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281화 (281/366)

281화 소집 (3)

우중충한 아침이 밝아 왔다.

일찍 나갈 채비를 갖춘 베르덴이 예스러운 저택을 나섰다.

정원을 지나자 정문 앞에 흑색 마차와 밀매상 일행이 대기하고 있었다.

패드렐드가 문을 열며 말했다.

“어제 말씀드린 대로, 예상했던 실종된 한 조직을 제외하고 전부 소집 장소에 모였다고 합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부탁하지.”

베르덴이 마차에 올라탔다.

그와 동시에 빛에 휩싸이며 숨겨져 있던 아인베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드러운 소파에 앉아 턱을 괴었다.

마차가 출발했다.

* * *

미들로스 자치령의 동쪽 주거 지역.

이제는 누구도 접근하지 않는, 낡고 더러운 외딴 건물에 사람들이 집결했다.

자치령의 뒷거리에서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세력들.

개중에는 창관의 주인도 있었고, 시민들에게 보호비를 받는 불량배도 있었으며, 밀주를 만들어 탈세를 일삼는 자도, 기민한 손재주를 가진 도둑 등도 있었다.

좋은 말로 하면 자치령의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악당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불한당이자 기생충 집단이었다.

그러한 아홉 조직 중 여덟 개의 우두머리가 한날한시에 모였다.

자치령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렇게 보기 싫은 얼굴들을 한꺼번에 보게 될 줄은 몰랐군. 그나마 시궁쥐가 참석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걔는 꽤 전부터 안 보이던데?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무슨 상관이겠소. 그 시궁창 냄새를 안 맡아도 되니 좋을 뿐이지. 그나저나 밀매상이 이렇게 우리들을 같은 자리에 초대하다니, 아무래도 새로 가져온 밀수품이라는 게 아주 대단한 물건인가 보오.”

각자의 관심거리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조용히 팔짱을 끼고 있던 도둑, 티프가 신경질적으로 혀를 찼다.

“분명 우리들을 서로 경쟁시켜 값을 올릴 생각이겠지. 쯧, 밀수꾼 따위가 건방지게.”

“어머,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오지 않아도 됐잖니?”

창관의 마담, 네레인이 이죽거렸다.

“지도 뭔지 궁금해서 제 발로 찾아와 놓곤. 왜 패드렐드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삐딱하게 생각을 하니? 설마…… 예전에 밀매상의 물건을 훔치려다가 창피를 당한 걸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거니? 속이 작다 못해 없는 수준이네.”

“……입이 뚫렸다고 막 뱉는군.”

티프가 쏘아보며 으르렁거렸다.

꿈틀거리는 손은 언제든 품속에 있는 투척용 단검을 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네레인은 그 날카로운 기세를 웃어넘겼다.

“티프, 혹시 그 소식 들었니? 밀매상이 자치령으로 오는 도중 습격을 받았다는 거 말이야. 밀수꾼들하고 범죄자들이 연합을 해서. 너는 아는 게 있을 것 같은데?”

“……뭐? 무슨 개소리지?”

“아니, 잘 생각해 보면 너는 전적이 있잖아. 그러니까 가장 먼저 너를 의심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다들 안 그래?”

여러 시선이 티프에게 향했다.

무수한 눈빛을 보니 참으로 기분이 더러웠다.

어금니를 깨문 티프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나는 진짜 모르는 일이다! 최근 밀수꾼들이 돈 때문에 서로 싸운다는 건 알았지만───”

“돈? 그래서 패드렐드를 노린 거야? 호오…….”

“나도 듣기만 한 거니 몰아가지 마라! 그저 관망했을 뿐이니까…… 그걸 패드렐드에게 알려 줘서 경고를 할 의무도 의리도 없지. 설마 그런 이유로 내가 범인 취급을 받아야 되는 건 아니겠지?”

“왜 이렇게 흥분을 하니? 아니면 아닌 거지.”

“네가 그렇게 말하잖나!”

“내가 네 입장을 헤아려 봐야 돼? 그건 싫은걸. 몇 번이나 창관에 돈도 안 내고, 싸지르고 튀는 새끼한테는 그럴 의무도 의리도 없지.”

티프와 네레인의 언쟁이 커져 갔다.

