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흡혈왕-79화 (78/450)
  • 13화. 흑접 (4)

    칠호는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

    ‘저 말이 사실일까?’

    금제를 풀 수 있다는 말을 믿진 않는다. 고작 한 마디 말에 생사를 걸고 싶지 않았다.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해서 금제가 발동되면? 그녀는 그 고통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이기적인 건 알아. 그래도 살고 싶은 걸 어떡해?’

    칠호는 과거를 회상했다.

    본래 그녀는 뒷골목 창기의 딸이었다.

    아비가 누군지는 모른다.

    어미를 거쳐간 손님들 중 한 명이었겠지.

    그러나 어릴 적부터 예쁘장한 얼굴을 타고났기에 어미를 고용한 포주는 그녀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어느 날, 화류병(花柳病, 성병)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던 어미가 포주를 찌르고 죽었다.

    죽기 직전, 그녀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다.

    도망치라고. 어디든 좋으니 이딴 시궁창에서 벗어나라고.

    어린 칠호는 그렇게 영문도 모르고 도망쳤다. 하지만 연고도 없는 아이가 홀로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가혹했다.

    거리를 전전했던 그녀는 쓰레기를 뒤지며 살다 거지들에게 밉보여서 몰매를 맞기도 하고, 소매치기를 하다가 죽을 뻔하기도 했다.

    사는 게 너무 고달파서, 그냥 이대로 쓰러져서 죽고 싶은 마음만 들었을 때.

    그녀를 구원한 목소리가 있었다.

    ‘살고 싶으냐?’

    흑포 자락을 흩날리는 사내였다.

    칠호는 영문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엔 죽고 싶은 마음밖에 안 들었는데, 사내를 만나는 순간 살고 싶어졌다.

    사내는 흑접의 살수였고, 밤거리를 전전하는 소녀를 보고 흥미를 느꼈던 것이다.

    그렇게 어린 칠호는 흑접에 들어갔고, 그곳에서도 힘겨운 생존 싸움을 벌였다.

    ‘배를 곪지 않으려면 일을 해야 한다. 흑접의 일은 오직 하나뿐.’

    ‘암살이다.’

    흑접에서의 삶은 혹독했다.

    죽지 않으려면 죽여야 했다.

    더군다나 칠호는 여인이었다.

    거리를 전전했을 때야 쫄쫄 굶는 바람에 피골이 상접했지만, 흑접에 들어와서 제대로 먹고 성장하면서 꽃이 만개하듯 아름다워졌다.

    자연히 그녀를 눈독 들인 사내들도 많았다. 수련생들을 가르치는 교관들도 있었다.

    창굴에서 성장했던 칠호는 때론 여색도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의존했다면 인생이 편해졌으리라.

    하지만 비참하게 죽어간 어미가 생각나서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그런 짓을 하면 그녀를 위해 목숨을 버린 어미는 뭐가 된단 말인가?

    ‘웃기지 마. 난 창녀가 아니야.’

    독기를 품고 모진 수련을 버텼다.

    얼마나 지옥같은 수련이든 이 악물고 통과하여 마침내 흑접의 살수가 되었다.

    물론 살수가 됐다고 하여 행복하진 않았다.

    ‘봐라. 이것이 배신자의 말로다.’

    그날, 훈육을 담당한 장로는 금제가 발동되면 어떤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제 살에 잡아먹혀 죽는, 온전한 시체도 남기지 못하는 죽음 끝에 무엇이 남을까.

    세상에 저런 죽음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날, 그녀는 다시 한번 굳게 다짐했다.

    절대로 저런 식으로는 죽지 않겠다고.

    악당이 되는 한이 있어도, 죽은 어미의 몫까지 오래오래 천수를 누리겠다고.

    그런데....

    ‘불가능해. 진짜로 금제를 풀 리가 없잖아?’

    적의 손에 붙잡힌 것도 기가 막힌데, 그 적이 평생을 옥죄였던 금제를 풀어주겠다고 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된다. 그렇게 쉽게 풀 수 있다면 개나 소나 풀었을 것이다.

    괜히 희박한 가능성에 목숨을 걸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탈출하는 것도 어려워.’

    당장 구속구를 푸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억지로 공력을 끌어올린 순간, 칠호는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에 피를 왈칵 토했다.

