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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찢는 천재마법사-235화 (235/366)

235화 쟁취 (1)

‘……준 초월자라고?’

베르덴이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단순히 마도사가 된 것을 넘어 초월자에 준하는 존재가 되었다니. 너무도 갑작스러운 터라 현실감이 무척이나 떨어졌다.

물론 세간의 초월자와는 다르다.

관리자와 같은 불완전한 초월자보다도 아래의 경지다.

그처럼 초월자의 격을 드러내거나 초위 마법을 탄생시킬 수 없는 건 여전했으니까.

하나 그렇다 해도 관리자의 말에 의하면, 베르덴의 경지가 초월이란 단어에 이르렀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관리자가 말했다.

“본체의 기억에 의하면, 이와 같은 경우는 그대가 유일하다. 하지만 같지는 않아도 유사한 것은 존재하지.”

“그게 어떤 겁니까?”

“특이 형질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마법사.

그 극소수는 마력과 연관된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다. 그것을 예로부터 특이 형질이라고 명명했다.

“특이 형질 보유자는 대체로 기존의 마법 이론에 속하지 않는 마법적인 능력을 발현하지. 그대는 그런 자들을 본 적이 있나?”

“예,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두 명.

소꿉친구 로벨린은 화염 계열에 특화된 특이 형질을 지니고 있다. 그녀가 구현하는 불길은 동급의 마법사의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리고 암흑가에서 구한 남매, 에이든은 마력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게 가능하다. 마치 루아스교의 신성력처럼 말이다.

“특이 형질은 다양성과 독창성이라는 면에서 마도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 심지어는 ‘혈통’과 ‘기억’으로 유전되는 특이 형질도 존재하지. 하지만 마법계는 그것을 결코 마도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왜인지 알고 있나?”

“마도사란 경지의 가치 때문입니다.”

“그렇다. 마도사란 마법사의 원대한 목표이자 깨달음의 경지. 제대로 된 마법사의 자격도 갖추지 않은 자가 특이 형질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마도를 자칭하게 할 수는 없지. 그건 내 본체 또한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마법적으로 분석했을 때, 특이 형질은 마도의 부분이다. 특수한 마력과 마력회로가 그 조건의 일부 충족시킨 셈이지. 즉 선천적인 육체로 인해 마도의 편린이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편린…….”

베르덴은 관리자의 말을 곱씹었다.

여태껏 특이 형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곤 있었으나 깊게 연구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 그에게 마도왕의 고찰은 무척이나 가치가 높았다.

새롭게 접한 특이 형질에 대한 마법적 정보.

베르덴은 지식이 늘었음을 느꼈다. 연구 없이 개인적인 의문과 그에 따른 가설만으로도 이 자리에서 논문을 작성하는 데 충분할 만큼.

“그럼 본래의 의제로 돌아와서. 영역을 구분하자면 그대는 그런 특이 형질과 같은 계열에 속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 어디까지나 그뿐으로, 실질적인 수준은 차원이 다르지. 그대의 육체는 이치를 아득히 벗어나 있으니까.”

관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의 경지에 대한 할 말은 여기까지다. 그러니 오늘 대화는 이만 끝내도록 하지. 그대도 많이 피곤한 것 같으니.”

“전 괜찮습니다.”

“반쯤 감긴 눈으로 괜찮다고 하는 건 그리 설득력이 없어 보이는군. 잔말 말도록 어서 몸을 회복하는 데 전념하도록 하라. 부상이 완치된 그대에게 줄 것들이 있으니.”

줄 것?

“어떤…….”

“관리자는 그대에게 패배했다. 그리고 알파는 그대를 마도왕이라고 인식하지. 그러므로 본체가 돌아오지 않는 이상, 이 시설의 주인은 그대다. 그러니 승자로서 마땅히 ‘쟁취’해야 할 터. 그대에게 줄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관리자가 등을 돌렸다.

문밖을 나서며 베르덴을 향해 작게 웃었다.

“뭐, 기대해도 좋을 거다.”

발걸음 소리가 멀어진다.

그렇게 홀로 남은 베르덴이 천장을 바라봤다. 관리자와의 대화를 몇 번이고 상기하면서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두 번의 역천.

그로써 베르덴의 육체는 마법적으로 완전히 한계를 벗어났다. 내면에 집중하자 6위계의 경지가 고스란히 마력회로를 타고 전해졌다.

