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355화 (355/366)
  • 355화 유골룡 (2)

    겔톤 로드니.

    수류 계열에 특화된 젠티른 마탑 출신이며, 물과 얼음 계열의 마법을 4위계까지 다루는 베테랑 마법사다.

    하지만 지금은 모험가일 뿐이다.

    동료와 함께 의뢰를 행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젠티른 마탑이라는 허울 좋은 배경은 작년에 버렸다.

    이제는 스스로를 마탑의 마법사였다며 타인에게 소개하지도 자칭하지도 않는다.

    그건 전부 한 사람 덕분이었다.

    마법사, 애셔.

    잿빛 머리에 벽안을 지닌 특별하디특별한 남자.

    겔톤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자만하거나 심취하지 않는 천재.

    겔톤은 그에게 다중 연속성 이론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여태껏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각종 마법 이론을 교정받았고, 이에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도중 좌절을 견디지 못하고 술독에 빠져 살기도 했다.

    익숙지 않던 운동에 전념하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꼴불견이었다.

    전혀 마법사답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과 얼음밖에 다루지 못했던 내가 화염 속성 마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위계가 한참 떨어진다고 해도 무슨 상관이랴.

    동료들을 위해 모닥불을 피워 줄 수 있는데. 앞으로도 말이다.

    그런데.

    “드래곤이라니…….”

    피로 얼룩진 성벽 위에 선 겔톤의 눈동자에 본 적 없는 크기의 언데드가 비쳤다.

    그림으로만 보았던, 세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초월종.

    마지막으로 발견된 것이 약 100여년 전이라 전설로 치부되다시피 하는 존재.

    혹시 아까 셉타 호른에게 덮쳐졌을 때 죽은 건가?

    그래서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문득 손등을 꼬집었다.

    무척이나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나 통증이 일었다.

    당황은 없었다.

    두려움보다는 체념이었다.

    겔톤은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세크리드에서 살아 나갈 수 없음을 인정했다.

    전부 그랬다.

    동료인 스칼드, 루비나, 버민, 케디언도,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던 병사와 기사도, 용병도 의지를 상실했다.

    초월적인 존재 앞에서는, 그게 당연했다.

    그때였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갑작스레 황금빛이 터져 나온 직후, 구름 위에서 무수한 불덩이가 떨어졌다.

    폭우처럼 쏟아진 그것이 언데드 드래곤에게 착탄하며 지상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마치 대규모 군대가 폭격이라도 한 듯한 광경.

    겔톤이 멍하니 고개를 위로 향했다.

    “……애셔 님?”

    * * *

    주검의 영광이 저력을 숨기고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죽어 가는 케실루스에게서는 모종의 확신이 느껴졌었기에.

    ‘그런데 초월종이라니.’

    겉으로 감정을 내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베르덴은 초월에 닿아 있기에, 저 존재를 누구보다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 적으로서 상대해 왔던 어떤 누구보다, 저 유골룡은 그런 명백하게 웃도는 위치에 있다고.

    뜨겁게 타오르는 광활한 불길을 강하게 경계하며 주시하고 있자, 밑에서 할디른이 날아왔다.

    베르덴이 물었다.

    “주검의 영광이 말도 안 되는 걸 숨기고 있었군. 혹시 저 유골룡을 상대할 방법이 따로 있나?”

    유골룡은 언데드 계열이다.

    그러니 다크 워튼의 후계자라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를 터.

    대답은 부정이었다.

    “내 수준의 흑마법으로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조제프에게 방법이 있다더군. 성녀에게서 뭔가를 받아 온 모양이야.”

    베르덴은 루아스교의 내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성녀가 가진 힘에 대해서는 남들만큼이나 알고 있었다.

    특히나 이번 대의 성녀는.

    “우리가 해야 할 게 뭐지?”

    “조제프가 준비 의식을 끝낼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최대한 많이 끌어 달라고 하던데.”

    “가장 어려운 부탁이군.”

    “동감이다.”

    다만 그것이 이 상황에 대한 가장 유력한 해답이다.

    베르덴이 슬쩍 시선을 아래로 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마주한 조제프가 당장 특별한 정십자가가 매달린 목걸이를 부여잡고는 양 무릎을 꿇었다.

