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333화 (333/366)
  • 333화 여지 (1)

    7개의 도시 연합 중 하나인 서드밀.

    리버런그와 마찬가지로 헤인강을 끼고 있으며, 카일리언스의 최남단에 위치함과 동시에 벨디른 공화국에 가장 가까운 도시다.

    그런 서드밀을 다스리는 시장은 과거 상인 출신으로서 높은 평판을 갖고 있었다.

    경험을 앞세워 벨디른 공화국과의 외교 및 무역을 통해 도시를 번영시키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으니.

    또한 스스로의 업적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데다가 자기 관리도 뛰어나기까지.

    그렇기에 그를 존경하는 사람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

    우물우물. 챱챱.

    으적으적. 콰드득. 후루룹.

    지방으로 뒤룩뒤룩 찐 사내가 허겁지겁 음식물을 씹어 삼켰다.

    식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에 맨손에는 소스가 가득 묻어 있다.

    입가는 침 범벅이다.

    옆에 늘어선 와인 잔들은 거의 기름칠이 되어 있는 탓에 번들거렸다.

    “음…… 으음……!”

    여러 음식을 조리하는 속도보다 깨끗이 그릇을 비우는 속도가 더 빠르다.

    종업원이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감당하지 못할 정도.

    결국 로테이션이 끊기자, 뚱뚱한 사내가 격분하며 식탁을 두들겼다.

    “그릇이 비었잖느냐! 어서! 어서 음식을 가져와라! 파스타, 스프, 스테이크!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단 말이다!!”

    “다, 당장 가져오겠습니다, 시장님!”

    “빨리!!”

    다시금 음식이 서빙되었다.

    개중에는 완전히 조리가 되지 않은 것도 있었으나 개의치 않고 입속에 집어넣었다.

    게걸스럽다.

    대체 누가 이 탐욕스러운 사내를, 몇 개월 전까지 건강해 마지않았던 그 서드밀의 시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요리사도, 종업원도, 비서도, 호위 기사도, 도시의 그 어느 누구도 자신들의 눈을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

    “……!”

    그러던 순간, 시장이 움찔거렸다.

    움직임을 멈춘 채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린다.

    혹시 음식물이 목에 걸려나 싶어 다가가려던 찰나, 시장이 씹고 있었던 고기를 내뱉었다.

    “돌아가겠다.”

    “아, 옙!”

    끼이익.

    시장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호위 기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지팡이로 체중을 지탱했다.

    “후욱, 후욱…….”

    과하게 들어찬 살 때문에 숨이 거칠다.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져 거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비서가 다가와 손수건으로 굵은 땀방울을 닦아 냈다.

    얼마간 호흡을 고른 시장이 갑작스레 말했다.

    “며칠 뒤 귀한 손님들이 온다. 그러니 준비하도록.”

    “손님…… 말씀이십니까? 도대체 어디서 오는 분들이시길래……?”

    비서가 알기로, 그런 일정은 전혀 없었다.

    사적인 손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가능성은 낮았다.

    최근 시장은 외부인과의 만남을 단호히 거부해 왔기에.

    의문을 표하는 비서에게, 시장이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답했다.

    “루아스교에서.”

    체념이 깃든 목소리였다.

    * * *

    북동쪽의 작은 마을에서 서드밀까지.

    그 거리는 통상적인 마차의 속도로 대략 2주가 넘게 걸린다.

    당연하게도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일 뿐.

    조제프 대주교가 이끄는 성직자와 성기사 집단이 강행군을 한다면 며칠 내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물론 베르덴이 혼자 움직인다면 그마저도 단축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개인이 아닌 집단.

    차후 보헤미른 마탑에 대적할 세력을 구축하려는 그였기에, 이처럼 함께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독단으로는 완벽한 복수를 이루기 요원하기에.

    …….

    어느새 밤이 깊었다.

    사람 십수 명은 거뜬히 태우고도 남는 튼튼한 마차들이 가도를 벗어나 숲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성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야영 준비를 갖췄다.

    다만 이번에는 유능한 마도사가 있었기에 여러 수고를 덜었다.

    따악!

    베르덴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로부터 발생한 불꽃이 땔감에 붙어 다수의 모닥불이 되었다.

