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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찢는 천재마법사-322화 (322/366)

322화 워 로드 (2)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갈라진 대지에서 터져 나오는 파괴력.

<대격변>의 혼돈이 섬 전체를 뒤흔든 직후, 칠흑 같은 후폭풍이 몰아치며 일시적으로 주변 시야를 완전히 차단했다.

그러한 어둠 속에서 베르덴이 마법을 연산했다.

<육체증폭>

<프로텍션>

<순수한 외투>

전신의 신체 능력이 강화된다.

마력의 빛을 피부 속에 깃들게 하여 물리 저항력을 올렸고, 투명한 막을 둘러 마력 저항력을 상승시켰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인텐션>

아크의 도서관, 라이브러리에서 터득한 6위계 부여 마법.

기존에 걸려 있는 부여 마법의 성능을 한층 더 높이는 상위 마법이다.

방금 스스로에게 부여한 세 가지 마법이 맥동한다.

본래 가진 효과가 더욱 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속 시간이 증가했으며, 그리고 육체 부담의 경감까지.

거의 쿼드라 캐스팅에 가까운 마법 부여.

이렇게 실전에서 쓰는 건 처음이지만 당연하게도 실패하는 일은 없었다.

마안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고 할지언정 마법 연산은 역천 이전에도 베르덴이 자신하는 분야이기도 했으니.

‘……온다.’

감각이 저릿하다.

즉시 <비행>을 펼쳐 하늘로 솟구쳤다.

거의 동시에 레그리트가 어둠을 관통하며 스태프를 휘둘렀다. 기와 마력이 집중된 힘이 살벌하게 허공을 갈랐다.

그 여파에 <대격변>이 일으킨 어둠이 절반 가까이 날아갔다.

베르덴이 상대를 관찰했다.

‘마법을 쓰지 않는 게 저 정도인가.’

기와 마력 그리고 신성력은 서로 대립하는 게 보통의 개념이다.

이 중에서 두 가지, 아니 세 가지 힘을 한 몸에 담는 건 가능하기는 해도, 유의미한 경지를 이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불협화음.

성질이 다른 힘은 서로 간에 적대적이다.

어느 한쪽이 강해지는 걸 용납하지 않고 방해하며 끌어당긴다.

물론 예외가 있기는 했다.

‘글러트니가 만든 생명체.’

리비안트 공국의 도시, 마르테스.

거기서 상대했던 박사의 역작, 신인류는 섭식을 통해 기와 마력을 몸에 담고 있었다.

지식을 배우지 못해 마법을 쓰는 걸 보진 못했지만 두 힘이 균형을 이루었다고, 박사가 기록했던 연구 일지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이식자.

여러 신체를 접합시킨 놈들이, 기를 통해 신체를 강화하면서 마법을 시전하는 걸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앞의 상대는 사뭇 달랐다.

글러트니가 개별적으로 두 힘을 다룬다면, 레그리트는 어떠한 조화를 이룬 듯한 느낌.

아르나크 제국이 가진, 워 메이지의 특성인가.

‘어쩌면 거기서 더 나아간, 일종의 마도일지도 모르겠군.’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몇 번의 움직임으로 파악하기엔 아직 정보가 부족했다.

‘그러니 일단은 탐색전이다.’

트리플 캐스팅.

<단폭뢰>

벼락의 창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곧바로 레그리트가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며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화아아악!

황금의 스태프를 휘두르면서 생겨난, 기묘한 마력의 파동.

그에 노출된 베르덴의 마법이 일부 와해되거나 궤도를 잃고 다른 지점에 착탄했다.

“워 메이지는 기와 마력을 다루기 위해서 혹독한 훈련을 거친다. 그리고 개중에서 재능과 노력이 합일된 자들은 마력 조작의 극한을 탈피하고 ‘마력 제어’라고 명명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지. 그 힘은 네가 본 것과 같다. 그리고───”

레그리트가 쇄도했다.

3위계 <비행> 마법의 수준을 상회하는 속도.

“마법이라는 구성을 갖지 않는다고 해도 마력을 무기처럼 다루는 게 가능하지.”

스태프의 첨단에 솟아난 마력의 창날.

그 위에 기가 덧씌워지면서 파괴력과 내구력을 더했다.

‘마력 제어라…….’

상당히 흥미로운 기술이다.

과연 성능은 어떨까.

눈을 가늘게 뜬 베르덴이 오리엔트에 마력을 집중시켜 휘둘렀다.

수백 개의 자그만 화염구가 폭우처럼 쏟아진다.

그럼에도 레그리트는 멈추지 않았다. 정면으로 닥쳐 오는 마법의 궤적을 비틀고, 마력의 비늘과도 같은 장막을 둘러 자신을 보호했다.

거리가 좁혀졌다.

송곳니를 드러낸 레그리트가 육박했다.

수평을 가로지르는 마력의 창날이 베르덴을 정확히 반으로 갈라 버렸다. 당연하게도 본체는 아니었다.

