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142화 (142/366)
  • 142화 경매장 (2)

    메이벨의 귀걸이의 기댓값은 8억 엘크.

    시작가가 5억이니, 베르덴은 그 절반쯤 되는 6~7억 사이에서 낙찰받는 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예상보다도 훨씬 치열했다.

    [22번, 5억 4천만! 54번, 5억 5천만! 14번, 6억! 순식간에 6억 엘크를 돌파합니다! 그리고 43번! 6억 1천만 엘크!]

    경쟁자들이 따라붙었다.

    초반에야 대충 간을 본 입찰자가 많아 숫자는 금방 줄어들긴 했다. 메이벨의 귀걸이의 용도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장식품으로 삼기에는 디자인이 특출난 것도 아니고.

    하나 그럼에도 분명하게 따라오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14번.’

    상대의 경쟁심을 아예 찍어 누르려는 듯, 한 번에 3~5천만 엘크씩 가격을 올리고 있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낙찰가를 높이려는 수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그건 아니겠지.

    바람잡이였다면 살살 긁듯이 가격을 올렸을 테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변조된 목소리에서 열망이 느껴졌다.

    ‘원소 마법사인가?’

    가능성이 높다.

    광범위한 원소 마법을 다룬다면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그건 베르덴도 마찬가지였다.

    [6억 4천.]

    [6억 5천.]

    [6억 8천.]

    [6억 9천.]

    [7억 3천.]

    마이크에서 입을 떼지 않고 최소 단위로 가격을 올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이 높아지긴 했으나 이런 상황을 대비해 51억 엘크나 되는 자금을 마련해 두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다.’

    [7억 4천.]

    [7억…… 6천.]

    상대의 마이크 너머로 짜증이 느껴진다. 호가 단위도 줄었고.

    이 이상의 자금을 쓰기엔 사정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었다.

    베르덴은 거기에 쐐기를 박았다.

    [7억 7천.]

    [43번! 7억 7천만 엘크! 7억 7천만 엘크입니다! 더 없으십니까?!]

    14번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책상을 내리친 듯한 타격음이 스치듯 들려온 게 전부였다. 카운트가 지나도 입찰자가 없자 사회자가 소리쳤다.

    [7억 7천만 엘크! 낙찰입니다! 43번! 43번! 축하드립니다!]

    경매장 내부를 지키고 있는 경비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그에 따라서 분위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경매 시작부터 거의 기댓값에 근접한 가격이 나와 버린 터라 사회자도 흥분한 목소리로 경매를 진행했다.

    “후우.”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한 베르덴이 의자에 몸을 누였다.

    경매에 참가하는 건 물론이고 보는 것조차 처음이라 어색한 느낌이 있었지만, 낙찰에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영혼까지 돈을 끌어모은 보람이 있다.’

    다음 목표인 뇌익의 아뮬렛까지 아직 차례가 남아 있다.

    베르덴은 느긋하게 경매를 관람했다.

    올해 경매가 유별나게 치열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 것인지 변질된 목소리가 끊임없이 경매장에 감돌았다.

    말 한마디에 억 단위의 가격이 올랐으며, 심지어 물건의 기댓값을 넘어 낙찰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자산가들이 많은가 보군.’

    하기야 리비안트 공왕 또한 어릴 적 방문했던 경매장에서 아티팩트 삼원색의 중심을 구했다고 했으니. 익명이라 누군진 몰라도 고위 귀족의 관련자가 참가자 중에 있겠지.

    베르덴이 가진 자금이라면 나름 경쟁해 볼 만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굳이 그들을 상대로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거대한 양손 도끼가 출품되었다.

    2미터가 넘어가는 길이와 사람의 몸통보다 더욱 큰, 양옆에 달린 두 개의 칼날. 어지간한 전사들도 드는 것조차 버거울 것 같은 무게감이 눈으로 느껴졌다.

    [이 도끼는 ‘훼월(毀鉞)’이라 불리는 무기입니다! 별다른 마법 효과는 없으나 몸체와 칼날이 다마스강과 레어 메탈 그리고 플랙드 합금 기반으로 제련되었으며, 칼날 부분에는 상위 금속인 솔리다이트가 미약하게 첨가되어 있습니다! 수백 명을 벤다고 할지라도 날이 상하지 않는, 아주 내구성이 뛰어난 도끼죠! 시작가는 9억 엘크입니다!]

    입찰이 시작되었으나 선뜻 나서는 자는 없었다.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저걸 직접 쓰자니 너무 무거운 데다가, 크기도 커서 차고 다니기도 번거롭기 짝이 없었으니까.

