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빈테르트 (2)
콰직! 우지끈!
건물 내에서 살벌한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훼월을 쥔 갈리아크.
벌써 익숙해진 무게감에 그가 신이 난 듯 웃었다.
“하하! 11억 엘크짜리라 그런지 손맛이 죽이는군. 이거라면 어지간한 갑옷쯤은 으깨 버릴 수 있겠어. 왕국에 온 보람이 있구만!”
“앞이나 봐라.”
베르덴의 말에 갈리아크가 앞으로 고개를 향했다.
코스타의 잔당들이 무기를 빼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바닥에 흩뿌려진 시체 조각과 피에 잠깐 멈칫했으나 살의를 거두지는 않았다.
코스타의 지배력.
그의 공포심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토록 필사적으로 막을 리 없었다.
‘코스타는 이미 죽었지만.’
갈리아크가 숨을 들이마셨다.
양손으로 훼월을 붙잡은 그가 바닥을 부수며 돌진했다.
거리가 있음에도 중압감이 느껴지는 맹진.
마치 폭주하는 마차를 맞닥뜨린 듯한 기세에 잔당들이 압도당했다.
양팔을 뒤로 당겼다.
직후 이뤄진 허리의 회전, 그로부터 폭발적인 힘이 촉발되었다. 이어 근력과 탄력이 더해진 훼월의 날이 대각선의 궤적을 그렸다.
콰자자자자작!
박살 난 검, 갈라진 갑옷. 살과 근육이 찢겨지고 뼈는 으스러져 가루가 되었다.
한 번의 휘두름에 네 명이 절단되어 날아갔다.
이어 훼월을 던져 두 명을 죽이고 맨몸으로 전투를 이어 갔다.
“크하하하하하하!”
흥분에 찬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주먹 한 방에 얼굴이 으깨졌고 앞차기에 장기가 터져 나간다.
좁은 복도에서 수십 명을 상대함에도 도살자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잠시 후,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사람이었던 것들과 폐허가 된 복도만이 남았다.
“뭐야, 이게 끝이야? 좀 싱거운데.”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 낸 갈리아크가 훼월을 집어 들었다.
가볍게 휘둘러 묻어 있던 피와 기름을 단번에 떨쳐 내었다. 그런 그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와…….”
“……!”
“저, 저게 사람이야……?”
베르덴과는 다른 종류의 풍경이다.
보다 잔혹하고 원초적인 힘에 에이든과 샤를로트가 눈을 빛냈다. 샘웰은 무서워했고.
그사이 베르덴이 시체를 불살라 잿더미로 만들고는 마력감지를 펼쳤다. 베르덴 일행 외에 생명 반응은 없었다.
“잔당은 전부 처리한 것 같군.”
이제 코스타의 방을 찾을 때.
바로 에이든과 샤를로트가 나설 차례였다.
“이쪽이에요!”
“아으……!”
남매는 열성적으로 안내를 시작했다.
지난 몇 주간 코스타와 그 부하들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녔기에 자택 내부는 훤히 꿰고 있다. 고통스러운 기억이었지만 이젠 상관없었다.
그렇게나 무서웠던 코스타는 별게 아니었으니까.
그보다 훨씬 압도적인 존재가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두 사람은 세상을 배웠다.
복잡한 복도를 따라 깊숙이 들어섰다.
그렇게 얼마 안 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력감지를 시전하자 휘황찬란하게 장식된 방이 감지되었다.
“함정은 없다.”
“으라차!”
갈리아크의 발차기에 방문이 활짝 열렸다.
안으로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감각에 잡히는 건 없다. 안전을 확인한 베르덴이 마력으로 방 전체를 장악했다.
<염동력>
일제히 가구가 들썩이며 안에 있던 물건들을 토해 냈다.
벽에 진열되어 있던 코스타의 장신구와 장식용 무기들뿐만 아니라 바닥 틈새에 감춰져 있던 금고까지 말이다.
“오, 꽤 큰데. 안에 뭐가 있을지 기대되는구만.”
갈리아크가 금고 손잡이를 잡았다.
열쇠나 비밀번호 따위는 필요 없었다.
힘줄이 불거지자 콰득! 금고 문이 뜯겨져 나갔다.
