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236화 (236/366)
  • 236화 쟁취 (2)

    마법 물품의 범주를 넘어서는, 혹은 마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성능을 가진 것을 세간에선 아티팩트라고 칭한다.

    각 아티팩트가 지닌 능력은 천차만별.

    베르덴이 가진 목걸이형 아티팩트 ‘삼원색의 중심’과 인공 아티팩트 ‘블랙 아워의 나침반’이 대표적인 예다.

    넓게 보면 아티팩트라는 같은 범주에 속해 있지만 보다시피 실제 성능은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종류가 다르다.

    하지만 고대 아티팩트는 예외다.

    성능이든, 그 무엇이든.

    고대의 유산은 명백히 일반 아티팩트의 위에 존재한다. 그런 고대 아티팩트 사이에서도 차원이 다른 게 바로 ‘마도왕의 유물’이었다.

    “…….”

    베르덴이 홀린 듯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어둠이 점차 걷히기 시작하며 고독한 빛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그 빛을, 베르덴은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러다 무의식적으로 <감정>을 사용했다.

    ───!

    순식간에 흩어지는 마력. <감정>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아인베르의 빛이 사납게 명멸했다. 마치 자신을 훔쳐보지 말라고 경고라도 하는 것처럼.

    난생처음 보는 반응에 베르덴이 당황하고 있자, 관리자가 그림자 속에서 속삭였다.

    “아인베르는 ‘각인’ 아티팩트다. 자신이 인정한 주인이 아니면 손을 대는 것은 물론이고 쳐다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지. 그리고 도전했다가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그대는 마력회로에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될 거다.”

    “그래서 완치된 이후에 주겠다고 하신 겁니까.”

    “그렇다.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면 자칫 죽게 될 테니. 지금의 그대 수준이라면… 실패한다고 해도 요양을 하면 회복할 수 있겠지. 시간은 꽤나 걸리겠지만.”

    위험 요소는 분명하다는 건가.

    하지만 그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어떤 리스크가 있든 간에 베르덴의 선택은 한결같을 테니까.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으리라. 설령 마도왕 본인이라고 해도.

    “이건 제가 갖겠습니다.”

    “내게 통보할 필요 없다. 이미 그대의 것이니까.”

    베르덴이 팔을 뻗었다.

    오른손이 아인베르에 닿자 새하얀 광휘가 뿜어져 나왔다. 공간에 만연한 어둠이 남김없이 소멸했다.

    화아아아아악!

    아인베르가 점차 빛으로 화했다.

    형태가 완전히 사라진 그것이 손길을 타고 베르덴에게 흘러 들어왔다. 그렇게 심장에 모여드는 미지의 기운.

    이내 폭발적인 충격이 육체를 강타했다.

    고통은 없다.

    이건 변화의 시작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빛무리가 일렁인다.

    직후 실체를 갖춘 아인베르가 전신을 감쌌다. 상의와 하의, 가죽 완갑과 신발 그리고 로브.

    백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화려한 복장은 베르덴의 잿빛 머리칼 그리고 벽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각인(刻印).

    베르덴은 아인베르와 하나가 되었음을 느꼈다.

    관리자가 헛웃음을 지었다.

    “참…… 허무할 정도로 쉽게 성공하는군. 하기야 그대는 내 본체와 견줄 정도로 미친 자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성능은 어떻게 확인합니까?”

    “아인베르에 집중하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니.”

    곧바로 관리자의 말을 따랐다.

    눈을 감고 의식을 아인베르에게 향하자 내면에서 수백 개의 환한 알갱이가 떠올랐다. <감정>을 하듯 빛이 뜻하는 내용을 보기 좋게 해석했다.

    ★ 아인베르

    ⦁ 생츄어리

    ⦁ 개안

    ⦁ 광환

    처음 보는 명칭이다.

    집중력을 더해 각 성능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첫째, 생츄어리.’

    -물리 저항 (특)

    -속성 저항 (특).