    집에 장식하기에도 미관상 좋지 않았다. 저건 너무 투박하면서 거칠었다.

    그때, 마이크에 불이 들어왔다.

    [11억 3,400만!]

    우람찬 목소리에 사회자가 깜짝 놀랐지만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다. 프로 정신이었다.

    [37번 11억! 11억 3,400만이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3…… 2…… 1……! 11억 3,400만 엘크!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34번!]

    [크하하하하! 아주 좋아!]

    정확히 11억 3,400만 엘크라는 돈, 저 웃음소리와 말투. 37번이 누구인지 알아채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익명이 무색하군.’

    베르덴이 고개를 저으며 허리를 세웠다.

    느긋하게 쉬는 건 여기까지였다. 왜냐하면 다음으로 출품될 물건이 그의 목표 중 하나였으니까.

    무대 중심에 나타난 직사각형의 작은 부적.

    뇌익의 아뮬렛. 그 연한 남색의 빛이 유리 너머로 반사되었다.

    * * *

    로아프라 경매장 14번 방.

    그 안에는 두 명의 사내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한 명은 빼빼 마른 몸체를 가지고 있었으며 다른 하나는 근육질의 거체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듯 판이하게 체형이 달랐으나 얼굴의 특징 자체는 아예 동일했다.

    쌍둥이 마법사, 로바트와 록키.

    빈테르트 경비 계열의 간부로서 로아프라에 악명을 떨치는 형제들이었다.

    허약한 형 로바트가 경매장을 보며 주먹을 부들부들 떨어 댔다.

    “43번…… 저놈 대체 누구야……!”

    로바트는 전격 계열을 다루는, 고위 속성을 보유한 원소 마법사였다.

    그런 로바트의 목적은 총 세 가지. 그중 두 개가 메이벨의 귀걸이와 뇌익의 아뮬렛이었다.

    그도 빈테르트의 일원이기에 미리 정보를 받았고, 그에 걸맞은 돈도 준비해왔다. 위 두 가지 물건은 용도가 극히 한정되어 있으니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메이벨의 귀걸이를 빼앗겼다.

    짜증이 나긴 했지만 참을 순 있었다. 다른 두 가지에 비하면 귀걸이야 없으면 아쉬운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분을 삭이고는 뇌익의 아뮬렛이 나오자마자 입찰했다.

    [10억 엘크.]

    시작가 8억에서 2억이 추가되었다. 최소 단위인 2천만 엘크의 10배인 금액이다. 다른 놈들에게 감히 경쟁할 생각하지 말라는 일종의 으름장이었다.

    하지만.

    [10억 2천만.]

    43번이 끼어들었다. 메이벨의 귀걸이를 가져간 번호였다.

    얼굴 근육이 순간 움찔거린 로바트가 다시금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11억.]

    [11억 2천만.]

    [……12억.]

    [12억 2천만.]

    가격을 올릴 때마다 최소 단위로 따라붙는다. 마치 약 올리기라도 하듯.

    얼굴이 벌게진 로바트가 이마를 문지르며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옆에 있던 동생 록키가 말했다.

    “형, 저거 계속 따라올 것 같은데? 그냥 포기하는 게 어때?”

    “…….”

    “더 할 거야? 내 생일 선물은?”

    그래, 맞다.

    로바트의 목적 중 마지막. 그건 동생인 록키에게 선물을 사 주기 위함이었다. 록키가 가지고 싶은 게 있다고 하길래 돈을 보태 주기로 약속했다.

    더 낭비할 돈은 없었다. 잠시 숙고하던 로바트가 말했다.

    “한 번만 더 해 보마, 동생아. 그래도 네 선물을 구하는 데는 이변이 없을 테니.”

    “뭐, 그렇다면 상관없는데…….”

    동생이 어깨를 으쓱였다.

    허락을 받은 형이 이를 악물고 가격을 높였다.

    [1…… 13억……!]

    이게 마지막이었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로바트는 제발 43번이 따라오지 않기를 바랐다. 하나 세상은 종종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오늘의 로바트에겐 그러했다.

    [13억 2천만.]

    “저런 빌어먹을 새끼가……!”

    욕을 내뱉은 로바트가 신경질적으로 마이크를 내던졌다.

    포기 선언이다. 대답이 없자 사회자가 낙찰이라고 소리쳤고, 메이벨의 귀걸이와 함께 뇌익의 아뮬렛이 전부 43번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침울해진 로바트를 록키가 위로했다.

    “좀 참아, 형. 뭣하면 나중에 찾아가서 빼앗으면 되잖아?”