    야영지 전체를 아우르는 마법진은 은폐 및 보호의 힘이 깃들었다.

    “아…… 크흠. 고맙소.”

    한 성기사의 감사를 받은 베르덴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아드리안이 음식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주군이 드실 식사를 직접 만들어 드리려고 합니다.”

    “……요리를 할 수 있다고는 못 들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보여 드릴 기회가 없었던지라…….”

    미들로스 자치령에서 카일리언스로 향하는 동안 아드리안은 부상자였다.

    그와 더해서 이동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서 끼니 대부분을 육포와 같은 건식으로 때우기도 했고.

    “만족할 거라 장담드리긴 어렵습니다만, 단언컨대 실망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스승과 함께 살았던 아드리안은 은신처 근방에서 직접 식재료를 조달하여 일용할 양식으로 삼았다.

    그렇기에 고급스러운 음식을 만들 수는 없어도, 적당한 요리에는 나름 조예가 깊은 편이었다.

    특히나 특제 비프스튜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적어도 성직자가 만드는 요리보다는 나으리라 단언합니다.”

    아드리안이 작게 속삭이며 자신했다.

    저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겠지.

    고민할 것도 없었다.

    베르덴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하지.”

    “맡겨 주십시오, 주군.”

    그렇게 베르덴이 지켜보는 앞에서, 아드리안이 요리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아드리안이 만든 스튜의 맛은 생각 이상으로 훌륭했다.

    * * *

    그리고 같은 시각, 야영지 한편에서는 조제프가 레나 주교에게 걸린 고대의 저주를 없애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낮부터 밤까지 이어져 온 해주.

    늦은 저녁이 완성될 쯤에야 마침내 끝이 났다.

    은은하게 빛나던 대주교의 신성력이 가라앉았다.

    “완벽히 지웠으니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고생했습니다, 레나 주교.”

    “가, 감사합니다, 대주교님!”

    레나 주교가 오른손을 어루만졌다.

    잡티 하나 없는 희고 고운 피부……. 저주가 걸린 지 고작 며칠에 불과했으나,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안심이 되었다.

    “내 손…….”

    “축하해요, 주교님.”

    “앗, 고마워요, 레이라 님! 덕분에 대주교님을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하마터면 한동안 저주 걸린 손으로 지낼 뻔했어요……!”

    “음, 딱히 제가 한 건 없지만…… 아무튼 이만 식사나 하러 가시죠.”

    “네!”

    레이라와 레나 주교가 저녁이 담긴 그릇을 들고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조제프가 흐뭇하게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러던 도중 두 팔라딘이 그릇 세 개를 들고 찾아왔다.

    안에는 먹음직스러운 야채 스프가 담겨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대주교님.”

    “오, 고맙습니다. 마침 출출했는데, 이거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도는군요.”

    덜그럭, 덜그럭.

    수저가 움직이는 소리만이 감돈다.

    조용히 그리고 즐겁게 식사를 하던 조제프가 두 팔라딘에게 흘긋 시선을 던졌다.

    “…….”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으나 내면에서 미혹이 느껴진다.

    그를 눈치챈 조제프가 미약하게 신성력을 펼쳐 소리가 새어 나가는 걸 차단했다.

    “팔라딘, 셰인. 팔라딘, 레일버. 두 분이 제게 뭔가 묻고 싶은 게 있나 봅니다.”

    “의뢰에 대해서입니다.”

    셰인이 즉답했다.

    “현재 저희가 가진 전력은 절대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저들에게 주검의 영광에 대한 정보를 일부 공유하면서까지 의뢰를 요청하셨는지, 그 연유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마차로 이동하는 동안 조제프는 세 사람에게 주검의 영광에 대해 발설했다.

    현 루아스교에서 기밀로 치부하고 있던 그 이름을.

    레일버가 동조했다.

    “애셔야 이미 알고 있으니 상관없다고 쳐도, 핏빛검과 금속 마스크를 쓴 검사에게 말했어야 했는지는…… 저도 의문입니다.”

    “그렇습니까.”

    조제프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두 분은 곁가지입니다. 제가 본질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건, 바로 저 애셔란 사내입니다.”

    마법사, 애셔.