    -중독 면역

    -불변

    압도적인 저항력과 독성에 대한 면역.

    그와 더해 체온 유지와 상태 보존이. 그리고 자가 수복이 합쳐진 ‘불변’이라는 기능까지 존재한다. 어지간한 검기나 마법으로는 베르덴의 신체에 생채기조차 내지 못할 터.

    그야말로 자신만의 성벽을 두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둘째, 개안.’

    정신 저항력을 높이고 환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한다.

    전자는 베르덴에게는 그리 큰 메리트가 없지만 후자는 더없이 유용했다. 직접 손을 대지 않는 이상 환영 마법을 알아볼 수는 없었으니까.

    ‘마지막으로 셋째, 광환.’

    소유주의 속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광환(光環)이 떠오른다.

    중첩되는 광환은 총 세 개. 빛이 가미된 그 속력은 <비행주파>를 가볍게 넘어선다.

    심지어 속력이 최대로 높아지면, 3개의 광환을 전부 소모하고 시야에 닿는 장소로 공간 이동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빛이 된다고나 할까.

    “이게 마도왕의 아티팩트인가…….”

    지금까지 접해 왔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역천을 이루는 데 사용했던, 보헤미른 마탑의 인공 아티팩트 ‘두 번째 회로’보다도.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자, 관리자가 다가왔다.

    “성능이 아주 마음에 드나 보군. 표정으로도 훤히 드러날 정도니. 하나 베르덴이여, 아인베르의 성능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전부가 아니다?

    베르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대어로 ‘무결함’을 의미하는 아인베르. 그건 소유주, 정확히는 초월자를 위해 만들어진 진화형 아티팩트다.”

    진화형 아티팩트.

    이것 또한 처음 들어 보는 명칭이다.

    “그대가 초월에 이른다면 아인베르는 그대에 맞춰 진화할 것이다. 이름의 뜻대로 무결하게. 성능이 어떤지는, 소유주에 따라 다르니 내가 감히 조언해 줄 수는 없다.”

    베르덴이 아인베르를 어루만졌다.

    손끝에서 매끄러운 촉감이 느껴진다. 설마 지금의 성능에서 한층 더 진화한다니……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그 정도로 아인베르의 성능은 경악스러웠다.

    그렇기에 의문이 생겼다.

    “그렇데 대단한 아티팩트를…… 마도왕은 왜 여기에 보관한 겁니까?”

    “아인베르의 본체가 직접 죽인 드래곤의 가죽과 비늘이 메인으로 사용되어, 이 시설에서 만들어졌다. ‘드래곤의 힘’을 재현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보다시피 결국 실패했지. 더군다나 진화된 성능도 본체가 생각하는 것과 맞지 않았다.”

    “그럼 아인베르가 실패작이라는 말입니까?”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그렇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쓸모가 없는 건 아니다. 그대도 느꼈을 정도로 남다른 성능을 가졌으니.”

    하지만.

    “아인베르의 각인 탓에 마도국에 남길 수가 없었다.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마력회로가 망가질 확률이 높았으니까. 그와 더해서 아인베르에게 인정을 받냐 못 받냐로, 훗날 마도국에 분란을 일으키게 될 게 뻔하기도 했으니. 그렇기에 오히려 마도국에 역효과를 초래할 터. 그래서 애물단지처럼 여기에 남겨 둔 거다. 애초에 아인베르의 존재를 아무도 모르기도 하고.”

    상당히 현실적인 이유였다.

    솔직히 말해 베르덴으로서는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아인베르를 손에 넣지는 못했을 테니까.

    고대 아티팩트.

    그것도 마도왕의 아티팩트가 제 것이 되었음을 다시금 상기하자, 형용하기 어려운 희열이 영혼을 자극했다.

    “어쨌든 흡족한 거 같으니 다행이군. 그럼 두 번째로 넘어가도록 하지.”

    “아, 네.”

    첫 번째는 아티팩트였다.