    “지금부터 의식을 거행합니다. 팔라딘, 셰인. 팔라딘, 레일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하니 조력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대주교님.”

    한쪽 팔이 잘린 셰인과 방금 전까지 성벽에 올라온 마수를 상대하고 있던 레일버가 집결했다.

    그들이 조제프의 왼쪽과 오른쪽 대각선 앞에 무릎을 꿇었다.

    화아아아아아악.

    조제프에게서 신성력이 발한다.

    두 명의 팔라딘의 신성력과 공명하며 합일되었다.

    의식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유골룡 또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변에 가득한 화염이 통째로 얼어붙더니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은 유골룡이 고개를 들어 베르덴을 직시했다.

    목적은 정해졌다.

    의식이 끝날 때까지 조제프를 유골룡에게서 지키는 것.

    베르덴이 오리엔트를 다잡았다.

    전력을 다해야 한다.

    자칫하면 여기서 몰살이다.

    * * *

    세크리드의 성벽과 숲 사이에 있는 평야를 배경으로 한 토벌전 혹은 방어전.

    “…….”

    입을 벌린 채 경악에 빠져 있는 로메르가 앞을 바라봤다.

    불규칙적으로 흔들리는 지축.

    사방을 뒤엎는 폭발과 충격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광경 속, 날뛰는 유골룡을 상대했던 네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

    슈육───!

    회피 기동 한 베르덴이 거대한 얼음창을 스치듯 피해 냈다.

    동시에 목표를 상기했다.

    ‘어떤 방법을 쓰든 간에 유골룡이 날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저 거체가 비행하기 시작하면 제지할 방법이 없다.

    그대로 추락하면서 들이받기만 해도 조제프는 끝장일 테니까.

    비행의 매개체를 없애야 한다.

    날개를 노려보며 오리엔트를 휘둘렀다.

    쿼드라 캐스팅.

    <작염구>

    네 개의 커다란 화염구가 정확히 놈의 등에 착탄했다. 폭발이 일며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솟구쳤다.

    아직 멀었다.

    <피엔드리아>

    <적광>

    <크리메이트>

    <라그나크>

    <플람마>

    콰과과과과!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화염 계열에 속한 합성 마법, 집중 마법 등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성벽까지 닿을 정도의 빛과 열기에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몸을 숨겼다.

    <로시오>

    연계적으로 할디른이 산성의 비를 흩뿌렸다.

    뼈를 부식시키는 물질계 흑마법.

    그것이 화염과 맞닿은 순간 산성의 안개가 생성되며 놈을 휘감았다.

    쿵.

    유골룡이 한 차례 발을 굴렀다.

    놈을 귀찮게 하던 화염과 연기가 일시에 소멸했다.

    직후 허공에 생긴 수십 개의 냉기의 창이 베르덴과 할디른에게 쇄도했다.

    숫자가 너무 많다.

    거기다가 속도까지 빠르다.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한 베르덴이 전력으로 마도를 펼쳤다.

    허공에 드리운 무수한 화염창이 유골룡의 능력과 충돌했으나 위력에서 밀렸다.

    요격이 무력화되었다.

    순간 할디른이 앞으로 나서며 양팔을 뻗었다.

    <골육의 선상>

    두 사람을 보호한 흑색의 장막.

    이내 온전히 버티지 못하고 일부가 깨져 버렸다.

    용의 얼음이 그의 어깨를 스쳤다.

    “괜찮나?”

    “문제없다.”

    그러는 사이 유골룡이 날개를 활짝 폈다.

    비행의 징조였다.

    지상에 있던 아드리안과 레이라가 즉시 돌진했다.

    콰아아앙! 콰아앙!

    기술과 기예.

    체력 소모를 도외시한 맹공.

    두 검사가 철저하게 유골룡의 날개를 공략하며 행동을 저지했다.

    놈이 자리를 옮기며 앞발과 꼬리를 휘두르면서 신경질을 냈다.

    한 대라도 맞는 순간 즉사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격전이었다.

    찰나의 순간, 베르덴이 통찰을 발휘했다.

    ‘지금의 수준으로는 유골룡에게 큰 피해를 입히기 어렵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드래곤의 비늘과 뼈를 비롯한 것들은 궁극적인 소재.

