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326화 (326/366)

326화 귀환

최초의 모험가 길드가 설립된 건 약 300년 전.

역대 최강의 초월자인 마도왕이 마도국을 건국한 건 약 500년 전.

그보다 까마득할 정도로 먼, 옛 시대.

전문적으로 아인종과 이형종을 토벌하는 모험가라는 개념 대신 개인적으로 의뢰를 받는 괴물 사냥꾼이 존재하던 세계.

밝혀지지 않은 지역이 지천에 널려 있었으나,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인류가 개척하지 못한 장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한 역사적 사료는 말한다.

오직 배경만을 비교했을 때, 당시의 세상은 현대와 그리 다르지는 않았다고.

보다 원초적인 생존에 가까울 뿐이라고.

다만 극명하게 다른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800년 전이라면…….”

“그래, 초월자들이 직접적으로 움직였던 때지.”

집단으로 형성된 국가와 압도적인 개인.

야망을 가진 존재들이 절대적인 이권을 잡기 위해 날뛰면서, 모든 대륙은 유례없는 전란에 휩싸였다.

무너진 도시와 산처럼 쌓인 시체…… 죽음.

그러나 대륙의 멸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어둠과 빛은 으레 그렇듯 공존하는 법.

루아스교가 고통받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나섰고, 그들과 함께한 초월자들은 혼란을 일으키는 모든 존재와 대립했다.

그리고 승리했다.

그렇게 전환점이 된 시대이기도 했다.

“세간에 널리 퍼져 있는 다양한 역사서에 그렇게 쓰여 있지.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그렇게 알고 있기도 하고.

“그 말은…… 역사가 아예 잘못됐다는 건가?”

“아니, 전체적인 흐름은 알려진 것과 동일하다. 다만 가장 중요한 하나가 누락되었을 뿐.”

미지의 탐색자, 레그리트가 검지손가락을 펴 보였다.

“그 중심엔 ‘어떤 국가’가 있었다.”

“국가?”

“자세한 이름은 나도 모른다. 내가 아는 건…… 그 국가가 대륙의 절반을 피바다로 만들었다는 거다. 앞을 가로막는 강대국들을 압도하는 걸로 모자라 완전히 멸망시켜 버렸지. 노인부터 아이까지, 생명체라고는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심지어 초월자까지.”

죽은 사람의 숫자는 가히 셀 수가 없다.

세상에 시체가 가득했기에 무수한 언데드가 발호했다.

베르덴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힘을 가진 국가가 실재했다고?”

“그래서 멸망한 것 아니겠나. 루아스교와 마탑 그리고 다른 초월자까지 모두 힘을 합친 끝에 몰락시켰다고 하더군. 그리고 당시 주 종교였던 루아스교가 아예 놈의 존재 자체를 세상에서 사멸시키고자 했고…… 결과는 보다시피.”

……믿기 어렵다.

생각 없이 받아들이기에는 사건의 규모가 너무도 컸기에.

“그렇다고 해도 역사에서 완전히 지우다니. 그게 가능한 건가?”

“불가능할 게 있나? 인류의 기준으로, 100년은커녕 50년만 지나도 주 세대가 몇 번이나 바뀐다. 그리고 기억의 휘발성은 크고, 기록은 훗날의 불신으로 변하지.”

레그리트가 고개를 기울였다.

“애셔, 너도 알 텐데. 마찬가지로 역사에서 지워진 이형종에 대해서.”

“……글러트니를 말하는 건가.”

“그래, 일명 세계를 집어삼키는 괴물. 단신으로 두 개의 나라를 몰살하고, 대륙 위의 있던 생명체를 모조리 잡아먹으려 했던 놈은 수백 년 전, 방주에 의해 토벌되었다.”

그리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다.

“사건을 은폐한 이유는 간단하다. 글러트니가 가진 힘은 지극히 위험했고, 사체로부터 채취한 소재가 가진 잠재력은 그 이상이었으니까. 세상에 알려져서는 전혀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었지.”

