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166화 (166/366)

166화 백골의 비올라 (4)

‘저게 마도인가.’

베르덴이 비올라를 내려다봤다.

그녀의 주위로 뻗어 나온 다섯 개의 뼈의 기둥. 뼈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고유의 마도를 가지고 있는 건 로난데르크 주교를 통해 알고 있었으나 정확한 특징은 모른다.

그러니 확인할 수밖에.

베르덴이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비올라를 향해 마법을 시전했다.

<염폭뢰>

열뢰의 창이 쇄도했다.

시야를 훤히 비추는 빛이 비올라가 있던 장소에 착탄하자, 벼락과 화염이 명멸하며 폭음이 터져 나왔다.

폐허의 일부를 무너뜨릴 정도의 화력.

하나 불길 속에 있는 마력 반응은 여전히 건재했다.

다섯 개의 뼈가 서로 뒤엉킨, 나선 형태의 돔.

베르덴의 마법에 직격당했음에도 고작 그을린 게 전부였다. 물리 저항력과 화염 저항력이 상당하다는 뜻.

곧 틈새가 벌어지며 비올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확실히 합성 마법이라 그런지 화력이 엄청나긴 하네. 물질계를 다루는 나한테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하긴 하지만 말이야. 뭐, 어쨌든 그것보다…….”

비올라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만 내려다보고 좀 내려오지?”

비올라가 방대한 마력을 일으키며 손을 쳐올렸다.

다섯 개의 기둥 중 세 개의 기둥이 지면에서 벗어나 급격하게 베르덴에게 육박했다.

정면에서 맞서는 건 하책.

베르덴이 곡예비행을 펼치며 가볍게 기둥들을 피해 냈다. 그러던 중 하늘 높이 떠오른 뼈의 기둥에 균열이 생겼다.

콰자자자작!

기둥이 폭발하며 셀 수 없이 많은 뼛조각이 사방에 뻗어 나갔다.

베르덴은 즉각적으로 고도를 낮추며 가까스로 범위 내에서 벗어났다. 지면에 착지한 베르덴이 방금까지 있었던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폐허의 천장과 벽면에 박힌 뼛조각들이 자라더니 서로 연결되었다.

페허의 태반 이상을 잠식한 백골의 줄기들.

그 모습은 마치 뼈로 이뤄진 거미줄과도 같았다.

베르덴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저 안으로 돌진하면 몸이 조각나겠군. 그렇다는 건…….’

“비행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건가?”

“날파리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걸 쫓아다니는 건 여러모로 짜증 나거든.”

그리고.

“이게 나한테 더 유리하니까.”

비올라가 남은 두 개의 기둥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뼈의 기둥들이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삽시간에 자취를 감췄다. 한 차례 손목을 돌린 비올라가 가볍게 손을 뻗었다.

마력이 느껴진 순간, 백골의 창이 쇄도했다.

연산을 거치지 않는 시전 속도다.

‘뼈의 기둥을 몸 안으로 흡수해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건가.’

베르덴은 그것이 비올라의 마도가 가진 능력 중 하나라는 걸 뇌리에 각인하고는, 그에 맞서 오큘러스를 휘둘렀다.

<데몰리션>

───콰앙!

중력의 구체에 적중당한 창의 궤도가 비틀리더니, 베르덴에게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 처박혔다.

지면에서 살짝 떠오른 비올라가 베르덴에게 돌진했다.

이리저리 방향을 비틀며 또다시 뼈의 가시들을 흩뿌리기 시작하자 거리가 점점 좁혀지기 시작했다.

베르덴의 벽안이 상대의 움직임을 읽었다.

이동 경로를 파악한 그가 <뇌천>을 쏘아 보냈다.

정확히 가슴 정중앙을 겨냥한 푸른 광선.

그러나 비올라의 몸에서 솟아난 뼈의 방패가 여지없이 마법을 막아 냈다.

<염폭뢰>를 막았던 뼈와 거의 비슷한 원소 저항력.

원소 마법사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성가신 마도였다.

그렇다면 이쪽도 근접전이다.

곧바로 5위계 부여 마법으로 신체를 강화한 뒤, 오큘러스에 마력을 집중하며 중력 속성을 부여했다. 이윽고 지척에 도달한 비올라와 베르덴이 격돌했다.

카각…… 카가가각……!

비올라의 팔뚝에서 솟아난 뼈의 칼날과 오큘러스가 맞물렸다. 예상을 벗어난 전개에 비올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법사가 근접전도 할 줄 알아?”

그건 피차일반이겠지.

속으로 답한 베르덴이 한 걸음 물러섰다.

