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다음으로
10개의 마탑 중 보헤미른 마탑의 서열은 4위.
그러나 마법적인 전력만을 논한다면 이견의 여지가 없이 두 손가락 안에 든다.
만능의 초월자라 불리는 발로크 베시아스.
그가 이끄는 마탑은 과거를 통틀어 역대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간 정도에 불과했던 종합 서열을, 세상에 다양한 성과를 발표함으로써 이례적인 속도로 마탑의 수준을 끌어올렸으니까.
이런 폭발적인 성장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베르덴의 존재임이 분명했다.
겉의 무성한 가지들에 현혹되지 않고 뿌리를 이해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법 이해력. 완성된 퍼즐처럼 완벽하게 머릿속에 자리 잡은 마법 체계.
그런 존재를 비공식 실험체로 사용한 결과, 이제는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의 집단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역시나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 여전히 발로크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겠지.’
하지만 현재 보헤미른 마탑은 거대한 사건의 중심에 있다.
그 원인이 된 두 가지 악재(惡材).
첫째로 동력원의 폭주로 인한 마탑의 상실이다.
무한한 마력을 잃어버린 순간 마탑의 모든 기능은 정지했으며, 막대한 마력의 방출에 노출된 실험 자료들이 대부분 소멸했다.
세간에 밝힐 수 없는 실험과 관련된 것도 마찬가지.
비공식 실험실에 남아 금지된 연구를 지속하던 마법사도 전멸했다.
물론 당시 마도축제로 대부분의 인원이 자리를 비우고 있긴 했지만 결코 작은 피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소실된 연구 자료들을 일부나마 복원하기 위해서는, 그런 머릿수 하나라도 굉장히 아쉬울 테니까.
그렇게 고점에 다다랐던 성장률은 거의 수직으로 바닥을 향해 내리꽂혔다.
아니, 성장은커녕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할 만큼 마탑에 제동이 걸린 사실은 자명하다.
그리고 이어서 둘째, 마탑의 동력원을 폭주시킨 흉수로 블랙 아워가 지목되었다.
‘마탑에 첩자라도 심어 두었던 건가.’
분명 그렇겠지.
베르덴이 만든, 공간 마법진을 코앞에서 놓친 발로크는 내부자가 있다고 확신했을 터.
즉시 마탑에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 파악하고는,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마법사를 전부 색출하면서 블랙 아워에 대한 증거를 발견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도중 베르덴이 발각될 일은 없었다.
이미 죽었다고 판단되어, 사망자 명단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을 테니.
‘우연의 일치긴 하지만 나쁠 건 전혀 없다.’
보헤미른 마탑은 근거지를 잃었다.
하나 마탑주는 시설을 복구하는 대신, 동력원이 폭주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블랙 아워와 전쟁을 치르는 걸 선택했다.
베르덴의 목표인 두 세력이 서로 전력을 갉아먹는 상황.
어느새 1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났다.
페르네가 해외에서 얻은 서대륙 관련 신문들을 보면, 두 세력 간의 분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황은 보헤미른 마탑에게 조금 기울어 있었다.
‘다른 마탑들의 참전이라.’
블랙 아워의 세력이 어느 정도 깎여 나가니 본격적으로 나선 거겠지. 괜히 맞부딪쳤다가는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니까.
말인즉슨 손실을 최대한 줄임과 동시에 보헤미른 마탑에 빚을 지워 둘 심산인 것이다.
‘그래도 전쟁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동력원을 잃은 보헤미른 마탑.
베르덴을 대신해 범인으로 지목된 블랙 아워.
두 집단 간의 앙금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반드시 누구 하나는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거나 전멸해야 결말이 지어질 터. 그 신호는 다히트 혹은 발로크의 죽음이었다.
물론 지난번에 영원의 절벽에서 서로 맞부딪쳤듯, 마법의 초월자들이니 쉽사리 결판이 나지는 않으리라는 건 장담할 수 있다.
‘가능한 전쟁을 오래 지속해 줬으면 좋겠는데.’
정확히 두 세력이 가진 힘이 점진적으로 약화되는 정도면 충분하다.
보헤미른 마탑을 무너뜨릴 마법사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그 역할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었다.