마력의 분신.

“……아주 정교한 마력 조작 능력이군. 잠깐이라지만 내 이목을 속일 줄이야.”

당장 레그리트가 회피 기동을 펼쳤다.

직후 푸른 빛살이 대기를 관통하며 뇌명을 울린다.

어느샌가 지면에 맞닿아 있던 베르덴이 미끄러지듯 자리를 이동했다.

슬쩍 고개를 뒤로 향하자, 아주 매서운 속도로 레그리트가 따라붙고 있었다. 서서히 따라잡히고 있다.

역시 통상의 <비행>보다 빠르다.

‘근접전을 고집하는군.’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이유야 말할 것도 없었다.

레그리트 또한 마찬가지로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것일 터.

한 명은 후퇴하며 마법을 쏟아붓고, 다른 한 명은 전진하며 일격을 노린다…… 전형적인 전사와 마법사의 양상이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베르덴이 딱히 선호하지 않는 흐름이다. 더군다나 쫓기는 역할이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이대로 마법전을 이어 갈 생각은 없다.

상대가 바라는 상황.

반대로 그 빈틈을 파고드는 건 베르덴의 방식 중 하나.

후욱.

갑작스레 몸을 회전했다.

역방향으로 기동한 베르덴이 오리엔트를 휘둘렀다.

중력의 힘을 부여한 충격파가 정면을 강타하자, 단번에 허공으로 날아오른 레그리트가 급속도로 낙하했다.

마력과 금속이 부딪치는 굉음.

서로의 일격은 단발로 그치지 않고 다음으로 이어졌다.

쩌엉! 쩌어엉! 카가가가각!

각자가 보고 있는 빈틈을 노린다.

현란하게 회전하는 두 개의 스태프가 연이여 교차했다.

아무리 부여 마법으로 강화했다고 한들, 신체 능력의 차이는 레그리트가 분명한 우위. 베르덴의 몸이 밀리는 경향이긴 했으나 접전이었다.

두 사람이 맞붙었다.

지근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봤다.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투박한 편인 걸 보니, 누군가에게서 전문적으로 배운 건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워 로드인 나와 어느 정도 겨루는 게 가능하다니. 그 감각과 경험, 상당히 놀랍군.”

“감사합니다.”

“거기다 여유도 부릴 줄 알고. 그런데 아까는 말을 놓았으면서 왜 다시 존대하는 거지? 존경심 없는 말투는 됐으니까 집어치우도록.”

베르덴은 사양하지 않았다.

“뭐, 그러지.”

인사라도 나누는 것처럼 평온한 대화였다.

물론 실상은 달랐다.

둘은 감각을 곤두세운 채 상대가 보일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다. 다음 수, 그다음의 수까지.

분명 전력을 다하라고 했음에도 보란 듯이 힘을 감추고 있다.

레그리트도 그러했고, 베르덴도 마찬가지였다. 단적으로 말해서 마안을 쓴다면 단번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마안은 쓰지 않는다.’

이건 교류전이지 살육전이 아니다.

그럴진대 진심으로 전력을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안은 베르덴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수단 중 하나였다.

그래도 문제는 없다.

대화를 나누면서 마법을 연산했으니까.

파직, 파지직.

육체에서 흘러나온 전격과 열기가 뒤섞인다.

“……!”

레그리트가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마자 연산을 끝내고 결과를 도출해 냈다. 베르덴의 주위로 암청색의 막이 형성되어 그를 감쌌다.

균형을 깬 건 베르덴이었다.

<혼명>

어두운 파동이 퍼져 나간다.

소리 없이 맥동하는, 원형으로 확산하는 파괴의 열기가 레그리트를 덮치며 지면의 일부를 소멸시켰다.

콰드드드득───!

레그리트가 마력의 창날을 땅에 박아 제동을 걸었다.

전신에 두른 황금의 갑옷에서 미약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물론 아직 끝이 아니었다.

오리엔트가 날아왔다.

‘……스태프를 던져?’

예측하지 못한 수.

뭔지는 몰라도 닿아서는 안 될 것 같다.

자세를 낮추고 비스듬히 위로 쳐 내자,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베르덴이 들이닥쳤다.

<빙뢰의 선격>

벼락이 깃든 혹한의 발톱.

그 6위계 합성 마법의 파괴력은 레그리트도 이미 알고 있는 바. 가까스로 허리를 비틀어 궤적에서 벗어났다.

그때, 베르덴이 손을 뻗었다.

손바닥 전체에 마력이 집중되어 있다.

‘전격 마법을 쓰려는 건가.’

확실히 그것밖에 없다.

지근거리에서 쓰기에 가장 위력적인 속성이니.

피할 이유가 없다.

애초에 정면 대결에서 질 리가 없었으니까. 기와 마력을 끌어낸 그녀가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충돌 직전.

<아케인: 임팩트>

쩌어어엉!

