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257화 (257/366)

257화 꿈 (2)

정신계 마법은 생물이 가진 고유의 의식에 마법을 작용시켜, 강화와 약화 혹은 그 정신 자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마법 체계 중 하나.

무생물이든 생물이든 상관없이, 파괴에 중점을 둔 원소 마법과는 목적성이 다르다.

정신계 마법은 생명체에 한해 범용성이 높다.

괴이한 육체와 재생 능력을 가진 이형종이라고 해도, 마법 한 방에 침묵시킬 수 있는 비시각적인 위력.

특히 흑마법 계열에는 위험한 정신계 마법이 다수 존재한다.

‘고위 흑마법사는 간단히 사람을 조종할 수 있을 정도니.’

베르덴은 지금까지 여러 정신계 마법을 접해 왔다.

공국의 대행사에서 개최된 결투에서 만난 아카데미 교수 출신 마법사. 그리고 주검의 영광에 속한 흑마법사 등.

물론 그 어느 누구도 베르덴의 정신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그래도 과거의 기억을 돌이켜 보아, 가장 강력했던 정신계 마법 사용자를 꼽자면…….

‘소울 트리겠지.’

방주의 시련으로 맞닥뜨린 거대한 나무, 소울 트리.

물론 마법은 아니었지만 놈이 가진 능력은 퍽 대단했다.

끔찍한 절규를 내질러 도시 전체를 침묵시키려 했으니. 그 스케일 하나는, 베르덴에게도 손에 꼽히는 경험이었다.

‘마찬가지로 내게 통하지는 않았지만.’

베르덴은 그런 소울 트리와 마녀의 마법을 비교했다.

같은 종류가 아니라서 애매하긴 하지만…… 종합적인 위력으로 보자면 실리스가 우위에 있다.

왕도 전역에 작용하는 범위에다가, 심지어 정신계 자체를 현실에 구현하기까지 했으니.

주변에 가득한, 의식이 없는 군중.

장담까지는 할 수 없지만,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저들은 진짜 육신이 아닌, 일종의 정신체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 죽인다고 해도 실제로 죽임을 당할 리는 없을 것이다. 대신 정신에 그에 준하는 피해를 입긴 하겠지만.

전부 이 황혼의 세계.

실리스의 마법에 의한 영향일 터.

‘그런데…….’

베르덴이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몇 번이나 감각을 확인해 보았지만 그는 정신체가 되지 않고, 본연의 실체를 가지고 있었다.

도중에 난입한 것이 이유인지, 단순히 정신력이 강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워낙 특이한 마법이기에, 그 내부를 샅샅이 뜯어보지 않는 한 일견에 원리마저 꿰뚫어 보는 건 무리였다.

‘뭐, 어쨌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베르덴이 서 있는 입구에서 가장 먼 거리에 위치한 장소. 여러 섬 너머로 보이는,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섬.

정신계 특성상, 심층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건 자명하니, 분명 실리스는 저 꼭대기에 고정된 섬에 있을 것이다.

목적지는 정해졌다.

마력을 운용하며 점차 고도를 높였다.

정상을 향하며 지나쳐 가는 다른 섬.

그중 몇 개는 살벌한 전장이 되어 있었다.

콰과과광! 콰광!

왕도 레티아의 동쪽으로 이뤄진 섬.

후작가와 에스티리아 왕가의 비행정 함대가 서로를 부수고 있다.

언뜻 보면 접전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자세히 보면 승기는 전자가 쥐고 있었다.

하기야 만반의 준비를 갖춘 군대와 기습을 당한 군대 중 누가 불리할지는 뻔했다.

‘그나저나 저 비행정도 정신계에 따로 구현된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왕도 또한 이렇게 나뉘었으니.

저기서 후작가의 병력이 만약 죽는다면, 그들의 정신이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긴 하지만 애써 그를 뒤로했다.

어느덧 정점에 다다랐다.

베르덴의 시선이 그 근처에 있는 섬에 향했다. 아는 얼굴들이 보였다.

‘……에스퍼렌사 후작.’

에스퍼렌사 후작, 에드몬, 멜자르드를 비롯한 붉은 신념 기사단.

그들은 왕가의 근위 기사단과 궁정 마법사단으로 보이는 집단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검기와 마법이 난무하는 격전지.

