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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찢는 천재마법사-141화 (141/366)
  • 141화 경매장 (1)

    ‘도망치고 싶다.’

    샘웰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안내인으로서의 자부심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데릭과 베르덴의 대화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고객이 누군지 몰랐다. 애셔란 이름도 처음 들어 봤다. 샘웰은 암흑가 바깥의 소문에는 굉장히 취약했다.

    하지만 대화로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그 칼리아가 플리쉬르 백작을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니.’

    즉, 조합이 큰 타격을 받게 된 윈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 이러한 사실은 샘웰에게 크게 상관은 없었다. 빈테르트는 1왕자를 지지하며, 조합은 3왕자를 지지하니까.

    로아프라와 조합의 연관성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뤼잉 코스타의 이름이 나왔다.

    조합의 사생안지 뭔지가 그의 힘을 빌려 자신의 고객에게 복수한다고 한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만약 나한테까지 책임을 묻는다면…….’

    어쩌면 노예가 되어 코스타의 장난감이 될 수도 있었다. 그저 고객을 안내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호소해도 그가 들어 줄 리 없었다. 여긴 로아프라였으니까.

    가능하다면 당장 아우로플로 올라가 잠적하고 싶다.

    모아 둔 돈이 있으니 그래도 1년 정도는 숨어 있을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자신 따위는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샘웰의 뒤에 있는 두 명.

    한 명은 목숨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받았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한 마법사이며, 다른 하나는 카지노의 경비 책임자를 주먹 한 방에 잠재운 괴물이다.

    그들은 뤼잉 코스타에 대해 신경 쓰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몰라서 그런 거라면 차라리 다행이겠지만…… 만약 둘이 그만큼 위험한 사람들이라면, 안내를 내팽개치고 도주했다가 노예가 되기는커녕 이 자리에서 죽을지도 몰랐다.

    겁 많은 샘웰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는 동안 베르덴과 갈리아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야, 애셔.”

    “……?”

    “너 돈은 어디다 뒀냐? 따로 운송이라도 해 놓은 거냐?”

    “아니.”

    베르덴이 자신의 허리춤을 가리켰다.

    물끄러미 보고 있던 갈리아크가 눈을 부릅떴다.

    “아니, 그거 공간가방이었냐?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머리부터 발끝까지 때깔이 이렇게 달라져?”

    “살다 보니.”

    “살다 보니? 그럼 누군 안 살았냐?”

    갈리아크의 손에는 묵직한 가방이 들려 있었다. 경매장에서 쓸 현금이 그곳에 담겨 있었다. 그에 반해 베르덴은 고작해야 허리춤에 찬 가방이 전부. 다름 아닌 장비의 수준 차이에 갈리아크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재수 없는 놈.”

    베르덴은 깔끔히 무시했다.

    샘웰의 안내에 따라 로아프라의 중심부에 도착했다.

    거대한 사각형의 건물이 세워져 있는데, 거리의 한 블록을 통째로 집어삼킬 정도의 크기였다.

    “여기가 경매장인가?”

    아, 정신을 차린 샘웰이 곧바로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초청권이 있으면 내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베르덴과 갈리아크가 경매장 초청권을 꺼내 경비에게 보였다.

    그러곤 샘웰이 안내인임을 고용주인 베르덴이 확인해 주고 난 후에야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경비가 삼엄한 복도를 지나 세 사람이 등록 창구에 도착했다.

    “제가 대필해 드리겠습니다.”

    그게 안내인의 역할 중 하나였다.

    베르덴이 해야 할 이런저런 귀찮은 서류를 샘웰이 대신 작성했고, 갈리아크는 그 옆에서 흘금거리며 글자를 끄적였다.

    “이렇게 적는 게 맞는 거냐?”

    “예, 그렇게 쓰시면 됩니다.”

    그렇게 서류를 작성하고 나서 본인임을 확인하여 등록 수속을 마쳤다.

    암흑가의 경매장이라고 하기엔 투박하거나 그런 게 없이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다음으로는 경매장에 쓸 현금을 보관할 차례.

    이건 돈을 맡기는 당사자가 아니면 관여할 수 없다. 샘웰을 두고 경비를 따라 지하의 어떤 방으로 들어가자 금속 벽 한가운데에 작은 카운터가 하나 있었다.

