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220화 (220/366)

220화 오리엔트 (2)

에스퍼렌사 후작을 따라 라이너스와 함께 이름 없는 산에 도착했다.

천천히 근방을 둘러봤다.

산의 정상은 마치 모험가 길드의 연무장처럼 평평했고 비교적 넓었다. 주위는 가파른 돌계단 위는,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여긴 후작가의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훈련장이다. 탁 트인 곳은 원소 마법을 연습하기 좋다며, 에드몬이 조언해서 인위적으로 만든 공간이지. 그리고 저길 봐라.”

후작이 고개를 까딱였다.

그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자 맞은편에 군데군데 파괴의 흔적이 남은 돌산이 보였다. 크기도 크고 거리도 적당히 먼 게, 마법사들이 표적으로 삼기에는 적합해 보인다.

실제로 그렇게 쓰이고 있는 것 같고.

“저거라면 그 스태프의 위력을 시험하기 좋을 테지. 뜻대로 쓰도록.”

“배려 감사합니다, 각하. 다만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지?”

“저 돌산 부숴도 되는 겁니까?”

……부숴?

후작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베르덴이 어떤 마법사인지 칼리아와 에드몬 그리고 기사들을 통해 들었다. 또한 마탑주에게 인정 비스무레한 걸 받을 만큼 특출나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렇다 해도 저 커다란 돌산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위계 마법에는 그에 맞는 한계가 있으니.’

5위계 마법으로는 불가능하다.

합성 마법이든 집중 마법이든 마찬가지다. 마도를 개척했다면 몰라도 마법사의 틀에 갇혀 있다면 상식상 그래야 했다.

뭐, 사실 돌산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는 문제였다.

후작으로서는 그의 마법과 스태프의 성능을 두 눈으로 봐야만 했다.

모두가 극찬한 그의 마법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그 오브란 게 무엇인지, 그만한 재산이 들어갈 가치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가능하면 가장 강력한 위력으로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능하다면.”

허락이 떨어졌다

베르덴이 봉우리의 가장자리에 섰다.

실험을 하기 이전에, 잠시 미뤄 두었던 성능을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두 눈에 마력을 집중시켜 마법을 발동했다.

<감정>

오리엔트의 내력이 읽혔다.

◆ 동쪽의 서광, 오리엔트

⦁ 극광의 영역

⦁ 원소의 지배자

⦁ <충격> 룬

⦁ 등록

⦁ 원격 회수

⦁ 자가 수복

그중 가장 위에 있는 두 효과를 직시했다.

‘마탑에서 들었던 대로군.’

오브로부터 파생되는 마법 효과는 총 두 가지.

첫째, 극광(極光)의 영역.

스태프를 중심으로, 주위에 오로라를 형성하여 마법적 능력을 강화하는 버프 마법이다. 대상은 소유주와 아군이라고 인식된 원소 마법사.

오로라의 빛에 닿는 동안은, 원소 마법의 시전 속도 및 원소 저항력이 대폭 상승한다. 한번 사용하면 대기 시간이 존재하긴 하지만 지속 시간 동안에는 마법 폭격이 가능하다.

그리고 둘째, 원소의 지배자.

소유자의 전반적인 원소 마법을 강화한다.

그 효과는 무려 마법서에 비견된다.

물론 자신의 마력이 등록되지 않은 마법서에 비교해서이긴 하나, 속성 구별 없이 전 속성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성능이다.

심지어 오브의 강화 효과는 다른 마법 물품이나 아티팩트와 중첩되지 않는다. 마법 자체가 아니라, 원소 마법사의 역량 자체를 높인다는 말이 적합하겠지.

‘게다가 원소의 지배자에는 ‘특수한 마법’이 존재한다.’

그것도 베르덴의 비장의 수단 중 하나가 될 만한.

이처럼 오브는 종합적으로 아티팩트에 준하는 성능을 지니고 있다.

더불어 소유자가 베르덴과 같은 원소 마법의 달인이라면, 모든 속성에 적합성을 지니고 있다면 그 효용성은 아티팩트 이상이다.