이렇게 병력을 분산시킨 건 각개격파를 하기 위함이겠지.

어디를 보든 간에, 전황은 후작가가 우세했다.

타탓.

목적지에 도착한 베르덴이 가볍게 착지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정상에 고정되어 있는 섬은 왕도의 중심에 세워진, 왕성 에스노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입성한 적은 없었지만, 멀리서 본 적이 있었기에 여러모로 눈에 익었다.

하지만 그때 본 경치와는 명백하게 다르기도 했다.

“꺼억…… 꺽…….”

에스노렌의 성문과 그 내부로 이어진 길.

수백 명이 넘는 사람이 허공에 고정된 밧줄에 목이 걸려 있었다.

* * *

“인간으로 장식된 거리라…….”

상당히 기괴하고 섬뜩한 광경이다.

이형종이나 사람의 신체를 이식받은, 글러트니의 이식자들보다 더욱. 만약 갈리아크가 이를 봤다면 기겁하며 욕을 내뱉었겠지.

베르덴이 그들을 천천히 주시했다.

하나같이 정갈한 외모와 치장된 옷차림을 한 걸 보니 왕성의 구성원이거나 왕국의 귀족들로 보인다.

게다가 1왕자의 비밀 사교회의 일원인 게울, 넬리타, 다리오, 톨라브도 있었다.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저항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이미 정신이 완전히 제압당한 모양. 넋을 잃은 눈동자로 간간히 끊어질 듯한 목소리를 흘리는 게 전부였다.

마치 영원한 교수형을 당하기라도 하듯.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군.’

죽지 않을 정도로 목을 조르는 밧줄.

정신체이기에 기절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짙은 악의가 느껴지는 정신적 고문이었다. 분명 실리스의 복수 대상이겠지.

말인즉슨 이 너머에 실리스가 있다는 뜻일 터.

터벅, 터벅.

베르덴은 주저 없이 에스노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앞으로 향할수록 더욱 깊어지는 싸늘함. 미약한 비명이 들려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윽고 왕성 내부에 있는 공원에 도착했다.

분수대에는 물 대신 피가 흐르고 있다.

주위로 보다 계급이 높은 자들이 매달려 있었고, 분수대 바로 위로는 왕관을 쓴 늙은 사내와 그를 닮은 1왕자 발르그나가 서로 대칭으로 목이 걸려 있었다.

일그러진 얼굴들.

두 사람은 어느 누구보다도 고통에 겨워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실리스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 낸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갑작스레 기척을 느끼고는 곧장 고개를 돌렸다.

뜻밖의 인물을 조우한 실리스의 눈동자가 경악에 물들었다.

“애, 애셔……?”

한껏 당황한 반응이다.

그런 그녀에게 베르덴이 담담하게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 실리스 왕녀.”

* * *

자연스레 호흡이 거칠어진다.

어떻게든 진정하려 애썼지만 마음대로 되지가 않았다. 그만큼 한 마법사의 등장이, 실리스에게 있어서 너무도 예상 밖이었다.

‘분명 로아프라를 봉인했는데.’

그론드를 가두기 위해 얼마나 오래 준비해 왔나.

그런데 봉인에서 벗어난 것도 모자라, 그 이상으로 심혈을 기울인 이 세계에 들어오는 데 성공하다니.

단신으로 공간 이동이라도 가능한 건가?

어쩌면 공간과 관련된 아티팩트를 소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중요한 건 크나큰 변수가 생겼다는 사실이었다.

‘……애초에 막는 건 불가능했던 걸까.’

실리스가 볼 안쪽을 작게 씹었다.

레오닐에 대해서는 오래도록 파악해 왔고, 그 결과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에 반해 눈앞의 상대는 미지로 가득한 인물이다. 감히 예단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실리스가 긴장 어린 기색으로 침을 삼켰다.

그래, 그저 당황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일단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게 우선. 그렇게 최대한 시간을 벌어 상황에 맞는 적합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생각을 마친 실리스가 입술을 떼었다.

“설마 로아프라를 벗어나, 단시간에 여기까지 도착할 줄은……. 가능한 당신의 수준을 높게 측정했는데, 그마저도 과소평가였나 보군요.”

“그건 피차 마찬가지겠지.”

