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 찢는 천재마법사-140화 (140/366)

140화 인과

“……?”

베르덴이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노인과 눈을 마주쳤는데,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어째서 자신을 찾고 있는지 생각하던 도중, 샘웰이 식탁 위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저 사람은…….”

“아는 사람인가?”

“데릭 켄드스라고, 최근에 로아프라에 유입된 사업가입니다. 문어발식으로 다양한 업종에 손을 대고 있다고 하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최근에 조합을 탈퇴했다더군요.”

샘웰은 도시 바깥의 소식은 잘 모른다.

그러나 암흑가에 떠도는 소문엔 나름 귀가 밝았다. 주워듣는 수준이라 별 깊이가 있는 건 아니었으나 눈치껏 행동할 정도는 되었다.

‘조합이라.’

베르덴의 벽안이 차갑게 빛났다.

조합이 큰 타격을 받은 것에 대한 복수라도 하러 온 건가? 지금으로선 그 가능성밖에 없는데…….

‘뭔가 이상하군.’

적의나 살의가 일절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데릭이라 불린 노인의 얼굴에서 작은 호의가 보이는 듯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반응이었다.

탁. 탁.

데릭이 지팡이를 짚으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뒤에서 호위들이 따라붙으려 했지만 그는 필요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이어 길을 막아서고 있던 갈리아크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잠시 비켜 줄 수 있겠나?”

“……칫, 카지노 놈들이 아니었군.”

아쉽다는 듯 갈리아크가 근질거리는 손을 털며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곤 샘웰이 마시려고 했던 술을 빼앗아 들이켰다.

데릭이 홀로 베르덴과 마주했다.

“자네가 애셔인가 보군.”

“…….”

베르덴이 침묵으로 답했다.

그것은 긍정이기도 했지만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말하라는 독촉이기도 했다. 그를 이해한 데릭이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이런저런 잡다한 사업을 하고 있는 데릭 켄드스라고 하네.”

데릭이 지팡이로 샘웰을 가리켰다.

“저 친구 말대로 문어발식 사업을 해서 재산을 불리고 있지.”

“드, 들으셨…….”

“내가 늙긴 했지만 귀가 좀 좋은 편이네. 뭐, 그렇다고 뭔가를 할 생각은 없으니까 겁먹지는 말게. 자네가 없는 말을 지어낸 건 아니니. 내가 조합에서 탈퇴했다는 것 또한 말일세. 다만 중요한 내용 하나가 빠졌군.”

데릭이 베르덴을 응시했다.

“나는 아주 ‘자발적으로’ 조합을 탈퇴했네. 애초부터 조합에게 강제로 합병당한 터라 좋은 감정이 있을 턱이 없지. 당연히 조합의 복수다 뭐다 하며 자네에게 해코지를 할 이유도 없고.”

조합은 여러 세력을 집어삼키며 세력을 키웠다.

베르덴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데릭의 말에는 신빙성이 있었다.

‘정말로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거짓말을 해서 그가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떠오르지 않았다.

“자네에게 할 말이 있는데, 시간을 할애해 줄 수 있겠나?”

“용건이 무엇입니까?”

“거창한 건 아니네. 말하자면…… 그래, 단순한 빚 갚기라고 할 수 있겠지.”

빚?

베르덴이 내심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긴히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게 분명했다.

<염동력>

근처에 있던 의자가 두둥실 떠올라 데릭 뒤에 놓였다.

“오, 배려 고맙네.”

데릭이 베르덴과 비스듬하게 마주 앉았다.

레스토랑 내부는 베르덴 일행, 데릭과 그 호위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혹여 불똥이라도 튈까 봐 손님이고 직원이고 죄다 도망친 것이다.

적막 속에서 데릭이 드디어 용건을 꺼냈다.

“혹시 땅거미 상회라고 기억하고 있나?”

* * *

땅거미 상회.

조합을 운영하는 세 개의 상회 중 하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나였다.

플리쉬르 백작의 별장에서 멜베스 자작과 함께 상회주 베켄이 붙잡혔으니까.

그때의 일로 땅거미 상회는 에스퍼렌사 후작가에게 찍혀서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더 이상 상회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베르덴이 직접 관여한 거나 다름없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름이 갑자기 왜 나오는 거지?’