이어 베르덴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충격> 룬, 등록, 원격 회수, 자가 수복.

오브와 룬을 제외하면 스태프에 내재된 성능이다.

베르덴이 간단히 묻자, 라이너스가 실실 웃으며 자신 있게 답했다.

“뭐, 대부분은 오브와 스태프를 동기화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을 거다. 오브가 가진 힘 때문에 다른 효과를 추가하는 게 엄청 어려우니까. 하지만 나 라이너스 볼티모그는 다르지.”

소재가 가진 힘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소울 트리의 줄기가 가진 자체 수복 기능을 고스란히 오리엔트에 부여했고, 소유자의 편의를 위해 등록과 원격 회수라는 성능까지 추가했다.

원격 회수는 염동력과 비슷하나 엄연히 별개의 것이다.

명확히 대상을 인지하고 있지 않는다 해도, 그저 마력을 운용하는 것만으로도 스태프가 회수되는 마법 효과.

어떤 난전이 펼쳐진다고 해도, 박살 나지 않는 이상 잃어버릴 일은 없다.

“마력을 집중시켜서 일정 시간 유지하면 등록이 될 거야. 물론 고대 아티팩트에서나 볼 법한 ‘각인’처럼 ‘소유주 외의 누구도 사용할 수 없다’는 미친 성능은 없어. 단순히 원격 회수만을 위해 넣은 요소인데 없는 것보단 나을 테니 불만은 갖지 말라고.”

“불만은 무슨.”

상정했던 것 이상의 스태프다.

찬사를 하면 모를까, 불평 따위 할 리가 없었다.

이로써 전체적인 성능은 파악했다.

더 이상 뜸 들일 생각은 없었다.

“후우.”

베르덴이 호흡을 골랐다.

조용히 눈을 감고는 전신의 마력회로를 활성화했다. 몸속을 질주한 마력이 손끝으로 뻗어 나가며 오리엔트에 깃들었다.

‘느껴 본 적 없는 마력 수용성과 전도율이다.’

어떤 저항도 없이 마력이 집중된다.

마치 스태프가 신체의 일부가 된 듯했다. 오리엔트의 첨단에 있는 크리스탈에서 황금빛이 강하게 발광했다.

화아아아악!

유형화된 마력이 거세게 몰아쳤다.

5위계 상위에 도달한 출력은 얼마 전까지의 베르덴과 격차를 달리했다. 마력에 의한 압력이 주위를 장악했다.

“윽!”

라이너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하나 그의 두 눈은 여전히 베르덴과 돌산에 고정되어 있었다. 자신이 홀로 만들어 낸 걸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보고 말겠다는 의지였다.

“…….”

에스퍼렌사 후작은 제자리에 고고히 서 있었다.

기운을 끌어모은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상황을 주시했다. 미약한 긴장이 어린 얼굴로.

베르덴이 눈을 번뜩인 건 그때였다.

───콰앙!

오리엔트를 허공에 휘둘렀다.

파공음과 함께 충격의 룬이 발동하며 대기를 진동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베르덴이 능숙한 몸놀림으로 스태프를 연신 휘둘렀다.

현련함, 화려함, 파괴력, 실용성이 깃든 복합적인 전투 기술. 실질적인 경력은 짧을지라도 베르덴이 쌓아 온 경험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었다.

베르덴이 오리엔트를 던졌다.

봉우리의 가장자리에 있던 작은 바위가 반파되었다.

마력을 움직이자, 허공을 부유하던 오리엔트가 손안으로 빨려 들어오듯 되돌아왔다.

‘편리하군.’

스태프 자체의 성능은 더할 나위 없다.

물론 자체 수복 기능은 확인할 수 없었다. 최상위 금속을 소재로 한 탓에 정말로 웬만해서는 흠집도 나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라이너스가 말했듯 없는 것보다 나았다.

쿵!

오리엔트를 바닥에 찍었다.

가볍게 열이 오른다.