마녀의 마법이 이렇게 위력적인 줄은 몰랐으니.

어느샌가 베르덴은 말을 놓았다.

어차피 존대는 겉치레에 불과한 데다가, 실리스는 변수를 배제하겠다며 일방적으로 그를 로아프라에 가두지 않았던가.

동기는 이해하지만, 굳이 전처럼 예를 갖출 이유는 없었다.

“…….”

실리스가 반사적으로 손을 쥐었다.

심기가 조금 불편해졌다는 말투.

그럼에도 그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존재감.

적어도 그에게 있어, 일국의 왕녀라는 칭호는 무용지물인 듯했다. 작게 숨을 내쉰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서 여기는 어떤 일로 찾아오신 거죠? 난데없이 봉인을 당한 것에 대한 보복…… 아니면 제 복수를 방해하러 온 건가요?”

“둘 다 아니다.”

특히 후자는 더더욱.

“그렇다면 왜…….”

“하나 물어볼 게 있어서 찾아왔다. 그런데 오다 보니 다른 궁금증이 더 생기더군. 대답해 줄 의향은 있나?”

실리스는 선택권이 없었다.

당장 그를 막을 방법이 없었으니. 그래서인지 저 물음이 협박처럼 들려왔다.

“알겠어요. 그럼…… 한번 들어 보죠.”

허락이 떨어졌다.

베르덴이 태연한 얼굴로 질문했다.

“먼저, 이 세계는 네가 구축한 정신계인가?”

“네, 맞아요. 보는 그대로, 정신계를 현실에 현현시키는 마법이죠.”

마녀의 마법, <부정형의 악몽>.

황혼의 꿈속에 속한 자는 정신체로 변화한다.

그로 인해 죽거나 다친다 해도 실제 육체에는 어떠한 영향도 없으나, 대신 입은 피해는 전부 정신적 충격으로 변환된다.

개개인의 정신력에 따르긴 하나, 일반적으로 이곳에서 죽음에 이르는 순간 정신은 버티지 못하고 붕괴된다.

“그리고 정신체가 된 사람들은 마녀의 마법에 대한 내성이 사라지게 돼요. 그렇게나 강한 레오닐을 처리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죠.”

현실에서 레오닐을 감당할 수는 없으니.

그리고 혹여 귀족 중 누군가 왕도를 벗어나, 세력을 만들어 대항한다면 지극히 위험하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왕도 전체를 가두어야 했다.

“그렇군. 그런데 나나 너는 정신체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저는 정신계를 구축한 장본이니까요. 그리고 당신은…… 그 강대한 정신력 덕분에 이 세계에 속하지 않고 별도의 실체를 가질 수 있는 거죠.”

정신력의 강약을 판단하는 건 애매하다.

단칼에 바위를 베어 가르는 검사라고 해도 내면은 나약할 수 있고, 무력한 소년이라고 해도 불굴의 정신을 지니고 있을 수 있으니.

다만 마녀의 기억으로 보자면, 정신력은 두 가지 요소, ‘선천(先天)’과 ‘삶’이 주를 이룬다. 그렇기에 실리스는 기이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애셔, 저 사람은 대체 뭐지?’

어떤 정신력을 타고났길래, 어떤 경험을 해 왔길래, 레오닐조차 당한 마법에도 아무렇지 않게 저항할 수 있는 걸까.

그것이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일었다.

“흠, 정신력이라…….”

베르덴이 대충 이해했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주변을 의식하며 질문을 이어 나갔다.

“아직까지 레오닐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계획대로 된 모양이군. 복수를 이루는 데 거의 성공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기분은 어떻지? 홀가분한가?”

“하, 당연하죠. 추악하게 삶을 연명해 온 자들에게, 저를 비롯한 모두가 감당해야만 했던 고통과 울분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 줄 수 있었으니까요.”

어머니, 레미엔을 해부하라고 명령한 아버지, 에스티리아 왕.

루비넬리안 가문을 멸문시키는 데 일조한 1왕자 발르그나와 노스램드 공작.

그리고 인형이 된 실리스 자신을 모욕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녀의 어머니와 가문까지 더러운 험담으로 욕보인 자들까지 전부 말이다.