그사이에 오큘러스를 한 바퀴 회전시키며 충격파를 터뜨렸다. 완전히 충격을 막아 낼 수는 없었는지 공중에 뜬 비올라와 거리가 벌어졌다.

잠깐의 소강상태.

마법전은 이제 시작이었다.

* * *

“끄어어어어…….”

털썩.

의식장의 경계에 서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노사의 마도로 축적해 놓은 죽음의 기운이 대부분 뽑히는 바람에 반언데드 상태마저 유지하지 못하게 된 탓이었다.

의식의 끝이 다가오는 걸 느낀 노사가 제단 위에 있는 시체의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3왕자의 피와 살점을 조심스레 입안에 담았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의식은 완성이다.’

곧 상위 언데드를 넘어선 이형종, 죽음의 수확자가 소환될 것이고 3왕자와 계약을 맺게 될 것이다.

물론 강대한 힘을 3왕자 따위에게 쥐여 주는 건 아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죽음의 수확자의 힘을 다루는 순간 그에 버금가는 대가 또한 따를 테니까. 특히나 그 대가는 노사와 같은 존재에겐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작용한다.

어디까지나 목적은 의식장이 기동하는지 확인하는 것. 그 외에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문제는 침입자다.’

노사가 사역하는 언데드 집단과 비올라가 나섰다.

분명 그들이라면 교구에서 성기사단을 보냈다 한들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의식장으로 향하는 통로는 총 두 곳.

아마 상대는 전력을 분산시키겠지. 아니면 운을 믿고 통로 하나를 선택해 전력을 집중시킬지도 모른다.

하나 둘 중 뭐가 됐든 간에 상관은 없었다.

전력이 분산되면 각개격파 하면 될 것이고, 전력을 집중시킨다 해도 다른 통로에 있는 비올라나 언데드들이 곧장 지원을 해 줄 테니.

‘변수는 없다.’

노사가 그렇게 생각하던 중, 통로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드디어 찾았군.”

귓가를 스치는 낯선 목소리.

칼리아와 글로스가 의식장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

칼리아를 알아본 노사가 눈을 부릅떴다.

‘칼리아 드 에스퍼렌사? 저자가 어떻게……!’

영묘의 생매장은 노사가 직접 설계한 함정.

칼리아가 이끄는 백결 기사단이 움직였다고 보고받은 순간 노사는 그들의 죽음을 확신했다.

본래라면 지금쯤 영묘 아래에서 썩어 가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설마 실패한 건가.’

노사는 칼리아의 생사에 대해 보고받지 않았다.

솔직히 애초에 안중에도 없었다. 아무리 그들이 날뛴다고 한들 실질적인 계획 자체는 크게 방해가 되지 않을 테니까.

그저 단순히 주검의 영광을 방해했기에 보복을 내린 것이다.

‘그래서 함정으로 보낸 이후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실수였나.

노사의 짜증 서린 표정에 칼리아가 이죽거렸다.

“왜. 내가 살아 있어서 못마땅한가?”

“놀랐을 뿐이다. 한낱 범죄자들만 쫓아다니는 귀족 영애 따위가 내가 만든 함정에서 빠져나왔다는 게.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아니, 그것보다 대체 이곳을 어떻게 알아냈고? 교구에서 무슨 단서를 찾았길래?”

노사가 질문을 쏟아 냈다.

물론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저건 시간을 끌려는 목적임이 분명했으니. 신체 능력을 전력으로 강화한 두 사람이 지면을 내달렸다.

‘제길, 역시 안 통하는군.’

노사의 눈가가 작게 떨렸다.

앞으로 조금만 더 있으면 ‘계획대로’ 의식을 완성할 수 있는데. 그야말로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그렇게 장담하더니 비올라는 대체 어디서 뭘 하는지……!’

까드득.

분노를 삼킨 노사가 스태프를 휘둘렀다.

지면을 뚫고 나타난 언데드, 시체 탐식자.

피부가 없이 붉은 근육이 그대로 드러난, 노사의 호위를 맡은 두 마리의 괴물이 생기를 인식했다.

그러자 2.5미터의 거체를 가진 놈들이 가슴팍에 있는 갈비뼈들을 활짝 열고 칼리아와 글로스에게 돌진했다.

“놈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파앗!

글로스가 내뿜은 빛이 시체 탐식자들을 교란했다.

뒤에 있던 칼리아가 연이어 글로스의 어깨와 언데드의 머리를 밟고 도약했다. 방해물은 없다. 지면에 착지한 그녀가 다시금 내달렸다.

“칫!”

노사가 다급하게 마력을 조작했다.