그 안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 상자와 값비싼 장신구 그리고 100만 엘크짜리 현금 다발들과 몇 개의 장부가 보였다.
베르덴과 갈리아크가 장부를 훑었다.
마약 및 노예 매매에 대한 게 적혀 있었다. 쓸모없다.
“내다 팔면 돈이야 꽤 되겠지만…… 로아프라의 권력자라는 놈이면 막 10억, 20억씩 가지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이게 맞아?”
“코, 코스타는 작은 권력자입니다. 그리고 로아프라에서 권력이란 사업권을 뜻합니다. 현금이나 보석이 아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권한이 제일의 자산입니다.”
쯧. 갈리아크가 혀를 찼다.
“쓰레기가 따로 없군.”
“이거라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베르덴이 금고 안의 내용물을 전부 공간가방에 챙겨 넣었다.
갈리아크의 의견대로 코스타의 영역을 차지했다. 그리고 코스타가 남긴 유산마저 챙겼다.
마지막으로 빈테르트와 담판을 지으면 로아프라의 일은 끝이다.
방 중심에 있는 탁상과 주변을 둘러싼 소파들.
베르덴이 상석에 앉고 갈리아크가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셈웰과 에이든 그리고 샤를로트는 눈치를 보다가 남은 자리를 차지했다.
……정적이 흘렀다.
어색한 기류 속,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던 남매.
성대가 잘린 샤를로트를 대신해 에이든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으…….”
상황이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바람에 이제서야 감사를 전했다.
두 사람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베르덴이 답했다.
“그래.”
그게 끝이었다.
그는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둘의 안전을 지켜 주고 있었다. 그게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남매로서는 알 수 없었다.
다시금 조용해졌다.
은인이 저렇게 말하는데 에이든과 샤를로트는 뭘 어떻게 더 감사를 전해야 할지 몰랐다. 가진 것 하나 없는 두 사람은 보답조차 할 수 없었다.
흐름이 끊기는 바람에 공기가 더욱 어색해졌다.
그 사이에 낀 샘웰은 특히나 그랬다.
빈테르트가 언제 올지 몰라도 이 공간에서 오래 버티는 건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안절부절못하던 그의 손이 흔들리다 탁상 아래에 부딪쳤다.
‘아!’
실수였다.
탁.
그러자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주워 보니 카지노에서 쓰는 카드 뭉치였다. 고요함을 깨는 소리에 주위의 시선들이 한데 모였다.
사고를 가속한 샘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그, 카드 게임이라도 하시겠습니까?”
* * *
코스타의 영역.
빈테르트의 정보망을 따라 베르덴 일행의 흔적을 쫓자 입구가 파괴된 창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코스타의 자택으로 가는 통로 중 하나.
안으로 들어가 복도에 들어서자 벽 곳곳이 피로 얼룩져 있었으며 탄내가 코끝을 강하게 스쳤다.
술병을 든 드레이큰의 눈가가 씰룩였다.
“냄새가 고약하군. 시체는 지웠지만 흔적으로 봤을 때 이곳에서 사망한 자가 최소 30명은 넘는 것 같다.”
“아예 전멸시켰나 보네요.”
시체를 태운 건 마법이다.
하나 시체를 만든 건 마법사가 아니다. 물리적인 흔적이 역력했으니까. 카지노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거한이 한 짓임이 틀림없다.
“실력은 어때 보이나요?”
드레이큰이 눈을 감았다.
날려 버린 철문과 발길질로 인해 부서진 바닥 그리고 복도에 남아 있는 여러 잔흔을 면밀하게 연결해 살핀 그가 천천히 눈꺼풀을 열었다.
“상당하군.”
“기준점을 정한다면요?”
“모험가 등급을 말하는 건가?”
로베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레이큰의 목에 걸린 미스릴 플레이트.
전직 미스릴 등급 모험가였던 그는 로아프라에 흘러들어 와 빈테르트의 경비 계열 수장을 맡게 된 강자였다.
타락한 모험가.
그것이 드레이큰의 이명이었다.
“백금 등급에서도 중상위권 이상으로 보인다.”
“최소로요?”
“최대로 치면…… 미스릴 등급의 경계선에 설 정도는 되겠군.”
