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226화 (226/366)
  • 226화 문제 (2)

    암흑가 로아프라의 가장 높은 곳.

    유골이 가득한 지하 호수를 아래에 둔 회색빛 왕성에 빈테르트의 수뇌부들이 모였다.

    암흑가의 왕, 그론드.

    왕좌에 앉은 그의 손에는 에스티리아 왕가의 전언이 들려 있었다. 희열에 찬 무거운 웃음소리가 알현실에 울려 퍼졌다.

    “크하하하하! 드디어 에스티리아 왕이 완전히 미쳐 버린 건가! 아무리 특이 형질이라고 하지만 고작 마법사 하나에 이렇게나 정신 나갈 정도의 액수를 내걸다니. 오히려 내가 어이가 없을 정도야.”

    “그 레오닐이 주도한다던 실험이 막바지에 다다른 게 아닐는지요.”

    무려 수십 년 동안 비밀리에 이어 온 실험.

    에스티리아 왕으로서는 급할 수밖에 없었다. 1년이 지날수록 건강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 금액은 납득이 갔다.

    “실험인지 뭔지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마법사의 몸값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거고, 소중한 고객은 그걸 아주 비싸게 살 의향이 충분하고도 넘친다는 거지. 이제 기다림은 끝났다.”

    탁한 금색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로베르트, 애셔는 어디에 있지?”

    “최근 에스퍼렌사 후작과 함께 수도에 방문한 뒤로 행적이 묘연합니다. 어쩌면 모종의 의뢰를 받아 비밀리에 움직이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그 주변인에게 물어보면 되겠군. 놈과 긴밀하게 연결된 정보상, 로아프라에서 같이 움직였던 일행 그리고 칼리아 등 한 명쯤은 아는 사람이 있겠지.”

    “칼리아를 말입니까? 하지만 에스페런사 후작가와는 불가침조약이…….”

    “조약? 그런 건 더 이상 의미 없다.”

    그론드가 일어섰다.

    “이미 1왕자와 2왕자 간의 내전이 시작됐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키워 준 1왕자의 승리로 끝이 맺어질 거다. 그렇게 되면 이 왕국 전체가 내 손안에 들어올 텐데, 에스퍼렌사 후작가 따위가 어쩔 수 있을 것 같나? 해 봤자 발악에 불과하겠지.”

    말투에 조소가 담겼다.

    암흑가의 왕이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로베르트, 너는 드레이큰과 함께 1왕자의 뒤에서 내전을 주도해라. 일방적으로 끝내지 말고 적절히 시간을 끌도록. 1왕자가 빈테르트의 필요성을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게.”

    “예, 폐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론드가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슬레이”

    “예, 폐하.”

    고막을 긁는 탁한 목소리.

    암살 계열의 수장, 슬레이가 고개를 숙였다.

    “저번에 말했던 대로 애셔 건에 대한 권한은 너에게 일임하겠다. 직접 빈테르트의 암살자들을 데리고, 어떻게든 애셔의 소재를 파악해 사지 멀쩡히 내 앞에 가져다 놓도록. 그러고 보니 경비 부문의 간부, 로바트와 록키가 놈에게 경매장에서 낭패를 낭했다고 하더군. 그 둘도 데려가 써라.”

    “결코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모두가 일제히 그론드 앞에 부복했다.

    그들의 충성과 두려움 속에서 그론드가 다시 왕좌에 몸을 누였다. 입가를 비튼 그가 자신의 미래를 상상했다.

    음지를 넘어 양지를 지배할 그날을.

    * * *

    인공 골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마법진 하나를 사용한 일체형이고, 다른 하나는 각 신체 부위별로 마법진을 적용해 서로 연결하는 복합형이다.

    수리 골렘은 그중 후자에 속했다.

    “…….”

    수리 골렘의 중심에는 인공 골렘 전용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보헤미른 마탑에서 일절 사용하지 않는 마법진. 그래도 기능을 일부 해석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간단히 다룰 수는 없었다.

    이렇게나 복잡한 건 마법계의 논문에서 접해 본 적이 없으니. 그 절반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군.’

    다행히도 수리 골렘의 마법진은 완성에 가까웠다.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명령 체계는 이미 탑재가 된 상태. 적잖은 작업을 통해 완성된 마법진의 구색을 갖추었다.