그들은 실리스가 모든 얘기를 듣고 기억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마저도.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사태의 주동자들은 지금 제 손아귀에 있어요. 이대로 정신에 간섭해 행동을 조종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지금처럼 천천히 약화시켜 끝내 정신을 붕괴시키면, 회생 자체가 불가능해지죠. 인형이 되는 거예요. 제가 살아왔던 것처럼.”

실리스가 잔혹하게 웃었다.

“저는 지금 만족하고 있어요. 복수의 끝을 앞에 두고도 허무하다는 감정의 편린조차 느끼고 있지 않죠. 혹시 그런 반응을 기대한 건가요?”

“아니, 단순히 시민들에게 손대지 않은 이유가 궁금할 뿐이지.”

저번에 대화했을 때, 실리스는 시민들마저 증오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비롯한 무수한 죽음을 짓밟고,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를 누리는 무지한 자들을.

한차례 호흡을 고른 실리스가 답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에스퍼렌사 후작의 능률을 위해서였어요. 그는 시민들에게는 손대지 않기를 바랐으니까. 그래서 계획을 앞둔 마당에, 굳이 당장 손을 댈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었죠.”

“그럼 나중에 그들도 매달 건가?”

“그건 당신이 상관할 바는 아닌 것 같군요. 그걸 물어보기 위해서 봉인을 뚫고 절 찾아온 건가요?”

물론 아니다.

지금까지는 여기까지 오면서 든 의문일 뿐, 진짜 질문은 아직 남아 있었다.

베르덴이 나지막이 물었다.

“실리스 왕녀, 너는 복수를 이룬 다음에 뭘 할 거지?”

“그야…….”

뚝.

실리스는 말문이 막혔다.

* * *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피의 복수만을 바라 왔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인내의 시간이었으나 오늘 마침내 결실을 이루었다. 그토록 원하던 꿈을 이룬 것이다.

썩어 문드러진 마음.

그 안에 담긴 한을 풀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깊게 남아 있는 흉터가 지워지는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기뻤고 또 후련했다. 짐승이라는 말조차 아까운 쓰레기들의 목숨 줄을 쥐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그다음이라고……?’

실리스는 순간 멍해졌다.

솔직히 말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레오닐을 악몽에 빠뜨리기 전까지만 해도, 계획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었는데 다음을 생각할 여유가 있었을까.

잠깐 상상해 본 적은 없어도 결국 막연한 훗날이었다. 실리스에게 있어 너무도 멀고 허황된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복수의 종착지를 넘어 그다음이 기다리고 있다.

일생의 목표를 이뤘으니 이제 뭘 해야 할까.

자신이 무너뜨린 왕과 왕자를 대신해 에스티리아 왕국을 다스려야 할까? 본래 그랬어야 했던 것처럼 왕국을 멸망시킬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왕국을 떠나 숨어 지낼까? 아니면 모든 걸 끝냈으니 스스로 목숨이라도 끊어 버릴까?

하나도 결정된 게 없었다.

“저는…….”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

실리스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그러니까 저는…….”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억지로 쥐어짜 내려 해도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베르덴은 묵묵히 기다렸다.

애초에 쉽게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주어진 시간은 많았기에 기다릴 수 있었다.

지속되는 정적.

몇 번이고 입을 달싹이던 실리스가 마침내 답을 말하려 했다.

그 순간.

───!

황혼의 세계에 큰 파장이 일었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 실리스와 즉각적으로 경계심을 높인 베르덴.

갑작스러운 이상 사태에 반응한 두 사람. 그들이 위치한 에스노렌의 공원에 곧 이변이 일어났다.

쩌저저적.

머리 위, 정신계를 구축하고 있던 공간의 일부가 무너졌다.

마치 부서진 유리창과 같은, 기이한 공간 너머로 중년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실리스 왕녀, 제법 위협적인 한 수였다.”

“레오닐……?”

흐트러진 머리칼, 벌게진 눈, 엉망이 된 옷.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지만 실리스가 아는, 그 레오닐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주목할 건 따로 있었다.

찬란한 형태의 스태프와 레오닐의 오른팔. 그 둘을, 수백 개의 가닥으로 나뉜, 푸른색의 핏줄 같은 무언가가 연결시키고 있다.

그리고.

두근, 두근, 두근.

레오닐이 들고 있는 스태프.

그 첨단에 박힌 푸른 수정에서 익숙한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