    과연 두 번째는 무엇일까.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해도 내심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아인베르처럼 물질적인 건 아니다. 바로 기술이지.”

    “기술이라면…….”

    “<아케인>을 정식으로 전수해 주마.”

    베르덴이 눈이 커졌다.

    “그래도 되는 겁니까? 그건 마도왕 혈통에게만 허락되는…….”

    “이미 내 앞에서 써 놓고 그게 무슨 소리인가. 게다가 내가 쓰지 말라고 해도 그대는 쓸 게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

    <아케인>을 습득해 놓고 숨기다니.

    베르덴으로서는 결코 하지 않을 일이었다.

    “너무 쉽게 인정하니 맥이 빠지는군. 그리고 본체에게서 기술을 유출하지 말라는 명령은 없었다. 가능하면 공간 마법이나 다른 마법도 가르쳐 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럴 순 없군. 나에게는 마법에 따른 연산만 있을 뿐 그에 대한 이론은 존재하지 않으니.”

    관리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의 상태를 유지한다면, 내 마력이 완전히 소멸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았다. 그대라면 그때까지 충분히 <아케인>을 습득할 수 있겠지. 뭐, 싫다면 상관없지만…….”

    당연히 싫을 리가 없다.

    <아케인>의 마력 운용법의 일부를 따라 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연구와 연습을 거쳐야 한다. 독학하라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터.

    그것을 마도왕의 분신인 관리자가 직접 가르쳐 준다니. 이런 기회를 내다 버릴 정도로 베르덴은 아둔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의 경지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새롭게 도달한 6위계.

    무한의 마도를 이용하는 마법 전술. 더군다나 성신 마법까지 있다.

    이번에 무한의 마도를 개척하면서 그간 실패했던 첫 번째 별, 유성의 개량에 대한 단서를 얻게 되었으니.

    그리고 ‘세 번째 별’에 대한 것도 말이다.

    ‘돌아가는 길이 더 늦어지겠군.’

    어쩔 수 없다.

    베르덴은 여러모로 전력을 갈무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곧바로 예의를 갖추며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관리자.”

    그렇게 시작된 베르덴의 수행.

    그리고 시간은 시설만이 아니라 바깥에서도 흐르고 있었다.

    * * *

    서걱.

    날이 초승달처럼 휘어진 단검이 근육과 뼈를 갈랐다.

    목이 반쯤 잘려 나간 암살자가 그대로 고꾸라지더니, 캑캑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다 이내 멎었다. 죽음은 한 순간이었다.

    “아직도 애셔를 찾지 못했다니. 너희들이 그러고도 빈테르트인가.”

    빈테르트, 암살 계열의 수장, 슬레이.

    철판을 긁는 듯한, 갈라진 목소리가 고막을 자극했다.

    “다음.”

    다른 암살자가 겁에 질린 채 서둘러 보고했다.

    “라, 라인즈의 칼리아가 기사단과 비행정을 이끌고 움직였다고 합니다. 정황상 페르네를 도우려는 듯합니다.”

    “포위망은 형성했을 텐데. 연락이 닿았다?”

    “그게, 아마도 페르네의 정보원이 크게 우회한 것으로…….”

    푹!

    단검이 턱 아래를 꿰뚫었다.

    일격에 즉사한 암살자가 뇌수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다음.”

    “페르네의 지난 행적을 조사한 결과, 탐색자들이라는 유물 탐사단과 접촉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탐색자들의 일원인 한스 데이켈이라는 자가 페르네의 주점에 들어간 뒤, 원인 모를 폭발이 일어난 것도 확인했습니다.”

    “유물 탐사단이라. 확실히 정보상이 접할 자들은 아니군. 그래서?”

    “저는 애셔와 탐색자들이 모종의 의뢰를 체결했다고 판단. 곧장 탐색자들의 행방을 추적한바, 마지막으로 동부 늪지대 부근의 마을에서 물자를 조달한 것을 끝으로 사라졌다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슬레이가 눈을 좁혔다.

