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261화 (261/366)

261화 세 번째 별

강대한 마법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서로를 집어삼켰다.

초월에 이른 마력이 접전을 이루다 맞물리며 곡선을 그렸다.

뒤틀린 힘의 방향.

그 폭포와도 같은 흐름을 따라, 끝내 상쇄되지 못한 충격이 아래로 추락했다.

콰과과광! 콰아앙!

거대한 궁전이 진동했다.

지붕을 관통한 불길이 대리석 복도를 가득 메웠고, 그런 복도마저 관통한 잔류 번개가 인적 없는 공간을 새까맣게 불태웠다.

왕성의 알현실도 파괴를 피할 수 없었다.

굳건한 왕위를 상징하던 왕좌는 이미 가루가 되어 스러졌다.

튼튼하지 못한 구조물들은 중심을 잃고 폭삭 내려앉았다.

아무리 보호 마법진이 기동하지 못하는 상태라고는 하나 이건 도를 넘어섰다.

황혼의 빛이 내리쬐는 하늘.

그 아래에 있는 왕성 에스노렌이 무너진다.

무려 200년이 넘도록 존재해 왔던 것들이 몇 분 만에 폐허로 변하고 있다.

만약 이곳이 실리스가 현현시킨 정신계가 아니었다면,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왕국이 멸망하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런 풍경 속에서 두 초월자가 몇 번이나 전력을 부딪쳤다.

번쩍!

레오닐의 스태프가 뜨겁게 타올랐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촛불과 같은 작은 불꽃이 피어났다. 화염의 밀도를 더욱 높여 만들어 낸 진홍의 화염.

그것이 명멸하며 주변의 공기를 일시에 불태웠다.

<부풍의 장벽>

베르덴이 손을 강하게 비틀었다.

의지대로 몰아치는 기류로 덮쳐 오는 열기를 모조리 빨아들이고는 옆으로 던져 버렸다.

터져 나오는 빛이 베르덴의 옆면을 비췄다.

무정한 시선은 마치 상대를 하대하는 듯했다.

레오닐의 이마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건방진……?!”

콰아앙!

뒤에서 날아온 암석이 등을 후려쳤다.

고양된 감정 탓에 반응하는 게 늦었다. 착용한 로브의 물리 저항력 덕분에 충격은 덜했으나 불의의 일격.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레오닐이 고개를 돌렸다.

총 네 개의 원소 마법이 사방에서 그를 겨냥하고 있었다.

마법 폭격.

베르덴의 마안이 번뜩였다.

───!

레오닐의 몸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끊어지 않는 원소의 후폭풍 속에 갇힌 것이다.

베르덴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마법을 이어 나갔고, 그럴 때마다 고통에 겨운 신음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그마아아아안!”

격한 함성과 함께 붉은빛이 점멸했다.

화염으로 보호받고 있는 레오닐은 멀쩡하지 않았다. 로브가 손상되었고 얼굴에는 긁힌 상처가 생겼다.

상처 입은 그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격노에 가득 찬 눈동자를 희번덕거렸다.

그러나 레오닐은 이성을 잃지 않았다.

마법사로서의 호기심이 감정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머리칼을 쓸고는 입가를 비틀며 입술을 핥았다.

“마법진이 새겨진 눈. 그것이 네 특이 형질인가? 마녀 이상으로 신기하군……! 그걸 뽑아서 내게 이식하면 어떻게 될까.”

“진짜 미친놈이군.”

베르덴이 질색했다.

설마 이 와중에 인체 실험을 떠올릴 줄이야.

누군가에게서 산 채로 뽑은 마력회로를 손에 이식한 것도 그렇고, 다짜고짜 남의 눈을 탐내는 것도 그렇고.

일그러지다 못해 이형이 된 사고방식이다.

글러트니도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네놈, 그 수정체를 제외하고 모조리 태워 주마!”

레오닐의 신형이 쇄도했다.