    “빈테르트 간부가 빈테르트에서 주최한 경매장의 참가자를 약탈하라고? 규칙 위반이다. 그러다 ‘그분’의 심기를 거스르게 되면 너나 나나 죽은 목숨이란다.”

    경매에 출품되는 물건의 주인은 빈테르트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로바트와 록키는 경매에 참가할 일도 없이 원하는 물건들을 손에 넣었을 것이다.

    빈테르트는 어디까지나 경매의 주최자일 뿐.

    경매장을 부흥시켜 거액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다. 그럴진대 다름 아닌 간부가 욕심 때문에 경매장의 명성에 흠집을 낸다면, 자칫 암흑가의 왕에게 죽임을 당할지도 몰랐다.

    록키가 말했다.

    “누가 로아프라에서 하재? 누군지만 알아냈다가 나중에 바깥에서 잡으면 되잖아. 아니면 다른 놈에게 청부를 해도 되고.”

    “그러다가 43번이 왕국을 떠나면? 그리고 청부했다고 그분이 모르실 것 같으냐?”

    “어…… 그런가? 그렇겠지?”

    록키가 머리를 긁적였다.

    큰 체격만큼이나 동생의 머리는 그리 좋지 않았다. 로바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었다. 염동력에 끌려온 마이크가 책상 위로 돌아왔다.

    ‘아까워서 미쳐 버릴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지.’

    로바트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달랬다.

    그래도 동생을 위해 선물은 해 줄 수 있을 테니 가슴 한편은 편했다.

    로바트는 경매 입찰보다도 동생이 더욱 중요했다.

    재미 삼아 사람을 터뜨려 죽이는 이들일지라도 형제애 하나는 남부럽지 않을 만큼 돈독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록키의 목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중력 마법 서적 세트]

    강력한 물리력을 가진 고위 마법의 이론을 익힐 수 있는 서적이다.

    록키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자기도 고위 마법을 배워 보겠다고, 무조건 갖고 싶다며 난리를 쳤었다.

    ‘그 머리로 배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부여 마법을 이해하긴 했으니 혹시 모른다. 어쩌면 그 방면에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지. 로바트는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대신 동생의 가능성을 믿었다. 그게 형이었으니까.

    서적의 경매 시작가는 15억. 기댓값은 18억이다.

    로바트가 물건을 하나도 입찰하지 못한 터라 동생이 가진 돈과 합치면 충분히 사고도 넘는다. 전에 있던 감정은 털어 버리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마이크를 활성화했다.

    [18억.]

    [1…… 14번! 18억! 18억 엘크가 나왔습니다!]

    시작하자마자 기댓값까지 올렸다. 이건 반드시 갖겠다는 선포이자 형으로서 동생에게 보여 줄 마음이기도 했다.

    동생이 해맑은 표정으로 낙찰 선언을 기다렸다. 살벌한 근육질과는 다르게 천진난만한 아이와 같은 얼굴이었다.

    그때였다.

    [18억 3천만.]

    [43번! 18억 3천만 엘크!]

    “……아?”

    한 명이 따라붙었다.

    * * *

    ‘처음부터 기댓값까지 올릴 줄이야.’

    중력 마법 서적 세트가 비싸도 가장 구하기 쉬울 것 같았는데 이렇게 되다니. 미간을 찌푸린 베르덴이 곧바로 경쟁에 돌입했다.

    18억 3천.

    19억.

    19억 3천.

    20억.

    미친 듯이 숫자가 올라갔다.

    중력 마법 서적 세트는 소장품으로서 가치가 있지만 그게 20억이 넘냐고 하면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필사적인 걸 보면…… 단순히 서재를 장식할 게 아닌, 직접 중력 마법을 배우려고 할 가능성이 높았다.

    ‘14번하고 마주치는 건 벌써 세 번째인가.’

    누군지는 몰라도 지금까지는 베르덴이 이겼다.

    돈의 거의 절반가량을 소모한 그와 다르게 14번은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자금을 보유하고 있을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포기할 생각은 없다.

    남은 돈은 약 30억 남짓.

    그 안에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14번과 43번 방의 마이크 소리만이 경매장에 맴돌았다.

    어찌나 치열한지 사회자가 감히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렇게 기댓값을 한참이나 돌파했음에도 누구도 물러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22억이 넘었을 때였다.

    [27억……!]

    14번의 마이크에서 토해 내듯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작가 15억짜리가 무려 27억. 설령 낙찰받는다고 해도 가치만 따지면 확실한 손해였다. 그럼에도 저런 금액을 제시한 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일 것이다. 마이크로 변질된 목소리에서도 그러한 감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베르덴이 나지막이 말했다.

