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화 제3의 세력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놓여 있는 허전한 방의 풍경.
낡은 창문 너머로는 구름이 가득 낀 밤하늘이 보인다. 그 창가 옆에 앉은 에단이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그는 레베카와 함께 오래된 저택에 갇혀 있었다.
달리 누구의 실책도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모두의 오판이었다.
그가 레베카의 존재를 간파함과 동시에, 그녀를 단숨에 제압해 버릴 수 있는 존재인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후회할 때가 아니었다.
포로가 된 이상 안전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우선. 입안으로 위아래의 치아를 서로 약하게 부딪치며 머리를 굴렸다.
‘일단 암흑가의 왕은 마탑의 일원이 아니야.’
보헤미른 마탑의 끄나풀이 아니라는 건 확인했다.
그리고 정황상 라리안 마탑과 화산섬의 마탑과도 무관하다.
나머지 마탑들도 마찬가지다.
그랬다면 이미 정보를 접했을 테니까. 스스로의 서열을 높이는 것에 목을 매는 마탑들이 저런 강대한 마법사를 방치해 둘 이유가 없었기에.
단언컨대 마탑의 기둥으로 삼아, 세상에 보란 듯이 공표하여 마탑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이용했을 것이다.
마탑과는 거래를 하지 않는 게 소사이어티의 규칙.
그렇기에 다행이었다.
에단으로서는 저 애셔란 사내와 대화를 시도하고 타협이나 거래를 할 여지가 남아 있게 되는 거니까.
‘문제는 그가 자치령에서 무엇을 찾고 있느냐인데…….’
마멘투스 상회, 무지갯빛 여관, 자치령주, 두 개의 마탑 등.
지금까지 애셔가 자치령에 온 뒤 관여한 것들이다. 그렇게 정보를 일렬로 나열해 보자 한순간 뇌리가 번뜩였다.
‘설마 우리와 같은 것을 쫓고 있는 건가?’
단서의 유일한 교집합은 보헤미른 마탑이다.
그와 더해서 상대는 보헤미른 마탑에 대해 강한 적의를 보였으며, 에단과 레베카가 추적하고 있는 건 보헤미른 마탑의 적대 세력.
에단이 턱을 쓸었다.
창문에 반사된 그의 눈이 또렷하게 빛났다.
“이거, 잘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꺄앗!”
갑작스러운 비명에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까지 기절해 있던 레베카가 상체를 일으킨 채,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에, 에단?”
“금방 일어나셨군요, 레베카. 어디 불편한 건 없습니까?”
“아, 응…… 크게는 없는데…….”
레베카가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멍이 든 것처럼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흐릿하던 그녀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오면서 기절하기 직전의 순간이 떠올랐다.
매섭게 뒤쫓아 오는 잿빛 머리의 남자, 스태프에 목이 졸리는 공포감, 그녀를 내려다보는 차가운 벽안까지 생생하게 기억났다.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하지만 그 괴물은 여기에 없었고, 주변을 둘러보니 에단이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에단……! 역시 구하러 와 줬구나!”
“아뇨, 저도 잡혔는데요.”
뭐?
직후 철컥 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으로 시선을 향하자, 문이 활짝 열리며 베르덴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가 레베카를 직시했다.
“마침 깨어났군.”
담담한 음성이다.
눈을 동그랗게 뜬 레베카가 기겁했다.
“꺄아아악!”
* * *
“으으으……!”
에단의 등 뒤에 숨은 레베카가 베르덴을 연신 힐끔거렸다.
벌써 두 번이나 비명을 지른 것도 그렇고 지금 보이고 있는 모습까지…… 상당히 요란스러운 마법사였다.
보다 못한 에단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레베카. 좀 앉으세요. 도대체 언제까지 그러실 겁니까?”
“하, 하지만……! 하마터면 교살당할 뻔했단 말이야!”
“안 죽고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잖습니까. 그리고 미행하다가 들키고, 도주하다가 붙잡힌 것치고는 온당한 대우죠. 솔직히 팔다리 하나 날아가도 할 말이 없는데.”
“그럴 생각은 없었다만.”
“아, 죄송합니다. 보십시오, 애셔 님도 이리 말씀하시는데. 그러니까 이만 진정하시죠.”
