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흡혈왕-284화 (281/450)

54화. 점창 (6)

강엽은 웬종일 격무에 시달렸다.

점창파의 중진들과 회의를 하고, 천라지망에 느슨한 부분이 없는지 매일 점검했기 때문.

현운 도장은 강엽과 붙어 다녔고, 완안극은 점창파 제자들과 함께 산의 독물들을 찾아다녔다.

‘...나만 딱히 하는 일이 없네.’

어디 한적한 데서 수련이나 할까.

뒷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이것저것 고민하는데, 별안간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앗!”

백서희는 바로 몸을 날렸다.

발달한 기감 덕에 육안으로 확인하기도 전에 몸이 반응한 것이다.

채반에 담긴 주먹밥이 하늘 높이 튀었는데, 그 아래에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소녀가 암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실로 바람처럼 거리를 좁힌 백서희는 아이가 놓친 채반을 창졸간에 붙잡아, 땅에 충돌하려는 주먹밥을 모두 그전에 낚아챘다.

그녀의 입장에선 별거 아니었지만 소녀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미처 채반에 담지 못한 주먹밥을 반대쪽의 팔로 낚아챈 백서희가 한 입 크게 배어물며 핀잔을 주었다.

“조심하고 다녀야지. 그러다 다친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고. 다음부턴 발밑도 잘 보고 다녀. 앞만 보고 달리면 자빠지는 법이야.”

“가, 감사합니다아....”

“근데 너 몇 살이니?”

“...여덟 살이요.”

“어휴, 완전 애기네. 어른들은 어디 갔어?”

“...어머니는 일하고 계셔요.”

“아버지는?”

소녀가 머뭇거리자 백서희는 아차 싶었다.

별 생각없이 던진 질문이 아이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간과했던 것이다.

멋쩍어진 그녀는 소녀에게 건네려던 채반을 두 손으로 들었다.

“그래서 이건 어디 갖다 놓으면 되는데?”

“네?”

“아까처럼 넘어지려면 어쩌려고. 그냥 언니에게 맡겨.”

“하지만 그건 제 일인데....”

소녀가 불안하게 중얼거렸지만 백서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저 멀리 배급소로 향했다.

그곳엔 점창파의 제자들뿐만 아니라 피난을 온 아낙네들이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일하고 있었다.

아낙들은 그녀의 허리춤에 걸린 쌍검을 보고 움찔했지만, 백서희는 아무렇지 않게 다가가서 물었다.

“이거 어디에 놔요?”

“그, 그건 그건 저기에 두면 돼요. 그나저나 저 뒤의 아이는 댁네 아이슈?”

“...?”

고개를 모로 기울이던 백서희는 뒤를 졸졸 따라온 소녀가 눈알을 굴리는 걸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아닌데요. 아직 혼인도 안 했구만.”

“어이쿠, 미안하우. 여하튼 그 주먹밥은 여기 내려놔요. 이제 사람들한테 나눠줘야 하니까.”

식량 사정이 안 좋기 때문에 밥이라고 해봤자 잡곡을 섞어 만든 주먹밥에 멀건 국물이 전부.

자연히 배식을 받는 사람들의 안색은 밝지 않았지만, 이마저 언제 끊길지 모르는 만큼 별 불만을 내비치지 않고 조용히 갈 길을 갔다.

어쩌다 보니 아낙들을 도와서 배식에 참가한 백서희는 분위기를 살피다 눈치껏 물었다.

“근데 남자들은 안 보이네요?”

“남정네들은 도사님들이랑 같이 훈련하고 있수.”

“훈련이요?”

“한 손이라도 보태야 하니까. 그래야 식구들 지킬 수 있지 않겠수?”

싸움을 피해서 점창파까지 왔지만, 점창파가 무너지면 갈 곳을 잃는다.

“그래도 우리 남정네들이 허약하진 않수다. 산에 살아서 활이나 죽창 정도는 다룰 줄 알거든. 노련한 사냥꾼들도 꽤 많고 말이우.”

언제 맹수나 도적과 마주칠지 모른다. 옆에 사는 부족들과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

칼밥을 먹고 사는 무림인에 비할 순 없어도 독기만 품으면 무시무시한 병사가 되는 것이다.

