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화 수배령 (1)
베르덴과 레이라가 교류전에 참석하는 동안, 아드리안은 도시 리버런그가 감추고 있는 비밀을 향해 다가갔다.
모험가 길드장과 밀회하고 있는 시장의 보좌관을 납치.
그 결과 도시 소유의 선박에 가득히 실려 있는 아인종의 사체를 발견했다.
썩어 가는 고깃덩이 속에 보관되어 있던 죽은 모험가의 몸뚱이까지.
악마 숭배자가 아닌 흑마법사의 흔적이라 판단했다.
다만 정황일 뿐이기에 증거를 수집하려던 도중, 기사단을 끌고 온 도시의 수호자와 맞닥뜨렸다.
산도른 구스아브.
리버런그의 수호자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7명의 수호자 중 하나.
그는 카일리언스의 의원이기도 한 트로벤 시장의 곁을 지키는 경호원이었으며, 바닥의 틈새를 기어 다니는 개미조차 간단히 맞히는 저격수이기도 했다.
활의 명수.
이제까지 그가 마음먹고 쏜 화살에 꿰뚫리지 않았던 상대는 없었다.
단순히 승패의 유무를 따지는 게 아니다. 교활한 짐승처럼 먹잇감을 농락하고 끝내 사냥하는 것이 산도른의 전투 방식.
그는 실력자였다.
하지만 위에는 더 위가 있는 법.
스윽.
리버런그의 기사들이 대형을 갖춘 채 다가온다.
뒤에서는 마법사가 마력을 끌어모았고, 산도른은 여유롭게 화살을 시위에 얹었다.
그들을 상대하는 건 아드리안 단 한 명.
“후우.”
아드리안이 폐를 키웠다.
바깥으로 기가 드러나지 않을 만큼 신체를 강화시킨 그가 한 발짝 내디뎠다.
───!
흐릿한 어둠을 밝히는 검광.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은 마검의 칼날이 시야를 관통했다.
날아오는 <다중 얼음 화살>을 눈 깜짝할 사이에 베어 버린 검격이 기사들에게 쏟아졌다.
“……!”
즉각 검을 들었으나 소용없다.
갑옷도 마찬가지였고, 그 위에 기를 덧씌워도 무의미했다.
촤아아아악!
무언가 스쳤다고 느낀 순간, 끝.
금속과 함께 깔끔하게 목을 베인 기사들이 허물어졌다. 나름 리버런그의 정예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 손도 쓰지 못했다.
준귀족이라 여겨지는 기사의 최후라기엔 허무했다. 그건 일개 고블린보다 못한 죽음이었다.
자업자득.
“이, 이런……!”
당황한 마법사의 지팡이가 붉게 타오른다.
“미친, 여기서 화염 마법을 왜───”
<화염구>
산도른이 제지했지만 늦었다.
3위계 화염 마법.
폐쇄된 공간에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폭발력이다.
그 장소가 태반 이상이 목조로 이루어진 선체 내부라면 더더욱. 심지어 이 선박에는 기름통까지 실려 있다.
아인종 사체를 운반하는 걸 숨기기 위한 위장용으로.
그때, 아드리안이 <화염구>를 베었다.
마검 케덴스가 가진 힘에 의해 마력의 배열이 끊어졌다. 본래의 위력을 잃고 나뉜 두 개의 화염이 양쪽 벽을 때렸다.
콰앙! 콰아앙!
화염이 폭발하며 사방이 환해졌다.
시선도 주지 않은 아드리안이 발밑에 있던 검을 걷어찼다.
방금 전에 즉사했던 기사의 무기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허공을 가른 칼날이 마법사의 미간에 닿았다.
퍼억.
당연히 즉사.
로브를 뒤집어쓴 채, 정체를 감추고 있는 아드리안이 나지막이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 시장에게 안내해라.”
직전과는 다르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꽤…… 위험한데?’
산도른의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자신이 눈으로도 완전히 좇기 어려운 움직임과 검속은 치명적이다. 이렇게나 좁은 공간은 상성상 불리하다.
거리를 벌려야 한다.
무대를 바꾸어 사냥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겠어.’
겨누고 있던 활시위를 옆으로 향했다.
비스듬히 불길을 꿰뚫은 화살이 바닥을 관통했다.
“저긴…… 사, 산도른 님, 설마!!”