베르덴의 의문에 데릭이 답했다.

“땅거미 상회는 망한 것이나 진배없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산하에 있던 자들까지 모조리 잡혔다는 뜻은 아니네. 겨우 후작가의 포위망에서 빠져나온 극히 일부가 몰래 로아프라에 숨어들었지. 여긴 에스퍼렌사 후작가와 불가침조약을 맺은 유일한 장소니까.”

데릭이 목을 가다듬곤 말을 이었다.

“그리고 도망친 자들 중에는 베켄의 사생아도 있었네.”

……사생아?

“베켄이 아내 몰래 숨겨 둔 애인의 자식이지. 뒤끝이 워낙 강한 걸로 상회 내부에서 유명했네. 심지어 견디다 못해 자살까지 한 사람들도 있었으니.”

어쨌든.

“그놈은 자네와 칼리아로 인해 베켄이 붙잡힌 걸 깨닫자마자 가진 재산을 몽땅 들고 로아프라로 도주했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뤼잉 코스타의 밑으로 들어갔다는군.”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다.

갈리아크도 마찬가지였는지 신경 쓰지 않고 혼자 식사를 이어 갔다. 그에 반응한 건 샘웰이 유일했다.

“자네는 알고 있나 보군. 목이 아파서 그런데 나 대신 설명해 줄 수 있겠나?”

“아…….”

시선이 한데 모였다.

겁이 많은 샘웰이었지만 이 분위기 속에서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침을 삼키고 그들 앞에 섰다.

“그, 그러니까 뤼잉 코스타는 로아프라의 서쪽에서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작은 권력자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암흑가에서 잔혹한 인성파탄자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뤼잉 코스타는 자신보다 아랫사람을 암수로 구별하는 등 짐승으로 취급한다.

기분이 조금이라도 잡치면 노예들의 살을 산 채로 발라 죽이는 건 암흑가의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야말로 노예들에겐 공포 그 자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베르덴이 말했다.

“그래서, 베켄의 사생아가 뤼잉 코스타의 힘을 빌려 저에게 복수라도 한다는 겁니까?”

“원래라면 불가능했지. 놈들은 로아프라 밖에서의 영향력이 전무하니까. 그런데 자네 스스로 로아프라에 왔으니, 단언하건대 사생아는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걸세. 왜냐하면 놈은 자신에게 피해를 준 자를 용서하지 않으니까. 뭐, 성격상의 문제지.”

“일이 터지자마자 도망친 주제에 복수라니. 아주 우습기 짝이 없구만.”

갈리아크가 비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주방 쪽으로 향했다. 종업원이 몽땅 도망치는 바람에 직접 술을 가지러 간 모양이었다.

‘복수라.’

베르덴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데릭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이해하고 있다. 그는 베르덴에게 위험할지도 모른다며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납득이 가지 않았다.

“당신이 저에게 호의를 베풀 이유가 있습니까?”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데릭이 대답했다.

“세상은 인과(因果)로 이루어져 있지.”

하나의 변화는 여러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예상했든 예상하지 못했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말이다.

“나는 조합에게 강제로 합병당한 피해자 중 하나였네.”

저항해 봤지만 고작 1년 만에 사업체의 절반이 날아갔다. 사방에서 귀족들에게 압박도 들어왔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서 땅거미 상회의 산하로 들어가게 되었다.

데릭이 자조했다.

“뭐, 말이야 산하지 그냥 돈줄이었지만. 그래도 무작정 당하기만은 하지 않았네.”

조합을 어떻게 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베켄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몰래 놈의 약점을 캐냈다.

“그 과정 속에서 아무도 몰랐던 베켄의 사생아에 대해 알게 되었지. 잘하면 놈의 가정을 파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때를 엿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루 아침에 상황이 바뀌더군.”

베켄이 잡히고 땅거미 상회가 망했다.

황당하기 그지없었지만 현실이었다. 그걸 기회로 데릭은 에스퍼렌사 후작가에 자진 출두 했다. 그는 위력에 의해 자금을 조달하긴 했으나, 직접적으로 조합의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겨우 면죄부를 받아 조합에서 탈퇴할 수 있었다.

