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275화 (275/366)
  • 275화 자치령으로 (1)

    “뭐? 당장 준비하라고?”

    갑작스러운 출항 소식에 밀수꾼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러한 혼란은 잠깐에 불과했다.

    패드렐드의 명령에 따라 일제히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누구도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이 업계에 십수 년을 몸을 담갔음에도 사지 멀쩡히 살아 있는 생존력.

    거칠고 예민한 밀수꾼들을 이끌어 온 리더십과 귀족과 평민에 걸쳐 많은 고객을 상대해 온, 패드렐드의 수완 등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조직력이었다.

    “어서 움직여! 어서!”

    “3번 선은 다 채웠다!”

    물자들이 차곡차곡 선박의 창고에 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박장에 있는 여섯 척의 배가 만선이 되었다. 육중한 무게로 인해 선체의 일부가 물에 잠겼다.

    ‘이쯤이면 되겠군.’

    그러는 사이에 베르덴은 배의 갑판에 마법진, 커넥션(Connection)과 릴리즈(Release)를 서로 겹쳐 복합적인 마법진을 새겨 넣었다.

    동일한 마법진 간에 인력과 척력을 동시에 발생시켜, 서로 간의 거리를 고정하는 성능. 그리고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에 혹여 손상될까 위로 보호 마법진을 덧대었다.

    밀수꾼들이 배를 오가며 슬쩍 눈길을 보냈다.

    단순히 보기만 해도 울렁증이 생길 것 같은, 기하학적인 마법진의 형태에 기겁하거나 경악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밀수업에 가담한 몇몇 마법사들이 그러했다.

    이윽고 마법진의 작성이 끝이 났다.

    베르덴이 원격으로 모든 마법진을 기동하자, 일렬로 늘어선 선박들 사이사이에 마력의 파장이 일었다.

    이걸로 몰아치는 파도에 의해 대열이 무너지거나 서로 부딪칠 일은 사라졌다. 또한 중간 규모의 선박만 운용해도 작은 배들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터.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허억, 허억……! 다, 다 준비했습니다, 애셔 님……!”

    점검을 마친 밀매상이 찾아왔다.

    패드렐드가 팔뚝으로 굵은 땀방울을 훔치며 가쁜 호흡을 내쉬었다.

    외부에 비해 습도가 높은 편이라, 격하게 움직이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그래, 수고했군.”

    “아, 아닙니다. 저, 그런데 진짜 출발하는 겁니까? 그러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무모한 시도인 것 같은데…….”

    마지막까지 패드렐드는 우려를 표했다.

    딱히 그 걱정 어린 불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저 멀리 흐르는 지하의 물발은 중간 규모급 선박이라도 해도 위험하기 짝이 없을 테니까. 그보다 작은 배는 삐끗하는 순간 뒤집히고 말겠지.

    말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렵겠지.

    하나 이러한 불만을 잠재우는 법은 간단하다.

    “받아라.”

    툭.

    베르덴이 가죽 주머니 하나를 던졌다.

    한 손에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 얼떨결에 주머니를 받은 패드렐드가 본능적으로 무게감을 느낌과 동시에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틈새 사이로 화려한 빛이 반짝거렸다.

    “보, 보석?”

    “선금이다. 잔금은 자치령에서의 일이 끝나고 난 후에 주지.”

    패드렐드가 입술을 감쳐물었다.

    대충 봐도 값어치가 상당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토로하자면 전혀 기대하지 않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이거…… 그냥 일만 시키는 게 아니었나?’

    애초부터 베르덴은 보수를 지불할 생각이었지만, 사실 오해의 여지는 있었다.

    빈테르트에게 대항한 죄인들을 암흑가 한복판에 내걸고 잔인한게 처형을 했던 암흑가의 왕, 그론드.

    그런 그를 죽인 인물이 더욱 흉악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운 편견이었다. 당연히 밀수꾼들을 힘으로 찍어 눌러서 부려 먹기만 할 줄 알았는데…….

    “원하시는 게 있으면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패드렐드가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잃어버리지 않게 품속에 주머니를 단단히 챙기면서.

    ‘역시 돈은 편리한 수단이군.’

    베르덴이 레인디아를 어루만졌다.

    그론드의 금고를 손에 넣은 그에게 보석 주머니는 티끌에 불과했다.

    “이만 출발하지.”