    “쿨럭! 쿨럭! 흐으읍...!”

    무리하면 내상만 도진다.

    그런 위험을 알면서도 사슬을 통째로 뜯어낼 기세로 공력을 일으켰지만, 그래봤자 속만 상할 뿐.

    이어질 듯하면서도 툭툭 끊기는 공력은, 그녀를 주화입마로 인도하고 있었다.

    “이런 씨발!”

    힘없이 쪼그려앉은 채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이내 배를 잡고 끙끙 앓았다.

    ‘이 새끼 혹시 일부러...?’

    어디 탈출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방치한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밥을 핑계로 그녀를 혼자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하지만 시커먼 어둠 속에선 시간만이 하염없이 흐를 뿐, 강엽이 다시 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입술 사이로 피를 흘린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 입술을 깨물었다.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빌어먹을.”

    이런 식으로 죽고 싶진 않았는데.

    살수짓을 하면서 숱한 사선을 넘었지만, 이토록 무력했던 적은 없었다.

    “이건 또 뭔 지랄이야.”

    그런 칠호의 머리맡엔 어느 샌가 온 강엽이 어처구니없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벌겋게 쓸린 발목이나 손바닥에 남은 자국만 봐도 뭘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슬을 풀려고 했나 본데....

    “그래봤자 내상만 도질 거다.”

    “...줘.”

    “뭐?”

    “살...려줘.”

    “....”

    “...죽고 싶지 않아.”

    “너한테 죽은 사람들도 그랬을 거다.”

    “하하, 인과응보라는 거야?”

    “그건 너무 거창하고. 쓸데없이 객기 부려서 죽을 위기를 자초한 거지. 바보짓이었다.”

    “매정하네.”

    “아까도 말했지만, 난 협객이 아니야.”

    강엽이 품에서 목함을 꺼내 뚜껑을 열자 맑고 청아한 향이 연공실 가득 퍼졌다.

    일전에 비무대회에서 챙긴 요상약이었다.

    쓸 일이 없어 보관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칠호가 깊은 내상을 입었기에 가져온 것이다.

    칠호의 몸이 호전되어야 망혼소를 들어도 버틸 수 있을 테니까.

    “살고 싶으면 협력해라.”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금제가 풀린 뒤 강엽에게 협조하는 것뿐.

    칠호는 강엽이 주는 요상약을 얌전히 받아먹었다.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요상약은 눈 녹듯이 녹았다.

    * * *

    요상약 하나 복용했다고 칠호의 몸이 극적으로 호전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잘 먹고 운기조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한결 나아졌다.

    물론 연공실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객기 부리다 저승 문턱을 넘을 뻔한 탓에 조금은 고분고분해졌지만, 강엽은 그녀를 신뢰하지 않았다.

    구속구도 여전했고, 매일 초음의 파동으로 그녀가 얼마나 회복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폈다.

    “아무리 그래도 똥오줌까지 여기서 보라니.”

    “요강 주는 데 뭐가 문제야?”

    “아니, 그게....”

    “홍가려도 너희에게 위협당하는 동안엔 뒷간도 마음대로 못 갔다. 지금도 그렇고.”

    “아, 그래. 당해도 싸다는 말이지?”

    칠호는 다 포기한 얼굴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나마 강엽이 볼일을 해결하거나 잠을 잘 땐 자리를 비켜주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 외엔 늘상 그녀를 감시하며 금제를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풀 방법을 궁구하고 있었다.

    “금제 이름은 뭐지?”

    “대답할 수 없어.”

    “그렇군. 이름만 말해도 금제가 발동되는 건가.”

    “아니, 정말 몰라서 대답하지 못하는 건데...?”

    “한 자릿수가 그것도 모른다고?”

    강엽이 그럼 아는 게 뭐냐는 듯이 힐난의 눈초리를 보내자 칠호도 억울해서 소리쳤다.

    “위, 윗대가리들이 알려주지 않아서 그래!”

    “너한테서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 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군. 슬슬 회의감이 드는데....”

    칠호는 굴욕감에 부들부들 떨었다.

    차라리 강엽이 신뢰하지 못해서 계속 추궁했다면 화는 났을지언정 치욕적이진 않았을 것을.

    ‘망할, 내가 이런 처지만 아니었어도!’