    이 위에 현금을 놓고 벽 너머로 밀어 넣으면 자금 관리자가 그 액수를 기록하고 보관을 해 준다고 한다. 찾아갈 때는 그 반대고.

    경비가 말했다.

    “그럼 보안을 위해 순서대로 진행할 테니 다른 분은 잠시…….”

    “그딴 건 상관없으니까 빨리 처리해.”

    쿵!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갈리아크가 카운터 위에 묵직한 가방을 올려놨다.

    잠금장치를 풀자 힘으로 압축되어 있던 현금 다발들이 튕겨져 나왔다. 보안을 지켜야 했지만 본인이 상관없다고 하니 경비들은 어쩔 수 없었다.

    지폐들을 탑처럼 쌓아 밀어 넣자 잠시 후 벽 반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 11억 3,400만 엘크입니다. 맞습니까?”

    “그래, 맞다.”

    백금 등급 모험가라고 해도 모으기 쉽지 않은 액수.

    모험가로서 토벌을 하고 그레이에서 의뢰를 해결하며 모은 돈이었다.

    갈리아크가 히죽 웃으며 베르덴을 쳐다봤다.

    “네 차례다. 뭐, 나랑 비교되는 게 껄끄럽다면 자리를 비켜 줄 수 있는데. 그렇게 해 줄까?”

    베르덴이 상관없다는 듯 공간가방을 열었다.

    100만 엘크짜리 지폐로 묶인 현금 다발들부터 꺼내 차곡차곡 탑을 쌓았다.

    ‘호오, 제법 모았는데.’

    갈리아크가 내심 감탄했다.

    장비까지 바꾼 걸 보면 돈이 들었을 테니 그리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5억 엘크를 훌쩍 넘었다.

    그래도 자신만큼은 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X발, 이게 뭐야.”

    뭐긴 뭐야.

    현금 51억 엘크지.

    * * *

    경매장에서 참가자 등록과 자금 보관을 마쳤다.

    베르덴 일행이 건물 밖으로 나가자마자 갈리아크가 따지듯이 물었다.

    “야, 신고 안 할 테니까 솔직히 말해 봐. 너 은행 현금 수송선이라도 털었지? 그치?”

    “내가 도적으로 보이나?”

    “그럼 뭐 공국에서 후작가 털고 100억 엘크 정도 받았냐? 그게 아니면 1년도 안 된 사이에 장비 싹 바꾸고, 마법 위계도 올라간 데다가 수십 억까지 벌었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위계가 올라갔다고 한 적은 없는데.”

    “네가 지금 3위계냐? X발, 아니잖아. 그런데 이게 말이 되냐고?”

    갈리아크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작년에 그레이조차 모르는 마법사에게 적선이라도 하듯 정보상을 소개해 줬는데, 불과 1년도 안 된 사이에 갈리아크의 수입을 따라잡는 걸 넘어 한참을 추월했다.

    갈리아크는 강자를 선호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대충 그렇구나 하고 넘기고 싶어도 상식을 뒤집어엎는 수준이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양 관자놀이를 짓누르며 갈리아크가 고개를 들었다.

    “아, 모르겠다.”

    갈리아크는 생각을 포기했다.

    그사이 샘웰이 베르덴에게 말했다.

    “경매장 등록은 이걸로 끝났습니다. 당일에 경매장을 찾으시면 안내가 있을 겁니다. 혹시 달리 로아프라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신 게 있습니까? 아니면 관광이라도 좋습니다.”

    관광이라.

    베르덴이 고개를 저었다. 유흥을 즐기면 모르겠지만 그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그보다 괜찮은 여관을 소개해 줬으면 좋겠는데.”

    “아, 여관이요? 그거야 간단한 일이죠.”

    샘웰이 여관들의 위치까지 자세하게 가리키며 그 특징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베르덴은 그중에서 쓸 만한 여관을 선택했다. 여기서 거리가 멀지 않아 혼자 걸어갈 수 있었다.

    그러자 샘웰이 내심 화색을 띠었다.

    “그러십니까? 그럼 저는 이만 가 봐도…….”

    그때, 갈리아크가 불쑥 끼어들었다.

    “야, 애셔. 너 나랑 카지노에 갈 생각 없냐? 잘하면 한탕…….”

    “흥미 없다.”

    “에라이, 그럴 줄 알았다. 재미없는 새끼. 음, 그렇다면.”