<염동력>
넓게 마력을 퍼뜨렸다.
페르네가 준비한 수십 장의 종이가 눈앞에 정연히 펼쳐졌다. 푸른 눈동자가 빼곡하게 들어찬 글자들을 순식간에 읽어 내렸다.
동대륙에 대한 소식들.
개중에서 에스티리아 왕국, 북서쪽에 위치한 연합 도시국가, ‘카일리언스’와 ‘미들로스 자치령’은 사방에서 범람하는 아인종과 이형종으로 인해 시끌거리고 있다.
모험가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모양인지, 미들로스 자치령에 지부를 둔 마탑들이 마법사들을 파견한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널리 알려진 배경.
베르덴은 미들로스 자치령 내부 사건에 주목했다.
[마멘투스 상회의 마차를 향한 아인종의 이빨. 상회주는 그 자리에서 즉사.]
[흉악한 범죄에 시달리는 불온한 거리.]
[최고급 여관, 무지개 요람. 폭발에 의해 전소. 사건인가, 사고인가.]
.
.
.
자치령의 신문에 실린 제목들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사건의 나열이겠지만 내막을 알고 있다면 다르다.
미들로스 자치령은 마탑들의 영향력이 큰 장소.
마멘투스 상회, 무지개 요람 등은 보헤미른 마탑이 적지 않은 지분을 갖고 있는 사업체다.
현지 자금줄이자 자치령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장치로, 마탑의 내부자가 아니라면 모르는 정보들이었다.
‘서대륙에서 재난은, 보헤미른 마탑에 적대적인 세력들이 준동할 절호의 기회.’
베르덴에게는 명확하게 보인다.
무수히 발생하는 사건들 사이에 감춰진 희미한 실들. 머릿속에 그려 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 실의 주인을 찾아내 접촉해야 한다.
혼자서 찾을 필요는 없다.
로베르트의 자료에 실린 조직들이 베르덴의 수족이 되어 줄 테니까.
이로써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
‘미들로스 자치령.’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된 지역.
그와 동시에 외부 세력인 마탑들이 탐내는 영토다.
* * *
계획을 수립했으니 더 이상 로아프라에 볼일은 없다.
그렇게 암흑가를 떠나려고 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잿빛 왕성 앞에 인파가 몰려 있었다.
빈테르트의 조직원만이 아니라 암흑가의 구역을 다스리는 권력자의 얼굴도 보였다.
그들의 낯빛에 공포가 아른거렸다.
그론드의 죽음으로 인한 파장이 아직도 남아 있는 모양. 그날의 광경은 누군가에게는 영영 잊히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
베르덴은 시선을 옆으로 향했다.
그와 눈을 마주친 드레이큰이 고개를 숙였다. 갈리아크에게 입은 부상 탓인가, 어딘가 체념한 기색이었다.
그때, 로베르트와 가일이 다가왔다.
“조용히 가려고 했는데. 괜한 짓을 했군.”
“애셔 님께서 떠나시는데 어찌 그냥 보내 드릴 수 있겠습니까. 불쾌하셨다면 부디 용서해 주시길.”
가일이 머리를 숙였다.
마지막까지 지극히 공손한 태도였다.
뭐라 할 말이 없던 베르덴이 로베르트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 네가 로아프라의 대표가 됐으니 암흑가의 왕이 된 건가?”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로베르트가 단호히 부정했다.
암흑가의 왕과 대표는 별개라는 것일까.
아마 뒷세계의 특성상 가장 강한 자가 등극하게 되는 거겠지.
그럼 범죄자들끼리 토너먼트 같은 거라도 열어서 우승한 자가 왕좌에 앉게 되는가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이곳, 로아프라의 지배자는 여전히 애셔 님이십니다.”
“내가 포기한다고 말했을 텐데.”
“……외람되지만 로아프라의 전통상. 현 왕에 비견되는 강함을 갖고 있거나 왕위를 찬탈하는 것 외에, 암흑가의 주인은 계승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왕국 너머의 해외에는 이미 애셔 님이 로아프라의 지배자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게다가───”
로베르트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물론 별 의미가 없는 말들이었다. 베르덴이 그 전통을 통째로 바꾸겠다고 선언하면 끝이었니까.