“그런데 방주에 배신자가 있었고.”

“……인간이란 완벽하지 않기에 인간이니까. 아무리 방주라고 해도 마찬가지지. 어쨌든 역사는 곧 진실은 아니라는 게 요점이다. 그저 누군가의 의도가 담긴 기록일 뿐.”

그녀가 베르덴에게 고서를 돌려주었다.

“이걸 어디서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급적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편이 좋을 거다.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문자라 가치가 없을뿐더러…… 루아스교의 최상층부가 이를 알게 되면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나를 죽이러 올 수도 있다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그쪽은 여러모로 극단적이거든. 특히 이번 ‘성녀’는 아주 위험하다. 성격도 그렇고…… 가진 힘도 그렇고.”

레그리트의 목소리에는 강한 경계심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도록 하지. 그런데 너는 이걸 어떻게 알게 됐지?”

“그야 미지를 탐색하는 게 내 의무니까. 세상의 눈길이 닿지 않은 곳에는, 세상이 감춰 둔 것들이 즐비하거든. 그리고 세상에서 오직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비밀 또한. 너도 나중에 선장이 되면 알게 될 거다.”

선장이라.

방주의 간부가 될 생각은 없는데.

“그럼 이걸로 질문거리는 끝난 건가? 어때, 마법사로서의 지식욕은 충족했나?”

“800년 전의 역사에 대해서는 흥미롭더군. 그런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부탁하지.”

베르덴이 물었다.

“왜 방주에는 루아스교가 존재하지 않는 거지?”

방주는 인류를 이끄는 집단.

그리고 루아스교는 오직 인간만을 위한 세계 종교.

둘 사이의 교집합은 분명하다.

그런데 아크에서 루아스교의 상징을 본 적이 없다.

교류전에 참석한 방주 후보들 중에도 신성력을 다루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마땅한 의문이군. 방주는 개인적으로 종교를 신앙하는 건 간섭하지 않는다. 루아스교의 신성력과 기적이 인류를 치유하고 수호한다는 건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방주로서는 그럴 수 없다.”

“왜지?”

“신은, 인간이 아니니까.”

단호한 한마디.

그건 방주의 신념이었다.

* * *

교류전은 끝나고 사태는 수습되었다.

더 이상 아크에 남아 있을 이유도, 권한도 없는 대다수의 방주 후보들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리스너가 말했다.

“애셔 님이 오셨을 때처럼 비행정을 이용하는 대신 아크의 특수한 공간 이동진을 통해 돌아가시게 될 겁니다.”

“이곳에서 직접이라…… 당연히 추적은 사전에 방지했겠군.”

“물론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즉에 아크의 존재가 발각되었을 테니까요.”

설명을 들으며 장소를 이동했다.

목적지는 아크의 북쪽.

삼엄하고 고요한 몇 개의 통로를 지나자, 마치 유적과도 같은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총 다섯 개의 마법진이 겹쳐진 거대한 원.

끝이 뭉툭한 여덟 개의 기둥이 동일한 간격으로 중심에 있는 공간 이동진을 둘러싸고 있다.

선을 따라 자색의 빛이 은은하게 명멸한다.

무려 다섯 번에 걸친, 다중 공간 이동.

저래서야 누가 오든 감히 좌표를 특정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다른 후보들도 저걸 이용하는 건가. 그런데 생각보다 허전하군.”

곳곳에서 방주의 일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복귀 날임에도, 교류전에서 봤던 다른 후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거야 당연하죠.”

대답은 레이라가 대신했다.

“아직 다수의 후보가 <마력 위압>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요. 로크는 깨어나긴 했지만 골골거리고 있고, 소환 마법을 쓰던 신입 후보는 여전히 침상 위에 있다고 하니…….”

“그래도 건강상 문제는 전혀 없다고 합니다.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며칠 걸린다고 하지만요.”

교류전을 엉망으로 만든 원흉.

레이라와 리스너 그리고 테일라에게서 시선을 받은 베르덴이 고개를 돌렸다.