기사의 예상은 적중했다.
뜨겁게 달궈진 화살촉이 기름통에 박혔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내부에서 발생한 거대한 폭발이 선체 중앙을 강타했다.
모든 증거가 인멸되는 건 물론이고 곁에 있던 남은 기사들 또한 사망했다.
홀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 산도른이 바깥 공기를 들이마셨다.
리버런그의 새벽 거리.
잽싸게 벽을 타고 건물 옥상에 올라섰다. 멈추지 않고 앞으로 질주했다.
‘이렇게까지 했으니 쫓아오진 못하겠지.’
산도른이 신경질적으로 혀를 찼다.
‘그나저나 도대체 어디서 온 놈이지?’
정보가 부족해서 짚이는 게 없었다.
그나마…… 리버런그의 길드장 몰래 모험가 길드에서 비밀리에 파견된 모험가라는 가설이 가능성 높을 터.
다만 별개로 저런 검을 다루는 자에 대해서 들어 본 바가 없다.
상황이 상황이라지만 도시의 기사를 거리낌 없이 죽이는 걸 보면 예사 놈이 아닌 건 분명하리라.
“……음?”
문득 느껴지는 기척에 촉각이 곤두섰다.
반사적으로 어깨 너머로 시선을 던지자, 불청객이 추적해 오고 있었다.
폭발에 그을린 흔적도 없다.
기껏 벌려 놓았던 거리가 점점 더 좁혀진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무슨 속도가 저따위야?!’
입술을 짓씹으며 활시위에 네 개의 화살을 얹었다.
거의 동시에 산도른이 순간적으로 뒤를 돌며 손을 놓았다.
기예, 경시(競矢).
화살들이 기묘한 궤적을 그린다.
상대의 기에 반응하여 그를 추적하는 필중의 화살.
막는 건 가능해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본래 멀리서 저격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나 상황이 이러했다.
머리, 명치, 어깨, 무릎.
동시 일격이다.
‘적중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전부 막는다고 해도 중심이 엉킨다.’
그 빈틈으로 머리를 뚫어 버린다.
살기를 드러낸 산도른이 입꼬리를 올렸다.
“느리군.”
아드리안이 발끝에 체중을 실었다.
콰득. 딛고 있던 옥상이 일부 갈라지며 신형이 사라졌다.
화살들이 허공을 지나쳤다.
순식간에 앞서 달리던 산도른을 추월한 아드리안이 다시금 자리를 박차며 허리를 비틀었다.
“이런……!”
쩌억!
날카로운 발차기가 작렬했다.
가까스로 활을 내밀어 막아 냈으나 힘에서 밀렸다. 절반 정도 완화된 충격이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깊게 신음하며 나가떨어진 산도른이 바닥을 굴렀다.
“이, X새끼가!!”
미끄러지듯 자세를 잡는다.
동시에 도약하듯 회전하며 활시위를 비틀어 화살을 날렸다.
아주 가까운 거리, 즉 회심의 일격.
이건 피할 수 없으리라.
그 생각대로 화살이 상대의 머리를 관통했다.
“됐다……!”
그 순간 아드리안의 몸이 흐려졌다.
뒤늦게 잔상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수호자의 뒤를 잡은 아드리안이 팔꿈치로 놈의 얼굴을 후려쳤다.
뻐억.
코뼈가 내려앉았다.
의식이 아찔해지며 산도른이 무릎을 꿇었다.
마검의 검 끝이 수직으로 떨어졌다. 오랜 시간 단련해 왔던 산도른의 검지손가락과 중지손가락이 절단되었다.
자비 없이 끊긴 궁수의 생명 줄.
“끄아───!”
아드리안이 산도른의 등을 짓밟았다.
숨이 턱 막히는 무게감에, 꺽꺽대는 숨소리가 불규칙적으로 흘러나왔다.
‘이게 도시의 수호자인가.’
나름 봐 줄 만했으나 그뿐이다.
카일리언스는 한낱 도시가 연합한 것에 불과한 국가다.
그와 비교해 중앙 대륙은 비교도 할 수 없이 넓고 위험했다. 산도른 정도의 실력자는 솔직히 말해 차고도 넘친다.
그런 무대에서 위압적인 명성을 날렸던 아드리안이니, 상대가 될 리가 만무했다.