그레이에서 명성을 떨치는 4위계 전격 마법사와 미스릴 등급에 준하는 전사라. 꽤나 위험한 조합이었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애초에 그들이 적대심을 가지고 있다면 생각 이상으로 큰 마찰이 생길지도 몰랐다.
“지원이 필요할까요?”
“전혀.”
주저없이 답한 드레이큰이 술을 들이켰다.
독한 술이라고 해도 고작 알코올 따위가 그의 신체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 안에 마약을 집어넣었다.
신체의 근력을 강화하고 감각을 돋우며 고통조차 둔하게 만드는 약.
금단 증상이 강하긴 했으나 상관없었다. 항상 술과 함께 복용하면 그런 증상을 느낄 새도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모험가 시절보다도 더욱 강해져 있었다.
드레이큰이 팔뚝으로 입가를 훔쳤다.
오른손엔 술병이 들려 있고, 왼손은 허리춤에 찬 검 위에 얹은 특유의 자세. 무방비한 상태로 보이나 그에게 빈틈은 없었다.
“그런가요. 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드레이큰과 로베르트가 앞으로 나아갔다.
피와 재로 가득한 복도를 지나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 앞에 다가섰다.
드레이큰이 문을 열자.
“으……!!”
“어? 누나가 이겼어요!”
“또? 이런 X발!”
다섯 사람이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철컥.
드레이큰이 다시 문을 닫았다.
“……내가 잘못 들어왔나?”
“…….”
빈테르트의 두 수장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 * *
로아프라의 지배 세력, 빈테르트가 찾아왔다.
곧장 자리를 비킨 샘웰이 에이든과 샤를로트를 데리고 코스타의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다.
샘웰이 작게 속삭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소리 내면 안 된다. 궁금하다고 봐서도 안 돼. 알겠지?”
남매가 입을 막고 고개를 끄덕였다.
둘에게 주의를 준 샘웰이 소리 없이 숨을 내쉬었다. 마음을 가라앉히려 해도 도저히 진정되지가 않았다.
그야 방의 중심에는 빈테르트, 그것도 각 계열의 수장을 맡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으니까. 코스타와 같은 작은 권력자는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마주하고 있는 두 사람 또한 샘웰의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강자들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방해해선 안 된다.’
샘웰은 전력을 다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필요하다면 기절하기 직전까지 숨을 참을 각오였다.
그런 샘웰의 뒤에서는 담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상석에 앉은 베르덴이 로베르트와 마주했고.
둘의 옆에서는 드레이큰과 카드 게임에서 내리 8연패를 당한 갈리아크가 탁상을 가운데 둔 채 서로 대각선 방향에 자리를 잡았다.
먼저 입을 연 건 로베르트였다.
“설마 태연하게 카드 게임을 하고 있을 줄이야. 예상 이상으로 강심장이시네요. 애초에 그러지 않았다면 저희가 직접 찾아올 리도 없었을 테지만.”
로베르트가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먼저 제 소개부터 하죠. 제 이름은 로베르트. 빈테르트 내에서 도박 및 투자 계열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사람은 드레이큰으로…….”
“어이.”
갑자기 갈리아크가 대화를 끊었다.
그의 시선은 드레이큰의 플레이트에 향해 있었다.
“너 모험가냐? 그것도 미스릴 등급?”
“전직이다.”
“전직? 그런데 왜 플레이트를 갖고 있지?”
모험가 외의 플레이트 소지는 중범죄다.
길드의 탈퇴자 또한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미스릴 등급이라고 할지라도.
드레이큰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이건 내 거다. 내 걸 왜 돌려줘야 하지?”
“그래, 스스로 돌려줄 필욘 없지.”
핏빛검과 달리 눈앞에 있는 놈은 폭넓게 모험가 동료로 엮여 있지 않다.
거기다 무단으로 플레이트를 걸고 있다. 모험가 길드의 규칙으로 따지면 제압 및 회수 대상이었다.
명분은 충분하다.
작은 계기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주저 없이 도끼를 휘두를 것이다.
갈리아크가 강자에 대한 투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 자리의 주인은 베르덴이었다.
“그만.”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깨졌다.
시선을 돌린 베르덴이 소개를 이어 나갔다.
“애셔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럼 간단히 소개도 마쳤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로베르트의 눈빛이 바뀌었다.