과했다는 건 인정하나 단언컨대 후회는 조금도 없었다. 안내를 맡았던 레그리트가 허락했던 사안이기도 했고.

“이만 돌아갑시다.”

“……애셔, 당신 말도 돌릴 줄 아네요.”

두 사람이 함께 걸음을 옮겼다.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발밑에서 방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레이라 님.”

“건강하세요, 테일라.”

후보와 안내자가 인사를 나누었다.

“공국에서 교류전까지…… 그사이 많이 달라지셨는데, 다음에 뵈었을 때는 또 어떻게 바뀌실지 감히 상상하기가 어렵군요.”

미소를 짓던 리스너가 고개를 숙였다.

“방주 후보, 칼라드. 그분이 남긴 걸 전해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과거 그가 담당했던 후보.

칼라드가 가지고 있었던 물건과 유언이 적힌 수첩은, 베르덴을 통해 리스너에게 전해졌다.

이로써 마도왕의 무덤에 도전했던 세 사람의 유품은 모두 해결되었다.

“그럼 내년에 뵙겠습니다, 애셔 님. 아, 물론 다른 일이 없다면요.”

베르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작별은 마쳤다.

리스너와 테일라가 신호를 보냈다.

이내 마법진에 마력이 가득 들어차며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화아아아악!

공간의 통로가 개방된다.

그 안으로 두 사람이 모습을 감췄다.

* * *

같은 시각, 엑소디움의 회장.

중심이 공허한 원형의 테이블을 둘러싼 여섯 개의 의석, 그중 다섯 자리를 차지한 선장들이 방주 회의를 재개했다.

교류전을 미리 앞당겼으니, 남은 차례는 총 셋.

그중 첫 번째 차례이자, 저번에 못다 한 의무에 대한 보고를 이어 나갔다.

주시자가 한 명을 지목했다.

“감시자, 당신부터 시작하세요.”

“아, 그럴까요? 하기야 제 의무가 워낙 간단하긴 하니까요.”

사람 좋은 인상을 지닌, 금발 벽안의 청년이 목을 가다듬었다.

먼저 북부의 감시자.

“봉인은, 이상 없습니다.”

단 한마디.

짧았으나 분명하다.

가장 단조로우면서도, 가장 위험할지도 모르는 것이 그의 의무였다.

그리고 세계의 주시자와 균형의 조율자.

“카일리언스를 제외하고, 세계에 발생한 시련은 관측대로 발생했어요.”

“작년에 실패한 시련은 총 두 자릿수를 넘어갔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후보가 많았지. 그들이 필사적으로 맞선 결과, 시련을 완전히 극복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인명 피해는 예상보다 현저히 감소했다.”

주시하고 예측한다.

그것이 두 사람이 맡은 의무의 핵심. 그들은 방주의 눈과 머리였다.

다음 재액의 토벌자.

“마해(魔海)에…… 이변은…… 없다……. 드래곤의…… 흔적도…… 찾지…… 못했다…….”

목을 뜯어내는 듯한 섬뜩한 음성.

다른 선장들은 익숙하다는 듯 어떠한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그야 알고 있었으니까.

과거 ‘고대의 시련’을 극복한 이 갑옷의 사내는 검이자 방패이며…… 복수를 꿈꾸고 있는 강렬한 분노라는 걸.

마지막으로 미지의 탐색자.

“아, 참. 그러고 보니 아주 대단한 걸 발견했다고 했었지. 분명 교류전이 끝나면 말해 준다고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대해도 되겠지?”

조율자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

네 명의 시선을 받은 탐색자, 레그리트가 작게 웃으며 안광을 빛냈다.

“나는, ‘최초의 마탑’에 대한 단서를 손에 넣었다.”

“……!!”

최초의 마탑.

현존하는 10개 마탑의 원류이자,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게 전부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전설.

“탐색자, 그게 정말인가?”

“아직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확실하다. 그 흔적을 추적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정보를 수집한 뒤 본격적으로 탐색에 나설 예정…… 이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뭐? 무슨 뜻이지?”

