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305화 (305/366)
  • 305화 카일리언스 (1)

    “하아…… 이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진척이 없잖아.”

    보헤미른 마탑주의 제자, 레이셴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스승님이 공간 이동진도 열어 주고, 스승님이 준 위치 추적 지팡이도 있는데 이게 뭐야. 도대체 왜 거리가 좁혀지지 않느냐고!”

    손에 든 짧은 지팡이를 까딱거렸다.

    몸체에 기이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강제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존재의 피를 등록하여, 그 생사와 위치를 알 수 있는 발로크의 발명품.

    지팡이를 기동하면 지속 시간은 정확히 1시간이다.

    그동안 목표가 있는 방향을 겨냥하면 발광하며 반응을 하는 기능이 있었는데, 출발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남쪽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재사용 대기 시간에도 꾸준히 남쪽으로 이동했는데 왜 방향이 안 뀌는 거지……? 혹시 이거 망가진 거 아닐까? 아니면 애초부터 설계가 잘못되었거나.”

    “그럴 일은 없습니다.”

    레이셴의 직속 호위대장, 사로칸.

    그가 웃음기 하나 없는 근엄한 얼굴로 직언했다.

    “그분의 마법진은 그 어떤 것보다 무결합니다. 모종의 이유로 망가졌을 가능성도 없습니다. 그 예로, 등록되어 있던 89번의 피가 완전히 사라졌지 않습니까.”

    피가 사라졌다는 건, 콜젼이 소멸했다는 뜻.

    당연하게도 강제 마법진은 직접 작성한 본인이 아니면 임의로 해제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오직 죽음 외에는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89번, 아드리안 첸버스.

    폐기 예정이었던 실험체가 보헤미른 마탑의 적대 세력을 몰살하고 자멸했음이 사실화된 것이다.

    레이셴이 피곤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아, 그건 그렇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그동안 비행한 거리가 얼만데……!”

    상대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아주 약간이라도 방향이 틀어졌어야 했다.

    그런데 여전히 똑같다.

    마법진의 문제가 아니라면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레이셴이 출발한 지점과 목표물과의 거리가 까마득할 정도로 멀다는 것.

    사로칸은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

    “대륙 중에서도 가장 넓은 중앙 대륙이니 그리 이상할 건 없습니다. 다만 레이셴 님께서 운이 안 좋으셨을 뿐입니다.”

    “그냥 운이 안 좋은 거라니…… 음, 그렇게 말하니까 뭐라 할 말은 없네.”

    한숨을 푹푹 내쉬며 지팡이를 기동했다.

    직후 강제 마법진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기능을 활성화해 봤으나 당연하게도 미동조차 없었다.

    목표와 일정 거리까지 가까워져야 하는 게 먼저였다.

    잔머리를 굴려 봤지만, 여기에 지름길 같은 건 없었다.

    말인즉슨 레이셴은 북쪽에서 남쪽까지, 중앙 대륙을 종단해야만 했다.

    ‘그건 진짜 아닌데.’

    레이셴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냥 마탑으로 돌아가서 공간 마법진 다시 열어 달라고 부탁드릴까?”

    “서대륙에 있는 마탑으로 돌아가나 중앙 대륙을 위를 비행하나 걸리는 시간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귀찮다고 내팽개치시면 마탑주께서 노하실 겁니다.”

    “윽, 그건 싫은데.”

    마탑주, 발로크의 분노는 공포로 각인되어 있다.

    동력원의 폭주로 인해 마탑의 내부가 거의 쑥대밭이 되어 버린 이후, 몇 주간 이어졌던 초월자의 격노를 말이다.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위압감과 온몸을 난도질하는 것처럼 닥쳐 오는 난폭한 마력은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마탑에서 못다 한 연구나 하는 건데.”

    “레이셴 님의 마탑을 위한 헌신은 이해하나 마탑주께서 직접 내리신 임무입니다. 무엇보다 중히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냥 불평 좀 한 거니까 잔소리 그만해…….”

    쩝, 레이셴이 입맛을 다셨다.

    괜히 군소리를 했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우리가 쫓는 사람 이름이 이자벨라라고 했었지?”

    “풀 네임으로는 이자벨라 데이로스라고 합니다.”