레그리트의 팔이 튕겨져 나갔다.

팔목을 타고 어깨를 넘어 전신을 파고드는 충격. 예상과 전혀 다른 상황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깐, 설마 이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곧 생각날 것 같았지만 당장 끝맺지는 못했다.

경직된 육체. 흐트러진 중심.

그러한 기회를 베르덴이 놓칠 리가 없었으니까.

오리엔트가 허공에서 되돌아온다.

그를 붙잡은 베르덴이 크게 몸을 회전시키며 안광을 번뜩였다.

<디스트럭션>

콰아아아아앙!

중력의 격류가 복부를 강타한다.

그대로 나가떨어진 레그리트가 멀리 있는 바위산에 처박혔다.

예측으로 점철된 마법전.

그러한 눈치 싸움의 첫 승리는 베르덴의 차지였다.

* * *

후두둑, 후둑.

자그마한 잔해들이 먼지와 함께 떨어졌다.

틈새에 갇혀 있던 레그리트가 당장 벽을 비집고 바깥으로 나왔다.

욱신.

“……꽤 아프군.”

무방비한 상태에서 정통으로 맞았다.

거기다 내부를 강타한 충격파까지 더해졌다. 전신에 두른 아티팩트 [황금의 광채]가 아니었다면 한쪽 무릎 정도는 꿇었을지도.

‘강하다.’

애셔, 저 나이에 있을 수 없는 힘이다.

마력량은 6위계의 수준을 벗어나 있는 데다가, 마법 연산의 속도는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형적이다.

고위 원소 마법과 합성 마법을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그것도 별다른 무리조차 보이지 않고 고작 몇 초 만에 구현할 수 있는 이는 아르나크 제국에도 없다.

그리고 도발도 통하지 않는다.

겉으로 미약한 반응을 보일지언정 내면은 여전히 이성적이다.

‘거기다 그 기술…….’

레그리트의 오른손이 미약하게 떨렸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것이다.

그래, 이제야 기억났다.

몇 년 전에 직접 본 적이 있었다.

다름 아닌 마도국에서.

‘저건 마도왕의 마력 운용법 <아케인>이 틀림없다.’

개중에서도 내부만을 파괴하는 <아케인: 임팩트>.

아르나크 제국의 워 로드로서 마도국에 방문했을 당시, 당대의 마도왕이 직접 시연한 적이 있었다.

워낙 인상이 깊었기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문제였다.

‘어떻게 애셔가 저걸 쓸 수 있는 거지?’

<아케인>은 마도왕의 혈통만이 사용할 수 있다.

오직 혈계로 전해지는 고유의 전유물이라는 건 알 만한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경외하는 거고.

그럼 설마 애셔가 마도왕의 혈통이라는 건가?

제국의 첩보망은 물론이고 아크 내부의 정보로도, 사생아가 있다는 건 들은 적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나이도 맞지 않는 것 같고.

그렇다면 원인은 하나였다.

마도왕의 무덤.

거기서 무언가 얻은 것이다.

문득 소름이 끼쳤다.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쩌면, 정말로 아주 어쩌면…….

‘혈통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 마도왕의 후계자가 된 걸지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일었다.

만약 진실이라면 마법계의 판도가 뒤바뀔 테니까.

극단적으로는 당장 애셔가 마도왕의 적통임을 주장하며 마도국의 왕위를 주장하는 것조차 가능할 터.

특유의 마력 운용법이 그를 증명한다.

비밀 그리고 미지.

레그리트가 가진 본성이 들끓었다.

알고 싶다.

그가 숨긴 게 무엇인지.

쿠웅!

지면을 박차 베르덴의 앞에 되돌아갔다.

잿빛 머리와 벽안.

뚫어져라 그를 노려본 레그리트가 말했다.

“피차 탐색전은 여기까지 하지.”

한계까지 폐를 쥐어짜는 심호흡.

이를 악물고 스태프를 단단히 쥐었다. 몸속에 들끓는 두 개의 힘이 서로 충돌하고 곧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었다.

마도 <혼융(渾融)>.

마력을 변형시켜 다른 것과 융합할 수 있는 레그리트가 개척한 길. 눈이 부실 정도의 황금빛에 휩싸인 그녀가 눈을 빛냈다.

“마도를 보여라, 애셔.”

직전과는 기세의 차원이 다르다.

이제야 방주의 선장이자 제국의 일각이 가진 본 실력이 나오는 건가.

“바란다면.”

베르덴은 거절하지 않았다.

정신을 집중해 스스로의 길을 열었다.

그러자 수많은 원소가 주위에 떠오르더니 명멸하며 사라졌다.

마도 <무한>.

무수한 가능성의 집합체.

베르덴의 의지는 곧 마법이 된다.

쿠구구구구……!

기류가 뒤틀린다.

섬의 주변에 만연하던 구름이 격하게 휘몰아치더니, 순식간에 땅거미가 지며 암운(暗雲)이 머리 위에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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