베르덴이 고개를 앞으로 향해 돌산을 바라봤다.

마침내 오리엔트의 진가를 드러낼 차례였다.

‘위력은 조절하지 않는다.’

가슴속에 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그에 반응한 마력이 맥동한다. 5위계 상위의 원소 마법과 오리엔트가 가진 힘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끓었다.

본래라면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

숨겨 둔 패가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의 방심을 이끌어 내어 허를 찌르기 쉬우니까.

하지만 마탑주와의 만남으로 생각이 달라졌다.

비장의 수단을 두는 건 당연하나, 언제까지고 힘을 숨기기만 하는 건 옳지 않다. 이미 다다르고자, 밟아 서고자 하는 경지를 내다본 베르덴이다.

그리고 느꼈다.

‘나는 강자다.’

그것이 베르덴의 현 위치다.

그렇기에 라이너스가 보든 후작이 보든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저 지금까지 쌓아 올린 힘을 보란 듯이 증명할 생각이었다.

저 하늘에.

결정을 내린 베르덴은 전력을 드러냈다.

마탑주에게 대항했던 것, 그 이상의 마력이 화염처럼 타올랐다. 서서히 흔들리는 대지에 라이너스가 비틀거렸고, 후작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런 반응들을 무시한 채, 베르덴은 오리엔트를 강하게 쥐었다.

첨단에 박힌 황금빛 크리스탈에 정신과 마력을 집중시켰다. 오브 안에 숨겨져 있는 특별한 힘을 끌어냈다.

이윽고 오리엔트가 답했다.

<원소화>

시전자의 마력을 특정 원소 속성으로 국한시키는, 오브의 특수한 마법.

지속 시간은 고작 3분.

그동안 다른 계열의 마법을 사용할 수 없고, 마법에 따른 마력 소모량이 10배 가까이 증가한다. 재사용 대기 시간은 무려 일주일.

그것을 대가로 시전자는 원소의 지배자 그 자체가 된다.

베르덴이 대지 속성을 선택했다.

쿠구구구구……!

지축이 흔들린다.

지면을 파고든 마력이 삽시간에 일대를 장악했다. 기존의 마력 조작 능력을 현격하게 벗어나는 광경이었지만 당연했다.

현재 이 땅을 지배하는 건 베르덴이었으니까.

‘준비는 끝났다.’

의식이 돌산을 향한다.

마력은 아까지 않고, 마법 연산은 빠르고 정확하게. 베르덴의 능력으로도 2분에 가까운 시간을 소모한 그때였다.

단일로 이루어진 5위계 집중 마법.

그중에서도 공성 마법으로 분류된 파괴력이 이름 없는 산을 격동시켰다.

균열의 첨단.

<리모스Rimose>

지면에서 솟아난 다섯 개의 거대한 가시가 돌산을 꿰뚫었다.

거대한 바위를 완전히 관통한 것만 봐도 얼마나 예리하고 단단한지 알 수 있었다. 하나 이 마법의 본의는 아직이다.

쩌저저적!

다섯 개의 가시가 수백 갈래로 갈라진다.

내재되어 있던 마력이 그 틈새를 비집으려 요동쳤다. 팽창된 공기로 인해 형성된 압력이 폭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생겨난 균열.

그것은 곧 붕괴로 이어진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일제히 폭발하는 가시.

고막을 강타하는 굉음이 돌산 내부에서 울려 퍼졌다.

* * *

삐이이이────

이명이 들린다.

기운으로 보호했기에 문제는 없다. 다만 아주 미약하게 남은 소리가 귓가를 맴돌다 사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후작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돌산이 사라졌다.

후작은 과거 공화국과의 전쟁을 경험했다.

당연하게도 공성 마법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전쟁 초기 왕국의 도시를 보호하는 성벽이 무참하게 박살 난 기억이 또렷하다.

그중에는 저 <리모스Rimose>라는 마법도 있었다.

‘하지만 저런 위력이 아니었다.’