콱, 아드리안이 놈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러곤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듯 위협적으로.
“시장에게, 안내해라.”
“끄으윽……!”
이걸로 수호자는 확보했다.
본격적으로 도시가 숨기고 있는, 흑마법사에 대한 증거를 찾을 차례였다.
* * *
상세한 보고를 경청하고 있던 베르덴이 고개를 돌렸다.
적당히 응급처치가 되어 있는, 초췌한 상태인 트로벤 시장을 흘긋 바라봤다.
“그리고 시장을 만났겠군.”
“예, 수호자에게 직접 정보를 캐내어 찾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청에 있는 비밀 방에 숨어 있더군요.”
다음은 간단했다.
물리적인 추궁을 더한 심문.
절대적인 주도권은 아드리안이 쥐고 있었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작업이 될 터였다.
그런데.
“시장의 몸에 저주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정신을 억압하여 입막음을 하는 저주.
교묘하게 감춰져 있었으나 아드리안의 눈을 속일 순 없었다.
중앙 대륙 4강으로서 군림하던 시절, 사악한 저주를 다루는 흑마법사를 상대해 본 적이 다수 있었기에.
그 덕분에 저주를 제거하는 방법도 익히고 있었다.
‘기를 운용해 저주를 한곳에 몰아넣어 잘라 낸다.’
무식하면서도 효과적인 해주법이다.
당연히 전부는 아니었지만, 어지간한 저주라면 이 방법으로도 충분했다.
“거기서 문제가 생긴 건가.
“……예. 저주는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인지하지 못한, 다른 고위계 저주가 오른손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기를 불어넣은 순간 다른 저주가 반응했다.
이렇다 할 대응을 보일 새도 없이 불길한 마력이 사방을 뒤덮었다.
치명적인 저주였다.
사방에 있던 생기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것도 모자라 강력한 정신착란까지 일으켰으니.
물론 아드리안은 저항에 성공했다.
그러나 도시의 수호자인 산도른은 그러지 못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생기를 흡수당함으로써 상접하는 피골.
직후 발광하고 날뛰면서 기를 한꺼번에 폭주시켰다. 그로부터 촉발된 살의는 아드리안이 아닌 트로벤 시장에게 향했다.
그래서 베었다.
여기서 시장이 죽으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주군께서 주신, 이 마검으로 시장의 팔뚝을 잘라 냈습니다. 예상대로 마력의 배열이 끊기면서 저주가 떨어져 나가자 잠잠해지더군요. 직후 포션으로 간단히 응급 처리를 한 뒤에 이곳에 시장을 데려왔습니다.”
이후엔 시장을 감시했다.
언제 저주가 재발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와 더해서 놈이 정신을 차리는 순간, 혹시 모를 다른 저주가 발생할까 봐 철저하게 의식을 끊어 버렸다.
“상황은 이해했다. 시장의 손은 어디에 뒀지?”
“여기 있습니다.”
아드리안이 공간가방에서 절단된 신체를 꺼냈다.
피부는 거무죽죽하고 검은 핏줄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오른 팔뚝. 며칠이 지났음에도 부패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마도사의 감각을 높이자 이질적인 마력이 확실히 느껴졌다.
‘어떤 저주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위계임은 분명하군.’
아직까지 저주가 살아 있으니.
그뿐만 아니라 시장의 몸에 남아 있는 저주의 잔해가 조금씩 그의 몸을 갉아먹고 있다. 아무래도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은데.
베르덴이 턱을 쓸었다.
“생각보다 일이 크군.”
“죄송합니다, 주군.”
“너한테 한 말이 아니다, 아드리안. 루아스교가 비밀리에 의뢰를 한 것부터가, 처음부터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는 거니까. 그렇다고 해도 설마 이 도시에 흑마법사의 손길이 닿아 있을 줄은 몰랐지만…….”
뭐, 어쨌든 목적은 달성했다.
흑마법사와 관련된 물증을 확보했다.
이로써 리버런그에 대한 조사는 마무리가 된 셈.
레이라에게 소식을 전달한 뒤, 그녀에게 의뢰를 했던 루아스교의 인물에게 정보를 전달하면 끝이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 * *
“그러니까…… 모종의 흑마법사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던 도중에, 시장의 보좌관과 도시의 수호자가 죽었고, 이렇게 불구가 된 시장을 납치하게 됐다는 건가요?”