    두 팔라딘도 그에 대해 알고 있다.

    주교를 살해하고 왕국의 교구를 엉망으로 만든, 주검의 영광에 속한 두 흑마도사를 처단한 자.

    사령의 보주와 의식장에 의해 소환된, 죽음의 수확자라 불리는 고위 언데드, 그림 리퍼를 토벌한 자.

    그리고 동대륙 최대 암흑가, 로아프라를 제패한 자.

    조제프가 말을 이었다.

    “두 분도 알다시피 저희 루아스교는 여신을 뜻을 받들어, 세상의 빛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훗날 세상에 거대한 영향을 끼칠 존재가 어떤 자인지, 한 번은 가까이서 지켜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주교 된 자로서.”

    “……!”

    팔라딘이 경악했다.

    설마 7인의 대주교로서 그 정도로 높게 평가할 줄은, 상대가 그 정도의 존재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조제프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신성력이 명멸하는 눈동자가 저 멀리 있는, 베르덴에게 향했다.

    * * *

    겨울의 아침이 밝기 시작한다.

    마법진이 야영지를 지키고 있지만, 만에 하나의 일을 대비해 몇몇 성기사가 불침번을 서고 있다.

    이윽고 시간이 되어 다시금 마차에 탑승해 이동했다.

    비슷한 하루가 반복된다.

    그동안 베르덴은 아드리안을 제외한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을 때는 독서에 집중했다.

    방주의 장로, 공간의 초월자가 준 공간 마법 서적.

    이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간간이 읽어 나가고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군.’

    최상위에 속하는 공간 속성이기에 극도로 난해하다.

    거기다 페이지마다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그림과 문자가 가득한 것도 한몫했다.

    심지어 서적을 통해 이해한 이론과 마법을, 즉각적으로 몸소 시험하면서 나아가다 보니 더뎌질 수밖에.

    그래도 조급하지는 않았다.

    그간 바라 마지않던 속성, 새롭고 강력한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행운이자 축복이었기에.

    베르덴은 순수한 마법사이자 마도사였다.

    사락…… 사락…….

    천천히 책장이 넘어간다.

    그와 함께 시간이 지나며, 수평선에서 해가 저물고 떠올랐다.

    정적이 감도는 마차 안.

    침묵이 깨진 건 바로 그때였다.

    “도착했습니다.”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랐다.

    * * *

    주검의 영광에서 보낸 초청장에 쓰여 있던 도시, 서드밀에 이르렀다.

    저 성문 뒤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도대체 어떤 악랄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어쩌면 지금 도시에는 흑마법에 의한 지옥도가 펼쳐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입해야 할까.

    그에 대한 대주교의 해답은 너무도 간단했다.

    “어차피 금방 발각될 테니, 애써 잠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곧바로 도시의 정문을 통해 들어가도록 하죠.”

    어둠에 굴하지 않는 빛의 추종자.

    뭐가 있든 간에 능히 대처할 수 있다는, 세계 종교의 권위자다운 판단이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루아스교에 속하지 않은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선택권이 베르덴에게 있었다고 해도 대주교와 같은 선택을 했을 테니까.

    드르르륵…….

    일렬로 선 마차들이 서드밀에 접근한다.

    그 안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는 모두는 이미 전투 준비를 마친 상태.

    이윽고 검문이 시작됐다.

    그런데 상황은 예상했던 경우의 수들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조제프의 인상착의를 살피던 경비대장이 화들짝 놀라며 깊게 고개를 숙였다.

    “아! 고명하신 성직자님, 서드밀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처음으로 그들을 맞이한 건 함정이 아닌 환영이었다.

    베르덴이 마차의 틈새로 경비대장의 반응을 살폈다.

    ‘루아스교에서 온 건 알고 있지만…… 대주교인 건 모르는 것 같은데.’

    그저 귀한 손님을 본 듯한 표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조제프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어떠한 의문이 담겨 있었다.

    마치 조제프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시장이 이리 대접하는지 궁금하다는 듯…….

    이내 경비대장이 굽신거리며 공손히 도시를 가리켰다.

    “시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니 당장 그리로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검문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마차 내부를 살피는 것도, 신원을 확인하는 일도 전혀 없었다.