마법 보호막과 성벽을 뚫고, 폭발하여 수성 체계에 균열을 내는 마법의 목적.

더불어 엄청난 마력 소모량 탓에 거대한 가시를 세 개 이상 쓸 수 없는 것이 한계.

그게 후작이 알고 있는 마법이었다.

그렇기에 경악스러웠다.

‘설마 저 스태프의 힘인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태프를 만든 장본인, 라이너스가 주저앉아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이, 이게 뭔…….”

당황이 역력한 표정이다.

아무래도 스태프만의 힘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마법사가 가진 역량이 그만큼 크다는 뜻일 터.

그때, 베르덴이 말했다.

“덕분에 좋은 실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태연한 목소리다.

“너는…… 지치지도 않은 건가?”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물론 소모가 있긴 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호흡이 가파르다. 하지만 마력을 단번에 풀어 헤쳐서 그런지 홀가분한 기분이 더 컸다.

원소 마법사다운 기분 전환이었다.

다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베르덴이 다시금 마력을 일으켰다.

아직 원소의 지배자가 활성화된 상태다. 주저하지 않고 마법을 발동했다.

<지형조작>

쿠구구구구구구구!

대지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중심을 잡기 어려운 진동 속에서 베르덴이 오리엔트를 위로 쳐들었다. 흔적만이 남아 있는 돌산 아래에서 또 다른 돌산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베르덴이 없애 버린 훈련장 대신이었다.

‘확실히 피곤하군.’

<원소화>의 힘은 강력하다.

대신 베르덴에게 부담이 갈 정도로 마력 소모가 크다. 이와 같은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건 세계에서 세어 봐도 극소수겠지.

곧이어 오브의 힘이 사라졌다.

대지에 뿌리내렸던 감각이 사라지는 걸 느끼며 베르덴이 고개를 돌렸다.

“제가 부순 돌산보다 크게 만들었습니다. 지면 아래의 기반까지 충분히 튼튼하게 만들었으니 만에 하나라도 붕괴될 일은 없을 겁니다.”

“…….”

말이 없다.

잠시간의 침묵 뒤에 다시 물었다.

“각하?”

후작이 정신을 차렸다.

“그래…… 수고했다, 애셔. 이만 가 봐도 좋다.”

“호위는…….”

“내가 알아서 하지.”

단호한 거절이다.

베르덴은 더 묻지 않았다.

“예,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예를 취한 베르덴이 발걸음을 옮겼다.

라이너스를 일으키고는 오리엔트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아, 아니. 나야 할 일을 한 건데…… 이걸로 목숨값은 갚은 거다?”

“물론이다.”

고개를 끄덕인 베르덴이 비행을 시전했다.

라이너스는 베르덴이 만들어 낸 돌산을 보며 중얼거렸다.

베르덴의 모습이 <비행주파>로 멀어졌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후작의 눈동자는 경악과 불안으로 얼룩져 있었다. 속내를 감추는 데 능숙한 그였음에도 심란한 마음을 숨기기 어려웠다.

남겨진 두 사람과 대비해, 베르덴의 얼굴은 밝았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오리엔트를 어루만졌다. 금속의 감촉이 실제임을 자각시켰다.

‘어서 빨리 써 보고 싶군.’

실험과 실전은 차원이 다르니.

베르덴은 자신의 전력을 보일 상황과 상대를 원했다.

‘물론 그런 기회는 흔치 않겠지만.’

당연했다.

이 왕국에 베르덴의 적수라고 할 자는 거의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 * *

에스티리아 왕국의 2대 금지, 동부 늪지대.

십수 명의 인파가 지독한 늪과 괴물들을 넘어 앞으로 나아갔다. 지친 기색이 가득했지만 누구도 고됨을 토로하지 않았다.

이들은 전문가였다.

그리고 마침내.

“차, 찾은 것 같습니다!”

유물 탐사단, 탐색자들.

2인자 한스 데이켈이 흥분하며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 후열에서 정비를 하고 있던 리더, 라이반 크루소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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