    물리 저항력과 원소 저항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애초에 마도왕의 로브인 아인베르 또한 그를 토대로 만들어지기도 했으니.

    ‘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아.’

    겉으로 보이는 유의미한 피해는 없다.

    대신 6위계급 화염에 유골룡은 미약하게 반응했다.

    지금 상황에서 유골룡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건 7위계급의 원소 마법 또는 순수한 마력.

    그에 관해 총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다만 하나는 쓸 수 없다.

    필시 세크리드까지 충격이 가해질 테니까. 대주교를 지켜야 한다.

    ‘그러니 다른 두 가지로 공략해 볼 수밖에.’

    모든 반작용은 무시한다.

    시간을 끌어야 한다지만 어중간하게 상대해서는 안 되니.

    베르덴이 말했다.

    “잠시 유골룡을 붙잡아 줄 수 있나?”

    “한번 해 보지.”

    할디른이 급속도로 내려갔다.

    살벌한 난전 속에 끼어든 그에게서 불길한 어둠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베르덴이 마안을 발동했다.

    기류가 뒤틀리며, 엄청난 크기의 마력 구체가 상공에 떠올랐다.

    성신 마법의 첫 번째 별.

    이게 떨어지면 당장 배제했던 방법과 마찬가지로 성벽까지 여파가 닿는다.

    그러니 뒤바꾼다.

    마법 자체를 변질시킬 수는 없어도 외적이라면 가능하다.

    마도 <무한>.

    베르덴이 남은 마력회로의 할당량을 공간과 중력 속성을 발현하는 데 사용했다.

    천천히 손가락을 굽혔다.

    “큭…….”

    원하는 건 정확히 유골룡에게만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정도의 크기.

    의지에 따라 구체가 압축되면서 어마어마한 반발력이 엄습했다.

    이를 악다문 베르덴이 안광을 번뜩이며, 그대로 아래로 끌어내렸다.

    점차 가속하면서 떨어지는 마력.

    [……!]

    유골룡이 반응하고 대처하려던 찰나였다.

    지상에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 할디른의 어둠이 솟구쳤다.

    <불언의 땅>

    마도로 형성된 저주.

    마법을 비롯한 모든 현상을 억제하는 할디른의 비장의 수단.

    유골룡에게 직접적으로 저주가 통하지 않기에 땅에 저주를 내린 것이다.

    휘리리릭.

    일렁이는 어둠이 유골룡을 옭아맨다.

    이것이 발동하고 있는 동안, 유골룡은 날아오를 수도, 냉기를 다룰 수 없다.

    쿠구구구구……!

    단번에 원인을 파악한 유골룡의 앞발이 지면을 갈아 버리며 들이닥친다.

    맞으면 즉사 혹은 중상.

    지상에 있는 할디른은 마법을 유지하느라 움직일 수 없다.

    그 빈틈을 레이라와 아드리안이 메웠다.

    연광連光.

    단회丹廻.

    강렬한 두 개의 검광이 그와 맞닿았다.

    “큭……!”

    “크으읍……!

    두 사람이 깊게 신음했다.

    전신이 박살 날 것만 같은 무게감. 잠깐 동안 전해진 충격에 내부의 혈관이 터졌다.

    눈과 입, 코, 귀.

    얼굴 곳곳에 피가 터졌고, 버티지 못하고 찢어진 피부에서 선혈이 흘러내렸다.

    조금이라도 밀렸다간 끝장.

    하나 의지로 기어코 견뎌 내며 몸을 비틀었다.

    유골룡의 일격이 흘려지며, 미세하게 비껴 갔다.

    그리고.

    흐르는 별, 유성.

    수직으로 떨어진 마력의 별이 유골룡의 등을 강타했다.

    밀도를 극한까지 높인 마력의 열과 무게가 가진 파괴력은 그야말로 압도적.

    거대한 앞발을 지면에 박아 버텨 내던 유골룡이 곧 짓눌렸다.

    ───콰과과과과과!

    시퍼런 섬광이 번쩍인다.

    대지를 소멸시키는 유성이 아래로 가라앉으며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뒤이은 후폭풍마저 안쪽에 집중되기까지.