    어쨌든 그녀가 살려면 강엽에게 쓸모가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

    “네가 궁금해하는 건 다 알아. 빌어먹을 금제 때문에 말하지 못할 뿐이지.”

    “그 정도는 말해도 되나 보군. 좋아.”

    금제가 어떤 식으로 발동되는지는 대강 확인했다.

    “특정 단어, 혹은 문장을 말하거나 쓰는 걸로 발동되겠지.”

    예를 들면 총단의 위치가 그렇다.

    이미 강엽은 도망친 백팔십이호를 통해 흑접의 총단이 있는 위치를 가늠하고 있었다.

    “검각(劍閣)을 말할 순 있나?”

    “......!”

    차마 대답은 하지 못했지만, 한껏 커진 동공은 그녀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별거 아니다. 너만 믿을 순 없으니 다른 방법도 써본 거지. 역시 검각에 있었나.”

    하지만 강엽은 기쁜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 방 먹었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검각이 어디인가. 촉나라 마지막 충신인 강유가 위나라의 대군을 막기 위해 항전한 곳이었다.

    백 명으로 능히 만 명을 막을 수 있을 만큼 깊고 험한 데다, 수백 리에 걸쳐 험산이 이어진 천혜의 관문.

    흑접이 그런 곳에 숨어 있다면 샅샅이 뒤져도 못 찾을 가능성이 더 컸다.

    ‘게다가 혈점도 갑자기 사라졌어.’

    백팔십이호가 죽은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흑접이 검각 어디에 붙어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칠호의 협력은 필수적이었다.

    “가부좌 틀고 앉아봐.”

    “정말 괜찮은 거 맞아?”

    “가능성은 반반이다. 살거나 죽거나. 나도 처음 해보는 거라 십할 성공은 장담 못해.”

    “하, 그것 참 희망적이네!”

    비아냥거리면서도 시키는 대로 하는 칠호였다.

    강엽은 뇌호혈(腦戶穴)부터 시작해서 머리에서 등뼈로 이어지는 혈자리를 차례로 점했다.

    “윽!?”

    “참아라.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거다.”

    흑접의 금제는 뇌에서 시작되어 머리와 연결된 혈도를 통해 사지백해로 뻗어간다.

    강엽은 금제의 기운이 내달리는 혈자리를 미리 점함으로써 일순간 통로를 막은 것이다.

    ‘물론 임시방편일 뿐이지만.’

    하지만 그 임시방편이 칠호의 목숨을 살리리라.

    그 상태로 강엽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휘이이익!

    “아악!”

    칠호는 반사적으로 이문혈에 공력을 불어넣어 망혼소를 막으려고 했지만 강엽이 제지했다.

    “닥치고 들어!”

    “으윽...!”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도 칠호는 입술을 깨물고 고통을 견뎌냈다.

    마혈인 천주혈까지 점혈당했기 때문에 그녀의 몸은 가부좌를 튼 그대로 굳어 있었다.

    ‘시작됐군.’

    초음의 능력이 알려주고 있었다. 망혼소에 자극받은 금제의 기운이 용틀임을 하기 시작했다고.

    금제를 풀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금제를 한번 발동시켜야만 한다.

    강엽은 칠호의 명문혈을 통해 혈공진기를 불어넣어 독맥으로 인도했다.

    지금부터는 금제를 건 술사와 그의 싸움이었다.

    흑룡교의 술맥을 이은 흑접의 술사와 모산파의 술맥을 이은 그가 칠호의 몸을 전장으로 삼아 한판 겨루는 것이다.

    콰아아아아!

    폭주한 금제의 기운이 독맥으로 치솟기 시작한다.

    어마어마한 고통에 칠호의 얼굴이 덜덜 떨렸다.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인데 혈도가 찢어지는 것 같다.

    만약 강엽이 실패한다면 이십구호가 그랬듯 제 몸에 잡아먹혀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리라.

    ‘버티지 않으면 죽어!’

    잇몸이 으스러지도록 이를 꽉 물었다.

    자칫 비명을 질러 기운이 흐트러진다면 두 사람 모두 위험에 처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

    재생력이 있는 강엽이 죽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역시 나름대로는 위험을 감수한 것이다.