서로를 폄하하는 욕설들이 빠르게 오갔다. 이렇듯 이 중에는 서로 사이가 안 좋은 사람들이 있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악우에 가까운 것이 프랭키와 발다르.

그런데 두 사람은 오늘따라 조용했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 앉아 있기만 할 뿐이다.

슬쩍 표정을 살펴보니 매우 심각해 보였다. 거기다 식은땀을 흘리기까지.

“둘이 전쟁하다가 이틀 전에 협상을 했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

“…….”

누군가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소집을 주최한 패드렐드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의 뒤에는 백금과 황금으로 번쩍거리는 로브를 두른 사내가 있었다.

‘누구지?’

두 사람을 제외한 모두의 의문이 일치했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멀뚱멀뚱하게 앉아 있자, 상석에 예의 사내가 자리했고, 패드렐드는 그 옆에 기립했다.

몇 초간 이어진 침묵.

면면을 살핀 패드렐드가 입을 열었다.

“모두,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시궁쥐, 렛츠 외에는 전부 와 주셨네요. 괜히 귀찮은 일을 덜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뭔가 의미심장한 인사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네레인이 흥미 깊은 시선을 보내며 입을 열었다.

“서두는 됐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좋겠어. 네가 준비해 온 밀수품이 뭔지도 궁금하지만…… 네 자리를 차지한, 저 잘생긴 남자가 누군지 알고 싶어서 미칠 것 같으니까.”

“안 그래도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리려 했습니다. 사실 이 자리를 만든 것도 이분의 요청이었으니까요.”

그제야 당황한 얼굴들이 생긴다.

프랭키와 발다르가 고개를 푹 숙였고, 패드렐드가 무한의 마도사를 공손히 가리켰다.

“현 로아프라의 지배자, 애셔 님이십니다.”

* * *

에스티리아 왕국에는 두 명의 왕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거대한 지하 도시, 로아프라에 군림한 빈테르트의 정점, 그론드 베일 디 발라디스.

강력한 힘과 잔혹한 악명은 동대륙 뒷세계 전반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 그론드가 얼마 전 사망했다.

병으로 죽은 것도, 늙어 죽은 것도, 사고로 죽은 것도 아닌…… 더욱 압도적인 강자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

최대 암흑가의 권좌가 찬탈되었다는 것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강한 관심을 갖기도 했다.

과연 그론드를 짓밟고 그 위에 올라선 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소문으로 접하기로는 마법사이며 특출난 외모를 가졌다고 들었는데…… 자치령의 품을 떠나 위험한 로아프라에 갈 일이 없는 이상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누구라고?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겐가? 하도 협곡을 오가다 보니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군.”

“핫핫, 그래.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이 썰렁해진 분위기는 도대체 어쩔 텐가?”

“왜? 너무 허무맹랑해서 재밌지 않아? 웬 귀족 도련님 모셔다 놓고 암흑가의 왕이라는데.”

“갑자기 로아프라라니. 어이가 없군.”

한낱 농담으로 치부하며 웃어넘긴다.

그런 상황에서 오직 네레인과 티프만이 본능적으로 이상한 기류를 감지했다.

그 패드렐드가 느닷없이 개소리를 할 사내는 아니었다.

그것도 뒷골목의 세력들을 모조리 소집한 마당에…… 더군다나 프랭키와 발다르가 경직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존심이 높은 놈들이라 절대 가만히 있을 놈들이 아닌데.’

이상한 건 하나 더 있있다.

낯선 사내의 외모, 그냥 무시하기에는 너무도 눈에 띄었다.

‘회색 머리칼에다가 투명한 벽안……?’

살면서 본 적 없는 신체적 특징이다.

그를 깨닫자 의심이 서서히 기억을 자극했다.

알게 모르게 스쳐 지나갔던 정보들이 떠올랐고, 이내 하나의 가능성으로 귀결되었다.

네레인과 티프.

두 사람이 부릅뜬 눈으로 패드렐드를 봤다. 지금의 상황을 만든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너…… 밀수품 관련해서 말할 거 있다며? 그게 우리를 소집한 이유 아니었어?”

“새로 들어온 흑색 연초가 있지만, 그 밀수품은 팔 생각이 없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이 목적이었죠.”

“그러니까 거짓말이라고?”