“읏…….”
결국 레베카가 마지못해 의자를 잡아끌었다.
에단을 비롯한 두 사람이 붙어 앉았으며, 작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그 반대편에는 베르덴이 자리를 잡았다.
푸른 눈동자가 에단을 응시했다.
‘뭔가 우호적으로 변한 것 같은데.’
말투로 보나, 태도로 보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협조적으로 나오겠다면 오히려 환영이었다.
“대답할 준비는 됐나?”
“네, 부디.”
“소사이어티가 자치령에 온 목적은 뭐지?”
지하 수로에서 하지 못했던 질문을 재차 이어 갔다.
레베카가 우물쭈물하며 슬쩍 에단을 바라봤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작게 한숨을 내쉬며 목소리를 내었다.
“조사 때문에 왔어…… 요. 보헤미른 마탑을, 그, 공격하는 세력에 관련해서…….”
베르덴이 제3의 세력이라고 규정한 집단.
아무래도 지하 수로에서 했던 추측이 들어맞은 모양이다.
에단이 말을 이어받았다.
“저희는 자치령 인근에서 보헤미른 마탑의 영향력을 지우고 있는 단체를 알아내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무슨 이유로.”
“그들은 자치령주 그리고 화산섬의 마탑과 라리안 마탑에게 지원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저희 소사이어티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베르덴이 고개를 저었다.
대충 이름만 들어 봤지 자세히 아는 건 없었다.
에단이 단호히 말했다.
“소사이어티는 단순히 마탑을 적대하고, 마탑이 무너지기만을 바라는 조직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보다 자유로운 마법 사회를 지향하고 있죠. 하지만 현 마탑의 체제는 매우 폐쇄적이며 좋지 않은 의미로 극단적. 현재는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으나, 훗날에는 돌이킬 수 없는 문제로 커지게 될 겁니다.”
그런 건 베르덴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세계에서 금기로 여겨진 인체 실험을, 상위 마탑이 비밀리에 실행하고 있었으니. 그것도 엄청난 규모로 말이다.
다른 마탑 또한 어떠한 금기를 어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들은 인체 실험에 대해 모르고 있을 텐데.’
보헤미른 마탑의 비공식 실험은 외부에 일절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지금까지 강제 마법진에서 벗어난 건 베르덴 한 명뿐이다. 그 억제력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소사이어티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강하게 흥미가 일었다.
“마탑이 극단적이라는 근거는?”
“단적으로 말해 이 자치령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그 예입니다. 아시다시피 마탑 간의 영향력 싸움으로 인해 마멘투스 상회, 무지갯빛 여관 등 수십을 넘어 세 자릿수에 달하는 사람이 살해당했습니다.”
“그걸론 턱없이 빈약하군. 단순히 사람이 많이 죽었다는 게 이유라면, 그보다 극단적인 집단은 사방에 깔려 있을 텐데.”
생명이 죽지 않는 나날은 없다.
무고하든, 무고하지 않든. 그게 바로 세상이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수단입니다. 세간의 시선을 피해, 비공식적인 전력을 운용하는 것 말입니다. 그건 자칫 마탑이 추구하는 이익을 따라, 암암리에 참사가 벌어질 이유가 되니까요. 심지어 그 전력에 지극히 위험한 마법사들이 속해 있다면 말할 것도 없지요.”
마탑 간의 경쟁으로 작게는 영지, 크게는 국가나 대륙이 휘말릴 것을 경계하는 건가. 나름대로 납득이 가는 타당한 이유였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짚고 넘어갈 게 있었다.
“네 말은…… 그 세력에 대한 정체를 알고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저희도 허투루 시간을 보낸 건 아니니까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결과, 그 세력의 구성원과 그들을 이끄는 지도자 중 하나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베르덴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다.
저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그가 바라는 정보였기에.
미약하지만 분명한 반응이다.
잽싸게 눈치챈 에단이 미소를 지었다.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애셔 님도 그들을 쫓으려 하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저희가 갖고 있는 정보를 드리는 대신, 저희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해 주십시오.”
“약속하지. 그러니 말해라.”
망설임 없는 즉답이었다.