레그리트가 팔짱을 끼었다.

“최초의 마탑의 위치가 특정되면 시련으로 진행할 거다.”

“시련이라면…… 너, 설마 애셔에게……?”

애셔란 이름에 모두가 반응했다.

아무리 전력이 아니었다고 해도, 일개 후보가 아르나크 제국의 워 로드인 레그리트와의 교류전에서 승리했다는 건 이미 들은 바 있었기에.

감시자가 턱을 쓸었다.

“허…… 탐색자가 미지를 양보하다니. 아, 물론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설마 최초의 마탑을 양보할 줄은 몰랐습니다. 분명 고대의 시련으로 분류될 것 같은데…… 극복할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 그런 선택을 내린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이유야 당연히 있지.”

레그리트가 선언했다.

“최초의 마탑보다, 애셔의 앞날이 더 궁금하거든.”

가능성을 품은 마도(魔道).

초대 마도왕의 기술을 다루는 사내.

거기다가 자신만의 인간성까지 갖추고 있다. 흥미가 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 존재 자체로, 레그리트에게 크나큰 자극이었다.

‘뭐, 잘하면 애셔하고 같이 최초의 마탑을 탐색하게 될 수도 있고.’

시련으로 부여한다.

다만 기회가 되면 끼어들 거다.

둘 중 하나만 택할 수 있다면, 둘 다 잡으려고 시도부터 하는 것이 그녀가 가진 본성이었기에.

음흉한 속내를 감춘 레그리트가 미소를 지었다.

“저기, 근데 아직 후보에 대해 토의를 할 차례가 아닌데요…….”

회의 진행을 맡은 주시자가 작게 중얼거렸다.

* * *

방주는 머나먼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조직.

나약한 인류를 위하고자 하는, 그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만든 집단이었다.

분명 시작은 미약했다. 좌절할 때도 많았다.

그래도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비밀리에 활동하면서 추구하는 이념을 지켜 왔고 행해 왔다.

방주의 근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시간이 지나 규모가 커지고, 방주의 주인이 바뀌고, 구성원들이 죽거나 새롭게 들어왔을 때도, 도중에 글러트니의 부산물을 훔친 배신자가 나타났을 때도.

중심은 결코 흔들리는 일이 없었다.

‘인류는 강해지고 있다.’

현재 대륙을 지배하는 건 인간이다.

한낱 약한 존재로서 고통받았던 예전과는 다르다.

더 이상 이기적인 드워프도, 방관하는 엘프도, 야만적인 수인족도 감히 인류를 핍박하고 업신여길 수는 없다.

사냥감의 비애는 아인종과 이형종에게도 전해졌다.

‘다만 모래성인 건 부정할 수 없다.’

이 세상엔 여전히 끔찍한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방주 또한 막강하다.

하늘섬, 아크(Ark)에 자리 잡은 뒤로는 더더욱.

특히 ‘아크를 만든 존재’는 더없이 위대했다.

그는 방주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으나…… 그가 존재하고 있다면 인류는 결코 멸종되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생각하던, 수백 년 전의 어느 날이었다.

‘갑작스레 그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식이 끊겼다.

오래도록 발자취를 쫓았다.

그 결과 몇 개의 흔적들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으며, 끝끝내 명확한 위치가 특정된 은신처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감히 조사하는 것도 불가했다.

‘…그건 내 역할이 아니었으니까.’

그랬다면 그가 무언가를 남겼을 게 분명했기에.

뼈를 깎는 인내였다.

애써 발걸음을 돌리고, 발견한 은신처를 고대의 시련으로 분류하여 적임자를 기다렸다.

이제까지 해 왔던 방주의 방식으로써.

‘방주의 일원 중에서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사실.’

마도왕의 무덤.

그건 일시적인 가칭일 뿐이다.

애초에 무덤일 리가 없었다.

그가 죽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시련을 극복한 자가 나타났다.’