    이어서 각 신체 부위에 있는 마법진과 연결시켰다. 가볍게 마력을 불어 넣자 정상적으로 마법진 전체가 명멸했다.

    ‘이제 마력 저장 공간만 손보면 되겠어.’

    완벽할 필요는 없다.

    그건 아티슨 마탑의 마탑주가 와도 부족할 테니까. 베르덴의 제작 능력으로는 닿지 않는 범위다. 내구성이나 효율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지금으로서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그런데…….’

    베르덴이 의식을 앞으로 향했다.

    알파가 물끄러미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고 그에 따라 판단을 내리며, 명령에 따르면서도 명령을 내리는 기능까지.

    총괄 책임자라는 직위에 걸맞은 특별함이었다.

    대체 알파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작업이 끝났다.

    마력을 최대로 충전했으니 족히 1시간은 움직여 줄 터. 부족하다면 마력을 더 충전하면 된다. 끝을 모를 마력량은 베르덴의 강점 중 하나다.

    손끝에서 마력의 실을 뽑았다.

    중심 마법진에 침투한 다음 강제로 기동시켰다.

    후우웅.

    수리 골렘에게서 빛이 들어왔다.

    몸을 일으키는 움직임에는 확실히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첫 작업치고는 훌륭한 결과물이었다.

    알파가 수리 골렘을 스캔했다.

    [수리 골렘 완성률 72%. 임무 수행 가능. 1차 동력실로 안내하겠습니다.]

    알파의 눈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수리 골렘이 알파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마치 정신을 조종하는 골렘을 보는 것 같았다.

    ‘확실히 특별해.’

    베르덴 일행이 1차 동력실 앞에 도착했다.

    알파에게 명령을 받은 수리 골렘이 문 옆에 있는 장치에 다가섰다.

    두꺼운 송곳 비스름한 팔이 장치에 삽입되었고, 오른쪽으로 비틀자 철컥 소리와 함께 내부로 마력이 이어졌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지?”

    [앞으로 23초입니다.]

    생각보다 빠르다.

    곧이어 문 위로 마력이 빛이 흘러나왔다.

    기기긱! 기긱!

    쇠를 찢는 소리와 굉음이 들려온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틈새가 열렸다. 그 너머에는 어둠이 내려앉은 긴 통로가 보였다.

    발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그렇게 도착한 1차 동력실은 큐브 형태의 방으로, 말 그대로 마법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바닥과 벽 그리고 천장까지.

    시야에서 빈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너무도 짙은 한기가 공기를 차갑게 얼렸다.

    얼핏 보아 동력이 전달되는 용도인 것 같은데…….

    ‘일부가 파손되었군.’

    중간중간 끊긴 부분이 있다. 벽째로 무너진 곳도 있다.

    마치 화풀이라도 한 듯한 광경……. 이것이 알파가 말한 두 번째 시설 문제임이 분명했다.

    분석할 필요도 없이 마법으로 인한 상흔이다. 마도국의 건축 기술에 손상을 입힐 정도라면 예사 위력은 아니었을 터.

    알파가 말한 시설 침입자, 방주의 일원의 짓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범인은 어딨을까.

    애써 찾을 필요도 없었다.

    1차 동력실의 중심.

    거기에 마법사의 잔해가 놓여 있었다.

    * * *

    깨진 안경과 하얀색 지팡이, 만년필.

    그 위를 너덜거리는, 피 묻은 로브가 덮고 있었다. 누군가 이곳에 있었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증거였다.

    [침입자 사망 확인. 시설 칩입 3건. 전부 해결됐습니다.]

    알파가 사망을 선고했다.

    한쪽 무릎을 꿇은 베르덴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자살인가.’

    시신의 흔적은 전혀 없다.

    1차 동력실의 추위 정도면 부패조차 진행되지 않았을 텐데. 방주의 마법사가 스스로에게 마법을 사용해 죽음을 택했다는 것 외엔 결론이 없었다.

    갇힌 탓에 식량이 부족했던 건가.

    그렇다면 왜 1차 동력실을 손상시켜 스스로를 가두게 된 걸까. 그 답은 로브의 안쪽에 숨겨져 있었다.

    조심스레 로브를 들어 올렸다.

    얼어붙은 수첩이 모습을 드러냈다.