“거짓말입니다. 진실을 말했다면 대부분 겁먹고 오지 않았을 테니까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너 제정신이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패드렐드에게 항의가 빗발쳤다.

점차 심각해지는 대화를 감지한 나머지의 얼굴에서 점차 미소가 사라졌다.

소란이 삽시간에 커지며 시끄러워지던 그때였다.

“조용.”

그 한마디에 정적이 찾아왔다.

무감정한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존재감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자연히 손끝이 떨려 왔다.

벽안이 움직인다.

베르덴이 한차례 좌중을 살폈다.

“패드렐드가 간단히 소개했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발심조차 억누르는 무거운 중압감이 공기를 짓눌렀다.

뒷골목에서 단련된 생존 본능.

패드렐드의 말이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감히 대적할 사람이 아니라는 게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은 있는 법.

“설마 진짜 본인…….”

밀주를 만들어 파는 바텐더, 시아몬이 말을 하다 멈칫거렸다.

옆에 앉아 있는 발다르가 두꺼운 손아귀로 팔목을 움켜잡았기에.

욱신거리는 통증에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맞은편에 있던 프랭키가 입술만을 달싹거렸다.

───뒈지기 싫으면 닥쳐, X신아.

그들의 두 눈에 두려움과 살기가 어렸다.

보기 드문 광경에 시아몬이 눈을 끔뻑이며 턱을 움찔거렸다.

‘대체 어떻게 했길래 이 두 망나니들이 이렇게까지 겁에 질린 거지?’

죽도록 처맞기라도 한 걸까.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데.

당최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분위기상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베르덴이 말했다.

“내가 미들로스 자치령에 찾아와, 패드렐드를 통해 너희들을 불러 모은 이유는 한 가지 시킬 일이 있어서다.”

“시, 시킬 일이라면 어떤…….”

“마멘투스 상회 그리고 무지갯빛 여관에 관련된 사건. 그 둘을 중점으로 기타 자잘한 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니 구해 오도록.”

단호한 명령이었다.

패드렐드를 제외한 모두가 어쩔 줄을 몰랐다. 서로 눈치를 보는 데만 급급했다.

네레인이 버벅거렸다.

“저, 너, 너무 갑작스러워서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아니, 그러니까 거절하겠다는 건 아니고…… 그런 정보들을 구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유는 알 것 없다.”

하지만.

“이거라면 동기부여는 충분하겠지.”

툭.

베르덴이 두꺼운 지폐 뭉치를 하나 꺼냈다.

* * *

아무리 암흑가의 왕이라는 호칭이 있어도, 처음 본 사람이 시키는 걸 곧이곧대로 따를 리가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설령 받아들인다고 해도 능률이 나지 않겠지. 그렇다고 목숨 줄을 쥐고 협박할 생각은 없었다.

직관적이고 합리적이며 편리한 수단, 바로 돈이 있었으니까.

패드렐드가 말했다.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활동비를 줄 것이고, 이후는 성과급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하십니다.”

“성과급…… 이라고?”

“정보의 중요성에 따라 그에 걸맞은 액수가 나올 것입니다. 애셔 님의 주관적인 판단하에 말이죠. 물론 ‘가격을 후려칠 생각은 없다.’라고 확언하셨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러자 방 안에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뒷거리 세력의 우두머리들이 서로 조심스레 쑥덕거렸고, 베르덴은 느긋하게 그를 기다렸다.

그때, 티프가 손을 들었다.

“혹시 자잘한 정보라면…… 이것도 받아 주시는 겁니까? 밀매상 마차 습격 관련한 건데…….”

“말해라.”

베르덴이 허락했다.

목을 가다듬은 티프가 말을 이었다.

“최근 이 도시가 아닌, 자치령의 다른 지역에서 온갖 물건이 어디선가 비싸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무기, 방어구, 포션, 매직 아이템 등…… 그리고 중앙 대륙에서만 유통 가능한 연초까지도 말입니다.”

“연초?”

패드렐드의 마차에 있던 검은 연초, 페이버.

놈들은 그걸 노리고 있었던 건가. 딱히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지만 마냥 무시하기는 애매했다.

언급한 품목을 보면, 마치 전쟁이라도 준비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본보기는 중요한 법.’

베르덴이 염동력으로 지폐 뭉치를 티프에게 안겼다.

