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사절 (2)
“간간이 소식은 받아보고 있었다. 고생했다고 들었는데 혈색은 좋은 것 같아서 다행이구나.”
낭왕이 자리를 권유하면서 그렇게 말하자 강엽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떨떠름하게 물었다.
“...정체를 밝히지 않고 들어오신 겁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팔존이 버젓이 무림맹 안을 활보하는데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낭왕이 킬킬거리며 실소했다.
“내 성격은 알지 않느냐. 번잡한 건 질색이다.”
“그러다 나중에 난리 날 텐데요?”
“어차피 내가 들어왔다는 사실은 문주를 통해 전했으니 윗선 녀석들도 알고 있을 게다. 느껴지지 않느냐?”
“감시자들이군요.”
강엽도, 백서희도 놀라지 않았다.
이쪽을 은밀히 감시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은 진작 눈치챘으니까.
처음엔 홍가려의 미모 때문에 훔쳐보나 싶었지만, 감시자들의 시선은 낭왕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본인들 딴엔 안 들키려고 노력했겠지만... 그건 처음부터 무리였지.’
유감스럽게도 이번엔 상대가 너무 나빴다.
낭왕은 말할 것도 없고, 강엽과 백서희도 은신한 자를 색출하는 데엔 특출난 재주가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네놈도 참 되바라졌구나. 감히 이 몸을 방패막이로 써먹겠다는 발상을 하다니.”
“그래서 싫으십니까?”
다소 무례하게 여겨질 수 있는 질문에도 낭왕은 씩 웃었다.
“운남성의 낭인들을 구하겠다고 했지? 그 약속을 꼭 지키길 바라마. 마음 같아선 나도 가고 싶지만, 난 따로 할 일이 있어서 말이다.”
“광명마교와 관련된 일입니까?”
“비슷하지.”
전음으로도 자세히 얘기해주지 않는 것을 보면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일인 걸까.
강엽은 고개를 끄덕이며 홍가려를 돌아보았다.
“두어 달 만에 만나는 건가?”
“정확히 두 달하고 보름은 더 지난 것 같네요.”
“문주님께 얘기는 들었다.”
“좀 이상하죠?”
홍가려도 어색한 태도로 귀밑머리를 꼬았다.
“솔직히 제가 이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강호인들에게 시달리는 게 싫어서 루주, 아니 문주님께 말씀드린 거지만... 이렇게 엄청난 자리에 덜컥 앉아버릴 줄은 몰랐거든요.”
평생을 예인으로 살아온 그녀였다.
하오문을 이끌 후계자로 훈련받은 것도, 무림인으로 살아온 것도 아닌데 소문주의 자리를 꿰찼으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에요. 절 의심스럽게 보는 사람들도 많고... 그 사람들 입장에선 전 굴러들어온 돌인 셈이니 곱게 보일 수가 없죠.”
당연히 그럴 것이다. 하오문의 권력자들이 보기엔 홍가려는 하오문주와의 친분으로 분에 넘치는 자리를 꿰찬 사람일 테니.
“처음엔 고사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과분한 자리였거든요. 저 스스로도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데 이런 자리를 덜컥 맡을 순 없잖아요?”
하오문주가 비호해도, 아니 비호하기에 내부에서 반발하는 자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녀의 평판을 깎아내리거나 그 자리를 빼앗기 위해 음모를 꾸밀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저도 뭔가를 하고 싶었어요. 강 무사나... 옆에 계신 백 소저처럼요. 그래서 문주님의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강엽을 마주하는 홍가려의 눈빛엔 한 점의 후회도 존재하지 않았다.
결정을 내린 이상 이젠 경주마처럼 내달릴 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응원하는 것밖에 없군.”
“그거면 충분해요.”
입가의 움직임을 따라 면사에 잡히는 호선. 밝게 웃은 홍가려가 백서희에게 말을 걸었다.
“백 소저에게도 지지 않을 거예요.”
“...하.”
영문 모를 말에 강엽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백서희는 대충 알아들었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뻔뻔하네.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와서 선전포고라니.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제가 암만 뻔뻔해도 백 소저만 하겠어요?”
입은 웃고 있지만 서로를 노려보는 눈빛엔 불꽃이 튀었다.