그녀 또한 이미 인지하고 있는 사실.
그럼에도 베르덴을 왕좌에 두려는 것엔 이유가 있었다.
애셔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내세움으로써, 에스퍼렌사 후작가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임과 동시에 암흑가에 대한 적대감을 낮추려는 것일 터.
베르덴의 존재는 그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 로베르트의 뜻을 파악했지만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뭐, 마음대로 해라.”
“……진심이십니까?”
“그래.”
베르덴이 수긍했다.
달리 관리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모시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어차피 위에서 언급한 용도를 제외하면 이름은 무용지물이다.
용납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면 에스퍼렌사 후작가가 좌시하지 않을 테니까.
베르덴에게는 로아프라의 방패가 되어 줄 생각이 추호도 없다.
이후의 결과는 어디까지나 그들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이만 가 보도록 하지.”
베르덴이 앞으로 나아갔다.
양옆으로 갈라진 인파들이 허리를 숙였다.
로아프라를 지배하는 존재에 대한 예우였다. 마찬가지로 허리를 숙인 로베르트가 뒤에서 말했다.
“그럼, 돌아오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
베르덴은 왕성 에스노렌에 돌아갔다.
목적지를 정한 그는 시간을 보내며 떠날 채비를 갖추었다.
모두가 베르덴이 곧 왕국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내색하는 일 없이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이윽고 작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레오닐의 아티팩트에 대한 값으로, 다이나 은행에 있던 빚 25억 엘크를 청산하고 잔금은 계좌에 넣어 두었네. 자네가 요청한 대로 말이야.”
“감사합니다, 에드몬 님.”
“허허, 님이라니. 어린 백작 각하께서 그렇게 말해 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
수염을 쓸던 에드몬이 손을 내밀었다.
베르덴도 마찬가지로 팔을 뻗어 악수를 나누었다.
“자네와 마법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하던 관점들에 대해 알 수 있었네. 충격이 크긴 했지만 이 나이에 색다른 깨달음이라…… 이런 감정은 참 오랜만이더군. 그동안 정말 많이 배웠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찬가지는 무슨. 내가 말하는 관점과 이론은 흔적도 없이 논파해 놓고. 겸손은 자네와 맞지 않아.”
악수를 마친 에드몬이 미소를 띠었다.
“자네가 구해 준 이 목숨, 이 모든 것, 결코 잊지 않겠네. 자네라면 언제든 환영이니 나중에 꼭 왕국에 찾아와 주게. 될 수 있다면 내가 늙어 죽기 전에 말이야.”
에드몬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왕성의 성문을 가리켰다.
“그럼 가 보게. 나보다도 자네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고개를 끄덕인 베르덴이 복도를 걸었다.
왕성을 벗어나자 겨울의 햇빛이 화사롭게 내리쬐었다.
그 아래에 서 있는, 눈에 익은 두 명의 사람과 한 명의 엘프 그리고 정령 두 마리를 향해 다가섰다.
“먼저 떠나시는군요, 형제여. 정말로 부럽습니다.”
가디언 엘프, 카란스.
그는 외수 라이너스 볼티모그와 숲의 정령과 함께, 후작가의 비행정에 탑승하여 왕국의 남부로 향하게 되었다.
서대륙으로 가야 하는 라이너스는 도중에 내릴 것이고, 카란스와 정령은 후작가의 비호 아래 대수림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물론 외부에 들키는 일 없이 은밀하게 말이다.
“형제가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잔학한 인간들 손에 죽었을 겁니다. 그리고 많은 엘프를 살해한 자를 죽인 은혜. 훗날 반드시 갚겠습니다.”
카란스가 결연하게 다짐했다.
베르덴이 아공간에서 꺼낸, 작은 가방 하나를 건넸다.
“형제여, 이건…….”
“가져가라.”
그론드의 금고에 있던 공간가방.
용량이 작기에 큰 가치는 없지만 음식을 담기에는 충분하다. 이 안에는 왕도에서 구입한 최고급 간식이 가득했다.