데릭이 기분 좋은 듯 웃었다.

“자네의 행동으로 인해 사생아가 복수심을 품게 되었듯, 나는 호의를 품게 되었지. 이게 인과로 엮인 게 아니면 뭐겠나?”

“그래서 빚이라고 한 겁니까?”

“솔직히 말해 딱히 갚을 생각은 없었네. 당사자가 모르는 빚이니까. 그런데 마침 로아프라의 카지노 앞에 자네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지.”

며칠도 아니고 몇 발자국 거리다.

그냥 무시하기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약간의 수고를 들여 베켄의 사생아에 대한 경고를 하러 온 것이다.

“그나저나 자네는 경매장 때문에 로아프라에 온 거겠지?”

베르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경매가 끝나고 난 후에 코스타가 손을 쓸 걸세.”

“이유가 있습니까?”

“그때가 바로 적기거든.”

데릭이 샘웰에게 시선을 던졌다.

목이 아프니 설명을 대신 해 달라는 뜻이었다.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인 샘웰이 말했다.

“암흑가의 경매에 참가하려면 늦어도 이틀 전에는 초청권을 들고 방문해야 합니다.”

거기서 이름을 등록하고 경매에 쓸 자금을 맡긴다. 현물이나 수표는 절대로 받지 않으며 오로지 현금만 취급한다.

후에 경매장에서 물건을 낙찰받으면 그 자금에서 액수만큼 차감하고, 남는 돈은 경매장이 끝난 직후에 낙찰받은 물건과 함께 돌려받는 방식이다.

“경매장의 주최자이자 총관리자는 빈테르트입니다. 그 이름이 걸려 있는 이상, 경매 전이나 직후에 감히 참가자들을 습격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 규칙은 어디까지나 암묵적인 것이지. 그리고 뤼잉 코스타는 빈테르트에 연줄이 있네. 마음만 먹는다면 손을 쓸 수가 있지. 물론 빈테르트의 심기를 건들지 않는 선에서 말일세.”

경매장에서 입찰한 물건을 받고, 자금 또한 소지하고 있는 시점.

만약 뤼잉 코스타가 사생아의 부탁을 받아 베르덴을 죽일 생각이라면 그때 습격할 것이다. 그래야 얻는 게 더 많을 테니까.

“자네가 나름대로 강한 마법사인 건 알고 있네. 하지만 로아프라는 바깥세상과 달라. 사람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악인들이 가득한 장소지. 여기엔 정정당당이라고는 없네. 그러니 가능하면 떠나기를 권고하지만…… 어디까지나 자네의 선택에 달려 있지. 이런, 시간이 됐군.”

손목시계를 본 데릭이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

“내 빚은 자네에게 그런 선택지를 준 것으로 갚았다고 여기겠네. 아, 그리고.”

데릭이 지갑에서 100만 엘크 지폐 한 장을 꺼내 샘웰에게 건넸다.

“말을 보충해 줘서 고맙네. 설명 잘하더군. 이건 수고비일세.”

“아…… 아, 넵!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럼 나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네. 부디 무사히 로아프라를 나가길 바라지.”

인사를 건넨 데릭이 레스토랑 밖으로 나섰다.

* * *

데릭과 그 호위들이 떠나자 레스토랑 내부가 휑해졌다.

안쪽에 있는 주방을 턴 갈리아크가 값비싼 위스키 한 병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입으로 병마개를 딴 그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인과인지 뭔지 몰라도 로아프라에 오자마자 찍힌 모양이군.”

“듣고 있었나?”

“데릭이라는 노친네보단 내가 더 귀가 밝거든. 레스토랑 안에 있는 소리는 다 들리지. 거리가 얼마나 멀다고. 그래서 어떻게 하게. 도망칠 거냐?”

베르덴이 코웃음 쳤다.

“웃기는 소릴 하는군.”

베르덴은 경매장 때문에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았다.

로아프라의 권력자다.

잔악한 성정을 지녔다.

빈테르트와 연줄이 있다

뭐든 상관없다. 방해하면 지울 뿐이다.

그로 인해 빈테르트와 적대한다고 해도 감수할 것이다. 베르덴은 그런 마법사였다.

“이 새끼, 얼굴과 다르게 화끈한 건 여전하구만.”