‘여기서 마도를 완전히 깨우치면 진정한 초월자가 된다는 건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지금도 7위계 초월자에게 대적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무한의 마도를 개척한 이후, 관리자를 원소 마법으로 몰아붙이며 이를 증명했다.

정신적 깨달음이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방향은 잘못되지 않은 건 분명했다. 그렇기에 준초월자라는 경지까지 올라올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얽매이지 않고 그대로 더욱 나아가면 될 뿐이다.

베르덴이 눈을 감았다.

그런 그의 영혼에 직감이 속삭였다.

‘비로소.’

본격적으로 복수를 시작할 때가 다가왔다고.

서서히 의식이 수면으로 가라앉는다.

그때까지 베르덴은 자신만의 여운을 만끽했다.

* * *

중상자로서의 삶에는 활기 따위 없었다.

끼니는 육포와 물로 때우고, 복용 시간이 될 때마다 최상급 포션을 주저 없이 들이켰다. 덕분에 공간 가방은 날이 지날수록 내용물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야말로 쳇바퀴 같은 하루.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겨우 거동할 수 있을 정도로 부상이 회복되었다.

‘관리자는 완치에 전념하라고 했지만…….’

지루하다. 무엇보다 전신이 찌뿌듯하다.

결정을 내린 베르덴이 물을 자유로이 조작해 몸을 씻었다. 참으로 편리한 마도. 이후에는 여분으로 갖고 있던 옷을 챙겨 입었다.

공국에서 콘라드에게 받은 파란색 의복이었다.

“…….”

유자의 로브는 완전히 소멸했다.

마법사의 회한은 상체 없이 다리 부분밖에 남지 않았다. 게다가 그마저도 누더기 수준이었다. 이미 마법 물품으로서의 기능은 상실했다.

거의 반으로 쪼개진 <중량화 부츠>도 마찬가지.

‘이제 와서지만 상당히 아깝군.’

그나마 제 역할을 다하다가 파괴된 게 위로였다. 리커버리 팔찌는 제대로 쓰기도 전에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카멜리오스 가죽 장갑을 비롯한 그 외의 장비는 멀쩡해서 다행이었다.

베르덴이 비틀거리며 기립했다.

오리엔트를 지팡이 삼아 천천히 방을 나섰다. 목적은 시설의 견학. 알파가 안내자로서 동행해 앞장섰다.

[마도왕 폐하, A-1 구역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알파를 따라 시설의 깊은 곳에 들어섰다.

그곳에는 시설을 돌아다니는 골렘들과는 다른, 특수한 골렘들이 잠들어 있었다. 개중에는 팔찌 형태를 한 액세서리도 보였다.

알파에게 설명을 들었다.

‘기억을 기록해 투영하는 골렘과 원거리에서 연락을 할 수 있는 마력 통신 장치라.’

둘 다 마법계에서 포기한 기술이다.

전자는 기억을 다루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고 후자는 마력이 문제였다.

긴 거리에서 서로 간에 마력을 연결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웬만한 마법사는 그걸 감지할 수 있었으니까.

심지어 감각이 예민한 아인종과 이형종까지.

그와 더해서 마력 조작이 수준에 이르면, 그 마력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게 가능했다. 당연히 베르덴도 할 수 있는 조작 기술이다.

외부에서 마음대로 개입할 수 있는 통신이라니. 당연히 가치가 있을 리 없다.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대부분의 마법사가 손을 댈 수 없는 독자적인 마력 연결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실패했다.

‘그런데 성공에 가까운 게 여깄군.’

설계도를 살펴보니 골렘 기술을 가미한 모양.

골렘들끼리 수신과 통신을 할 수 있는 특수한 마력을 이용한 것이다. 이건 어느 의미에서 특이 형질과도 닮아 있었다.

거의 인공 아티팩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전체 진척률 88%. 동력원 회복 이후 연구를 재개했습니다.]

마법계가 좌절한 걸 골렘들이 해결하고 있다.

대체 마도왕은 어떻게 이런 골렘들을 만든 걸까.

그리고 어째서 정보 매체와 관련된 마법 기술들을 발전시킨 걸까. 관리자조차 이유를 모르기에 알 수 없었지만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마도왕 폐하, 시설을 더 둘러보겠습니까?]