묘한 표정을 짓는 백서희를 곁눈질한 아낙네가 큼큼 헛기침을 했다.

“우리가 크게 도움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수.”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점창파가 무너지면....’

구슬땀을 흘리는 아낙들과 한쪽에서 재잘거리면서 노는 아이들. 앞으로의 싸움에 이들의 목숨이 걸렸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때였다.

“...너 여기서 뭐 하냐?”

익숙한 목소리.

어느 샌가 점창파의 중진들과 함께 나온 강엽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백서희가 뺨을 긁적거렸다.

“음, 아니 어쩌다 보니... 여기 일손이 좀 부족한 것 같아서 말이야.”

“허허, 보기 좋구먼.”

강엽과 함께 온 점창파의 장문인, 낙일신검이 신령스러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아낙네들이 까무라칠 듯이 경악했다.

“에그머니나, 장문인께서...!”

“이 늙은이는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이나 계속 해주시구려. 여러분의 노고가 정말 크오.”

원래 점창파의 중진들은 안쪽에서 끼니를 해결하는데 오늘은 모처럼 밖에 나온 것이다.

아낙들의 노고를 치하한 낙일신검이 멀리서 토끼눈을 뜬 아이들을 불러 쭈그려 앉았다.

“자, 당과랑 전병이다. 할애비가 주는 선물이니 하나씩 나눠먹거라.”

“와아...!”

달달한 간식을 받은 아이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당과 하나씩을 받고 입에 넣었다.

아낙네들이 깜짝 놀라 우물거렸다.

“아, 아니... 귀한 음식들을 어찌 애들에게... 그런 게 있으면 장문인께서 드셔야지요.”

“괜찮소, 괜찮아. 난 주전부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 나이에 단 것 많이 먹으면 이가 썩는다오.”

송구스러워하는 아낙들을 달랜 장문인이 강엽을 향해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백서희가 강엽의 옆구리를 찔렀다.

“어떻게 된 거야?”

당과나 전병 모두 지금 상황에서 나올 만한 게 아니지 않은가?

“적들에게서 노획했다.”

“당과랑 전병을?”

“아래쪽 상황을 알아보려고 몰래 내려가봤거든. 마침 휴식을 취하던 적들과 마주쳤는데, 그놈들이 뭔가 먹고 있길래 냉큼 죽이고 빼앗았지.”

“...그러니까 피 묻은 전리품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는 거?”

“잘 먹는 걸 보니 기분이 좋군.”

그러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 강엽의 모습에 백서희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강엽이 그녀의 손에 뭔가를 쥐어주었다.

“뭐야? 내 것도 있어?”

“빙당호로야.”

백서희가 빙당호로를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갖고 있었던 것이다.

“참 별 걸 다 가져왔네.”

실소를 흘린 그녀는 빙당호로를 입으로 가져가려다 그녀를 훔쳐보는 시선을 알아채고 움찔했다.

주전부리가 다 떨어진 바람에 아무것도 받지 못한 아이들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

아이들이 침을 꼴깍 삼키는 것을 본 그녀가 입맛을 쩝 다셨다.

“...뭐, 나중에 먹으면 되지.”

꼬챙이에 낀 과일을 빼내서 건네자 아이들은 환호를 지르며 달려갔다.

피식 웃은 백서희가 물었다.

“그래서 뭐 좀 알아낸 거 있어?”

“있지.”

대답은 전음으로 이어졌다.

[적들이 이틀 거리까지 왔어.]

그 말에 백서희가 입을 다물었다.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싸움이 고작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는 말이 아닌가.

언젠가 올 날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언제 싸울지 아니 온몸의 피가 싸늘히 마르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지면 저 사람들 다 죽겠지?”

“그렇겠지.”

물론 여인들과 아이들, 노인들처럼 싸우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장에 서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맹월림이 그들을 살려두는 그림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본보기를 위해서라도 모두 죽일 거다. 공포로 다스려야 부족들이 복종할 테니까.”