    암살자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제 사견으로는, 탐색자들이 애셔의 의뢰로 동부 늪지대에서 유적을 탐사하다 사고가 발생했고, 그를 확인하기 위해 애셔가 늪지대로 향한 것은 아닌지…….”

    “동부 늪지대와 같은 금지에 유적이라…… 뭐, 그래도 그 생각이 그나마 타당하군.”

    슬레이가 단검을 휘둘렀다.

    묻어 있던 피와 기름이 단번에 떨어졌다. 다행히 보고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암살자는 마른 입술을 적시며 목숨을 건졌음에 안도했다.

    슬레이가 단검을 허리춤에 찼다.

    백색으로 물든 눈동자가 앞에 도열한 암살자들에게 향했다.

    “왕국의 내전이 끝으로 향해 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들은 예상보다도 시간을 지체했음에도 분명한 성과를 얻을 수 없었지.”

    까득.

    송곳니가 맞물렸다.

    “더 이상 암흑가의 왕께 실망을 안겨 드릴 수는 없다. 그러니 명령한다. 데하르, 너는 1개 분대를 끌고 동부 늪지대로 향해라. 그렇게 해서 어떻게든 애셔의 행방을 알아내라.”

    “네, 슬레이 님.”

    “나머지는 나와 함께 칼리아를 친다. 애셔가 칼리아와 친분이 있다고 했으니 확보해 두면 여러모로 쓸데가 있을 테지. 추후에 에스퍼렌사 후작을 협박하는 데 써도 될 테고. 주제도 모르는 여귀족이 라인즈라는 둥지에서 제 발로 나왔으니 이것도 기회겠지.”

    “칼리아와 페르네를 확보하면 고문은 저희가 맡아도 되겠습니까?”

    “슬레이 님, 저희 형 고문 잘합니다.”

    로바트와 록키.

    경매장의 경쟁 입찰에서 베르덴에게 비참하게 패배한 형제들. 그에 대한 원한을 풀기를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었다.

    “……망가뜨리면 너희는 죽는다.”

    “그 점 유의하겠습니다.”

    슬레이가 로바트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그럼, 케리아.”

    “부르셨습니까.”

    “칼리아의 비행정을 추적할 소형 비행정을 준비해라.”

    * * *

    마도왕의 <아케인>을 다루려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초월자의 마력.

    다른 하나는 마도왕의 핏줄이다.

    베르덴은 둘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마도 <무한>은 무수한 가능성의 집합체.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마법은 당연하게도 이론을 모르면 쓸 수 없지만, 위와 같은 특정 조건을 무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원리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최소한의 마력 조작 능력을 갖추면 <아케인>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위계의 틀을 벗어나, 자유자재로 원소를 다루는 것도 비슷한 개념이었다.

    다중 마력.

    마력의 융합.

    마력의 광선.

    마력의 충격파.

    마력의 보호막.

    관리자의 입회 아래, 베르덴이 무한의 마도를 적극 활용하며 <아케인>을 선보였다.

    “후우…….”

    전력을 다한 베르덴이 호흡을 골랐다.

    관리자실의 계단 위에서 지켜보던 관리자가 만족스럽다는 듯 박수를 쳤다.

    “<아케인>의 전반적인 숙련도가 수준에 이르렀군. 이 정도라면 본체가 봐도 크게 손색은 없겠어.”

    “덕분입니다, 관리자.”

    “내가 원해서 가르친 것도 있지만 마땅히 그대의 감사를 받겠다. 나로 인해 그대의 실력이 더욱 진보할 수 있게 되었으니.”

    관리자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형제를 유지하던 마력이 거의 다해 소멸의 때가 찾아온 것이다. 분신으로 탄생한 이상 필연적인 순간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절망 따위는 없다.

    콱. 주먹을 쥔 관리자가 미소 지었다.

    “이제 작별의 시간이로군.”

    무한의 마도사, 베르덴.

    마침내 그가 세상으로 나갈 순간이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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