잠시 목을 가다듬은 에단이 말했다.
“그 집단은 과거 보헤미른 마탑의 표적이 되었다가 동대륙으로 몸을 숨긴 도망자들로 대거 이루어져 있습니다. 개중에서 위험하다고 분류된 지도자 중 하나가 바로, 과거 ‘세 눈의 추종자’의 친위단장이었던 ‘켄드라스’ 입니다.”
* * *
세 눈의 추종자.
과거 중앙 대륙에서 활동했던 세력으로, 그 수장은 사람의 눈을 뽑아다가 마법의 매개체로 사용하는 걸로 악명이 높았다.
그리고 무참하게 토벌당했다.
보헤미른 마탑이 중앙 대륙에서 명성을 높이고,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발판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수장의 시체가 성문에 내걸렸고, 세 눈의 추종자는 궤멸되어 와해되었다.
잔당들 또한 쫓기던 끝에 대부분 살해당했으나, 구사일생으로 오직 켄드라스와 그 휘하만이 동대륙에 도착하여 추적을 따돌릴 수 있었다.
이 또한 베르덴이 알고 있는 배경지식 중 하나였다.
“켄드라스는 수장의 오른팔이었던 만큼 잔학한 강자입니다. 그는 마법사가 아니긴 하나 세 눈의 추종자, 그 잔당인 3위계 이상의 마법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 자들이 다른 마탑에게 원조를 받으며 규합하다니 좌시할 수 없는 노릇이지 않겠습니까.”
“위치는 파악했나?”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 요. 도중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서.”
레베카가 입을 샐쭉거리며 목을 긁적였다.
그렇게 들으니, 어째서 미행을 시도했는지 이해가 갔다. 갑자기 나타나 자치령을 헤집으니 뭔가 싶었겠지.
“그래서, 단순히 놈들에 대해 조사하는 게 끝인 건가.”
“세력 규모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대책을 마련할 생각이었습니다. 이후 판단하에 암암리에 제거할 계획이었죠.”
켄드라스 일당에는 잔혹한 마법사가 많다.
소사이어티로서는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마탑의 횡포를 방치하는 것과 극단적인 마법사들을 방관하는 것은 그들의 규율에 어긋나기에.
이건 일종의 사명과도 같았다.
위치 정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아내려 했던 걸까.
그런 베르덴의 물음에, 에단이 흔쾌히 답을 주었다.
“켄드라스의 행적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두 마탑에서 파견된 마법사, 에즈라와 몰리. 그리고 자치령주뿐입니다. 어떻게든 잠입해 정보를 캐려고 했지만…… 솔직히 쉽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마탑 소속 마법사의 눈을 속이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렇다고 납치해서 심문할 수도 없다.
마법전에서 단번에 제압하는 것도 불가능하거니와, 그런 식으로 대놓고 움직였다간 두 마탑을 상대해야만 할 테니까.
아무리 레베카와 에단이라고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이었다.
“이걸로 제가 아는 정보는 전부 말했습니다. 진심으로요. 만족하십니까?”
톡톡.
베르덴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반복해서 두들겼다. 곧이어 생각을 마친 그가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식사와 방을 내어주마. 저택 바깥에 마법진을 설치했으니, 저택 내부나 정원까지는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상관하지 않겠다.”
베르덴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신 내 허락 없이 나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진심으로 충고하지.”
일방적인 통보를 남기고는 곧장 방을 나섰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게 들려온다. 곧이어 기척이 완전히 사리지자, 레베카가 홱 고개를 돌렸다.
“에단! 정보를 마음대로 발설하면 어떡해! 그것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딱히 기밀로 정해진 것도 아니니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이게 최선이었습니다. 무턱대로 비협조적으로 나갔다가는 좋은 꼴을 못 봤을 테니까요. 스승님께서도 항상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일단 살아 있어야 뭐든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협조적으로 나갈 필요는 없었잖아? 차라리 거래 대가로 우리를 놓아 달라고 말하든지.”
“굳이요? 저런 인재가 바로 앞에 있는데.”
……인재?
레베카가 느릿하게 눈을 끔뻑였다.