    “알겠습니다. 전원! 출항한다!”

    신호를 보내자 밀수꾼들이 전원 배 안으로 집결했다.

    격한 흔들림에 다치지 않기 위해 단단히 몸을 묶었다. 그리고 조타를 맡은 이들은 각자 선장실에 착석했다.

    “음? 애셔 님은 안 들어가십니까?”

    “나는 신경 쓰지 마라.”

    어느새 아인베르의 후드로 머리를 가린 베르덴이 갑판의 중심에 섰다.

    설마……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이 배 위에서 저 물살을 견디겠다는 건가? 제정신이라 할 수 없는 사고였지만, 패드렐드는 굳이 되묻지 않았다.

    ‘분명 생각이 있는 거겠지.’

    값도 치른 데다가, 선박에 뭔지 모를 마법진까지 새겼다.

    어느 모로 보나 죽음을 앞둔 사람의 태도가 전혀 아니었다. 그러니 나름대로의 대책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새로운 암흑가의 지배자는, 여태까지 패드렐드가 겪어 왔던 마법사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였으니.

    “걱정해 봤자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차라리 받아들이리라.

    후우우웅.

    패드렐드의 신호에 두 체의 주 선박이 엔진을 가동했다.

    비행정에 비해서는 보잘것없는 성능이긴 했지만 균형 유지, 방향 전환, 전방 가속이 가능해진다.

    과거 패드렐드가 큰마음 먹고 거금을 들인 결과물이다.

    정박장에 있는 잔잔한 지하 호수 위를 가로지른다.

    그렇게 망설임 없이 거센 물결에 합류하는 순간, 선체가 크게 흔들림과 동시에 가속하기 시작했다.

    “이, 이거, 괜찮은 거겠지?”

    “암흑가의 왕하고 같이 탔는데 괜찮지 않을까?”

    “패드렐드가 믿으라고 하니까 믿겠는데…… 아, 진짜 X나 무섭네……!”

    선체 내부에 무거운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수십 번이나 오고 간 지하 통로였지만 이런 긴장감은 난생처음이었다.

    그건 패드렐드도 마찬가지였다.

    충격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그가 슬쩍 고개를 들고는, 유리창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베르덴은 여전히 갑판 위에 있었다.

    선체가 미친 듯이 흔들리고 옆에서는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온해 보였다.

    “미친, 저게 무슨 균형 감각이야…….”

    놀라움이 경악으로 뒤바뀔 찰나였다.

    쿠우웅!

    갑자기 배가 아래로 쏠렸다.

    마법진에 의해 대열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지만 문제는 아래였다.

    격류로 인해 지하 호수에 높낮이가 생겼다.

    그로 인해 작은 폭포가 생겨났고, 본래는 저 밑에 감춰져 있어야 할 암석이 물의 표면에 가까워졌다.

    부딪힌다고 해도 단번에 박살 나지는 않겠으나 파손은 피할 수 없다.

    이래서 물의 세기가 심할 때는 출발하지 말자고 했던 건데……! 격류가 이는 시기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 요소가 급증한다.

    그러던 그때였다.

    갑자기 폭포가 완만해지더니 암초를 뒤덮었다.

    너무도 간단하게 장애물을 지나간 선박들이 물살을 타고 앞으로 나아갔다.

    “……뭐야?”

    패드렐드가 눈을 끔뻑였다.

    방금 본 건 자연현상이 절대 아니었다. 기적은 더욱더.

    그의 시야에 비친 건 마력에 둘러싸인 마법사가 전부였다. 백금의 로브 아래로 드러난 입술이 달싹였다.

    “생각보다 위험하지는 않군. 속도를 조금 더 높여도 되겠어.”

    ……뭐라고 한 거지?

    작은 소리라 듣지 못했지만 불안감이 치솟았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우려는 아주 정확하게 과녁을 관통했다.

    베르덴이 마도를 펼쳤다.

    심상에 깃든 의지로 발현되는 마법.

    그러자 선박을 싣고 있는 급류가 더욱 강하게 휘몰아치기 시작하며 주위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쳐 갔다.

    “억!!!!”

    안타깝게도 선박의 승차감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가중되는 압력에 패드렐드는 턱 숨이 막혔다. 자연스레 얼굴이 당겨지며 턱 밑에 살집이 잡혔다.

    겨우 입을 열어 목소리를 토해 냈다.