갈리아크가 낄낄거리며 병나발을 불었다.

베르덴이 샘웰에게 물었다.

“경매장에 등록하는 시간이 따로 있나?”

“하루 종일 등록이 가능합니다. 경매장이 열리려면 아직 4일가량이 남았으니, 이틀 안에 원하시는 때에 가면 됩니다.”

“그럼 지금 가도록 하지.”

굳이 아슬아슬하게 맞춰서 갈 이유는 없다.

베르덴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갈리아크도 덩달아 일어섰다.

“……뭐지?”

“나도 아직 등록 안 했거든.”

지금까지 등록을 안 했다고?

베르덴의 시선에 갈리아크가 어깨를 으쓱였다.

“오자마자 카지노에 틀어박혔거든. 돈은 다른 곳에 보관했고. 그러니까 기왕 이렇게 된 거 같이 가자고.”

베르덴이 미간을 찌푸렸다.

같이 동행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거절해도 따라오겠지.’

어차피 목적지는 같으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

베르덴이 식탁 위에 음식값을 올려놨다.

그러곤 샘웰을 앞세워 레스토랑 밖으로 나섰고 갈리아크가 그 뒤를 따랐다.

* * *

“그러니까 아버지의 복수를 해 달라고?”

“그렇습니다, 코스타 님.”

베켄의 사생아, 다이엘이 고개를 조아렸다.

그 앞에는 호화로운 의자에 앉은 사내가 있었다.

찰랑거리는 금색의 단발 머리칼. 오른쪽 귀에는 순금의 링 귀걸이가, 왼쪽 귀에는 은색의 일자 침 귀걸이가 짤랑거렸다. 얼굴에는 화장한 티가 가득했다.

뤼잉 코스타가 입술을 매만졌다.

“뭐, 달리시안 소장이 눈에 띄는 애가 한 명 들어왔다고 했는데, 그게 그 애셔란 말이지? 칼리아 그년 밑에서 일하는 줄 알았는데…….”

불가침조약.

그걸 무시하고 온 걸 보면 단순히 의뢰 관계로 엮인 걸지도 몰랐다.

“하기야 그레이에서 이름을 날린 마법사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로아프라에 온 걸 보면 경매에 참가하러 왔을 테고. 돈은 많이 가지고 왔으려나?”

“적어도 수억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귀한 매직 아이템도 말입니다.”

“매직 아이템이라. 그건 좀 끌리네. 그런데 걔 죽여 주면 나한테 뭐 해 줄 건데?”

다이엘이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귀한 보석과 장신구가 가득했다. 코스타가 입맛을 다시며 발끝으로 상자를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사람 하나 죽이는 것치곤 괜찮네. 뭐, 4위계 전격 마법사라고 하지만 마법사 하나 죽이는 거야 일도 아니고.”

마법사는 확실히 위험하지만 거기서 거기다.

몰래 독을 타서 죽여도 되고, 방심한 사이에 목을 잘라도 된다. 죽일 방법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

“좋아, 받아 줄게.”

“아……! 감사합니다, 코스타 님! 그런데 시기는 언제쯤…….”

“경매가 끝나고 난 후에 처리해 줄게. 알겠으면 이만 나가 봐.”

다이엘이 연신 감사를 전하며 문밖으로 나갔다.

코스타는 상자 안에 든 보석을 세어 보고는 창문 밖으로 시선을 향했다. 살기 좋은 암흑가, 로아프라가 보였다.

“흐음, 애셔라.”

평소라면 그냥 암살자를 보내 죽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도 들은 것이 있었다. 애셔란 마법사의 힘과 외모. 코스타는 흥미가 있었다.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죽이는 건 너무도 아까웠다.

“……내 간판으로 쓰면 딱 좋겠는데.”

다이엘이 대가를 지불하고 복수를 부탁했지만 코스타는 이미 잊었다.

이미 회유하기로 결정하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다. 대가로 뭘 주면 받아 줄까 생각하다가 이내 손뼉을 쳤다.

“그래! 그게 좋겠어.”

마침 좋은 물건들이 있다.

그거라면 선물로써 더할 나위가 없었다. 코스타의 가치관으론 분명 그러했다. 중성적인 웃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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