“가져가서 써라. 자세한 내막을 알아 오면, 중요도에 따라 그 몇 배 이상의 보수를 지불하지.”

“아, 감사합니다!”

티프가 돈을 힘을 줘서 어루만졌다.

두툼한 두께감. 어떻게 살펴도 위조 지폐가 아닌 진짜였다. 특유의 종이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실제로 돈을 지급하는 모습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중에 금전이 필요하지 않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더군다나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는 말이다.

명령을 따를 동기는 충분하다.

성심성의를 다할 각오가 생겼다. 모두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를 직시한 베르덴이 쐐기를 박았다.

“대놓고 수소문을 하든 아무도 모르게 정보를 수집하든 수단은 묻지 않겠다. 아예 쓸데없는 건 제외하고, 아까 언급했던 정보들을 최대한 빨리, 그리고 많이 가져와라. 가치판단은 내가 할 테니. 이해했나?”

빠르게 고개를 움직였다.

얼마나 세게 끄덕였는지 대답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수긍한 것을 본 베르덴이 등받이에 몸을 누였다.

“그럼 해산.”

우루루루!

여덟 명의 우두머리가 일제히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의욕은 더없이 충분해 보였다. 어느새 텅 빈 공간에 패드렐드와 베르덴만이 남았다.

“자치령이 많이 시끄러워지겠군요.”

“바라는 바다.”

그래야 반응이 올 테니.

보헤미른 마탑의 적대 세력이든, 아니면 누구든.

* * *

자치령의 골목에 열기가 끓어오른다.

더없이 난잡스럽긴 하나 일괄된 목적을 갖고 있었다.

각자 다른 파벌에 속하는 뒷거리의 주민들이 경쟁하듯 움직였다.

“자치령에 잠입한 지 30일도 넘었는데…… 이런 상황은 처음이군요.”

“그러니까. 칫, 기분 최악이야.”

녹색 로브를 두른 두 남녀가 속삭였다.

그들은 완전히 자치령의 거리에 녹아내려 있어, 아무도 외지인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시민들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지나쳤다.

여자가 작게 목소리를 내었다.

“자치령이 갑자기 이렇게 된 건…… 역시 그자 때문이겠지?”

“네, 역시 그자밖에는 없지요.”

둘이 지칭하는 누군가는 바로 애셔였다.

이미 그가 로아프라의 찬탈자이며 강대한 마법사라는 이력까지 파악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외견까지도 말이다.

입술을 짓씹은 여자가 신경질적으로 빼액 소리쳤다.

“아니, 대체 왜 암흑가의 정점이라는 자가 왜 자치령에 온 거야? 그리고 왜 이 난리를 치는 거고?! 그것 때문에 기껏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완전히 엉망이 됐잖아!”

“진정하세요, 레베카. 그래도 애셔는 ‘마법사’이지 않습니까. 어쩌면 저희가 찾는 인재일지도 모릅니다.”

“인재? 쓰레기들만 산다는 로아프라, 그 지배자가 인재? 에단,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하, 차라리 짐승이라도 들이는 게 나을걸?”

“스승님께서도 그러셨잖아요.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결코 판단하지 말고, 그 내면을 반드시 꿰뚫어 보라고. 그리고 암흑가에 군림한다고 해서 꼭 나쁜 사람이라는 법은 없답니다.”

“흥, 이번에는 예외가 아닐 거야. 어디 한번 두고 보라구.”

여자, 레베카가 홱 고개를 돌렸다.

언제나와 같은 새침스러운 태도. 그녀의 사제(師弟)인 에단에게는 익숙한 칭얼거림이다.

“……그리고 에단, 지금 이 시점에 뒷골목에 있는 쓰레기들을 움직여서 대놓고 종류 가리는 거 없이 정보를 캐는 거, 엄청 수상하지 않아? 하필이면 보헤미른 마탑을 적대시하는, 우리가 찾는 세력과 오만한 마탑들이 관련된 이곳에서 말이야.”

“물론 수상합니다. 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짐작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에단, 그 특유의 실눈이 호선을 그렸다.

“그러니 저희도 정보를 캐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자치령에서의 체류 기간이 길어지겠네요.”

“아, 진짜! 여기 여관 진심으로 최악인데!”

레베카와 에단이 가도를 거닌다.

직후 한차례 사람들이 지나치자, 두 남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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