    갈리아크가 샘웰을 지긋이 쳐다봤다.

    “방금 안내인 필요 없다고 했지? 그럼 얘 내가 데려가도 되냐?”

    “나한테 물어볼 게 아닌 것 같은데.”

    “그런가? 어이, 너 이름이 뭐야.”

    “새, 샘웰입니다.”

    “샘웰? 그래, 샘웰. 할 일 없으면 나랑 카지노나 가자. 너 아까 그 노친네한테 돈도 받았잖아? 그거 공돈 아니야? 그걸로 인생 역전하고 싶지 않냐? 응?”

    갈리아크가 샘웰의 어깨를 잡았다.

    제 딴에는 힘을 뺀 거지만 그럼에도 무지막지한 근력이었다. 샘웰이 조금 구겨졌다.

    ‘망했다.’

    샘웰은 도박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갈리아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하지만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랬다간 이대로 팔뚝에 짓이겨져서 고기완자가 되어 버릴 것 같았다. 거기다 갈리아크의 얼굴이 너무 무서웠다.

    겁 많은 샘웰은 스스로의 의견을 속으로 삭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좋아! 너 카지노 경험은 있냐?”

    “없습…….”

    “없어? 그럼 내가 잘 알려 줄게. 원래 도박이란 말이야. 돈을 딱 쓸 만큼 가져가야 패가망신을 안 당하는…….”

    갈리아크가 샘웰을 데리고 카지노로 양했다.

    남겨진 베르덴은 그들의 등을 바라보다가 샘웰이 말해 준 여관으로 향했다.

    * * *

    “후우…….”

    깊은 한숨이 내려앉았다.

    가벼운 차림을 한 베르덴이 넓은 여관의 방 중심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얼굴과 목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화아아아악.

    베르덴이 마력회로를 활성화했다. 그와 동시에 육체에 마력을 침투시켰다. 기분 나쁜 저항감에 살짝 표정이 흔들렸으나 이 정도야 충분히 견뎌 낼 수 있었다.

    준비를 마친 베르덴이 마법을 시전했다.

    <육체증폭>

    대량의 마력을 소모해 전반적인 신체 능력을 증폭하는 5위계 부여 마법. 그 효과는 지금까지 사용하던 강화 마법과는 말 그대로 위계가 다르다.

    심장이 강하게 진동하며 몸 전체에 고양감이 깃든다.

    베르덴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세를 잡아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작년에 로든마이어 백작가의 로드론 기사단의 훈련에 참가했을 때 익힌 동작이었다.

    재빠르게 주먹을 내뻗고 재빠르게 회수했다. 그와 동시에 체중의 이동을 의식하며 몸을 회전시켰다. 날카로운 발차기가 허공을 갈랐다.

    위력적이다.

    같이 대련을 했던 로드론 기사와 비교했을 때 육탄전을 벌여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마법에는 단점이 존재한다.

    마법이 지속되는 동안 육체에 부담이 겹겹이 쌓인다. 마법 숙련도가 떨어진다면 더더욱.

    “아.”

    쿠웅!

    제어를 벗어난 베르덴의 주먹이 벽에 흠집을 냈다.

    물론 다치지는 않았다. 마수 카멜리오스의 가죽으로 만든 장갑을 항시 착용하고 있었으니까.

    ‘지속 가능 시간은 약 30초 정도인가.’

    마력은 차고 넘치지만 숙련도가 턱없이 부족해 지속이 불안정하다. 그로 인해 육체에 부담이 상당했다.

    그래도 며칠 만에 익힌 5위계 마법치고는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숙련도를 쌓으면 1~2분 정도까지는 가능하겠어.’

    베르덴이 마법을 해제했다.

    반동은 거의 없었다. 부여 마법은 위계가 높아질수록 마법을 시전하기 전과 후의 괴리감이 현격하게 줄어든다.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아 내며 창틀에 슬쩍 다가갔다.

    “…….”

    주위에 베르덴의 방을 감시하는 자들이 있다.

    본인들 기준으로는 잘 숨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베르덴의 감각을 피해 가기엔 한참이나 부족했다.

    베르덴이 한쪽 눈을 감았다.

    <마력의 눈>

    여관 지붕 위에 마력의 눈이 형성되었다.