    열기로 가볍게 데우고는 앞장을 열었다. 마법사가 생전에 남긴 기록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리스너에게서 받은 마도왕의 유물을 팔각성에 대자 길이 열렸다. 그 끝에는 공간 이동 마법진이 있었다. 유물을 사용하자 미지의 장소에 도착했다.>

    <미지의 기술로 이루어진 골렘이 나를 맞이했다. 허락되지 않은 침입자라며 적대감을 드러냈지만 무력은 없었기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골렘들을 만들었을까. 내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름답다.>

    <이곳을 둘러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곳은 무덤이 아니다. 마도왕의 실험실,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임이 분명하다. 찬란하다.>

    <앞선 시련의 도전자들도 나와 같았을까. 그렇다면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 이유는 알 수 없겠지만 나는 다를 것이다.>

    <나는 마도왕의 유산을 상속받겠다.>

    마도왕에 대한 찬사가 주르륵 이어져 있었다.

    고대에 지어진 게 분명했음에도 현대의 기술력을 웃도는 광경에 환희했다. 숨겨진 비밀과 마도왕의 유산을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마법진으로 가득 찬 공간을 발견했다. 외눈 골렘이 1차 동력실이라고 말했다. 접근 금지라며 막아섰지만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다음 장소로 가는 문이 닫혀 있다. 다른 도전자들 때문에 막힌 건가?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거대한 마법진을 수정해야 한다.>

    <난생처음 접하는 난해함이지만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풀 수 있다. 고작 문을 못 열어 시련에 실패한다면 웃음거리가 되겠지.>

    <나는 마법진에 대해 가장 해박하다고 자신한다. 아카데미에서도, 마탑에서도, 방주에서도. 반드시 고대의 시련을 극복해 방주로 돌아갈 것이다.>

    이때까지 글씨체에는 자신감이 묻어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태도는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해할 수가 없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 마법진을 제대로 확인했는데 갈피를 잡지 못했겠다.>

    <그래, 내가 착각한 게 틀림없다. 놓친 부분이 있을 터다. 실수는 인간의 본질이다.>

    <2번째는 다를 것이다.>

    방주의 마법사는 숱한 시행착오를 감행했다.

    3번, 4번…… 8번…… 22번…… 138번…… 402번…… 횟수가 늘어날수록 필체는 거칠어졌다. 정신적 착란을 암시하는 내용도 있었다.

    찢기고 구겨진 종이가 늘어났다.

    <1,032번. 결과는 같았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마법을 쏟아 냈다. 그저 분풀이였다. 이성적인 판단은 결코 아니었다. 내가 왜 그랬지?>

    <그렇게 마법진이 손상을 입었다. 동력이 완전히 끊어지며 문이 닫혔다.>

    <젠장, 복구할 수가 없다. 가진 모든 걸 써 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내 마법으로는 문을 부술 수가 없었다. 갇혔다. 동력이 끊긴 탓인지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안 좋은 생각이 든다>

    감정은 점차 극에 달하고 있다.

    서서히 벼랑 끝에 몰리고 있는 게 보였다.

    <3,023번…… 지속된 한기에 로브가 버티지 못했다. 체온 유지 기능이 상실되었다. 살기 위해서는 불이 필요하다.>

    <가진 걸 장작으로 삼았다.>

    <공간가방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도 유적 탐사를 기록하기 위해 새로 산, 이 수첩만은 남겼다.>

    <나는 머저리다.>

    스스로에 대한 온갖 욕설이 가득하다.

    자해까지 했는지 핏방울이 글씨 위로 떨어져 있었다.

    붉게 물든 종이가 말하고 있다.

    <그래, 그랬다. 이제는 인정해야만 했다. 나는 이 마법진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여기서 나갈 수도 없다. 절망에 빠진 쥐새끼만도 못한 신세다.>

    <그리고 나는 한계를 깨달았다. 마법사로서의 한계 위계가 아니라, 바로 나, 칼라드라는 인간 자체의 한계를 말이다.>

    <나는, 나는 마도왕이 될 수 없다.>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내 모든 것은 수백 년 전에 산 인물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평생. 죽어서도. 영원히.>

    <두 번째 마도왕을 꿈꿨는데. 그런 꿈을 꾸며 살아온 내 인생은 과연 가치가 있는 건가?>

    <차라리 알지 못했으면 좋았을걸. 방주의 일원으로서, 알량한 힘으로 사람들이나 구하며 우월감이나 느낄걸. 꿈은 꿈대로 남겨 둘걸.>

    <마법사인 게 후회된다.>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건 괴롭겠지.>

    수첩의 마지막 장.