경계선에 쓰러진 기괴한 인간들의 시체가 크게 부풀더니 이내 폭발했다. 저주가 담긴 살점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칼리아가 속도를 유지한 채 기를 끌어모았다.

에스퍼렌사 혈통만이 습득할 수 있는 기예.

백영白影.

백색의 기운으로 물든 칼리아의 몸이 흐려졌다.

시체 파편들이 그녀가 만들어 낸 잔상을 통과해 지나쳤고, 칼리아는 어느새 노사의 지척에 닿아 있었다.

목전에 다가온 백색의 칼날.

노사의 신체 능력으로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체념했다.

“어쩔 수 없군.”

푸욱.

검끝이 노사의 폐와 심장을 관통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손목을 비틀어 내부를 헤집었다.

쿨럭!

노사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인간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치명상과 출혈량. 칼리아는 그가 죽었음을 확신했다.

그런데 노사의 눈이 빙글 돌아가더니 정확히 칼리아를 노려봤다.

“변수가 생긴 이상 계획을 수정하는 수밖에.”

“무슨……?!”

콰아아아아!

갑자기 사령의 보주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전신을 밀어내는 막대한 압력.

어떻게든 견뎌 내려 했지만 칼리아의 힘으로는 무리였다.

“큭!”

보랏빛 파동에 나가떨어진 칼리아가 지면을 굴렀다.

작게 기침하며 호흡을 되찾은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경악했다.

“시체가…….”

제단 위에 있던 시체가 검은 연기로 화했다.

그러고는 연기가 노사를 감싸는 듯하더니 허공으로 솟구치며 형상을 띠기 시작했다.

검은색 누더기를 눌러쓴 존재.

누더기 안에는 <암시>를 부여한 마법 물품으로도 꿰뚫어 볼 수 없는 심연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누더기 바깥으로 나온 삐쩍 마른 두 개의 팔, 그 손에는 거대한 낫이 쥐여 있었다.

죽음의 수확자, 그림 리퍼(Grim Reaper).

계약을 마친 고위 언데드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가능하면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으면 했는데.”

노사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런 그의 몸에서는 치명상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노사가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선고했다.

“너희들이 자초한 일이다. 원망하지 말고 죽도록.”

공동 전체에 내려앉은 사기.

그림 리퍼가 거대한 낫을 휘둘렀다.

* * *

베르덴과 비올라가 일순간 교차했다.

근접 거리에서 서로를 겨냥한 마법들이 비껴 나갔고, 그 마법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새로운 마법이 구현되었다.

<락 페이탈>

비올라가 고개를 젖혔다.

그 위로 음속을 넘어선 대지의 파편이 지나쳤다. 직후 몸을 회전하며 팔꿈치에서 솟아난 뼈로 베르덴의 목덜미를 노렸다.

사아아악!

허공을 베는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순간에 안쪽으로 파고든 베르덴이 손을 뻗었다. 거센 불길이 작렬하며 비올라가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어스 클로>

이어 대지의 갈퀴가 비올라에게 육박했다.

마찬가지로 손톱에서 뼈의 칼날을 뻗어 맞부딪쳤다. 이내 박살 난 뼛조각과 돌조각이 그녀의 코앞에서 터져 나갔다.

“윽……!”

곧장 뼈의 갑주를 둘렀으나 전부 막아 내는 건 무리였다.

파편이 그녀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고, 시야가 가려진 사이에 또다시 베르덴의 마법이 작렬했다.

<열뢰>

콰과과과!

지면에 떨어진 붉은 번개.

원형으로 퍼져 나간 전류를 본 비올라가 다급하게 뒤로 후퇴했다.

그렇게 서로를 주시하고 있자 비올라의 목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아무리 봐도 큰 부상은 아니다. 최하급 포션을 발라도 금방 나을 만한, 단순한 생채기일 뿐.

반면 베르덴의 몰골도 그리 좋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공격은 스치듯 흘려 보낸 결과, 얼마 전에 정비를 맡긴 장비 곳곳이 찢겨서 너덜거렸다.

조금 깊게 베인 곳은 출혈이 일기도 했고.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별다른 마법 효과는 없으나, 사각에서 날아오는 뼈는 관통력과 내구력이 상상 이상이다. 하나라도 적중한다면 그대로 몸이 꿰뚫릴 정도.

베르덴이 입고 있는 장비는 방어구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비올라의 마도, 그로부터 파생되는 마법들과 그녀의 움직임에 거의 익숙해지는 데 성공했으니.

아직 숨겨 둔 수는 있어 보이지만 상관없었다.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다시금 한 발짝 내디딘 베르덴.

그는 분명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뭐야, 이게.’

비올라는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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