    “사…… 살려……!!”

    근육에 힘을 주어도 몸이 꼼짝하지 않는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필사적으로 입가를 움직이는 게 전부였다.

    갑판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밀수꾼 중에는 버티지 못하고 기절한 사람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준초월자가 이끄는 지하 순항.

    밀수꾼의 선박들이 유례없는 속도로 직선을 관통했다.

    * * *

    미들로스 자치령 부근에 있는 밀수꾼의 협곡은 너무도 한가로웠다.

    지금은 왕국에서 자치령으로 물살이 흐르느라 밀수품을 준비할 필요도 없는 데다가, 반대편에서 패드렐드가 오려면 아직 멀었기 때문이었다.

    급류의 영향이 가지 않는 지하 호수.

    할 일이 없던 밀수꾼들은 대충 자리를 잡고는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였다.

    “응? 저게 뭐지?”

    “뭐가?”

    새끼손가락이 없는 밀수꾼이 앞을 가리켰다.

    급류에서 벗어난 거대한 그림자가 정박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너무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아 눈을 가늘게 떴다.

    잠시 후 윤곽이 드러났다.

    그래, 저건 여섯 채의 선박이었다.

    그런데 거대한 파도를 곁들인.

    “어, 어어? 야, 야! X발, 대피! 당장 정박장에서 대피!!”

    “파도다! X나 큰 파도가 온다고!”

    휩쓸리면 뒈질 수도 있다.

    화들짝 놀란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걱정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일대를 뒤엎을 거라고 생각하던 파도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으며, 다가오던 선박들은 아주 멀쩡하게 정박하는 데 성공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미묘한 정적만이 흘렀다.

    쿠웅!

    그러다 갑자기 갑판에서 계단이 내려왔다.

    직후 모습을 드러낸 사람들이 뛰어내리다시피 육지에 몸을 던졌다. 그 필두에 있는 사내의 얼굴은 너무도 눈에 익었다.

    “패, 패드렐드?”

    아직 출발할 시기가 아닌데?

    아니, 그것보다 저 급류를 통해서 왔다는 말인가? 다가가 물었지만 패드렐드는 한가로이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우웩! 우에에엑!”

    울렁거리는 속을 게워 냈다.

    같이 내린 다른 밀수꾼들도 마찬가지였다.

    정작 배 위에서는 멀쩡했지만 지면에 도착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선박의 급격한 움직임과 육지의 정적.

    둘의 괴리감이 사라지지 않았기에 생긴 멀미였다.

    이럴 때면 정신계 마법사가 어지러움을 완화시켜 주지만, 그 또한 구토감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베르덴이 하선했다.

    당연하다는 듯 멀쩡한 모습이었다. 아니, 오히려 만족스러운 듯한 기색을 보였다.

    ‘지하를 질주하는 배라. 꽤 운치가 있군.’

    비행정은 몇 번이고 타 봤다.

    하나 이렇게 배를 타고 물 위를 질주한 건 처음이었다. 거대한 지하 동굴를 지나온 건 더더욱 그러했다.

    확실히 기억에 남을 만큼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른 밀수꾼들은 꽤 부담이 있는 것 같지만.’

    이동 시간을 대폭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던 데다가, 누가 죽기는커녕 선박도 멀쩡하게 보호했으니 별다른 불만은 없겠지.

    가볍게 마력을 일으켰다.

    베르덴은 스스로의 강화를 위해 부여 마법을 배운 터라,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마법은 서투른 편이었다.

    하지만 저위계라면 정신계 마법도 가능하다.

    <진정>

    2위계 부여 마법.

    연속적으로 캐스팅으로 반복하자, 멀미를 멈춘 밀수꾼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순식간에 소란을 종식시킨 베르덴이 패드렐드에게 다가갔다.

    “괜찮나?”

    “네, 넵…… 덕분에 괜찮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후우. 패드렐드가 숨을 가다듬었다.

    하얗게 질려 있던 안색에 혈색이 돌아왔다.

    요동치던 감각이 진정되니 살 것만 같았다. 이내 또렷하게 정신을 차린 그가 말했다.

    “자치령으로는 언제쯤 출발하면 되겠습니까?”

    “준비는 얼마나 걸리지?”

    “지상 위로 물자를 옮기고 마차를 준비하면…… 대략 여섯 시간 뒤에 끝이 날 겁니다. 아무래도 여기가 설비가 더 좋기도 하고 인력도 많으니까요.”