당장이라도 칼부림을 할 것 같은 분위기에 떨떠름해진 강엽이 고개를 돌리자 낭왕이 콧방귀를 뀌었다.
“왜 날 보고 그러냐. 난 아무것도 모른다. 네놈이 자초한 일이니 알아서 해결하거라.”
“전 딱히 아무것도 한 게...?”
낭왕이 눈을 감고 귀까지 틀어막는 시늉을 하자 강엽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런 그도 귓가에 들려오는 여인들의 웃음소리엔 왠지 모를 오싹함을 느꼈다.
“하, 재미있네. 갑자기 이런 복병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어. 안 그래도 위험분자가 넘쳐났는데....”
“어머, 그래요? 그 위험분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소개 좀 시켜주세요.”
“아하하하하.”
“후후.”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이러다 갑자기 머리채 잡고 싸우는 게 아닐까?
‘안 되겠다. 여길 빠져나가지 않으면.’
그렇게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끼고 슬금슬금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이게 어딜 도망치려고? 앉아.”
“앉으세요.”
“...그래.”
탈출에 실패한 흡혈귀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이런 자리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이 분위기를 풀지 못한다면 대화 주제라도 돌려야 했다.
“근데 무림맹엔 왜 온 거지?”
낭왕이야 강엽이 와달라고 부탁했다지만 홍가려가 왜 무림맹에 온 건지 설명을 듣지 못하지 않았는가.
그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홍가려가 어흠 헛기침을 하고는 무릎 위에 올려두었던 책자를 내밀었다.
표지에 제목도 적히지 않은 무명서적.
“지금 펴보진 마세요.”
강엽이 첫 장을 넘길세라 홍가려가 얼른 만류했다.
낭왕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네가 설명해주지 그러냐.”
“하지만 듣는 귀가 많은데....”
“걱정 마라. 이미 주변에 기막(氣幕)을 쳐두었으니. 바깥에선 우리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한다.”
낭왕이 턱짓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네 사람을 기웃거리고 있던 감시자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치고 있었다.
“설마 어르신께서...?”
“아니, 이 녀석이 한 일이다.”
그러면서 강엽을 가리키자 백서희와 홍가려도 자연 강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낭왕이 재밌다는 듯이 이죽거렸다.
“네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짐작했지만, 역시 벽을 깨는 데 성공했구나.”
“강 무사님이 정기신 합일을 이뤘다는 말씀인가요?”
요 몇 달간 무공 지식을 많이 쌓았는지 홍가려는 낭왕의 말을 알아듣고 나지막이 경탄했다.
“그렇다. 그때도 슬슬 목전에 두고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놀랍군. 몇 달 만에 벽을 넘다니. 돈오(頓悟)라도 얻은 게냐?”
찰나와 같은 깨달음.
삼화취정처럼 지고한 경지를 단숨에 돌파하는 것은 드문 일로, 흔히 천고의 기재라 불리는 자들도 강엽처럼 빨리 성장하진 못했다.
티끌을 모아 태산을 쌓듯 밤낮으로 심신을 닦으며 언젠가 도달할 경지를 마음속에서 그릴 뿐.
“한순간에 삼화취정에 오른 건 아닙니다.”
그동안 숱하게 겪은 실전과 배터지게 마신 고수들의 피를 발판 삼아 삼화취정에 오르긴 했지만,
역설적으로 강엽이 삼화취정에 대한 단초를 얻은 것은 낭왕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간신히 이룩한 경지.
“늦었지만 감사드립니다. 전주님께서 가르쳐주시지 아니었다면 이만큼 강해지진 못했을 겁니다.”
“아부는 잘 떠는구나.”
실소하며 호리병에 남은 술을 톡톡 털어넣은 낭왕이 입가를 닦았다.
“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않느냐?”
“아, 네. 강 무사님, 그 책은....”
“검성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약조한 맹방들의 명단인가?”
“...어떻게 아셨어요?”
홍가려가 눈을 껌뻑거렸다.
강엽은 서책을 살펴보지도 않고 내용을 알아맞힌 것이다.
“감으로. 검성이 지난 며칠간 사람들을 만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니까.”