문득 과거의 기억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너, 너 설마, 저 인간을 소사이어티로 영입할 생각인 거야?! 너 미쳤니?!”
“지극히 정상입니다. 솔직히 이유가 차고 넘치지 않습니까?”
첫째, 마탑에 속하지 않았다.
둘째, 둘이 범접할 수 없는 강력한 마법사다.
셋째, 암흑가의 왕이라 불리지만, 사악한 범죄자들의 지배자라고 하기에는 인격적이다.
“그리고 저택을 둘러싼 마법진 보셨습니까? 저로서는 파훼가 불가능한 고등급 마법진입니다. 저택을 강제로 벗어나려 했다간 멀쩡히는 못 나가겠죠. 다시 말해 애셔는 마법진에도 조예가 매우 깊다는 겁니다.”
듣고 보니 그렇긴 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소사이어티가 바라는 인재상에 딱 들어맞았다.
“그, 그래도 제안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잖아…….”
“그래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는 있겠죠. 뭐가 됐든 적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을 겁니다. 무엇보다 저택에 갇힌 이상 뭘 어쩔 수가 없기도 하고요.”
반박할 게 없었다.
애초에 이 사태를 야기한 건 레베카 탓이었다.
“하, 이게 무슨 꼴이람…….”
입을 오물거리던 그녀가 침대에 풀썩 앉았다.
‘응?’
살짝 몸을 튕기니 생각 이상으로 푹신했다.
이제 보니 방이 전체적으로 오래되어 보이기는 해도, 최근 청소를 한 것인지 거미줄 하나 없이 깔끔하기는 했다.
지금까지 머물고 있었던 여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좋은 환경.
‘나쁘지만은…… 않은 건가?’
레베카는 슬쩍 침대에 누웠다.
마음은 불편한데, 몸은 더없이 편안한 기분. 괴리감을 느낀 건 잠시에 불과했다.
눈꺼풀이 닫히며 잠에 들었다.
그러자 마음마저 편해졌다. 사실상 도피를 위한 수면이었다.
* * *
베르덴은 소사이어티에 대해 얻은 정보를 떠올렸다.
제3의 세력에 대한 행적을 알아낼 방도를 모색했다. 잠시 후, 한 가지 결론을 내놓았다.
‘열쇠는 자치령주인가.’
자치령에 온 목적은 자신의 기반이 되어 줄 세력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그런 와중에 다른 마탑과 분쟁을 일으키는 건 하책 중의 하책이었다. 섣부른 행동은 온갖 귀찮은 상황을 야기할 것이다.
베르덴은 약 3일 뒤 자치령주와 독대한다.
그때를 기회로 삼아 켄드라스가 어디에 있는지 캐내는 것이 바람직할 터.
‘물론 내 기준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들은 대로라면 켄드라스는 다른 누구 못지않은, 아주 잔혹한 성정을 지녔다고 하니. 그 외의 다른 자들도 비슷한 부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이든 간에 직접 만난 후에 판단할 생각이다.
단순히 소문만 듣고 판단하는 것보다는, 한번 보는 것이 더 정확할 테니까. 베르덴은 전적으로 자신의 안목을 믿기로 결정했다.
“…….”
문득 소사이어티를 떠올렸다.
그들은 반마탑이라는 특이한 목적을 갖고 있으나…… 기반으로 삼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일단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되레 소사이어티가 베르덴 자신을 움직이는 형국이 될 테니. 이미 만들어진 조직을 장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소사이어티의 전력이 미지수이기도 하고.
베르덴은 주도권을 타인에게 넘길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복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자신의 몫이었으니.
‘그래도 쓸데없이 반목할 필요는 없다.’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그러니 방주처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편이 좋겠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 에단과 레베카를 풀어 줄 생각은 아니었다.
현재로서 그들과 목표가 일부 일치하고 있기에, 자칫하면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었으니.
그러니 지금은 잡아 둔다.
후에 볼일을 마치고 풀어 줘도 전혀 늦지 않으리라…… 베르덴은 확고히 결정을 내렸다.
이후 시간이 흘러 약속의 날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난 무렵이었다.
미들로스 자치령에 세 명의 불청객이 찾아왔다.
두 명의 광대와 한 명의 검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