    “그래, 이자벨라 데이로스. 강제 마법진에 저항한 것도 그렇고, 그렇게나 꼼꼼한 사형이 눈앞에서 놓친 걸 보면…… 이 지팡이만으로 포획하는 건 쉽지 않으려나?”

    “저항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문제는 없겠으나 아주 간단하지는 않을 거라 예상됩니다.”

    “이렇게 된 이상 오히려 그랬으면 좋겠네. 마냥 지겨운 것보다는 좀 더 즐겁게 하는 편이 훨씬 나으니까.”

    그가 어깨를 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죽지 않는 불사의 실험체…… 스승님이 말씀하신 대로, 내 실험들을 버틸 수 있을지 기대되는걸.”

    레이셴이 입술을 할짝였다.

    짙은 녹색 눈동자에 희열이 담겼다.

    * * *

    리비안트 공국, 에스티리아 왕국, 벨디른 공화국.

    그에 이어, 동대륙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네 개의 국가 중 하나, 카일리언스.

    과거 서로 다른 7개의 도시 국가가 연합하여 형성된 도시 연합 국가다.

    별도의 왕을 세우지 않고 각 도시의 시장이 대표가 되어, 국가 운영의 주축을 겸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체적으로 우수한 국가는 아니다.

    리비안트 공국에 비해서도 영토는 좁은 편.

    게다가 다수의 인물이 국가를 이끌기에 정치적인 권한이 분산되어 있다. 도시 국가 특유의 독립적인 성향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끼리의 직위는 평등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도시의 힘은 곧 시장의 힘.

    남들보다 도시를 발전시키고 강력한 전력을 품을수록, 카일리언스 내에서 시장의 발언권은 더욱 강력해진다.

    그렇기에 도시 간의 경쟁은 심화되어 있다.

    또한 국가 단위의 안건을 따질 때, 시장이 모여 회의를 통해 면밀히 판단해야 하며, 중대한 결정은 투표로 결정짓는다.

    다수에 있어서 합리적이되 시급하게 일을 처리할 수 없는 제도. 이건 벨디른 공화국에서 받은 영향 중 하나였다.

    사실상 국가로서 단점은 많다.

    하지만 어쩔 수 없기도 했다.

    이러한 형태는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으니까.

    한 도시와 주변 영토를 지배하는 자치 국가들이, 주변에 도사린 강대국에 집어삼켜지거나 밀리는 걸 막기 위해 만들어진 연합체가 카일리언스였다.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아인종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는군.”

    하늘이 아닌 숲을 가로지르는 말 없는 마차.

    그 안에서, 베르덴이 준 신문을 읽고 있던 아드리안이 답했다.

    “상황이 꽤 심각한 모양이군요, 아인종과 전쟁을 벌인다는 말까지 있으니. 확실히 이토록 다양한 아인종이 무리를 이루는 건 기형적이긴 합니다.”

    “아인종에 대해 잘 알고 있나?”

    “아인종 토벌은 돈이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위험도가 높은 걸 찾으면 이따금씩 잡아서 길드에 넘기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모험가 못지않은 전문가가 되어 있더군요.”

    “그런데도 길드에 들어가지 않은 건가. 세금이 상당했을 텐데.”

    “처음에는 거의 절반가량을 뜯겼지만, 그래도 꾸준히 아인종 소재를 가져다주니 어느 정도 깎아 주기는 하더군요.”

    그가 과거를 떠올리며, 아인종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얘기했다. 여로가 길어지고 있는 터라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적당한 이야깃거리였다.

    ‘지상으로 내려오길 잘했군.’

    하늘길을 이용했을 때보다, 지금의 아드리안은 훨씬 더 편해 보이는 기색이었다. 아무래도 높은 걸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하늘을 날아 본 적이 없다고 하니.

    배려가 부족했다.

    앞으로 세력을 구축할 계획인 만큼, 이제까지처럼 독단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건 가능한 피해야 한다.

    자칫 갈등에 이어 와해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베르덴은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

    그러던 도중, 사방에서 기척이 감지되었다.

    정제되지 않은 살기와 가래 끓는 울음소리가 정확히 마차를 향했다.