자신의 화염을 추진력으로 삼은 속도.

거리의 불리함을 없애고 자신 있는 근접전으로 압도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얼음과 전격이 그를 격추하려 했지만 레오닐의 속도는 줄지 않았다.

그의 목걸이와 반지가 빛을 내더니, 스스로를 보호하는 투명한 방어막을 형성했다.

세트로 발동하는 마법 물품으로, 어지간한 물건은 아닌 모양.

그러나 베르덴의 마법을 몇 번이나 견딜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레빈 페이탈>

전격을 두른 암석 파편이 방어막을 관통했다.

푸른 빛살이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비튼 레오닐의 귓불을 스쳤다.

미친 마도사가 지척에 다다랐다.

회피 기동을 펼치는 베르덴의 위로, 붉은 섬광이 육박했다.

<익스플로전>

6위계 집중 마법.

시전자까지 불태우는 자살기.

충격와 열기가 베르덴을 덮쳤다.

마력 보호막을 둘러 가까스로 직격은 피했지만, 온전히 막아 내기에는 아케인의 숙련도가 부족했다.

깨진 마력이 흩어지며, 베르덴이 수직으로 바닥에 내리꽂혔다.

“그대로 육체를 짓이겨 주마───!”

새빨간 불길을 두른 레오닐이 전력으로 추격해 왔다.

그는 스스로의 화염에 면역이다. <익스플로전>의 대가는 지불하지 않는다.

이윽고 레오닐이 지면과 격돌했다.

콰과아아아아앙!

광활한 폭발과 함께 왕성의 중심이 붕괴되었다.

지면의 갈라진 틈새에서 여섯 개의 불기둥이 치솟았다. 녹아 버린 땅은 용암이 되어 흘러내렸다.

이번에는 절대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며, 자욱해진 연기 속에서 레오닐이 악랄한 웃음을 지었다.

그때, 눈동자가 옆으로 돌아갔다.

옆에서 푸른빛이 맺힌 오리엔트가 날아왔다.

‘기껏 반격한다는 게 스태프를 휘두르는 것이라니.’

역시 멀쩡하지 않은 게 틀림없다.

이쯤이야 간단히 막아 낼 수 있다고 여기며 가볍게 화염을 둘렀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투확!

스태프에 맞은 화염이 날아갔다.

아케인, 마력 융합으로 인해 강화된 위력. 이어 되돌아온 스태프가 무방비한 레오닐의 머리를 후려쳤다.

터져 나온 피가 후두둑 바닥에 떨어졌다.

“이, 이게 뭔……!”

레오닐이 당황한 눈으로 허리를 비틀었다.

넓게 퍼뜨린 화염이 붉은 칼날로 변하며 검은 연기를 갈랐다.

베르덴이 감각을 곤두세웠다.

순식간에 궤적을 예측한 그가 몸을 최대한 낮추고 회전하며, 미끄러지듯 마법을 피해 냈다.

마도사라고 할 수 없는 기민한 움직임.

레오닐의 눈이 경악에 물드는 것과 동시에 베르덴이 왼손을 뻗었다.

<아케인: 임팩트>

마력의 충격파가 전신을 강타했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 레오닐이 나가떨어졌다.

저항력이 높은 탓에 그 정도로 죽는 일은 없었지만, 레오닐의 정신을 흔들기에는 충분했다.

입가가 붉게 물든다.

피로 젖은 수염이 흔들거렸다.

“고작 충격파의 위력이 왜…… 이렇게나……!”

쿨럭, 쿨럭!

피투성이가 된 레오닐이 비틀거렸다.

스태프로 바닥을 짚었다. 실핏줄이 터진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

베르덴이 뜨겁게 차오른 숨을 차분히 내쉬었다.

머리카락 끝이 아주 약간 타고, 열기로 인해 피부가 달아올랐다.