굳이 초대장을 돌리지 않아도 천하팔존을 흠모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찾아갔을 터였다.
“검성 입장에서도 협조적인 이들을 물릴 필요는 없었을 테고. 식사 몇 번 하고, 차도 좀 마시고, 덕담 좀 해주고. 그러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죄다 감화되었을 거다.”
“그걸 알면서도 검성을 이겨먹겠다는 게냐?”
낭왕이 툭 내뱉듯 묻는 말에 강엽은 주저없이 대답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남은 건 서로 얼마나 많은 패를 준비했는지에 달렸지요.”
* * *
홍가려는 돌아가지 않았다.
기왕 무림맹까지 온 김에 백도 정파의 인사들 얼굴을 익히겠다면서 낭왕을 따라간 것이다.
강엽은 몰랐지만, 홍가려의 기억력은 특출나서 사원루에서 만난 손님들을 한두 번만 봐도 얼굴과 이름은 물론 성격까지 잊지 않았다.
떠나기 전에 낭왕이 말했다.
-뭐, 걱정하지 말거라. 내 옆에 있으면 웬만한 놈들은 얼씬거리지도 못할 테니까.
그럼 사람들이 홍가려의 정체를 궁금해할 테지만, 낭왕은 홍가려를 자신의 제자로 소개할 작정이었다.
실제로 소일거리 삼아 홍가려에게 무공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하던가.
후계자 수업에 무공까지 익히느라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한 그녀였지만, 그녀는 여느 때보다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면서 뿌듯해했다.
이후 당문이 보낸 마차를 타고 약속 장소에 합류했을 때쯤 당천경이 말했다.
“맹방대회합엔 한 명밖에 대동할 수 없네. 백 소저는 바깥에서 기다려야 할 것 같군.”
“어쩔 수 없죠.”
백서희는 그러려니 했다. 자신만 남는다면 좀 그랬겠지만, 당묘정도 밖에 남아야 하는 처지였다.
“대회합은 하루로 끝나지 않네. 맹방들이 날이면 날마다 모이는 게 아닌 만큼 여러 안건들을 한꺼번에 처리하지. 쟁점적인 사안이 없다면 빨리 끝나겠지만 이번엔... 최소 며칠은 걸릴 걸세.”
그렇기에 의결권을 쥔 맹방들과 사전에 조율하는 게 중요했다.
강엽이 홀로 준비하는 동안 당천경과 현운 도장 등 명숙들도 물밑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우리의 뜻에 공감하는 문파도 있고, 그렇지 않은 문파도 있네.”
“어차피 모든 문파를 설득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비율은 몇 대 몇입니까?”
“삼 대 사 대 삼. 중간에 있는 사 할은 중립일세.”
“대세를 보고 결정하겠군요.”
“그렇....”
말을 하던 당천경이 돌연 말끝을 흐렸다.
강엽 역시 멀리서부터 오는 존재감을 느끼고 굳은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연분홍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걸어오는 화산파의 제자들.
옥청선자보다도 앞에 있는 반백의 초로인을 본 순간 직감했다.
‘검성 서화진.’
섬서 무림의 절대자.
백도 정파에서 검으로 세 손가락에 든다는 절세검객은 도보로 걸어왔다.
이미 자리를 잡은 이들은 물론, 아직 마차에 있던 이들도 헐레벌떡 나와서 공손히 예를 차렸다.
겨울에 꽃을 피우는 매화나무의 기상처럼 고고한 품행으로 뭇 맹방의 인사를 받은 검성이 당천경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당문주, 그간 격조했구려.”
“...장문인을 뵙습니다.”
구파의 장문인과 팔가의 주인.
서로 신분은 대등하나, 검성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강호를 풍미했던 대선배인 만큼 당천경이 자세를 낮추었다.
“작년에 보내주신 불침단은 잘 받았소. 덕분에 제자들이 독살의 염려 없이 산문을 나갈 수 있게 됐소이다.”
“무슨 말씀을. 장문인의 고희연 때 찾아가지 못해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작년은 서화진이 고희를 맞이하는 해였는지라 수많은 문파들이 축하 사절을 보낸 바 있었다.
당문에선 당우경이 가서 불침단을 전했는데, 검성은 자신이 복용하는 대신 유망한 제자들에게 하사했던 것이다.