    그 끝에는 이런 문구가 남아 있었다.

    <……부디 내 선택이 리스너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기를.>

    * * *

    ‘리스너와 친분이 있었던 건가.’

    베르덴이 조용히 수첩을 덮었다.

    그가 남긴 것들을 통해, 칼라드라는 마법사의 최후를 바라봤다.

    완전히 밀폐된 공간.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무너진 그는 절망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스스로의 의지로 삶을 마감했다.

    그 심정은 베르덴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칼라드와는 달리 끝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그것이 차이점이었다.

    공간가방에 칼라드의 유품을 챙겨 넣었다.

    마법사가 쓸 수 있는 장비였지만 가질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베르덴이 가지고 있는 장비보다 떨어지는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왜 챙긴 걸까.

    ‘……마법사로서의 예의라고 해 둘까.’

    수습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겼다.

    [마도왕 폐하. 1차 동력실의 상태는…….]

    “직접 확인하지.”

    알파를 물리고 1차 동력실을 한 바퀴 돌았다.

    마법진의 면면을 확인하고는 그 중심에 섰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마법진이 베르덴을 바라보고 있었다.

    베르덴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 마법진의 구성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이제 마탑의 동력원까지 나오는 건가.”

    이곳에 있는 마법진은, 동력원의 마력을 마탑 전체로 이동시키는 마법진과 같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비슷했다.

    전체적으로 보나 세부적으로 보나 마탑의 마법진에 비해 열화된 것으로 보이니.

    마탑의 동력원이 최초로 발명된 건 약 180년 전. 마도왕의 시대와는 수백 년의 간극이 있다.

    대체 마도왕과 동력원은 무슨 관계인가.

    그의 지식이 남아 전달된 것일까. 그게 아니면…… 살아 있는 마도왕이 개입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베르덴이 가슴에 손을 얹었다.

    강한 박동과 방대한 마력이 느껴진다.

    마도왕의 동력원.

    베르덴의 역천의 마법진.

    그 둘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미지가 바로 이 심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곳에서 내 몸에 깃든 비밀을 알아낼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어.’

    확신이 아닌 기대에 불과하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그를 위해서 이 마법진을 완벽하게 복구하고, 일부를 수정하여 2차 동력실로 가는 문을 개방해야 한다.

    베르덴의 목적지는 이 실험실 끝에 있는 관리자실, 총괄 관리자인 알파보다 높은 권한을 가진 ‘관리자’다.

    ‘관리자는 누굴까.’

    궁금하지만 알파에게 묻지 않았다.

    어차피 직접 가서 확인할 생각이니까. 쓸데없는 질문으로 마도왕이 아니라는 걸 들키는 건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꼴이었다.

    베르덴이 말했다.

    “알파, 작업에 방해되니 바깥에서 기다려라.”

    [명령 확인.]

    알파가 수리 골렘을 데리고 사라졌다.

    홀로 남은 베르덴이 마법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차 동력실 복구 완료. 전체 전력 37% 회복. 감사합니다. 마도왕 폐하.]

    실험실에 마력이 돌아왔다.

    * * *

    심연이 만연한 공간, 관리자실.

    수백 년간 존재해 온 이곳에서 시간의 흐름은 의미가 없다. 이곳에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은 없었으니까.

    그저 기둥에 기대어 있는, 주인을 잃은 스태프와 지팡이만이 변화가 왔었음을 상징하고 있었다. 그것도 벌써 수십 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두 번째로 그에게 찾아온 침입자로 인해 관리자실이 닫힌 이후로, 누구도 이곳에 발을 디디지 못했다. 하물며 실험실 전체를 관리하는 알파조차도.

    적막한 고요만이 그의 유일한 동반자였다.

    쿠구구구……!

    그러던 순간, 공간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마력의 힘. 분명 1차 동력실이 있는 방향이었다. 예기치 못한 흐름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다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10개의 계단 위에 놓인 회색 왕좌.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한 마법사, 관리자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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