처음은 경악이었고, 다음은 실망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그는 아크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남겼던 마법진, 지고한 팔각성 또한 잠잠했다. 어떠한 반응조차 없었다. 겨우 찾아내었던 은신처는 아마도 비어 있었으리라.

어쩌면 늦었던 게 아닐까.

이럴 거라면 직접 들어가야 했나…… 하는 후회까지 들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희망적이었다.

적어도 차후 인류를 이끌어 갈, 선장이 될 재목이 탄생한 건 사실이었으니…… 그를 찾는 것보다 중요한 건 방주로서의 의무였다.

그런데.

‘설마 마도왕의 진전을 이었다니.’

<아케인>을 다루는 자.

피로 이어지지 않는 후계자.

단정할 수 없으나 큰 변화다.

어쩌면, 애셔는 언젠가 그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에스티리아 왕국에 감춰져 있던 은신처에서 그러한 역할이 주어진 걸지도 모른다.

‘거기서 내가 할 일은 하나뿐이다.’

지켜보며 기다린다.

이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혹시라도 그가 남겼을지도 모르는, 어떠한 안배를 망칠까 두려웠기에. 방주의 이념이 그러하듯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할 수 있다면 묻고 싶다.

“마도왕,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아크를 지켜라.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마지막에 남겼던 말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현 방주의 주인이 바깥을 바라봤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하늘.

그 풍경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 * *

겨울바람이 이는 얕은 숲.

빽빽한 나무들로 가려진 장소 위, 허공이 소용돌이처럼 비틀렸다. 공간을 도약한 베르덴과 레이라가 지면에 발을 디뎠다.

마침내 리버런그에 돌아왔───

“───우웩.”

곧장 레이라가 헛구역질을 해 댔다.

다중 공간 이동이니 평소보다 울렁증이 심하게 왔을 테지.

멀미와는 달리, 공간 이동으로 속이 뒤엉킨 건 부여 마법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기에 도와줄 방법은 없었다.

나무에 기댄 그녀가 손을 저었다.

“애셔…… 당신은 먼저 도시로 돌아가세요. 저는, 웁, 진정 좀 하고 갈 테니까……!”

“괜찮겠습니까?”

레이라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바깥으로 나갔던 에스티리아 왕국의 귀족과 미스릴 등급 모험가가 같이 들어오면 이상하게 보이겠지.

안 그래도 레이라는 길드장에게 감시를 받은 상황이었다.

“그럼 먼저 돌아가 있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손끝에 마력을 집중시켜 마법진을 작성했다.

은폐 마법진.

레이라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어지간하면 누구에게도 발각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 베르덴이 훌쩍 숲을 떠났다.

‘아드리안은 잘 있으려나 모르겠군.’

며칠밖에 안 지났는데, 마치 몇 주가 지난 기분이다.

이윽고 베르덴이 리버런그에 들어섰다.

그런데…… 도시의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거리의 시민들이 웅성거린다.

“트로벤 시장님이 실종되다니…… 이게 대체 무슨 해괴한 일인가?”

“내 듣자 하니 보좌관님도 돌아가신 데다가 모험가 길드장도 습격을 받았다고 하더군. 근데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모양이야.”

“그래, 거기다, 그 수호자께서도…….”

들리는 소문을 요약하면 이러했다.

모험가 길드장이 피습당했다.

시장의 보좌관과 도시의 수호자가 살해당했다.

마지막으로 리버런그의 시장이 실종…… 아니, 납치를 당했다.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동시에 어떠한 직감을 느낀 베르덴이 여관에 들어섰다.

“아! 오셨습니까, 주군.”

아드리안이 당장 그를 반겼다.

상처 하나 없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인 베르덴이 슬쩍 시선을 방구석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사람이 있었다.

오른 팔뚝이 잘린 채 구속당해 있는, 의식을 잃은 중년의 사내가 말이다.

“혹시 트로벤 시장인가?”

“그렇습니다.”

역시 그런가.

근데 맡긴 일은, 시장 납치가 아니라 리버런그에 대한 조사였을 텐데.

“아드리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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