화상에서 보호해 준 아인베르에 그을음이 생기긴 했으나, 설령 찢어진다고 해도 알아서 수복될 것이다.

레오닐의 불길은 마도왕의 광채를 더럽힐 수 없었다.

‘확실히 쉽지는 않아.’

지금까지 상대해 왔던 ‘인간’ 범주에 있는 적들 중에서는 가장 강하다.

마녀의 심장을 이식해 한계를 넘고, 위계를 증폭시켜 초월의 경지에 들어선 건 놀라운 업적.

부분적인 면에선, 베르덴이 역천을 이루는 데 사용한, 보헤미른 마탑의 인공 아티팩트 ‘두 번째 회로’ 이상의 결과물이었다.

레오닐은 마법 물품으로 화염계 마법의 위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마도를 통해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키고, 마안처럼 마법을 즉발시키는 것까지.

‘화염 마법에 한해서는 관리자를 넘어섰군.’

하지만 그 외적인 모든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레오닐의 존재감부터가 관리자나 마탑주에게서 느꼈던 초월자의 격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만약 그 정도 수준이었다면, 실리스 일행이 감히 덤빌 생각조차 하지 못했겠지. 그리고 왼손에 상처를 입는 일 또한.

더해서 레오닐은 초월자다운 전투 방식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경지에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그의 한계로 인해 초월의 경지를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둘 중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놈은 그저 한층 강력해진 힘을 휘두르고만 있을 뿐이다.

특히나.

‘레오닐의 마력이 조금씩 불안정해지고 있다.’

하긴 딱 봐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마녀의 심장을 이식하지는 못한 것 같으니…… 아마 그 반동이겠지.

본인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마법전이 지속될수록 상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중에서도 7위계 마법을 사용한다면 더더욱 악화되겠지.

초위 마법?

그걸 구사할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 시도했다간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기어코 마법을 완성한다고 해도, 이후 마법적 생명력을 완전히 상실할 테니까.

인체 실험으로 감히 초월을 넘본 대가로써.

저울은 이미 기울었다.

어쩌면 마법전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베르덴이 짧은 생각을 마쳤다.

그가 다시금 레오닐의 말살에 나섰다.

* * *

에드몬은 고개를 든 상태로 멈춰 있었다.

빛이 번쩍이고 폭음이 들려오는 전장을 멍하니 응시했다.

한쪽 다리가 불타고, 머리에서 피가 흐르며, 고막이 욱신거리는 통증.

정신체라고 해도 아픔은 여실히 느껴지지만, 그따위 신경 자극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었다.

눈앞에서 여태껏 접한 적 없는 마법전이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허허, 애셔, 저 친구…… 저렇게 강했었나?”

그를 처음 만났을 당시를 떠올렸다.

칼리아를 도와 흑마도사를 토벌했다는 걸 들었을 때, 그리고 마력 위압을 통한 대결 중 뜻하지 않게 패배하면서 엄청난 인재라고는 생각했다.

레오닐의 실험실에서 마법의 편린을 두 눈으로 목격하기도 했다.

‘그런데 저 레오닐과 접전을 벌일 정도였다니.’

아니, 이제는 서서히 압도하고 있다.

레오닐이 정상적인 초월자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으나, 그럼에도 경탄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걸까.

몇 개월 사이에 저렇게나 강해진 걸까.

전자라고 생각하니 힘을 은폐하는 능력이 놀라웠다.

근데 후자라고 여기니 뭔지 모를 전율이 일었다.

단시간 내에 저만한 성취를 이뤘다는 건, 그저 재능 덕분만이 아닐 테니까. 분명 그에 걸맞은 엄청난 경험을 한 것이 틀림없다.

‘저 고귀해 보이는 백금색 로브도 그렇고.’

가슴이 절로 두근거린다.

이건 질투심 따위가 아니었다. 순수한 경외감이었다.

에드몬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입을 벌린 채 한 마도사를 바라봤다.

그때,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실리스가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바닥에 손을 짚고 있는 게 보였다.