    “아인종이군. 카일리언스의 국경에 도착한 모양이야. 흔들릴 수 있으니 아무 데나 꽉 잡고 있도록.”

    베르덴이 오리엔트를 소환했다.

    “이대로 끝까지 돌파할 테니.”

    “알겠습니다, 주군.”

    * * *

    카일리언스의 국경 부근.

    그 뒤쪽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전면에 고블린과 오크 다수 접근 중! 상위종도 있으니 주의하시오!”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퍼졌다.

    숲속에서 아인종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모험가들이 분투하며 이를 갈았다.

    “제기랄, 또?! 이게 도대체 몇 마립니까, 페크 씨!”

    “그래도 오우거가 아닌 게 어디냐! 원거리 파티! 당장 대응해!”

    지휘자는 금 등급 모험가, 페크.

    그의 지시에 대기하고 있던 모험가들이 일제히 사격을 퍼부었다.

    콰직! 퍼어엉!

    무지성으로 돌격해 오던 고블린과 오크가 맥없이 쓰러졌다.

    [크르, 륵……!]

    운 좋게 살아남은 상위종은 페크와 다른 모험가들이 근접해 목을 떨어뜨렸다. 일사불란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이었다.

    제대로 된 대형조차 이루지 못한 아인종은 감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아, 하아…… 이, 이제, 끝났나요……?”

    “아직은 모르지만 당장은 괜찮아 보인다. 경계를 서 줄 테니 잠시 쉬어라.”

    동 등급 그리고 은 등급 모험가들이 호흡을 골랐다.

    예상했던 것보다 전투가 길어졌으나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부상을 입은 토벌대원이 몇몇 보이나 최하급 포션만으로도 당장 치료가 가능한 정도.

    페크가 주변을 둘러봤다.

    이전에는 마냥 돈으로 보이던 아인종의 사체들이 가득하다. 솔직히 말해 이제는 지겹다 못해 징그럽게 느껴졌다.

    “아인종이 바퀴벌레처럼 들끓다니. 이러다 아주 돌아가시겠군.”

    “그러게나 말이에요. 돈을 벌어서 좋기는 한데 과로사할 것 같아요. 오늘 아인종을 맞닥뜨린 게 몇 번째인지…….”

    “그래도 우리는 나은 편이다. 겨우 무리를 벗어난 놈들을 처리하는 게 전부니까.”

    페크가 이끄는 모험가 파티는 말 그대로 잔당을 맡고 있다.

    백금 등급 모험가나 미스릴 등급 모험가와 같은 고위 모험가가 있는 파티는 보다 강력한 아인종을 토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듣자 하니 거기서도 사상자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성직자까지 파견되었는데…… 주 전장은 얼마나 치열할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상황이 지속될 바에, 차라리 카일리언스에서 군대를 투입해서 아예 밀어 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러면 우리야 쉴 수 있어서 좋겠지만 무리겠지. 돈도 돈이지만, 아인종이 급증한 이유를 찾지 못했으니까. 자칫 군대가 궤멸하면 돌이킬 수 없어.”

    “그래서 길드가 비상소집령을 내리긴 했죠. 하지만 이렇게 계속 토벌만 할 수는 없어요. 자칫하면 무너질 거라고요.”

    어린 모험가의 불평을, 페크는 부정하지 않았다.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그렇다고 전열을 뒤로 물리기는 어렵다.’

    그랬다간 가도가 막혀 자치령과의 교역이 다시 단절될 수도 있었으니까.

    아인종과의 전선은 넓다.

    잔당을 처리하는 일이라고 해도,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위치라고 해도, 뚫리면 연쇄적으로 피해가 발생할지 모른다.

    그것만은 막아야만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 불길한 감각이 뇌리를 스쳤다.

    쿵───! 쿵───! 쿵───!

    정면에서 느껴지는 진동.

    경험해 본 적 있는 울림이다. 신경질적으로 혀를 찬 페크가 당장 소리쳤다.

    “동쪽에 오우거 다수! 모두 일어나!”

    오우거의 위험도는 높다.

    무지막지한 근력에 얻어맞으면 몸이 터져 버릴 수도 있다. 페크라면 모를까, 다른 모험가들이 감당하기는 어렵다.