    말에 올라탄 경비대장이 직접 안내인을 자처하며 마차들을 선도했다.

    베르덴의 벽안에 서드밀의 거리가 드리웠다.

    ‘평범하군.’

    적당히 활기차고 적당히 평화롭다.

    리버런그에서 봤던 풍경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주검의 영광이란 사악한 흑마법사 조직이 암약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그런 정경이었다.

    “흐음, 도시 내에서 뭔가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군요. 주군께서는 어떠십니까.”

    “나도 그렇게 느껴진다.”

    베르덴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자세한 건 시장과 만나면 알게 되겠지.”

    ───끼이이익.

    이윽고 마차가 멈춰 섰다.

    그 위치는 도시 중심부에 있는, 내부 성벽에 둘러싸인 장소.

    시청의 역할을 하는, 저 성 안에서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리버런그의 시장처럼, 주검의 영광에 의해 조종당하는 자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차에 타고 있는 전원이 동행하는 일은 없었다.

    내부만이 아닌, 바깥에서 대응할 병력도 있어야 하기에.

    조제프가 명령했다.

    “팔라딘, 레일버는 저를 호위하고 팔라딘, 셰인은 이곳에서 다른 교인들을 지휘하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도록 하십시오.”

    “네, 대주교님.”

    “그리고 애셔, 그대에게는 동행을 부탁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베르덴이 수락했다.

    그리고 같은 의뢰를 받은 나머지 둘은…….

    “저는 이곳에 남을게요.”

    “주군과 함께하겠습니다.”

    이로써 시장과 대면할 사람은 네 명으로 좁혀졌다.

    “엇, 네 분이라고는 듣지 못했는데…… 아, 아닙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장의 비서가 긴장한 기색으로 성을 안내했다.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복도였다.

    그렇게 몇 개의 계단을 오른 끝에 상층에 도착했다.

    “그, 저는 여기까지 안내해 드리라고 들어서……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입술을 달싹거린 비서가 다급한 듯, 서둘러 사라졌다.

    정적이 감도는 문 앞.

    뒷짐을 진 조제프의 눈동자에 희미하게 신성력이 서렸다.

    “예상했던 것과 전개가 다르긴 하나 맞게 온 모양입니다. 저 안에서 흑마법의 기운인 물씬 감지되니.”

    그게 신호였다.

    콰아앙!

    레일버가 걷어차자, 일격에 문고리가 박살 나며 문이 활짝 열렸다.

    각자 기와 마력 그리고 신성력을 활성화한 채 안으로 들어섰다.

    그 맞은편에는 두 존재가 있었다.

    우걱우걱.

    쩝쩝쩝쩝쩝쩝.

    하나는 몹시 육중한 몸을 가지고 있는 중년의 사내였다.

    음식과 술을 미친 듯이 먹고 마시면서도 조제프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는…… 아마 서드밀의 시장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다른 존재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시장과 나란히 앉아 있는, 같은 식탁을 공유하고 있는 어떤 남자.

    피가 존재하지 않는지 피부는 창백하다 못해 색이 거의 사라져 있다.

    숨은 쉬지도 내뱉지도 않는다.

    하얀 눈동자에는 조금의 생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시체다.

    하나 손가락은 움직이고 있는 데다가, 종극에는 입을 열었다.

    “서드밀에 잘 왔다, 조제프 대주교.”

    말라비틀어진 나무껍질처럼 쩍쩍 갈라지는 음성.

    동시에 시체의 내부에 얽혀 있는 흑마법, 그 마력이 감지되었다.

    ‘최소 6위계 이상이다.’

    정확한 경지는 판단이 불가능하다.

    적어도 왕국에서 만났던 비올라 그리고 노사를 압도하는 강자임은 분명하다.

    그것으로 베르덴은 확신했다.

    시체 너머에 숨어 있는 저 흑마법사는 주검의 영광을 이끄는 간부 중 하나일 거라고.

    그러던 그때였다.

    시체의 눈동자가 구르더니, 시선의 끝이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리버런그에서 발생한 변수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그게 너였나 보군.”

    시체가 그를 직시했다.

    “애셔.”

    주검의 영광은 베르덴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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