    이윽고 마력의 빛이 잦아들었다.

    ‘이걸로 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멀쩡하지는 않을 거다.

    직전의 유성은 베르덴이 구현할 수 있는 마법 중 위력만 따지면 위에서 두 번째에 속하니.

    ……쿵.

    유골룡이 구덩이 바깥으로 발을 디뎠다.

    모습을 드러낸 놈에게서 마력의 열기에 의한 하얀 연기가 일었다.

    가장 눈에 띈 건 일부 뒤틀린 날개뼈와 갈비뼈, 그리고 손상된 날개의 피막이었다.

    ‘마지막에 날개로 막은 건가?’

    오히려 원하는 바였다.

    그와 함께 모두가 인지했다.

    베르덴의 마법을 방어했다는 건, 직격하면 유골룡에게도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방금과 같은 유성을 쓸 수 있는 건 두 번 정도.’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그러했다.

    그래도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 필요한 건 시간이니까.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드래곤은 영악하다.

    베르덴을 노려보던 유골룡의 고개가 미세하게 틀어졌다.

    다시금 전투를 이어 가려던 그때, 놈의 푸른 불꽃의 눈동자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바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조제프가 있는 쪽으로.

    “……! 설마……!”

    우리가 지키고 있는 걸 간파한 건가.

    곧장 움직인 베르덴이 성벽 앞을 허공에서 막아선 순간.

    드래곤 로어.

    갑작스레 벌어진 입에서 무채색의 충격파가 들이닥쳤다.

    피해야 한다.

    하나 물러나면 대주교가 위험하다.

    본능을 무시한 베르덴이 즉각적으로 마도를 현현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베르덴이 물리적으로 일으킨 바람과 충격파가 충돌한다.

    겨우 위력을 상쇄시킨 충격파가 조제프에게 채 닿기 전에 흩어졌다.

    다시 말해, 베르덴은 피하지 못했다.

    “커억…….”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인베르조차 완전히 막아 낼 수 없는 충격이었다.

    장기의 일부가 손상되었다.

    숨을 토한 베르덴이 휘청거리며 아래로 추락했다.

    “주군!”

    “애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베르덴을 도와야 했지만 그럴 때가 아니었다.

    앞으로 달려든 유골룡이 회전하며 꼬리를 휘둘렀다.

    반사적으로 궤적을 예측하고 뛰어오르자, 꼬리가 순간 뒤틀렸다.

    쩌어어어어어어어억!

    직격당한 레이라가 성벽을 관통하고 외곽 어딘가에 내리꽂혔다.

    생사 확인 불가.

    빈자리를 없애기 위해서 아드리안과 할디른이 즉시 분전했다.

    그게 최선이었다.

    유골룡의 시선을 끌어야만 했다.

    하나 지속된 피로 탓에 기량이 미세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때, 유골룡이 또다시 조제프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온 힘을 다해 바닥을 박찬 아드리안이 허공에서 검을 다잡았다.

    무엇이 오든 간에 흘려 내거나 베기 위해서.

    그런데 유골룡이 노리는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아드리안.

    허공에 체공되어 있으면 재빠른 몸놀림으로 피하지 못할 테니.

    유골룡이 왼발을 휘둘렀다.

    파공음과 함께 튕겨져 나간 아드리안이 성벽 앞에 있는 지면에 처박혔다.

    그대로 일어서지 못한 그의 손에서 마검이 떨어졌다.

    그다음, 유골룡이 발을 내리찍었다.

    얼어붙기 시작한 지면, 할디른이 그에 맞서 냉기와 충돌했다.

    “크으으으윽……!”

    버티고 있으나 시간문제.

    곧이어 신음마저 얼어붙기 시작하며 할디른이 얼음에 뒤덮였다.

    콰아앙!

    거대한 발톱이 할디른을 강타했다.

    그의 신형이 아인종과 마수의 사체들 사이로 떨어졌다.

    셉타 호른처럼 산산조각 나지는 않았으나 치명타였다. 겹친 충격과 쇄골을 부수고 근육이 찢긴 상처까지.

    일어서려고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순식간에 대형이 무너졌다.