    “즉시 후퇴해서 지원 부대와 합류한다! 에스모, 하늘에서 시간을 끌어 주게!”

    “알았───”

    끼에에에엑!

    갑작스레 상공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하피의 무리.

    불그스름한 깃털을 가진 아인종의 끔찍한 노랫소리였다.

    “끄윽, 으아아악!”

    음파에 노출된 에스모가 휘청거렸다.

    고막과 머리 안쪽이 울리는 감각. 노력해 봤으나 마법을 연산할 여유가 되지 않았다.

    비행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제길, 하피까지……!”

    낭패였다.

    에스모가 시간을 끌어 주지 않는다면, 미처 도망가지 못한 모험가 몇몇이 오우거의 손에 잔혹하게 죽게 될 거다.

    검을 세웠다.

    “내가 시간을 끌겠다.”

    “예? 페크 씨, 그러다 죽어요!”

    “너희보다는 덜해! 내가 유인할 테니까 어서 가서 지원 데리고 와! 괜히 있다가 하피한테 쫓기지 말고!”

    망설이던 모험가들이 서둘러 퇴각했다.

    페크가 호흡을 가라앉히며 전면을 바라봤다.

    이윽고 나무가 무너지며 오우거 세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둘은 평소에 알고 있던 놈들이었으나, 나머지 하나는 아니었다.

    “미친, 트윈 헤드 오우거가 여기 왜…….”

    두 개의 머리와 눈을 마주쳤다.

    등골을 타고 흐르는 오한.

    금 등급 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적이다. 놈이 휘두른 팔에 비껴 맞는다 해도 최소 중상이었다.

    ‘이런 놈들은 전선에서 토벌되었어야 했는데…… 설마 선발대가 전멸한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오우거의 모습이 깨끗했으니까.

    차라리 예상 이상으로 아인종의 숫자가 많아지며, 무리에서 이탈한 놈들의 숫자가 늘었다는 것이 정확하리라.

    “뭐가 됐든 X됐군.”

    시간을 버는 게 아니라 생존 문제다.

    여기서 몇십 발자국이라도 도망칠 수 있을까.

    페크가 식은땀을 흘리며 침을 삼키던 그때였다.

    ───콰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앙!

    느닷없이 대지가 격동했다.

    오우거의 발자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진동이었다.

    이러한 이상 상태에 당황한 건 페크만이 아니었다.

    오우거 무리조차 무언가 느꼈는지 하나같이 머리를 후방으로 돌렸다.

    놈들의 정신이 팔린 사이, 페크가 슬쩍 나무 뒤에 숨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피와 맞서고 있던 마법사 에스모가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따라 페크가 시선을 옮겼다.

    “……어?”

    저 멀리 무언가 달려오고 있다.

    마차? 마차인가? 아인종이 들끓는 이곳에 마차?

    아니나 다를까, 아인종이 마차를 보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하피 또한 예의 비명을 지르며 사냥감을 노렸다.

    그 순간, 빛이 번쩍였다.

    시리도록 푸른 광채였다.

    느닷없는 섬광에 눈을 감았다 뜨자, 지면에 아인종의 사체가 즐비했다.

    [우어어어어어!]

    트윈 헤드 오우거가 돌진했다.

    다른 오우거 두 마리도 뒤를 따랐다.

    직후 살을 찢는 소리가 고막을 강타했다. 거대하고 날카로운 돌조각에 직격당한 오우거들이, 보는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 뒹굴었다.

    이윽고 지척에 다가온 마차가 멈춰 섰다.

    말이 없는 마차였다.

    그 위에는 벽안을 빛내는 젊은 사내가 있었다.

    그가 페크를 응시했다.

    “카일리언스로 가는 방향이 어딘지 알고 계십니까?”

    카일리언스?

    “아…… 예. 여기서 북서쪽으로 가면 대도시가 하나 나올 겁니다.”

    얼마 남지 않았군.

    그렇게 중얼거린 사내가 작게 감사를 전하며 마차를 끌고 사라졌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전면에 있던 아인종이 전멸한 숲은 고요했다.

    에스모가 조용히 아래로 내려왔다.

    “우리가…… 방금 뭘 본 건지?”

    페크는 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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