검성이 껄껄 웃었다.
“허허, 문주께서 먼 길을 찾아오셨다면 이 늙은이가 민망해졌을 것이오.”
“늙은이라니요. 당치 않은 말씀입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봤다면 저와 비슷한 연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빈말이라도 고맙구려. 한데... 이쪽은 처음 보는 젊은이들 같소만. 문주의 여식은 작년에 본 적 있는데 이 친구들은 누군지 모르겠....”
무심코 고개를 돌린 검성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다만 휘둥그레진 시선은 강엽이 아니라,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백서희를 향해 있었다.
“...어떻게?”
“장문인?”
검성이 드물게 경악한 기색을 드러내자 당문주가 의아해했다.
재빨리 정신을 수습한 검성은 사람들의 눈빛에 떠오른 의문을 알아차리고 얼버무렸다.
“아, 미안하오. 내가 실례했군. 아는 사람을 닮아서.... 내가 착각한 것 같구려.”
“그렇습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팔존이 고작 닮은 사람을 봤다고 저리 감정을 드러내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강엽은 검성이 왜 놀랐는지 알 것 같았다.
‘유이강도 서희가 흑룡교의 신녀를 닮아서 놀랐다고 했었지. 검성이 신녀를 본 적 있나?’
검성도 젊은 시절 정마대전에 참전한 전력이 있는 만큼 흑룡교의 신녀를 봤을 수도 있었다.
상당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정도라면 꽤나 강렬한 일은 겪은 것이겠지.
“이 친구는 강엽이라고 합니다. 인사드리게.”
“무림 말학 강엽이 화산의 장문인을 뵙습니다.”
“...자네가 그 젊은이였나.”
그제서야 강엽이 눈에 들어온 듯 한껏 가늘어진 검성의 시선이 위아래를 차례로 훑었다.
“자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 광명마교의 오사도를 죽이고 팔대교왕을 패퇴시켰다지?”
검성의 한마디에 주변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백도 정파의 무림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강엽의 활약을 들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제 막 무림맹에 와서 소문에 깜깜한 자들도 있었던 것.
당천경이 추임새를 넣듯 보탰다.
“그전엔 혈교의 교성을 두 명이나 죽였지요.”
“...그래, 그것도 있긴 했군.”
입꼬리는 호선을 그리고 있지만, 강엽을 보는 검성의 눈동자는 서늘한 기도로 번뜩였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만한 무형의 압박감.
그러나 강엽은 그 시선을 담담히 받아내며 능청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선물은 잘 받으셨는지 모르겠군요.”
“음?”
고개를 살짝 기울인 검성이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것 말이군. 덕분에 잘 해결했네.”
“성의를 봐서 오늘은 좀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안하지만 그럴 순 없을 것 같군. 무림맹까지 오는 길을 가만히 내버려둔 걸로 만족하게.”
영문 모를 말에 중인들은 물론 당문주와 백서희도 의구심 어린 표정을 드러냈지만, 두 사람이 그에 대해 설명하는 일은 없었다.
‘역시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나?’
저간의 사정은 이러했다.
전날 한중을 떠나기 전에 옥청선자를 통해 화산과 연이 있는 서안전장의 비리를 알려주었던 것이다.
만약 검성이 제 식구라고 감쌌다면 유용한 패로 써먹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 하는 말을 들어보면 서안전장을 완전히 정리한 듯싶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협박용으로 썼다면 검성의 심기를 자극했겠지. 거기까지 가는 건 위험해.’
서로의 입장이 달라서 대립하고 있지만 검성과 완전히 틀어지는 것은 강엽에게도 손해였다.
천하팔존과 원수가 되어서 좋을 일은 없을 터.
해서 약간의 호의를 기대하고 서안전장의 비리를 알려준 건데, 검성은 무림맹으로 오는 여정을 방해하지 않은 걸로 만족하라는 헛소리나 하고 있었다.
천하팔존이라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지만....
‘그렇게 방심하다간 나중에 좀 아플 거다.’
저 여유만만한 얼굴이 일그러지는 꼴을 볼 수 있다면 한동안 피를 안 마셔도 배부를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