    숨을 고르며 겨우 안정을 되찾은 베르덴이 고개를 들었다.

    ‘이게 드래곤…….’

    관리자처럼 마력이 부족하지도, 레오닐처럼 불완전하지도 않다.

    이것이 초월에 위치한 존재의 강함. 준초월자인 베르덴조차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힘.

    [구오오오오오.]

    유골룡이 상체를 일으켰다.

    활짝 편 날개를 거세게 휘두르자, 냉기의 폭풍이 쇄도했다.

    베르덴만이 아니라 뒤에 있는 조제프까지 겨냥한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베르덴이 오리엔트를 내뻗었다.

    쿼드라 캐스팅.

    <소훼>

    6위계 상위에 위치한 화염이 오리엔트로부터 뻗어 나갔다.

    콰과과과과!

    혹한의 소용돌이와 충돌하며 접전을 이루었다.

    <원소화>

    유성에 이은 비장의 수단.

    선택한 것은 화염.

    일시적으로 화염의 지배자가 된 베르덴에게서 강대한 화염이 분출되었다.

    역으로 냉기 폭풍을 집어삼킨 불지옥이 유골룡을 뒤덮었다.

    현재 그 열기는 7위계의 것에 육박할 터.

    유골룡이 날개로 자신을 보호하며 불길을 맞이했다.

    ‘이대로 이어 나가야 한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베르덴이 멈추지 않고 마법을 유지했다.

    <원소화>의 지속 시간은 3분.

    대가는 기존 마법의 10배에 달하는 마력 소모량.

    초월자에 비견되는 마력량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마력회로에 가해지는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가중되었다.

    그래도 끝까지 버텨 냈다.

    그렇게 3분이 지난 시점, <원소화>가 해제되었다.

    피와 땀이 흘러내렸다.

    베르덴이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지친 기색을 보였다.

    잿더미가 된 일직선상에 새하얀 뼈들이 보인다.

    날개를 젖힌 유골룡이 고개를 들었다.

    몸속에 있는 푸른 불꽃이 상당히 작아진 게 보인다.

    베르덴의 마법은 충분히 유골룡에게 통했다. 온전한 드래곤이 아니라곤 하나 능히 업적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어디까지나 살아남는다면.

    유골룡이 입을 벌렸다.

    푸른 불꽃이 거칠게 피어올랐다.

    분명했다.

    로어와 같은 능력 중 하나, 브레스(Breath)임이 틀림없다.

    ‘이건…….’

    피할 수는 있어도 정면에서 상대했다간 답이 없다.

    순간 망설임이 일었다.

    이윽고 극저온의 숨결이 들이닥치려던 순간이었다.

    ……화악.

    성벽 한편에서 작은 불꽃이 날아와 두개골을 때렸다.

    유골룡에게는 벌레보다도 못한 위력이었다. 그렇기에 놈의 신경이 쏠렸다.

    베르덴이 시선을 옆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눈에 익은 얼굴이 있었다.

    ‘……겔톤?’

    베르덴이 마법 이론을 가르쳤던 모험가.

    그가 덜덜 떨며 지팡이를 뻗고 있었다. 베르덴의 가르침으로 터득한 화염 계열 마법으로.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모두들 지금까지 버티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조제프가 눈을 떴다.

    동시에 광활한 신성이 세크리드 전역을 밝혔다.

    그가 목걸이에 대고 속삭였다.

    “성녀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신뢰로 가득한 간청이었다.

    직후 대답이 들려왔다.

    ───위치 좌표 확인했습니다, 조제프 대주교.

    세크리드 전역에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녀, 루아스교의 초월자에게서 하나의 기적이 시작되었다.

    ……뭔가가 온다.

    베르덴은 반사적으로 서쪽으로 고개를 향했다.

    그리고.

    서대륙에서 중앙 대륙, 중앙 대륙에서 동대륙.

    세계를 넘어온 빛이 세크리드에 도달했다. 이윽고 유골룡의 위에 있는 하늘이 개벽하며 신성이 떨어졌다.

    루아스교의 4대 신물 중 하나.

    성창, 그란테르(Gran-ter).

    태산과도 같은 크기의 거대한 빛의 창이 유골룡에게 내리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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