아차 싶었던 에드몬이 단숨에 정신을 차렸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에드몬이 헐레벌떡 기어갔다.

한쪽 다리가 없던 터라 걷는 것보다는 빨랐다.

실리스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괜찮아요. 정신계를 고정하느라 일시적으로 마력을 전부 소모한 것뿐이니까요.”

그래도 마력 고갈까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마녀의 가시왕관이 조금이나마 마력 회복을 도와준 덕분.

실리스는 재생된 마력을, 기절한 후작과 멜자르드의 정신체를 서서히 회복시키는 데 사용했다.

이미 정신체가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처였지만, 다행히도 두 사람의 정신력은 그에 굴하지 않을 만큼 강인했다.

실리스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그녀의 인지능력으로는 가늠키 어려운 격전이 비쳤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죠?”

“현재, 애셔가 이기고 있습니다.”

“애셔가…….”

메마른 입을 오물거렸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계획이었다.

그랬는데 레오닐이 가진 어머니의 심장으로 인해 처참하게 무너졌다.

하지만 미리 알고 있었다고 해도 그리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레오닐의 수중에서 심장을 빼돌리는 건, 그녀나 후작가가 가진 능력으로는 불가능했으니까.

막을 수 없는 변수였다.

그런데 그것과 또 하나의 변수가 맞서고 있다.

배제하려 했음에도 기어코 찾아온 사내가, 이제는 중심이 되었다. 그게 무척이나 아이러니했다.

“한데 전하…… 왜 애셔가 여기에 있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왜…….”

실리스는 계속해서 하늘을 응시했다.

황혼으로 물든 눈동자가 황혼의 세계를 바라봤다. 그가 왕도까지 실리스를 찾아온 용건을 떠올렸다.

미처 대답하지 못했던 그 질문.

“저도 모르겠어요.”

실리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비단 에드몬의 의문에 대한 답변만이 아니었다.

그러는 순간, 굉음이 일었다.

마법전은 어느새 끝으로 치닫고 있었다.

* * *

향상심은 마법사의 원동력이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 마침내 원하는 성취를 이루어 맞이하는 기쁨은 뭐라 형용할 수 없다.

그 정도의 환희다.

하지만 계단에서 굴러떨어진다면, 평생을 공들여 일궈 온 탑이 무너진다면 마법사는 무엇을 느낄 것인가.

생각하기도 싫을 것이다.

그래서 레오닐은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확신했기에.

그래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악!

샛노란 급류가 허공을 휩쓸었다.

기민한 비행 능력으로 회피했으나 지글거리는 열기까지 피할 순 없었다.

방주의 장로에게서 선물로 받았던, 양손에 착용한 [카멜리오스의 가죽 장갑]이 녹아내렸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베르덴이 즉시 오리엔트를 내뻗었다.

<아케인: 마력 융합>

마력의 광선이 직선을 관통한다.

어떤 속성도 없지만 그렇기에 순수한 힘. 화염벽을 관통한 일격이 레오닐을 정확히 강타했다.

충격을 버티고 제동을 건 레오닐의 등이 굽었다.

저도 모르게 벌어진 입에서 피가 섞인 침이 뚝뚝 흘러내렸다.

복부가 짓이겨지는 것 같았다.

“이, 이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레오닐보다 배 이상은 빠른 마법 연산 속도.

공간에서 순식간에 마법을 일으키는, 뭔지 모를 마법진이 새겨진 눈.

끝을 드러내지 않는 마력량.

심지어 레오닐의 화염을 견디는 저 스태프와 로브까지.

모든 게 상궤를 벗어났다.

‘왕국 최강인 내가…… 초월자가 된 내가 고작 저딴 애송이한테 밀린다고?’

광기에 물든 마도사가 현실을 부정했다.

그토록 바라던 초월에 이른 자신이 밀리고 있다니…… 이건 있을 수가 없었다. 있어서는 안 됐다.