“그러지.”

베르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알파에게 시선을 향했다.

“알파, 그런데 호칭을 바꿀 수는 없는 건가?”

처음이야 어쩔 수 없었지만, 이대로 계속 마도왕이라고 불리는 건 거부감이 들었다. 더군다나 마도왕의 분신인 관리자 앞에서는.

[마도왕 폐하의 요청 확인. 변경할 호칭에 대해 말해 주십시오.]

“‘베르덴’으로 하지.”

여기서야 가명을 쓰지 않아도 좋으니.

알파가 외눈을 반짝였다.

[정정 확인. 변경됐습니다, 베르덴 폐하.]

“……폐하는 왜 붙는 거지?”

[폐하는 폐하. 베르덴 폐하는 폐하입니다.]

알파가 단호히 말했다.

기계적인 음성이었지만 확고한 고집이 느껴졌다. 다시 정정을 하려 했지만 알파는 여전히 ‘베르덴 폐하’라며 요청을 거부했다.

[베르덴 폐하, 그럼 다음 시설로 안내하겠습니다.]

알파가 종종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하기 싫으니 자리를 회피하는 건가. 참으로 인간다운 골렘이었다.

마법계에 알파를 보여 주면 어떻게 될까.

분명 막대한 파장이 일 것이다. 베르덴이 만든 다중 연속성 이론보다 훨씬 더. 마도왕이라는 이름까지 붙었으니, 아예 뒤집혀 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존재가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건가.’

새삼 신비롭다.

알파를 바라보던 베르덴이 이내 그를 뒤따랐다.

* * *

다시금 시간이 흘렀다.

베르덴이 오리엔트를 가볍게 휘둘렀다.

약간은 어색한 감이 있었지만 금세 감을 되찾았다. 상처도 흉터 없이 전부 회복되었다.

거울에 비친 베르덴의 모습에는 역천의 마법진만이 미약하게 빛을 발했다.

“문제없이 완치되어서 다행이로군, 베르덴.”

“관리자 덕분입니다.”

“그대를 죽이려 했던 게 나인 걸 잊었나 보군. 어쨌든 다 나았으니 나를 따라오도록.”

관리자와 함께 관리자실로 향했다.

2차 동력실과 구분을 지었던 문은 알파에 의해 완전히 망가져 있었고, 베르덴과 관리자의 마법전에 의해 내부는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이제와 다시 보니 얼마나 격전이었는지 실감이 났다.

관리자가 무너진 왕좌의 뒷편으로 향했다.

그가 벽을 향해 손을 대자 숨겨져 있던 마력의 선들이 명멸했다. 이윽고 개방된 틈새. 어둠이 가득한 복도가 시야에 비쳤다.

둘이 그 안쪽으로 향했다.

“내가 그대에게 줄 것은 두 가지다. 하지만 그대가 그 전부를 온전히 손에 넣을지는 아직 미지수이기도 하지. 바로 증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증명…… 말입니까?”

“정확히 말해 하나는 이미 증명을 마친 셈이니 큰 어려움 없이 가져갈 수 있을 거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직접 접해 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다. 그리고 인정받지 못하면 설령 내 본체라고 해도 다룰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

“마도왕조차 어쩔 수 없다니…….”

과연 이 앞에 무엇이 있길래.

베르덴은 조용히 관리자를 따라갔다. 그의 마음속은 어느새 기대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윽고 인위적인 공동이 나타났다.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메워져 있었지만 그 중심에는, 하나의 빛이 고고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베르덴이 크게 숨을 삼켰다.

“저건……!”

접해 본 적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저 빛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감정>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마법 장비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자라면, 누구라도 첫눈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심장이 강하게 뛴다.

관리자가 웃으며 빛을 가리켰다.

“저건 내 본체가 직접 만든 일체형 장비다. 로브가 가미된 상의와 하의 그리고 신발까지 전부가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지.”

전체적으로 무구한 백색을 띠고 있다.

그리고 가슴 부근에는 금색의 별빛이 존재했고, 각 테두리를 비롯한 디자인 또한 황금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팔뚝 부근을 둘러싼 가죽 완갑 그리고 신발은 회색빛을 띠었다.

이윽고 관리자가 소개했다.

“일명 [아인베르]. 그대가 첫 번째로 쟁취할 마도왕의 아티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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