내용물을 확인한 카란스가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부디 대수림으로 방문해 주십시오. 그때는 형제가 만족할 수 있는 선물을 준비해 놓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가도록 하지.”
카란스와의 인사는 끝났다.
다음으로 정보상 페르네의 차례였다.
“빚에 허덕이던 때가 생생한데…… 그런 제가 에스퍼렌사 후작가에 들어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페르네는 정보상으로서 후작가에 정식으로 영입되었다.
그녀가 구축한 정보 수집과 조합에 대한 능력을 후작이 눈여겨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베르덴이 추천을 하기도 했지만.
“애셔 님, 저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나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덕분에 당초 왕국을 방문했던 목적들을 이룰 수 있었으니까.
베르덴이 왕국의 인장이 박힌 증서를 건넸다.
“어? 이게 뭐죠?”
“지난번에 약속한 선물이다.”
유물 탐사단으로 인해 페르네의 주점은 송두리째 사라졌다.
그리고 베르덴은 한순간에 터전을 잃은 그녀에게 새로운 주점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유물 탐사단에게 지불해야 했던 비용으로.
“아세른의 땅값이 싸더군. 후작가를 통해 구입하니 더욱 가격이 낮아지기도 했고. 아세른에서 가장 위치가 좋은 건물이라고 하니 주점을 세우기에는 적합할 거다.”
“애셔 님……!”
땅문서를 손에 쥔 페르네가 울컥했다.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의 주변을 블루가 반짝거리며 맴돌았다.
‘정령과 인간이라.’
블루는 에스티리아 왕국에 남기로 했다.
카란스와 페르네가 긴 대화를 한 끝에 내놓은 결론이었다.
베르덴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블루가 다른 정령과 달리 인간에게 우호적이기도 하고, 갑자기 지내 온 환경을 바꾸는 것도 부정적일 거라는 이유.
그리고 무엇보다 블루와 페르네 사이에 친밀감이 형성되어 있던 게 컸다.
“페르네, 블루에게 건 제약은 어떻게 할 거지?”
베르덴이 블루를 부활시키면서 강제 마법진을 새겨 인간을 습격하지 말라고 행동에 제한을 걸어 두었다.
처음 만났을 당시, 베르덴과 모험가들을 몰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니까. 최소한의 안전책이었다.
페르네가 블루를 응시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풀어 주세요. 블루는 제가 잘 돌볼게요.”
“그러지.”
마력이 거세게 술렁였다.
그와 동시에 블루에게서 기하학적인 마법진이 떠오르더니 산산조각 나며 사라졌다. 베르덴의 마력으로 직접 작성된 것이기에 파훼법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홀가분해진 블루가 붕붕 하늘을 날아다녔다.
마지막으로 칼리아의 앞에 섰다.
검붉은 눈동자를 빛낸 그녀가 고개를 기울였다.
“나는 인사만으로 끝낼 건가?”
“……아니.”
베르덴이 푸른 보석이 박힌 팔찌를 보였다.
“이건 일시적으로 무기의 예리함을 강화하는───”
“그건 됐고.”
칼리아가 오른팔을 내밀었다.
설명은 필요 없다는 건가. 자연히 입을 닫은 베르덴이 손을 뻗었다. 액세서리가 그녀의 손목을 장식했다.
“소중히 하지. 그런데 라인즈로는 가지 않을 생각인가? 샘웰하고 에이든 그리고 샤를로트도 인사를 하고 싶어 할 텐데.”
“그건 다음으로 미루지.”
“다음이라. 그래, 그게 좋겠군.”
칼리아가 싱긋 웃었다.
그녀에게서 눈을 뗀 베르덴이 고개를 들었다.
왕성의 창문 너머로 에스퍼렌사 후작과 멜자르드 그리고 라이너스가 보인다. 세바스와 케미언도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가볍게 눈인사를 건네고는 그 위로 시선을 향했다.
왕성의 탑에 아델과 플로나 그리고 실리스와 로리안이 자리하고 있었다.
───잘 가요, 애셔.
───부디 강녕하시길.
로리안의 정신감응으로 작별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
천천히 손을 흔드는 실리스를 뒤로한 베르덴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전신을 휘감는 마력.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