    칠호뿐만 아니라 강엽의 이마에서도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 * *

    흑접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칠호와 팔호, 게다가 두 자릿수가 스무 명 가까이 있었는데도 전멸이라니....”

    흑접주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장로와 총관은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앞서 백팔십이호가 가져온 소식을 들었을 때도 너무 놀라서 몇 번이나 확인했을 정도였다.

    “팔호가 죽고, 칠호는 납치당했다라....”

    “꽤 하는군.”

    하지만 소집 명령을 받고 온 상위 서열들은 놀랐을지언정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그만한 전력을 동원하고도 실패한 것은 의외였지만, 온갖 기사가 일어나는 곳이 강호가 아니던가.

    “근데 칠호는 왜 납치한 거지?”

    “뻔하지. 그년이 성질은 고약해도 얼굴은 반반하잖나. 죽이기 아까웠을 거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옛날에 덮쳐볼걸.”

    “아서라. 너 따위가 은혼사를 어찌 감당하려고.”

    “흥, 감당 못할 건 뭐냐? 그래봤자 칼질 몇 번이면 잘려나가는 하찮은 잔재주인 것을.”

    동료의 안위를 두고도 음담패설을 지껄이는 상위 서열들의 모습에 장로는 내심 혀를 찼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옛날부터 피 말리는 경쟁에 내몰렸던 상위 서열들은 서로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일 만큼 사이가 나빴으니까.

    “근데 칠호를 납치한 놈은 누굽니까?”

    “귀영이라는 놈이다. 몇 달 전에 갑자기 나타난 고수지. 낭인전 소속이지만 사문은 알려지지 않았다.”

    총관이 대답하면서 눈짓을 보내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하급 살수들이 상위 서열들 앞에 종이를 내려놨다.

    그 안엔 강엽을 비롯하여 하후진과 청수 등 흑접을 방해한 고수들의 면면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염왕도문의 후예에 무당제일검의 제자라. 일개 낭인치고는 너무 화려하군요.”

    “무당제일검의 제자는 낭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일을 방해한 것은 사실이지.”

    “어쨌건 두 연놈이 실패한 이상 저희가 나서야 하는 거 아닙니까. 누굴 보내시렵니까?”

    “너희 중 절반을 보낼 것이다.”

    “너무 과한 것 아닙니까?”

    “감히 항명을 하느냐?”

    “...송구합니다. 속하가 주제를 넘었습니다.”

    “흑접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느니라.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해어화를 죽여야만 해.”

    “여기 나온 세 놈은 어찌합니까? 귀영이나 염왕도문의 후예는 그렇다 쳐도, 무당제일검의 제자는....”

    흑접이라도 구파는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

    하물며 구파 중에서도 소림과 더불어 수위를 다투는 무당파라면 더더욱. 잘못 건드리면 흑접의 기반이 송두리째 뽑힐지도 모를 일이었다.

    “으음, 무당제일검의 제자는 죽이면 안 되겠지.”

    총관이 아쉬워하면서 말했다.

    그때였다.

    “음?”

    돌연 장로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어졌다.

    “왜 그러시오, 누님?”

    “...칠호의 금제가 발동됐다.”

    “참말이오?”

    “놈, 그럼 허언을 지껄이겠느냐!”

    “아, 아니오. 이십구호에 이어 칠호까지 금제가 발동되다니. 그럼 칠호를 납치한 이유도...?”

    “칠호의 몸이 아니라 그 아이가 가진 정보가 목적이겠지. 아무래도 귀영이라는 아이가 우리에 대해 궁금해하는 모양이다.”

    “접주님께 말씀드려야지 않겠소?”

    “...그래야겠지.”

    모종의 사정으로 흑접주는 일선에서 물러난 채 칩거하고 있다. 하지만 이십구호에 이어 칠호까지 금제가 발동됐다는 사실을 알면 손 놓고 지켜보지만은 않으리라.

    장로가 상위 서열들을 향해 엄중하게 경고했다.

    “임무의 우선 순위를 바꾸겠다. 삼호와 오호, 너희가 귀영을 생포해라. 놈이 무슨 연유로 흑접을 염탐하는지 알아내. 준비가 끝나는 대로 출발하거라.”

    “명을 받듭니다.”

    이제 속 편하게 웃는 상위 서열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도, 두 노인도 알지 못했다. 그들을 노리는 손길이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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