하얗게 치뜨며 발버둥을 쳤지만, 구사도는 놔주지 않았다.

    어느덧 자신의 앞에서 으르렁거리는 늑대를 향해 빙그레 웃으며 비선을 내던졌다.

    “그래도 일회용 고기방패로는 쓸 만하겠군요. 딱 그 정도가 당신에게 어울립니다.”

    비선의 몸뚱이를 발로 후려친 늑대는 가냘픈 목뼈를 물어 단숨에 으스러뜨렸다.

    피범벅이 된 채 자신을 향해 콧잔등을 찡그리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에 구사도가 고개를 기울였다.

    “어라? 먹지는 않는 겁니까? 싸우는 중이라서 참는 건지, 인육을 먹지 않도록 훈련받은 건지 모르겠군요.”

    “...넌 뭐냐?”

    늑대 위에 타고 있던 기랑병의 얼굴엔 황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방금은 누가 봐도 자기 동료를 늑대의 먹잇감으로 던져준 것이었다.

    “글쎄요. 그게 중요한가요?”

    “뭐라고?”

    “중요한 건 당신이 우리가 나눈 말을 들었냐는 거죠. 들었습니까?”

    “...사도라고 한 건 들었지.”

    “이런이런.”

    못 말린다는 듯이 과장되게 고개를 흔든 구사도가 짐짓 한숨을 쉬었다.

    “이래서 언행을 주의하라 했던 건데... 역시 못 배워먹은 오랑캐답게 머리가 나쁘군요. 하긴 밀림 오지에서 살았던 원숭이가 뭘 알겠냐만.”

    “방금 뭐라고 했느냐? 원숭이?”

    자신을 모욕한 것도 아닌데 살기에 휩싸이는 눈동자.

    구사도의 입이 찢어질 듯 당겨졌다.

    “딱히 당신에게 한 말은 아닙니다만?”

    “하지만 그자는 이 땅의 사람이었지. 비록 적으로 만나서 창칼을 겨눈다지만, 함부로 모욕해도 되는 건 아니다. 특히 우릴 짐승처럼 취급하는 건 더더욱 용납하지 못할 일!”

    급격히 분기탱천하는 목소리와 함께 늑대가 뛰어오르고, 기랑병 역시 창극을 찔러들어왔다.

    하지만 그가 느낀 감각은, 창이 사람의 몸을 관통하는 손맛이 아니라 자신의 목이 따끔해지는 고통이었다.

    시야가 비스듬히 기울어지며 늑대의 위에서 떨어진 그는 의식이 암전되는 것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없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었다.

    “.......”

    가뿐하게 기랑병을 정리한 구사도는 주인을 잃은 늑대가 풀썩 쓰러지는 것을 봤다.

    늑대의 정수리를 뚫고 박힌 비수. 손잡이만 보일 정도로 깊숙이 박혔으니 뇌도 곤죽이 되었겠지.

    점창파 제자들과 낭왕들이 기랑병단을 상대하는 사이 궁수들은 뒤로 퇴각하고 있었다.

    “뭐 해!? 거기 있으면 죽는다니까!”

    누군가 이쪽으로 오라는 듯이 손짓을 했지만, 구사도는 어깨만 으쓱이고는 몸을 돌렸다.

    피난민 놀이는 질렸다. 누가 이기든 간에 이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양쪽 모두 공멸하면 좋을 텐데.’

    한쪽만 남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만신창이가 된 놈들의 명줄을 따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

    재주는 점창파와 맹월림이 넘고, 돈은 광명마교가 버는 것이다. 이 땅 역시 머지않은 날에 광명의 은혜가 내리쬐는 옥토가 될 터.

    누가 살아남든, 살아남은 놈만 죽이면 된다.

    “뭐, 구태여 힘들게 싸울 필요는 없겠죠.”

    차갑게 뇌까린 구사도는 자신을 향해 애타게 손짓하는 궁수들을 못 본 척하며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 * *

    “우랴아압!”

    힘찬 기합과 함께 지면을 내려치는 철퇴.

    마늘처럼 둥그런 철구에 뾰족한 가시들이 빼곡하게 박힌 질려골타(蒺藜骨朶)가 지면을 때리자, 단단한 거암들조차 균열이 일어난다.

    “단단한 대리석을 이토록 쉽게....”

    골타를 피해 위로 뛰어오른 현운 도장은 쐐기를 박듯 조각난 대리석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점창산의 대리석은 달리 창산석(蒼山石)이라고 불릴 만큼 단단한 품질을 자랑하는 암석.

    그 암석이 일격에 깨부서지는 걸 보니 호신강기를 몇 겹으로 둘러도 안심할 수 없을 듯싶었다.

    “이 말코야! 도망치는 솜씨 하난 기가 막히는구나!”

    곰 같은 덩치가 무색하게도 발바닥 용천혈에 진기를 분사하며 십여 장을 단박에 뛰어오른 경신술.

    골타를 휘두를 때마다 일진광풍이 일어나고 지진이라도 난 듯이 암석이 쩍쩍 갈라져갔다.