맹월림에 반감을 품은 자들, 혹은 맹월림과 점창파 사이에서 간을 보고 있는 자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라도 잔악하게 굴 것이다.

“그러니 그전에 맹월림주를 꺾어야지.”

* * *

백서희는 홀로 검무를 추었다.

아무도 없는 한갓진 공터에서 검을 휘두르자 바람 가르는 소리와 옷자락이 휘날리는 소리만 이어진다.

단순히 검초를 풀어내는 검무가 아니라, 눈앞에 적이 있다는 걸 가정하고 휘두르는 검무였다. 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매섭게 울린다.

“칼끝이 흔들리는구나.”

검무가 멈추고, 그녀는 이마에 난 구슬땀을 훔쳤다. 내공을 쓰지 않은지라 조금 지친 상태.

시선을 들어올리자 뒷짐을 진 낙일신검이 눈에 들어왔다.

“장문인께서 여긴 웬일이세요?”

“매일 지나는 산책길이거든.”

“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하려고 한갓진 공터를 골랐는데 하필이면 점창파 장문인의 산책길이라니.

객쩍어하는 그녀의 모습에 낙일신검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미안하구나. 남의 수련을 훔쳐보는 게 실례인 줄은 알지만, 네 검에 실린 감정이 너무 강렬해서 들르지 않을 수 없었느니라. 마음이 복잡한 게냐?”

“...너무 티를 냈나요?”

“칼끝이 흔들리지 않더냐. 너 같은 고수의 칼끝이 흔들린다면 필시 마음이 복잡해진 탓이지.”

“걱정하실 정도는 아니고요.”

“심마에 빠진 사람들도 처음엔 그리 말한단다.”

“예?”

“자기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 근심걱정을 끙끙 앓아. 물론 남한테 말한다고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때론 말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진단다.”

낙일신검은 여상한 말투로 말했지만, 백서희는 그의 말 속에 담긴 세월의 무게를 느꼈다.

어쩌면 그 자신이 경험한 일이거나, 심마에 빠진 지인들을 보고 교훈을 얻은 게 아닐까.

“...강엽에게 들었어요. 이틀 뒤에 적들이 올 거라고. 사람들 목숨이 걸렸다고 생각하니까 긴장했나 봐요.”

“그건 이 늙은이도 그렇단다. 저 많은 사람들이 이 부덕한 늙은이 하나만을 바라보고 왔는데, 언제나 강한 모습을 연기해야 하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장문인 같은 분도 긴장을 하시는군요.”

“그럼. 당장 강엽 그 친구도 긴장하지 않더냐. 그와 가장 가까운 너라면 알 것 같은데.”

“....”

백서희는 부정하지 못했다. 매일밤 강엽이 뜬눈으로 밤을 지샌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말은 안 해도 모산혈조와의 싸움이 바짝 다가왔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사실 사람들이 죽을까 봐 걱정되는 것보다는 제가 그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 고민이 돼요.”

“넌 충분히 잘하고 있지 않느냐? 네가 싸우는 걸 본 적은 없지만, 척무경 그 아이 말로는 너도 사람들을 많이 구한 모양이던데.”

“단지 사람들을 구하는 거라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없어도, 강엽이 과연 그 일을 하지 못했을까요?”

처음엔 도통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한번 물꼬를 틀자 왠지 모르게 술술 흘러나왔다.

어쩌면 자신은 심중에 두었던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를 바란 게 아니었을까.

“처음엔 그래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격차가 많이 나네요. 솔직히 말하면 이젠 따라가기도 벅차요.”

물론 그녀 역시 보기 드문 기재였지만, 진조의 영성을 지닌 강엽과 비교하면 보름달 앞의 반딧불이리라.

그 사실에 열등감이나 시기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단지 도움이 되고 싶을 뿐.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당당히 나란히 서서 싸우고 싶어요.”

“...허허.”

낙일신검은 곤란하다는 듯 허연 수염만 쓸어내렸다.

점창파의 젊은 제자들 중 누구도 백서희와 같은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 구파와 팔가를 통틀어도 저 나이에 저만한 성취를 이룬 자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기준은 상대적인 법이고, 그녀가 잣대로 삼은 대상은 구파 장문인과 견줄 만한 불가사의였다.