    “그럼 반나절 뒤에 출발하지.”

    적당히 휴식도 취할 겸.

    패드렐드는 조금이지만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고개를 끄덕인 그가 베르덴을 공손히 은신처로 안내하고는, 자치령의 협곡을 담당하는 간부을 호출했다.

    당장 모든 물자를 옮겨서 마차에 실어 놓으라는 명령.

    갑작스러웠음에도 한 치의 불만 없이 수긍한 간부가 슬쩍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같이 오신…… 분은 대체 누구입니까? 입고 있는 로브를 보니 보통 사람은 아닌 듯한데. 귀족 출신인 불법 이민잡니까?”

    “그게…… 아, 설명하면 기니까 나중에 말해 주도록 하죠. 어쨌든 내가 직접 모실 테니까, 다른 놈들은 신경 끄고 일이나 하라고 전하세요.”

    “아, 넵.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하나 보고드릴 게 있는데요.”

    “……?”

    “자치령의 분위기가 뒤숭숭한 거와 별개로, 최근 다른 밀수꾼들의 분위기가 꽤 험악합니다. 들어 보니 서로 칼부림까지 벌이면서 밀수품을 빼앗으려고 혈안이 되었다더군요.”

    약탈을 벌였다고?

    “원인은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패드렐드가 입술을 매만졌다.

    각자의 밀매품을 노리는 건 밀수꾼의 금기 사항. 그걸 대놓고 어겼다는 건 뭔가 있다는 건데…….

    “뭐, 설마 저희를 노리는 일은 없겠죠. 감히 죽고 싶지 않다면야. 대충 상황을 파악하세요. 일단 급한 일부터 해결한 뒤, 직접 관여할지 여부를 정하도록 할 테니.”

    섣불리 끼어들었다가는 피를 볼 수가 있다.

    패드렐드는 뭔지 모를 분쟁에서 최대한 멀어지기로 결정했다. 적어도 지금은 가급적 아무 일도 없어야만 했다.

    간부가 자치령의 밀수꾼을 전부 불러 모았다.

    대충 몸을 푼 이들이 곧장 배에 승선했다. 패드렐드가 말한 시간까지 물자를 옮기려면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다.

    “…….”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사내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 * *

    밀수꾼의 협곡을 벗어난 사내, ‘오엘’이 숲을 질주했다.

    최근 금 등급 모험가 파티가 파견되어 근방의 아인종을 싹 쓸어버린 터라 어느 정도 안전한 상태였기에 거리낌 없이 움직였다.

    능숙하게 산길을 타던 사내가 신경질적으로 혀를 찼다.

    “아무리 빨라도 2주 뒤에 왕국에서 출발한다더니…… 패드렐드, 그 새끼가 어떻게 벌써 온 거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힘들게 잠입까지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일이 틀어질 줄이야. 게다가 급하게 밀수품을 자치령으로 옮기려고 하다니.

    ‘설마 눈치챈 건가?’

    ……아니, 그건 아닐 터다.

    특유의 조심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밀매상이라 불리는 놈이니 나름의 육감이 있다는 거겠지.

    뭐가 됐든 간에 마차를 놓치면 낭패였다.

    패드렐드가 가진 화물만 있으면 평소의 십수 배나 되는 재물을 손에 넣고 은퇴할 수 있을 텐데…… 이 기회는 절대로 놓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반드시 빼앗아야 한다.

    “그런데 그 로브를 입은 놈은 대체 누구지?”

    멀찍이서 봤음에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찬란한, 금색으로 장식된 새하얀 로브.

    후드를 푹 눌러써서 얼굴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평범한 인물은 아님이 분명했다. 패드렐드의 손님이라도 되는 걸까.

    누군지 궁금하긴 했지만 곧바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경비를 제외하고 협곡에 있는 전원이 움직이고 있었으니.

    조금 더 지체하거나 같이 밀매품을 실어 옮기느라 진땀 빼고 있으면 습격은 물 건너갔을 게 뻔했다.

    하지만 만약 귀족이라면…….

    “흐흐, 부수입으로는 적당하겠어.”

    어쩌면 뜻밖의 수확을 손에 넣을지도.

    입맛을 다신 오엘이 날이 저물기 시작한 숲길을 내달리며 자신의 일행이 있는 야영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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