“결과만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아하.”
여관에 찾아온 레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의 시선이 베르덴과 아드리안 그리고 참혹한 상태인 트로벤 시장을 스쳐 지나갔다.
투구로 얼굴을 감추고 있는 레이라가 눈을 깜빡였다.
‘이 사람들 대체 뭐 하는 인간들이지?’
그야말로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한 명은 아크에서 교류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지 않나, 다른 한 명은 리버런그를 통째로 뒤집어 버리지 않나…….
어이가 없다.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설마 조사를 부탁했던 것이 이렇게나 커질 줄이야.
레이라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마냥 당황해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후우…… 이런 상황을 바란 건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조사는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요. 이제 의뢰인을 만나기만 하면 되겠어요.”
“약속 장소는 정했습니까?”
“여기서 북동쪽으로 가면 나오는 작은 마을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딱히 날짜는 정하지 않았지만 가면 연락이 닿을 테니 곧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행선지가 정해졌다.
“다만 가능하면 시장을 살려서 데려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아인종 사체 밀수는 그렇다 치고 죽은 모험가의 몸을 거래하다니.
같은 모험가로서 형용할 수 없는 혐오감이 치밀었지만, 별개로 목숨 줄을 붙여야만 했다.
그래야 저주를 해주하고 시체를 거래한 흑마법사를 찾을 수 있을 테니.
“그러니 레나 주교에게 도움을 요청해 봐야겠어요. 아직 리버런그의 교회가 이 사건에 가담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달리 방도가 없으니까요.”
현재 레나 주교는 광장에 있다.
새해를 기념함과 더불어 빛의 신에게 기도하기 위함이었다.
베르덴이 수긍했다.
“그게 좋겠습니다. 대신 장소를 이동하는 편이 좋을 것 같군요.”
세 사람이 슬쩍 바깥을 바라봤다.
창문 아래로 보이는 거리에는 기사와 병사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고는 건물에 들이닥쳤다.
“잠시 수색을 실시하겠다. 협조하도록.”
“네, 넵!”
시장을 찾기 위함인가.
현재 베르덴 일행이 있는 곳은 최고급 여관.
그렇기에 아직 수색 지역에 오르지 않은 모양이지만……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생각을 정리한 베르덴이 말했다.
“아드리안, 가서 마차를 한 대 빌려 와라. 가장 크고 비싸고 화려한 걸로.”
* * *
새해를 맞이한 리버런그의 광장.
레나 주교를 필두로 한 성직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화음을 이루었다. 마음을 울리는 성가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각자 정십자가를 목에 건 시민들이 기도를 올렸다.
“올해에도 루아스 님의 빛이 함께하길! 모두들 행복하세요!”
레나 주교가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양손을 흔들었다.
분홍빛 머리칼이 찰랑거린다. 그와 어울리는 외모는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한창 신을 찬미한 그녀가 구석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후우, 기도도 좋지만 역시 돈이 안 되면 의욕이 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잠시간의 휴식을 취하고 있자, 그녀의 앞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레나 주교님.”
로브로 전신을 가린 레이라.
전신 갑옷을 입은 그녀의 모습에 레나 주교가 진심으로 반겼다.
“안녕하세요, 레이라 님! 도시 바깥으로 아인종 토벌을 나가셨다고 들었는데 돌아오셨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마무리만 하고 교회에 가서 악마의 저주를 완화시켜 드릴 테니까요. 아, 그리고 혹시 소문 들으셨나요? 글쎄, 시장님이───”
덥썩.
갑자기 레이라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주교님,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진중한 목소리였다.
그를 듣자마자 레나 주교가 미소를 지었다.
“네, 제 힘이 닿는 거라면 뭐든 도울게요.”
상위 주교다운 선의였다.
활발하고 장난기 어린 성격은 레나 주교의 일부에 불과했다. 곤경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도울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래, 방금 전까지는.
상류층만이 타고 다니는 거대한 마차.
그 안에 들어선 레나 주교가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며칠 전에 실종되었던 트로벤 시장이 기절한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것도 한쪽 팔이 잘린 채로 말이다.
“…….”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윽고 레나 주교가 입술을 떼었다.
“저 나갈래요.”
“안 돼.”
쿵. 아드리안이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