    방에 머무는 동안 관찰한 결과, 여관 주위를 온종일 배회하는 자들은 총 7명이었다. 뤼잉 코스타가 보낸 자들임이 분명했다.

    당장 내일이 경매일인데 딱히 습격해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데릭이 말했던 대로 경매가 끝난 이후에 접근할 생각인 것 같았다.

    ‘기왕이면 제대로 해 줬으면 좋겠는데.’

    베르덴은 5위계에 오른 이후로 엘더 리치 외에 전투를 벌인 적이 없다.

    지금의 전력을 보다 정확히 가늠하려면 무엇보다 실전이 중요했다. 실력자를 상대로 말이다.

    전투력 측정기.

    그가 생각하는 뤼잉 코스타의 용도는 딱 그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경매 당일이 되었다.

    * * *

    로아프라의 경매는 익명으로 진행된다.

    경매장 내에서 신원을 확인한 뒤, 무작위로 표를 뽑아 번호를 배정받는다.

    그러고는 각 번호에 맞는 방을 부여받는다. 개방되어 있지 않는, 오로지 중앙에 있는 경매 물품만을 볼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는 공간이다.

    굳이 번거롭게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위력이나 신분에 의해 경쟁이 소심하게 진행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로아프라는 힘이 곧 질서다.

    그러나 경매장에서는 돈이 곧 힘이었다.

    적어도 경매가 진행되는 도중에는 얼마나 강하든, 신분이 얼마나 높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오로지 돈의 싸움이었다.

    베르덴이 경매장에 도착했다.

    주저 없이 입구로 들어갈 찰나에 아는 얼굴들과 마주쳤다.

    도살자 갈리아크.

    길게 하품을 하고 있는 그의 옆에는 샘웰이 있었다. 우중충한 게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씻지도 못한 몰골이었다.

    설마.

    “그동안 카지노에 있었던 거냐?”

    “거긴 카지노가 아니다. 천국이지. 안 그러냐, 샘웰?”

    “맞습니다, 갈리아크 님. 히히히…….”

    고작 4일 만에 샘웰은 도박쟁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표정이 좋은 걸 보니 돈을 잃은 건 아닌 모양이다. 뭐가 됐든 갈리아크와 샘웰의 꼴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갈리아크 님!”

    샘웰은 뤼잉 코스타가 자신마저 잡으려 할지도 몰라 경매장 내부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여기라면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함부로 손을 쓰지 못할 테니.

    갈리아크에게 잡히는 바람에 도망갈 기회를 잃은 그는 역으로 그에게 붙어 안전을 도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눈치 빠른 안내인의 처세술이었다.

    그런 샘웰을 뒤로하고 베르덴과 갈리아크가 건물 중심으로 들어섰다.

    참가자임을 확인한 후 번호표를 뽑자 43번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안내에 따라 흩어진 둘은 비공개로 각자 배정받은 방 안에 들어갔다.

    43번 방.

    어둠이 내려앉은 아늑한 공간.

    중심에는 고급 의자가 있었고, 그 앞에 놓인 책상 위에는 마이크가 있었다. 마력으로 증폭되는 마법 물품으로, 자세히 보니 음성 변조 기능이 가미되어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사회자가 무대 중심에 올라섰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을 한 몸에 받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전달된 진동이 마력으로 인해 증폭되며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신사! 숙녀! 여러분! 위대한 빈테르트에서 주최하는, 올해 로아프라의 경매에 참가하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모든 객석을 채워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며! 이제부터 경매를 시자아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딱 끊기자마자 무대의 중심이 움직였다.

    아래에서 유리 상자가 솟아오르며 안에 보관되어 있는 액세서리가 그 자태를 드러냈다.

    [첫 번째로 소개드릴 물건은 바로 ‘메이벨의 귀걸이’입니다! 그 성능은 무려 중상급에 해당하는 원소 마법 범위 향상이며, 외적으로 착용 유무를 감출 수 있는 일체화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원소 마법사에겐 아주 유용한 물건이죠! 시작가는 5억! 최소 단위는 1,000만 엘크입니다!”

    베르덴이 목표로 하는 물건 중 하나.

    ‘시작부터 놓칠 생각은 없다.’

    버튼을 눌러 마이크를 활성화했다.

    [5억 1,000만 엘크.]

    [43번! 5억 1,000만 엘크 나왔습니다!]

    경쟁 입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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