    “섬전처럼 빠르다는 사일검법은 저잣거리에 팔아먹었나! 네놈도 기개가 있다면 맞서 보거라!”

    “뭔가 오해하셨구려.”

    “...?”

    천인장의 만면에 떠오른 의구심.

    하나 그것은 찰나에 불과했고, 이내 골타를 당기듯 회수하면서 지면을 길게 휩쓸었다.

    넓게 동심원을 그린 경파의 파도가 두꺼운 거목들을 뿌리째 뒤집고 거센 흙먼지를 일으킨다.

    그러나 정작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현운 도장은 아무렇지 않은 듯 옷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천인장 역시 현운 도장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경파를 흘려버렸는지 봤기에 경솔하게 달려들지 못했다.

    “귀하의 말대로 말코는 맞는데 점창파는 아니라오. 혹시 무당파라고 들어보셨소?”

    “무당? 하면 구루귀마를 죽인 놈이냐?”

    구루귀마를 죽인 것은 완안극이지만 맹월림은 그 사실을 몰랐다.

    곤명에 나타났던 현운 도장이나 인랑을 죽인 강엽, 둘 중 한 명이 구루귀마를 죽였을 거라 추측했던 것.

    “그자를 죽인 건 다른 사람이오만.”

    “상관없다! 네놈이 구루귀마를 죽였든! 점창이든 무당이든! 어차피 이 역발산님의 손에 뒈질 거니까!”

    맹월림의 천인장, 역발산이 골타를 바로 잡으며 다시 달려들 태세를 취할 때였다.

    한 줄기 전성이 대지를 강타했다.

    [말은 바로 해야지. 우리 손에 뒈지는 거라고.]

    하늘에서 하강하듯 천천히 떨어지는 장신의 사내.

    대륙과 주변국을 포함해도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검은 피부의 외양에 현운 도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곤륜노(崑崙奴)?”

    “난 그 말을 좋아하지 않아.”

    사내가 두툼한 입술을 씰룩거렸다.

    “노예를 칭하는 단어거든. 난 노예가 아니다, 이교의 죄인아. 차라리 오귀(烏鬼)라고 불러라. 귀신 취급이 노예 취급보단 나으니까.”

    “...실례했구려. 귀하를 모욕하려는 뜻은 없었소.”

    적임에도 불구하고 현운 도장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미안함을 드러내자 교성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이교의 죄인치고는 예의를 아는구만. 왠지 죽이기 미안해지는걸. 하지만 무당제일검은 발견 즉시 척살하라는 게 우리 교왕님의 명이라서 말이야.”

    “나 또한 당신들을 살려둘 생각은 없으니 피차일반 아니겠소. 무당의 현운이오.”

    “혈산패군을 모시는 교성, 월야살(月夜殺)이다. 위명 자자한 무당제일검과 만나서 영광이야. 우리 둘이 합공해도 불만은 없겠지? 당신 무위를 인정해서 그러는 거니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고.”

    “잠깐, 뭔 헛소리냐?”

    현운 도장은 가만히 있는데 역발산이 반발했다.

    “네놈이 끼어들어도 좋다고 허락한 적 없다! 우리 둘이 빠지면 전사들은 누가 이끌어?”

    “주제 파악 좀 해라, 역발산.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주니 네놈이 정말 초패왕인 줄 알아? 무당제일검이 너 혼자 상대할 만큼 만만해 보여?”

    역발산기개세. 한고조 유방과 더불어 천하의 패권을 다퉜다는 항우의 고사에서 따온 격언이다. 역발산의 별호는 산을 뽑을 만큼 어마어마한 괴력에서 비롯됐던 것이다.

    면전에서 모욕을 당한 역발산의 안면이 터질 듯이 벌게지면서 살광이 줄기줄기 뻗쳤다.

    “이 시컴둥이가 뭐라고...!”

    “뭐? 시컴둥이? 나랑 싸우자는 거냐!?”

    참 잘하는구만.

    합공을 하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내분을 일으키는 꼴불견에 현운 도장은 내심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렇게 견원처럼 시비가 붙은 두 사람이 으르렁거리는 그때였다.

    -끼아아아아아아아......!

    별안간 온 하늘을 뒤덮는 귀곡성.

    말다툼을 멈춘 두 사람, 현운 도장까지 포함해 세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맹월림의 진영에서 사특한 기운이 하늘을 덮을 기세로 퍼져나갔다.

    “시작됐군.”

    “설마 저게....”

    “후후, 당신은 말해줘도 모를 거야. 저건 말이지, 본교에서도 은밀하게 전해지는 비술....”

    “흑룡교의 술법이군. 전장에서 죽은 사람들의 혼백을 모아서 힘으로 바꾼다는 사령술.”

    “....”

    “다 알고 왔소. 저게 혈교의 술법이 아니라 흑룡교의 술법이라는 것도.”

    예상치 못한 일격에 의표를 찔린 월야살이 입만 뻐끔거리자 역발산이 비아냥거렸다.

    “꼴 좋구나, 양심 터진 검둥아.”

    “...입 닥쳐라, 저팔계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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