갈라진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저 빌어먹을 낯짝에서 느껴지는 모멸감에 미칠 것 같았다.

하나 그와 별개로 머릿속으로는 상황에 대한 연산을 이어 가고 있었다.

상대를 불태워 죽일 수 있는 경우의수를 찾기 위해.

단 2초.

답은 나왔다.

‘놈은 지금까지 7위계 마법을 사용한 적이 없다. 그렇다는 건 경지 자체는 6위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일 터.’

그런데 레오닐이 밀리고 있다.

분명 경지 외의 요소들 때문이겠지.

그러니 자신이 명백히 우위에 있는 ‘화력’으로 결말을 지어야 한다.

레오닐의 마력이 뜨겁게 들끓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억지로 쥐어짜 낸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본능이 경종을 울렸지만 무시했다. 고통이 엄습해도 참아 냈다.

감히 자신에게 대적한, 저 애새끼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보기 위해서라면 견뎌 낼 수 있었다.

콰아앙!

전격과 암석이 양쪽에서 날아와 격중했다.

피부가 찢기며 근육이 파이고 장기가 들끓었지만 그를 멈출 수는 없었다.

레오닐이 스태프를 높이 들었다.

마도로 인해 즉시 완성된 마법들이 허공에 나타났다.

더블 캐스팅.

<메테오>

7위계 공성 마법이 낙하한다.

거대한 불덩이가 점차 가까워진다.

직격하면 지금의 베르덴이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한다.

하나 위력이 강대하다고 한들, 폐쇄되지 않은 허공에서 사람 하나를 정확히 맞히기는 어려울 텐데.

베르덴이 유성을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의문이 생긴 순간, 두 개의 메테오가 번쩍이며 폭발했다.

<메테오 스웜>

메테오의 상위에 위치한 마법.

수백 개의 작은 운석이 장맛비처럼 쏟아진다.

레오닐의 수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고함을 지른 레오닐이 손을 움켜쥐었다.

감춰져 있던 팔찌, 아티팩트 [절체의 의지]가 마력의 빛에 휩싸였다.

그와 동시에 모든 운석의 궤적이 뒤틀리더니, 일제히 베르덴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전방위에서 날아오는 절명기.

“───하하하하하! 어디 그 잘난 눈으로 이것도 한번 막아 내 봐라!”

레오닐이 광소했다.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저런 걸 숨기고 있었나.’

베르덴이 시선을 떼었다.

자신에게 덮쳐 오는 화염 운석들을 보며 머리를 회전시켰다.

숫자가 너무 많아 무사히 피하는 건 어렵고, 마력 보호막으로는 견딜 수 없다.

마안이 있다고 해도 기존의 위계 마법만으로는 완벽히 대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동요할 이유는 없다.’

자신 또한 비장의 수단이 있었으니까.

여러 경우의수를 상정하고 대비하는 건 마법사의 기본.

그론드는 부족했지만, 편법이라고 해도 초월에 발을 담근 레오닐이라면 시험하기 적당한 상대이기도 했다.

판단은 찰나에 끝이 났다.

후웅.

오리엔트에 회색의 마력이 맺혔다.

그와 동시에 마안이 발동하자 순식간에 원형의 별자리가 그려졌다.

성신 마법.

하르칸의 다섯 개의 별.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랑하는 첫 번째 별, 유성.

흐름을 거스르는 은하수의 격류. 두 번째 별, 혜성 라레니아.

그리고 다음 단계.

준초월자에 들어서면서 새로이 손에 넣은 ‘별들’ 중 하나.

‘세 번째 별.’

천체의 영역, 영성(領星) 알헤나.

별자리가 명멸한다.

순간 공간 자체가 요동치며 기현상이 일어났다.

황혼에 물든 하늘이 사라진다.

베르덴을 중심으로, 왕성 에스노렌 전체가 일시에 어둠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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