“집착을 버리면 미망에서 벗어날 수 있느니라. 하나 네 고민은 단지 일신의 영달이나 자존심을 위함이 아니구나. 그 친구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은 거겠지?”

“.......”

백서희가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리자 낙일신검이 빙그레 웃으며 허리춤의 검갑을 툭툭 쳤다.

“이 늙은이와 검무를 추지 않겠느냐?”

“검무요?”

“그래, 검무. 이번엔 내공을 담아서 춰보자꾸나. 네가 어떤 검무를 추든 따라가줄 터이니.”

잠시 머뭇거린 백서희는 납검했던 쌍검을 꺼내서 다시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내공이 담긴 검날이 밤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예리하게 울렸다.

쌍검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궤적을 그릴 때 낙일신검의 검이 그 사이로 끼어들어오며 어슷한 찌르기를 날린다.

점창파의 검공인 사일겁법(射日劍法)은 화살로 태양을 쏘아 떨어트린 후예의 고사에서 출발한 것. 따라서 찌르는 초식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서로 다른 검법을 펼치는데도 불협이 일지 않는다.

상이하기에 화합을 이루는 검무.

‘아...!’

찰나 백서희는 신기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필설로 형용할 순 없었다. 왠지 낙일신검이 그녀가 나아가야 할 길을 열어주고 인도해주는 느낌.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알지 못했던 길이 새롭게 열리고 그 길로 스스로를 내던진다.

어느덧 몰아에 빠진 그녀는 그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검무를 춤추었다. 적을 상정하지 않았는데도 훨씬 날렵하고 자유로운 검. 마치 새장에서 벗어난 새가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듯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잊었기에 그녀는 몰랐다.

우우우웅......!

정수리의 백회혈이 열리고, 천지만물의 기운과 조화를 이루듯 공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기신 합일의 전조였다.

“...놀랍군.”

허연 수염 사이로 흘러나오는 진심 어린 탄복.

저 스스로 검무를 추는 백서희를 지켜본 낙일신검은, 그녀의 재능이 가늠했던 것 이상임을 깨달았다.

“자넨 알고 있었나?”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

팔짱을 낀 채 검무를 감상하던 강엽이 자세를 풀고 정중하게 예를 갖추었다.

때로 무인들은 오랜 수련으로도 답보를 벗어나지 못하고 좌절한다. 그러나 자그마한 계기만 주어지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할 수도 있었다.

백서희가 그와 같았다. 마치 막혔던 혈이 뚫린 것처럼 그녀의 진기는 융통무애하게 흐르고 있었다.

“저는 못하는 일입니다.”

백서희가 품은 심마의 원인이 다름 아닌 자신이었기에, 섣불리 손을 내밀었다간 역효과가 날 수 있었다.

유능제강과 물극필반으로 삼화취정을 이룬 현운 도장이나, 독공을 익힌 완안극 역시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았고 말이다.

그러나 점창파의 무공은 예외였다.

‘찌르는 속도가 웬만한 속사보다 더 빠르고 궤적도 예측불허다. 서희의 쌍검술과 비슷한 면이 있어.’

그래도 이런 도움을 받을 줄이야.

강엽도 예상치 못한 기연이었다.

“껄걸, 내가 준 도움은 무척이나 사소한 것일세. 꽉 찬 물잔에 물방울 하나를 떨어트린 거라고 할까. 내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채워졌을 걸세.”

한 줄기 미소를 남기고 떠난 낙일신검. 선경의 신선처럼 표홀하고 고고한 경신이었다.

이윽고 백서희의 검무가 멈추었다.

짝짝짝!

적막을 깨는 박수 소리. 가볍게 숨을 고른 그녀가 강엽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장문인께서는?”

“가셨어.”

“벌써?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야 하는데.”

“말하지 않아도 아실 거다. 그나저나 기분이 어때?”

모든 무인들이 꿈에 그리던 경지에 오른 소감.

말할 것도 없었다.

“최고야.”

백서희가 씩 웃었다.

티없이 맑은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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