    [27억 3천만.]

    또다시 최소 단위의 금액 상승.

    베르덴의 입찰 방법은 상대로 하여금 약 올리는 듯한, 머리를 들끓게 하는 분노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경매에 생소한 그로서는 단지 가장 싸게 구입하려고 했던 거였지만.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 직후.

    콰아아앙!

    굉음이 터져 나오며 14번의 방이 무너졌다. 녹색 머리칼을 가진 사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43번! 너 뭐 하는 새끼야! 네놈이 감히 내 동생의 생일 선물을……!”

    “형, 형! 참아! 형! 경매 망치면 그분께 죽는다고!”

    동생이라 불린 거한이 형을 끌어당겨 안쪽으로 사라졌다.

    산산조각 난 타일 조각 하나가 무대 위로 굴러떨어졌다. 슬쩍 발로 잔해를 치운 사회자가 헛기침을 하며 상황을 수습했다.

    [죄송합니다. 잠시 소란이 있었습니다. 그럼 다시금 경매를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43번! 27억 3천만! 3…… 2…… 1……! 낙찰되었습니다! 43번! 축하드립니다!]

    사회자의 낙찰 선언으로 베르덴의 목적은 전부 달성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조금은 긴장하고 있었다. 사용한 금액만 무려 48억 2천만 엘크. 경매장이 보관하는 자금엔 고작 2억 8천만 엘크밖에 남지 않았다.

    안일하게 기댓값만 충족해서 돈을 준비했더라면 이렇게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로 다행이군.’

    베르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5위계 부여 마법에 더해 중력 마법까지 익혀야 하기에 바쁜 나날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문제는 없다. 시간은 어디까지나 베르덴의 편이었으니까.

    천천히 위로 향하는 발걸음.

    이런 식으로 나아가 훗날 왕국에서의 일이 끝난다면 베르덴은 지금과 또다시 달라져 있을 것이다.

    다름 아닌 확신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마지막 차례가 다가왔다.

    [마녀의 가시왕관]

    경매장에 출품된 유일한 아티팩트. 시작가는 45억이며 기댓값은 78억이다.

    기다리고 있던 참가자들이 눈에 불을 켜는 게 느껴진다. 마음이 급한지 마이크 버튼이 켜졌다 꺼지며 숨소리가 들려왔다.

    사회자가 마녀의 가시왕관에 대해 설명했다.

    베르덴은 경매장에 감도는 기묘한 긴장감을 지켜봤다.

    ‘과연 아티팩트가 누구의 손에 들어갈까.’

    정확히는 아티팩트가 얼마에 팔릴까.

    경매를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냈다.

    베르덴도 흥미 깊은 시선으로 경매가 시작되길 기다렸고 이내 사회자가 소리침과 동시에 입찰이 시작되었다.

    그 순간.

    [100억 엘크.]

    ……이제까지와 단위가 다른 금액이 입찰되었다. 경매장 내부가 경악에 휩싸였다. 그건 베르덴도 마찬가지였다.

    ‘100억 엘크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과하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저 금액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100억 엘크의 현금을 도대체 어떻게 마련했을까.

    그리고 저 돈을 아직 경쟁도 붙지 않는 물건에 때려 박다니. 아티팩트가 귀중하다곤 하지만 이렇게까지 비싼 건 아니었다.

    ‘게다가 마녀의 가시왕관은 사용하기 난해한 아티팩트다.’

    명확한 효과도 없으며 여성밖에 착용하지 못하는 데다가, 오래 착용했다간 착용자가 사망에까지 이른다고 하니까.

    베르덴의 관점에서는 납득할 수가 없는 금액이었다.

    대체 누가.

    대체 어떻게.

    대체 무슨 이유로.

    경매에 참가한 모두가 같은 질문을 떠올렸다. 물론 대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사회자가 옆을 흘긋 쳐다봤다.

    관계자가 고개를 저었다. 저 금액은 착오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침을 삼킨 사회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4…… 4번, 100억 엘크…… 더, 더 없으십니까?]

    당연히 있을 리가 없었다.

    아티팩트의 가치를 훌쩍 넘어 굳이 100억 엘크를 내건 것은 일종의 경고였다. 이건 자신의 것이니 감히 대적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경매장 내에서든 혹은 밖에서든 말이다. 이 상황에서 익명 따위는 의미가 없었다.

    경매장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어야 할 아티팩트의 출품.

    빈테르트를 포함해 모두가 정열적인 경쟁을 예상했으나, 현실은 차가운 경악 속에 묻혀 폐막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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