“뤼잉 코스타에게 저희 빈테르트와의 연줄이 있다는 건 알고 계셨나요?”
“그래.”
“그렇다면 그를 죽였을 때의 리스크를 감수한 행동이었다는 뜻이겠군요. 바깥에서 명성을 날린 마법사로서의 자신감 혹은 그저 빈테르트를 우습게 본 것이거나……. 그래도 일을 벌여 놓고 당장 로아프라에서 도망치지 않은 걸 보면 후자는 아닌 것 같은데. 만약 저희가 무시하고 당신에 대한 척살 명령을 내렸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셨죠?”
“그럴 생각인가?”
“아뇨. 그랬다면 제가 직접 찾아오지도 않았을 테죠.”
로베르트가 말을 이었다.
“코스타는 로아프라에서도 악취미로 유명하지만 마약 사업에 대해선 꽤 유능한 편이었어요. 지난 몇 년간 빈테르트에 적지 않은 이익을 가져다주기도 했죠. 본래라면 코스타의 살해에 가담한 당신들을 본보기로 죽여야 마땅하지만……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건 아니죠.”
“…….”
“빈테르트, 특히 자금을 관리하는 제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건 손익이에요. 감정에 따른 손해뿐인 복수 따위가 아니라.”
“그 말은 코스타의 죽음에 대해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세상은 온갖 문제로 가득하죠. 거기에 죽은 사람에 대한 문제까지 신경 쓴다면 지극히 비효율적인 낭비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코스타의 살해 자체는 불문에 부치도록 할게요. 인력과 돈 그리고 시간까지 들여 당신 둘을 죽이는 건 여러모로 손해가 클 것 같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계산할 게 없는 건 아니죠.”
코스타는 대외적으로 빈테르트의 관련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보란 듯이 로아프라 내에서 살해당했다. 당연히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본보기를 보여 손상된 빈테르트의 위신을 살려야 하니까.
“원하는 게 뭐지?”
“빈테르트에선 당신들에게 두 가지 대가를 요구하겠어요.”
로베르트가 검지손가락 하나를 펴 보였다.
“첫 번째는 코스타의 영역. 정확히 말하면 그가 생전에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과 사업권이죠.”
빈테르트라고 해서 로아프라의 전 지역을 관리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들의 운영 방식은 봉건국가와도 같다. 아무리 왕이 존재한다고 한들 각 영지를 다스리는 귀족이 있으며 왕이 원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영지를 빼앗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예외적이다.
외부인에게 빼앗긴 영역을 빈테르트가 돌려받는 형식이니까. 다른 권력자들을 이해시킬 명분은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때, 베르덴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재산이란 게 뭘 말하는 거지?”
“말 그대로 코스타가 남긴 유산이죠. 그가 남긴 보석 상자나 값비싼 장식품들을 포함해…… 당연히 저 책상 아래에 숨어 있는 두 노예까지 말이죠.”
덜컥.
책상이 흔들렸다.
필사적으로 소리를 내지 않으려 했으나 놀랐는지 에이든과 샤를로트가 몸을 떠는 것이 멀리서도 느껴졌다.
“저 둘이 너희들에게 필요한 건가?”
“그런 건 아니지만 쓸모가 없는 건 아니에요. 젊은 노예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으니까요. 코스타와 비슷한 결의 주인을 찾으면 상당히 비싼 값에 팔 수 있을 텐데, 제가 굳이 버릴 이유는 없죠.”
로베르트가 자신의 손등을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애셔, 당신이 코스타를 죽인 건 저 노예들과 관계가 있겠죠. 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저 둘을 구하는 대신 빈테르트와 적대하는 것과 저 둘을 놓고 안전하게 로아프라를 나가는 것. 무엇이 손해고 이득인지는 뻔하지 않나요?”
생면부지의 노예 둘을 버리고 자신의 목숨을 구한다.
백이면 백,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선인에게도 위선자에게도 죽음의 공포는 똑같이 찾아오는 법이니까.
빈테르트의 표적이 된다는 건 곧 피할 수 없는 결말을 의미했다.
로베르트는 눈앞의 마법사 또한 그럴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거절하지.”
베르덴이 답했다.
한 치의 망설임조차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